[경남人] 흙과 불, 바람의 예술…‘진사 도예가’ 신재균
입력 2022.01.04 (19:37)
수정 2022.01.04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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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선 백자 가운데서도 붉고 다채로운 색감을 특징으로 하는 '진사 도자'는 고난도의 작업이 필요해서 전문 도공이 많지 않은데요.
50년 넘게 전통 장작 가마를 고집하며 진사를 재현해 오고 있는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났습니다.
[리포트]
꼬박 스물다섯 시간, 길게는 서른 시간 이상 불을 때며 가마를 지킵니다.
장인의 손을 거친 흙이 불과 바람을 만나는 시간.
이제 남은 일은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어떤 때는 열 개를 넣으면 서너 개가 나올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하나도 안 나올 수가 있고..."]
장인의 혼이 자연과 만나 극채색의 진사를 완성합니다.
전통가마가 즐비했던 고성 상리면 일대입니다.
지금은 가마터 흔적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요.
신재균 씨는 여전히 이곳에서 전통가마를 지키며 도자기를 빚습니다.
[신재균/도예가 : "흙을 만지면 항상 옛날이나 지금이나 기분이 참 좋아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흙을 만지고 있습니다."]
열아홉의 나이에 발을 들여 흙과 함께한 시간이 50년.
성형한 도자기는 유약을 발라 초벌한 뒤 거듭 구워내는 재벌을 거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불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불의 조화, 거의 불에서 80%가 나온다고 보면 돼요. 작품이 탄생되려면 불에서 탄생이 되지 아무리 우리가 이거를 잘 만들어도 불 잘못 때면 싹 다 헛일이에요."]
전통방식으로 직접 만든 가마에 도자기를 쌓고 밑불을 지핍니다.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잘 마른 장작을 계속 넣으며 불을 지킵니다.
고루 구우려면 옆 불을 같이 넣으며 이삼일을 뜬눈으로 새워야 합니다.
[신재균/도예가 : "불이 안 들어갈 때는 70시간을 때도 잠이 안 와요. 끝까지 때야 하니까. 그러니 이 가마하고 나하고는 체질이 맞는 거야. 전통하고."]
조선시대 전통기법대로 재현한 진사 작품들입니다.
가마 속 불이 색과 문양을 결정하는데, 예측할 수 없어서 '우연성의 예술'로 불리기도 합니다.
[신재균/도예가 : "여기가 불을 바로 받은 데고, 돌려보면 타고 넘어가서 불이 넘어가니까 색깔이 다르잖아요. 장작은 이런 묘미가 있어요. 극채색이라는 건 색깔 중에 최고 좋은 게 극채색이라고 하잖아요. 사람 같으면 진짜 멋진 사람이라."]
불 때는 날 날씨와 습도, 바람 세기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옵니다.
3가지 이상의 색만 나와도 명품이 되는데 10가지 색이 담기면 그 가치는 더욱 귀해집니다.
[신재균/도예가 : "은은하게 사람이 계속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가는 거야. 색깔이 너무 미묘하지 않습니까? 이런 진사는 평생 가도 안 나오지."]
가마에 불을 넣은 지 사흘째, 드디어 가마를 열어 작품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도예에 관심이 많은 지인도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강창수/거제시 고현면 : "오랫동안 전통가마를 고집하시고 그 혼으로 오늘 이 작품을 보면서 정말 장인의 정신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작품과의 첫 만남을 앞둔 순간,
50년 경력의 장인도 매번 첫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신재균/도예가 : "같은 나무를 때도 그날 날씨에 따라서 겨울, 여름, 가을이 다 다르거든요. 이게 참 신기해요. 굽다 보면 여러 가지 형상이 나오고 색깔이 여러 가지가 나와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지켜온 전통 가마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지금 70살이지만 80, 100살 넘어 살아도 계속 이걸 해야 하고, 그래도 계속 여기 발을 붙인 이상은 계속 해야 합니다. 할 겁니다."]
