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발 묶인 아시아나 승객들 “불 꺼진 호텔방서 식사는 배달로”
입력 2022.01.10 (17:15)
수정 2022.01.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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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5일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연료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새해 연초부터 LPG 가격을 포함한 주요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으로 번져 이날 내각이 총사퇴하고 전국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사진 : AFP=연합뉴스]
카자흐스탄에서 LPG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대규모 유혈 사태로 우리 국민들의 고립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5일, 아시아나 여객기를 타고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 등 37명을 포함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탑승객 모두 77명의 발이 묶인 것입니다.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5일 새벽 1시 30분 카자흐스탄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알마티 공항은 정상운영 중이었으며, 아시아나 항공편(OZ577)은 알마티 공항 관제당국의 착륙 허가를 받아 현지에 착륙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에서 발이 묶인 여객기들이 승객들을 태운채 공항에 대기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 '시위대 장악' 알마티 공항 내린 승객들 긴급 대피
문제는 착륙 당시 반정부 시위대가 이미 알마티 공항을 점거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과 승무원들은 입국 수속도 하지 못한 채 공항 내 소방시설로 긴급 대피했습니다.
이들은 12시간가량 뒤에야 시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현지 공관 직원들은 6일 오전, 통행금지 해제 시간에 맞춰 밤새 확보한 대형 버스로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들을 알마티 시내 호텔로 대피시켰습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한 승객은 오늘(10일) KBS의 통화에서 "시위대에 발각되지 않기 위해 버스의 모든 조명을 끈 채 활주로 등 공항 내 공간을 빠르게 빠져나왔다"면서 "당시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9일 알마티 국제공항에서 자국민 승객들을 수송하기 위해 파견된 러시아 병사들이 공항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AP=연합뉴스]
■ 고립 6일째…"호텔 불 끈 채 고립, 매우 불안"
이후 한국인 탑승객 총 37명(승객 29명, 승무원 8명) 가운데 현지 교민 10명은 공항에서 지인과 가족 차량으로 개별 귀가했으며 27명만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이후 교민 12명이 추가로 별도 차량으로 귀가해 한국인은 현재 15명(승객 7명, 승무원 8명)만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교부는 고립된 한국인들을 위해 8일 오후 현지 호텔 안에 비상대책반을 꾸렸습니다. 현재 공관 직원 1명이 호텔에 상주하면서 필요한 생필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호텔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승객은 "시위대 난입을 우려해 호텔은 여전히 불을 끈 채 커튼을 치고 있고, 식사는 방에서 배달을 시켜 해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승객은 "현지인들과의 소통이 어려운 데다 인터넷이 끊겨 심리적으로 극심하게 불안한 상태"라고도 전했습니다. 고립된 승객 중엔 7살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9일 평화유지 업무를 위해 파견된 러시아 병력들이 알마티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 유혈사태 진정 국면…"총성 잦아들어"
다행히 시위는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호텔에 고립된 승객들에 따르면 매일 밤 들리던 총성도 어젯밤에는 잦아들었다고 합니다. 현지시간 9일, 알마티 국제공항도 다시 정부 통제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정부는 알마티 공항에 계류 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신속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카자흐스탄 정부당국에 외교채널을 통해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외교부는 조만간 알마티 공항 운영 재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일부 승객들의 귀국 지원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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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흐 발 묶인 아시아나 승객들 “불 꺼진 호텔방서 식사는 배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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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1-10 17:15:18
- 수정2022-01-10 18:26:05
카자흐스탄에서 LPG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대규모 유혈 사태로 우리 국민들의 고립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5일, 아시아나 여객기를 타고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 등 37명을 포함한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탑승객 모두 77명의 발이 묶인 것입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5일 새벽 1시 30분 카자흐스탄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알마티 공항은 정상운영 중이었으며, 아시아나 항공편(OZ577)은 알마티 공항 관제당국의 착륙 허가를 받아 현지에 착륙했다"고 전했습니다.
■ '시위대 장악' 알마티 공항 내린 승객들 긴급 대피
문제는 착륙 당시 반정부 시위대가 이미 알마티 공항을 점거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과 승무원들은 입국 수속도 하지 못한 채 공항 내 소방시설로 긴급 대피했습니다.
