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돋보기] 지방분권 개헌 가능할까?

입력 2022.01.10 (19:18) 수정 2022.01.1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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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이어서 제주와 대통령선거 이야기해 보죠.

오늘은 개헌이라는 주제네요?

[기자]

네, 대선이라는 가장 큰 선거에서 제주도민들은 후보들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해보면 아마 대부분 제주에 특별한 걸 더 해주세요.

이런 답변을 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런 요구가 제주에서만 있을까요?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겠죠.

모두가 특별한 걸 달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앵커]

다 들어주면 특별한 게 평범한 것이 되겠죠?

문제는 한정된 예산이나 자원을 놓고 지역끼리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건 아닐까요?

[기자]

지금 한국 상황이 그렇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관계가 현실적으로 갑과 을이지 않습니까?

요새 유행하는 말로 하면 을끼리 경쟁하는 상황인 거죠.

경쟁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지역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려는 겁니다.

[앵커]

그래도 그런 지역간 경쟁 구도에서 제주가 소외될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역 간 경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데이터로 보여드리려고 하는데요.

지난해 발간한 양영철 제주대 명예교수의 저서 '한국지방자치단체 70년 변천사'에서 자료를 참고했다는 말씀드립니다.

지금 보시는 그래픽은 세종특별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한 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GRDP 순위를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를 기준으로 나타낸 건데요.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5개 시도만 표시해봤습니다.

맨 위에 있는 건 서울일 테고요.

제주는 어느 그래프일까요?

[앵커]

나머지 4개 시도가 최하위를 놓고 다투고 있네요

제주가 꼴찌는 아니겠죠?

[기자]

다행히 제주가 꼴찌는 아닙니다.

놀라운 사실은 대통령 고향인 광주, 부산, 대구가 나란히 최하위인 14, 15, 16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놀랍네요.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을 것 같은 지역이 꼴찌를 놓고 다투고 있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기자]

결국,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입니다.

지난해 KBS창원에서 제작해서 화제가 됐던 그림이 있죠.

카토그램 지도라는 건데요.

인구 비례에 따라 면적과 길이 등이 바뀌는 지도입니다.

인구가 많을수록 해당 지역 크기가 커지는데, 보시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커지는 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한반도가 점점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네요.

[기자]

그렇죠.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더욱 심각한 건 돈이죠.

예금 점유율을 보면 서울은 이승만 정부부터 50%를 넘어서 지금까지 어느 정부에서도 50% 이하로 내려가 본 적이 없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을 합치면 70%를 차지합니다.

제2 도시라는 부산의 예금 점유율도 5.9%로 서울의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제주개발이익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된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강원대 정준호 교수의 연구 결과를 그림으로 보고 계신데요.

지역 소득이 어디로 나가고 들어가는 지를 나타낸 겁니다.

2000년에서 2016년까지 수도권으로 들어간 누적 금액은 서울 644조 원, 경기 325조 원 등 천조 원에 이릅니다.

반면 제주를 포함한 8개 광역도인 경우 누적 유출액은 천 백조 원 가까이 되고요.

즉 지방 소득을 수도권과 4개 광역시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렇기 때문이라도 제주도가 더욱 특별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기자]

제주도민들은 제주도를 아주 특별한 곳으로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중앙정부는 제주도를 언제부터, 왜, 특별하게 다뤄 왔을까요?

[앵커]

국내 첫 지역 특별법인 제주특별법을 제정한 1991년을 시작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제주를 특정지역으로 지정한 1966년을 시작으로 보면 되는데요.

이 당시엔 박정희 정부가 제1차 경제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던 시기였습니다.

1963년 서울인천, 1966년 울산에 이어 제주가 세 번째 특정지역이었습니다.

당시 군사정부에선 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개발 잠재력이 높은 지역에 집중투자하는 불균형 성장거점전략을 택했죠.