흙과 불, 바람이 빚은 진사의 빛깔은 전통을 지켜온 장인의 시간만큼 깊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조선 백자 가운데서도 붉고 다채로운 색감을 특징으로 하는 '진사 도자'는 고난도의 작업이 필요해서 전문 도공이 많지 않은데요.
50년 넘게 전통 장작 가마를 고집하며 진사를 재현해 오고 있는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났습니다.
[리포트]
꼬박 스물다섯 시간, 길게는 서른 시간 이상 불을 때며 가마를 지킵니다.
장인의 손을 거친 흙이 불과 바람을 만나는 시간.
이제 남은 일은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어떤 때는 열 개를 넣으면 서너 개가 나올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하나도 안 나올 수가 있고..."]
장인의 혼이 자연과 만나 극채색의 진사를 완성합니다.
전통가마가 즐비했던 고성 상리면 일대입니다.
지금은 가마터 흔적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요.
신재균 씨는 여전히 이곳에서 전통가마를 지키며 도자기를 빚습니다.
[신재균/도예가 : "흙을 만지면 항상 옛날이나 지금이나 기분이 참 좋아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흙을 만지고 있습니다."]
열아홉의 나이에 발을 들여 흙과 함께한 시간이 50년.
성형한 도자기는 유약을 발라 초벌한 뒤 거듭 구워내는 재벌을 거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불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불의 조화, 거의 불에서 80%가 나온다고 보면 돼요. 작품이 탄생되려면 불에서 탄생이 되지 아무리 우리가 이거를 잘 만들어도 불 잘못 때면 싹 다 헛일이에요."]
전통방식으로 직접 만든 가마에 도자기를 쌓고 밑불을 지핍니다.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잘 마른 장작을 계속 넣으며 불을 지킵니다.
고루 구우려면 옆 불을 같이 넣으며 이삼일을 뜬눈으로 새워야 합니다.
[신재균/도예가 : "불이 안 들어갈 때는 70시간을 때도 잠이 안 와요. 끝까지 때야 하니까. 그러니 이 가마하고 나하고는 체질이 맞는 거야. 전통하고."]
조선시대 전통기법대로 재현한 진사 작품들입니다.
가마 속 불이 색과 문양을 결정하는데, 예측할 수 없어서 '우연성의 예술'로 불리기도 합니다.
[신재균/도예가 : "여기가 불을 바로 받은 데고, 돌려보면 타고 넘어가서 불이 넘어가니까 색깔이 다르잖아요. 장작은 이런 묘미가 있어요. 극채색이라는 건 색깔 중에 최고 좋은 게 극채색이라고 하잖아요. 사람 같으면 진짜 멋진 사람이라."]
불 때는 날 날씨와 습도, 바람 세기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옵니다.
3가지 이상의 색만 나와도 명품이 되는데 10가지 색이 담기면 그 가치는 더욱 귀해집니다.
[신재균/도예가 : "은은하게 사람이 계속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가는 거야. 색깔이 너무 미묘하지 않습니까? 이런 진사는 평생 가도 안 나오지."]
가마에 불을 넣은 지 사흘째, 드디어 가마를 열어 작품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도예에 관심이 많은 지인도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강창수/거제시 고현면 : "오랫동안 전통가마를 고집하시고 그 혼으로 오늘 이 작품을 보면서 정말 장인의 정신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작품과의 첫 만남을 앞둔 순간,
50년 경력의 장인도 매번 첫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신재균/도예가 : "같은 나무를 때도 그날 날씨에 따라서 겨울, 여름, 가을이 다 다르거든요. 이게 참 신기해요. 굽다 보면 여러 가지 형상이 나오고 색깔이 여러 가지가 나와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지켜온 전통 가마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지금 70살이지만 80, 100살 넘어 살아도 계속 이걸 해야 하고, 그래도 계속 여기 발을 붙인 이상은 계속 해야 합니다. 할 겁니다."]