이들은 12시간가량 뒤에야 시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현지 공관 직원들은 6일 오전, 통행금지 해제 시간에 맞춰 밤새 확보한 대형 버스로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들을 알마티 시내 호텔로 대피시켰습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한 승객은 오늘(10일) KBS의 통화에서 "시위대에 발각되지 않기 위해 버스의 모든 조명을 끈 채 활주로 등 공항 내 공간을 빠르게 빠져나왔다"면서 "당시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 고립 6일째…"호텔 불 끈 채 고립, 매우 불안"
이후 한국인 탑승객 총 37명(승객 29명, 승무원 8명) 가운데 현지 교민 10명은 공항에서 지인과 가족 차량으로 개별 귀가했으며 27명만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이후 교민 12명이 추가로 별도 차량으로 귀가해 한국인은 현재 15명(승객 7명, 승무원 8명)만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교부는 고립된 한국인들을 위해 8일 오후 현지 호텔 안에 비상대책반을 꾸렸습니다. 현재 공관 직원 1명이 호텔에 상주하면서 필요한 생필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호텔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승객은 "시위대 난입을 우려해 호텔은 여전히 불을 끈 채 커튼을 치고 있고, 식사는 방에서 배달을 시켜 해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승객은 "현지인들과의 소통이 어려운 데다 인터넷이 끊겨 심리적으로 극심하게 불안한 상태"라고도 전했습니다. 고립된 승객 중엔 7살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유혈사태 진정 국면…"총성 잦아들어"
다행히 시위는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호텔에 고립된 승객들에 따르면 매일 밤 들리던 총성도 어젯밤에는 잦아들었다고 합니다. 현지시간 9일, 알마티 국제공항도 다시 정부 통제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정부는 알마티 공항에 계류 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신속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카자흐스탄 정부당국에 외교채널을 통해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외교부는 조만간 알마티 공항 운영 재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일부 승객들의 귀국 지원을 준비 중입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5일 새벽 1시 30분 카자흐스탄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에도 불구하고 알마티 공항은 정상운영 중이었으며, 아시아나 항공편(OZ577)은 알마티 공항 관제당국의 착륙 허가를 받아 현지에 착륙했다"고 전했습니다.
■ '시위대 장악' 알마티 공항 내린 승객들 긴급 대피
문제는 착륙 당시 반정부 시위대가 이미 알마티 공항을 점거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과 승무원들은 입국 수속도 하지 못한 채 공항 내 소방시설로 긴급 대피했습니다.
이들은 12시간가량 뒤에야 시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현지 공관 직원들은 6일 오전, 통행금지 해제 시간에 맞춰 밤새 확보한 대형 버스로 한국인 승객과 승무원들을 알마티 시내 호텔로 대피시켰습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한 승객은 오늘(10일) KBS의 통화에서 "시위대에 발각되지 않기 위해 버스의 모든 조명을 끈 채 활주로 등 공항 내 공간을 빠르게 빠져나왔다"면서 "당시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 고립 6일째…"호텔 불 끈 채 고립, 매우 불안"
이후 한국인 탑승객 총 37명(승객 29명, 승무원 8명) 가운데 현지 교민 10명은 공항에서 지인과 가족 차량으로 개별 귀가했으며 27명만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이후 교민 12명이 추가로 별도 차량으로 귀가해 한국인은 현재 15명(승객 7명, 승무원 8명)만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교부는 고립된 한국인들을 위해 8일 오후 현지 호텔 안에 비상대책반을 꾸렸습니다. 현재 공관 직원 1명이 호텔에 상주하면서 필요한 생필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호텔에 머물고 있는 한국인 승객은 "시위대 난입을 우려해 호텔은 여전히 불을 끈 채 커튼을 치고 있고, 식사는 방에서 배달을 시켜 해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승객은 "현지인들과의 소통이 어려운 데다 인터넷이 끊겨 심리적으로 극심하게 불안한 상태"라고도 전했습니다. 고립된 승객 중엔 7살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유혈사태 진정 국면…"총성 잦아들어"
다행히 시위는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호텔에 고립된 승객들에 따르면 매일 밤 들리던 총성도 어젯밤에는 잦아들었다고 합니다. 현지시간 9일, 알마티 국제공항도 다시 정부 통제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정부는 알마티 공항에 계류 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신속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카자흐스탄 정부당국에 외교채널을 통해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외교부는 조만간 알마티 공항 운영 재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일부 승객들의 귀국 지원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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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민 기자 fresh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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