제주는 관광산업을 통한 수출, 즉 외화 획득을 위한 특별한 지역으로 간주됐던 겁니다.

이 흐름이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으로 이어졌죠.

김대중 정부 역시 당시 국제통화기금, IMF에서 요구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험장으로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특별하게 다뤘던 것이고, 노무현 정부는 지방자치 확대를 위해 제주를 특별자치도로 특별하게 다뤘던 겁니다.

[앵커]

그러고 보면 2006년 특별자치도특별법 이후 제주 비전에 큰 변화는 없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주는 특별자치도특별법 제정 이후 지난해까지 15년간 7차례에 걸친 제도개선 방식으로 조금씩조금씩 중앙정부로부터 자치권을 이양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이양받는 특별자치도의 목표 달성은 아직도 멀기만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방자치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중앙 자원을 놓고 지역 간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한 데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봅니다.

제주에만 특별한 자치권을 줄 명분이 중앙정부 입장에서 보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앵커]

그래서 헌법에 특별자치도에 대한 규정을 넣자는 주장이 나오는 거 아닌가요?

[기자]

제주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는 특별자치를 시행한지 10여 년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자, 일부 학자와 행정이 주장하고 언론이 받으면서 떠오른 요구죠.

실험의 장소가 아니라 진짜 특별한 자치권을 제주에 주려는 의도였다면 헌법에 특별자치 조항을 추가해야 마땅하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현행 헌법 117조 2항의 규정을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하며, 특별자치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하자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규정만으로는 기존의 한계를 반복할 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같은 117조 1항의 조례 관련 규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라고 명확히 규정해서 조례 제정권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꼭 법률에 근거가 없더라도 위반하지만 않는다면 조례를 만들 수 있는 자율권을 지방에 주자는 거죠.

또한, 법률에 근거해서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조례로도 가능하게 하면, 현행 특별자치보다도 더 크게 한국사회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왜 이 두 조항이 중요한가 하면, 아무리 특별자치 규정을 헌법에 넣는다고 해도 다른 헌법 규정과 충돌하면 안 되거든요.

즉, 조례제정권 확대와 조세조례주의를 헌법에 담지 않는 이상 현재 제주도민의 요구라고 포장된 특별자치 규정을 헌법에 담는다고 해도 실효성 없는 상징적 조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제주사회의 새로운 화두 가운데 하나인 환경보전기여금을 예로 들어볼까요?

지난주 신익환 기자가 환경세를 걷고 있는 스페인 마요르카 사례를 보도해드렸죠.

이 환경세는 우리로 치면 조례에 근거해 만든 세금입니다.

대한민국은 제헌헌법 이후 조세법률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파격적인 주장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연방제를 택한 대부분 선진 국가는 조세조례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지방세에서 관광세나 숙박세, 렌터카세, 오염세, 독일의 지방세에서 견세, 강아지세금이죠.

사냥세, 낚시세 등 특이한 세목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앵커]

결국, 연방제 개헌을 이번 대선에서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지역에서 각자 자신의 특별함을 요구하거나 지역 간에 무한 경쟁을 통한 방식으로는 특별자치 구상 역시 성공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강한 분권'을 위해 지역이 연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거죠.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담은 개헌을 지역이 힘을 합쳐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에게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이런 주장을 하는 목소리가 있긴 있습니까?

[기자]

제주 지역에서는 특별자치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이런 지방분권 개헌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만, 다른 지역 정치권에서는 꽤 활발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요.

전국 단위 시민단체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두 가지 핵심사항 가운데 조례 제정권 강화인 경우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2018년 헌법개정안에도 담겨져 있습니다.

[앵커]

제주가 특별자치도라는 틀을 넘어 다른 지역과 연대해 대선 국면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런 주장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제주와 대선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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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돋보기] 지방분권 개헌 가능할까?
    • 입력 2022-01-10 19:18:53
    • 수정2022-01-10 19:54:15
    뉴스7(제주)
[앵커]

제주 사회 현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제주 돋보기', 김익태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이어서 제주와 대통령선거 이야기해 보죠.