흙과 불, 바람이 빚은 진사의 빛깔은 전통을 지켜온 장인의 시간만큼 깊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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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백자 가운데서도 붉고 다채로운 색감을 특징으로 하는 '진사 도자'는 고난도의 작업이 필요해서 전문 도공이 많지 않은데요.
50년 넘게 전통 장작 가마를 고집하며 진사를 재현해 오고 있는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났습니다.
[리포트]
꼬박 스물다섯 시간, 길게는 서른 시간 이상 불을 때며 가마를 지킵니다.
장인의 손을 거친 흙이 불과 바람을 만나는 시간.
이제 남은 일은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어떤 때는 열 개를 넣으면 서너 개가 나올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하나도 안 나올 수가 있고..."]
장인의 혼이 자연과 만나 극채색의 진사를 완성합니다.
전통가마가 즐비했던 고성 상리면 일대입니다.
지금은 가마터 흔적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요.
신재균 씨는 여전히 이곳에서 전통가마를 지키며 도자기를 빚습니다.
[신재균/도예가 : "흙을 만지면 항상 옛날이나 지금이나 기분이 참 좋아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흙을 만지고 있습니다."]
열아홉의 나이에 발을 들여 흙과 함께한 시간이 50년.
성형한 도자기는 유약을 발라 초벌한 뒤 거듭 구워내는 재벌을 거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불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불의 조화, 거의 불에서 80%가 나온다고 보면 돼요. 작품이 탄생되려면 불에서 탄생이 되지 아무리 우리가 이거를 잘 만들어도 불 잘못 때면 싹 다 헛일이에요."]
전통방식으로 직접 만든 가마에 도자기를 쌓고 밑불을 지핍니다.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잘 마른 장작을 계속 넣으며 불을 지킵니다.
고루 구우려면 옆 불을 같이 넣으며 이삼일을 뜬눈으로 새워야 합니다.
[신재균/도예가 : "불이 안 들어갈 때는 70시간을 때도 잠이 안 와요. 끝까지 때야 하니까. 그러니 이 가마하고 나하고는 체질이 맞는 거야. 전통하고."]
조선시대 전통기법대로 재현한 진사 작품들입니다.
가마 속 불이 색과 문양을 결정하는데, 예측할 수 없어서 '우연성의 예술'로 불리기도 합니다.
[신재균/도예가 : "여기가 불을 바로 받은 데고, 돌려보면 타고 넘어가서 불이 넘어가니까 색깔이 다르잖아요. 장작은 이런 묘미가 있어요. 극채색이라는 건 색깔 중에 최고 좋은 게 극채색이라고 하잖아요. 사람 같으면 진짜 멋진 사람이라."]
불 때는 날 날씨와 습도, 바람 세기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옵니다.
3가지 이상의 색만 나와도 명품이 되는데 10가지 색이 담기면 그 가치는 더욱 귀해집니다.
[신재균/도예가 : "은은하게 사람이 계속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가는 거야. 색깔이 너무 미묘하지 않습니까? 이런 진사는 평생 가도 안 나오지."]
가마에 불을 넣은 지 사흘째, 드디어 가마를 열어 작품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도예에 관심이 많은 지인도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강창수/거제시 고현면 : "오랫동안 전통가마를 고집하시고 그 혼으로 오늘 이 작품을 보면서 정말 장인의 정신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작품과의 첫 만남을 앞둔 순간,
50년 경력의 장인도 매번 첫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신재균/도예가 : "같은 나무를 때도 그날 날씨에 따라서 겨울, 여름, 가을이 다 다르거든요. 이게 참 신기해요. 굽다 보면 여러 가지 형상이 나오고 색깔이 여러 가지가 나와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지켜온 전통 가마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지금 70살이지만 80, 100살 넘어 살아도 계속 이걸 해야 하고, 그래도 계속 여기 발을 붙인 이상은 계속 해야 합니다. 할 겁니다."]
흙과 불, 바람이 빚은 진사의 빛깔은 전통을 지켜온 장인의 시간만큼 깊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조선 백자 가운데서도 붉고 다채로운 색감을 특징으로 하는 '진사 도자'는 고난도의 작업이 필요해서 전문 도공이 많지 않은데요.
50년 넘게 전통 장작 가마를 고집하며 진사를 재현해 오고 있는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났습니다.
[리포트]
꼬박 스물다섯 시간, 길게는 서른 시간 이상 불을 때며 가마를 지킵니다.
장인의 손을 거친 흙이 불과 바람을 만나는 시간.
이제 남은 일은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어떤 때는 열 개를 넣으면 서너 개가 나올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하나도 안 나올 수가 있고..."]
장인의 혼이 자연과 만나 극채색의 진사를 완성합니다.
전통가마가 즐비했던 고성 상리면 일대입니다.
지금은 가마터 흔적을 찾기도 쉽지 않은데요.
신재균 씨는 여전히 이곳에서 전통가마를 지키며 도자기를 빚습니다.
[신재균/도예가 : "흙을 만지면 항상 옛날이나 지금이나 기분이 참 좋아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흙을 만지고 있습니다."]
열아홉의 나이에 발을 들여 흙과 함께한 시간이 50년.
성형한 도자기는 유약을 발라 초벌한 뒤 거듭 구워내는 재벌을 거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불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불의 조화, 거의 불에서 80%가 나온다고 보면 돼요. 작품이 탄생되려면 불에서 탄생이 되지 아무리 우리가 이거를 잘 만들어도 불 잘못 때면 싹 다 헛일이에요."]
전통방식으로 직접 만든 가마에 도자기를 쌓고 밑불을 지핍니다.
온도가 떨어지지 않게 잘 마른 장작을 계속 넣으며 불을 지킵니다.
고루 구우려면 옆 불을 같이 넣으며 이삼일을 뜬눈으로 새워야 합니다.
[신재균/도예가 : "불이 안 들어갈 때는 70시간을 때도 잠이 안 와요. 끝까지 때야 하니까. 그러니 이 가마하고 나하고는 체질이 맞는 거야. 전통하고."]
조선시대 전통기법대로 재현한 진사 작품들입니다.
가마 속 불이 색과 문양을 결정하는데, 예측할 수 없어서 '우연성의 예술'로 불리기도 합니다.
[신재균/도예가 : "여기가 불을 바로 받은 데고, 돌려보면 타고 넘어가서 불이 넘어가니까 색깔이 다르잖아요. 장작은 이런 묘미가 있어요. 극채색이라는 건 색깔 중에 최고 좋은 게 극채색이라고 하잖아요. 사람 같으면 진짜 멋진 사람이라."]
불 때는 날 날씨와 습도, 바람 세기에 따라 다른 색이 나옵니다.
3가지 이상의 색만 나와도 명품이 되는데 10가지 색이 담기면 그 가치는 더욱 귀해집니다.
[신재균/도예가 : "은은하게 사람이 계속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가는 거야. 색깔이 너무 미묘하지 않습니까? 이런 진사는 평생 가도 안 나오지."]
가마에 불을 넣은 지 사흘째, 드디어 가마를 열어 작품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도예에 관심이 많은 지인도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강창수/거제시 고현면 : "오랫동안 전통가마를 고집하시고 그 혼으로 오늘 이 작품을 보면서 정말 장인의 정신으로 존경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작품과의 첫 만남을 앞둔 순간,
50년 경력의 장인도 매번 첫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신재균/도예가 : "같은 나무를 때도 그날 날씨에 따라서 겨울, 여름, 가을이 다 다르거든요. 이게 참 신기해요. 굽다 보면 여러 가지 형상이 나오고 색깔이 여러 가지가 나와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지켜온 전통 가마입니다.
[신재균/도예가 : "지금 70살이지만 80, 100살 넘어 살아도 계속 이걸 해야 하고, 그래도 계속 여기 발을 붙인 이상은 계속 해야 합니다. 할 겁니다."]
흙과 불, 바람이 빚은 진사의 빛깔은 전통을 지켜온 장인의 시간만큼 깊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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