오늘은 개헌이라는 주제네요?

[기자]

네, 대선이라는 가장 큰 선거에서 제주도민들은 후보들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해보면 아마 대부분 제주에 특별한 걸 더 해주세요.

이런 답변을 하실 겁니다.

그런데 이런 요구가 제주에서만 있을까요?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겠죠.

모두가 특별한 걸 달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될까요?

[앵커]

다 들어주면 특별한 게 평범한 것이 되겠죠?

문제는 한정된 예산이나 자원을 놓고 지역끼리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건 아닐까요?

[기자]

지금 한국 상황이 그렇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관계가 현실적으로 갑과 을이지 않습니까?

요새 유행하는 말로 하면 을끼리 경쟁하는 상황인 거죠.

경쟁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지역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려는 겁니다.

[앵커]

그래도 그런 지역간 경쟁 구도에서 제주가 소외될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역 간 경쟁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데이터로 보여드리려고 하는데요.

지난해 발간한 양영철 제주대 명예교수의 저서 '한국지방자치단체 70년 변천사'에서 자료를 참고했다는 말씀드립니다.

지금 보시는 그래픽은 세종특별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한 해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한 GRDP 순위를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를 기준으로 나타낸 건데요.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5개 시도만 표시해봤습니다.

맨 위에 있는 건 서울일 테고요.

제주는 어느 그래프일까요?

[앵커]

나머지 4개 시도가 최하위를 놓고 다투고 있네요

제주가 꼴찌는 아니겠죠?

[기자]

다행히 제주가 꼴찌는 아닙니다.

놀라운 사실은 대통령 고향인 광주, 부산, 대구가 나란히 최하위인 14, 15, 16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놀랍네요.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을 것 같은 지역이 꼴찌를 놓고 다투고 있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기자]

결국, 수도권 집중 현상 때문입니다.

지난해 KBS창원에서 제작해서 화제가 됐던 그림이 있죠.

카토그램 지도라는 건데요.

인구 비례에 따라 면적과 길이 등이 바뀌는 지도입니다.

인구가 많을수록 해당 지역 크기가 커지는데, 보시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커지는 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한반도가 점점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네요.

[기자]

그렇죠.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더욱 심각한 건 돈이죠.

예금 점유율을 보면 서울은 이승만 정부부터 50%를 넘어서 지금까지 어느 정부에서도 50% 이하로 내려가 본 적이 없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서울과 경기, 인천을 합치면 70%를 차지합니다.

제2 도시라는 부산의 예금 점유율도 5.9%로 서울의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제주개발이익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된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강원대 정준호 교수의 연구 결과를 그림으로 보고 계신데요.

지역 소득이 어디로 나가고 들어가는 지를 나타낸 겁니다.

2000년에서 2016년까지 수도권으로 들어간 누적 금액은 서울 644조 원, 경기 325조 원 등 천조 원에 이릅니다.

반면 제주를 포함한 8개 광역도인 경우 누적 유출액은 천 백조 원 가까이 되고요.

즉 지방 소득을 수도권과 4개 광역시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렇기 때문이라도 제주도가 더욱 특별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기자]

제주도민들은 제주도를 아주 특별한 곳으로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중앙정부는 제주도를 언제부터, 왜, 특별하게 다뤄 왔을까요?

[앵커]

국내 첫 지역 특별법인 제주특별법을 제정한 1991년을 시작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제주를 특정지역으로 지정한 1966년을 시작으로 보면 되는데요.

이 당시엔 박정희 정부가 제1차 경제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던 시기였습니다.

1963년 서울인천, 1966년 울산에 이어 제주가 세 번째 특정지역이었습니다.

당시 군사정부에선 재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개발 잠재력이 높은 지역에 집중투자하는 불균형 성장거점전략을 택했죠.

제주는 관광산업을 통한 수출, 즉 외화 획득을 위한 특별한 지역으로 간주됐던 겁니다.

이 흐름이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으로 이어졌죠.

김대중 정부 역시 당시 국제통화기금, IMF에서 요구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의 실험장으로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특별하게 다뤘던 것이고, 노무현 정부는 지방자치 확대를 위해 제주를 특별자치도로 특별하게 다뤘던 겁니다.

[앵커]

그러고 보면 2006년 특별자치도특별법 이후 제주 비전에 큰 변화는 없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주는 특별자치도특별법 제정 이후 지난해까지 15년간 7차례에 걸친 제도개선 방식으로 조금씩조금씩 중앙정부로부터 자치권을 이양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이양받는 특별자치도의 목표 달성은 아직도 멀기만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방자치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중앙 자원을 놓고 지역 간 무한 경쟁 체제로 돌입한 데도 큰 영향을 받았다고 봅니다.

제주에만 특별한 자치권을 줄 명분이 중앙정부 입장에서 보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앵커]

그래서 헌법에 특별자치도에 대한 규정을 넣자는 주장이 나오는 거 아닌가요?

[기자]

제주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는 특별자치를 시행한지 10여 년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자, 일부 학자와 행정이 주장하고 언론이 받으면서 떠오른 요구죠.

실험의 장소가 아니라 진짜 특별한 자치권을 제주에 주려는 의도였다면 헌법에 특별자치 조항을 추가해야 마땅하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현행 헌법 117조 2항의 규정을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하며, 특별자치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하자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규정만으로는 기존의 한계를 반복할 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같은 117조 1항의 조례 관련 규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라고 명확히 규정해서 조례 제정권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꼭 법률에 근거가 없더라도 위반하지만 않는다면 조례를 만들 수 있는 자율권을 지방에 주자는 거죠.

또한, 법률에 근거해서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조례로도 가능하게 하면, 현행 특별자치보다도 더 크게 한국사회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왜 이 두 조항이 중요한가 하면, 아무리 특별자치 규정을 헌법에 넣는다고 해도 다른 헌법 규정과 충돌하면 안 되거든요.

즉, 조례제정권 확대와 조세조례주의를 헌법에 담지 않는 이상 현재 제주도민의 요구라고 포장된 특별자치 규정을 헌법에 담는다고 해도 실효성 없는 상징적 조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제주사회의 새로운 화두 가운데 하나인 환경보전기여금을 예로 들어볼까요?

지난주 신익환 기자가 환경세를 걷고 있는 스페인 마요르카 사례를 보도해드렸죠.

이 환경세는 우리로 치면 조례에 근거해 만든 세금입니다.

대한민국은 제헌헌법 이후 조세법률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파격적인 주장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연방제를 택한 대부분 선진 국가는 조세조례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지방세에서 관광세나 숙박세, 렌터카세, 오염세, 독일의 지방세에서 견세, 강아지세금이죠.

사냥세, 낚시세 등 특이한 세목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앵커]

결국, 연방제 개헌을 이번 대선에서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지역에서 각자 자신의 특별함을 요구하거나 지역 간에 무한 경쟁을 통한 방식으로는 특별자치 구상 역시 성공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강한 분권'을 위해 지역이 연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거죠.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담은 개헌을 지역이 힘을 합쳐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에게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이런 주장을 하는 목소리가 있긴 있습니까?

[기자]

제주 지역에서는 특별자치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이런 지방분권 개헌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만, 다른 지역 정치권에서는 꽤 활발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요.

전국 단위 시민단체도 만들어져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두 가지 핵심사항 가운데 조례 제정권 강화인 경우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2018년 헌법개정안에도 담겨져 있습니다.

[앵커]

제주가 특별자치도라는 틀을 넘어 다른 지역과 연대해 대선 국면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런 주장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제주와 대선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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