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콜롬비아, 난치병 환자에 ‘죽을 권리’ 허가

입력 2022.01.11 (10:48) 수정 2022.01.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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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남미 콜롬비아에선 한 난치병 환자가 안락사를 맞았습니다.

이 환자는 의식이 있고 당장 죽음을 앞두지도 않았는데요.

다만 오랫동안 불치병으로 고통받왔는데, 이 환자의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받아들여진 겁니다.

최근 각국에선 이 같은 죽을 권리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구촌인 입니다.

[리포트]

인공호흡기를 단 한 남성이 가족, 지인들과 포옹을 나눕니다.

에스코바르 씨는 2년간의 노력 끝에 당국으로부터 안락사 허가를 받았습니다.

[빅토르 에스코바르/존엄사 환자 : "제 뒤를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존엄한 죽음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문을 열었습니다."]

에스코바르 씨는 14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몸의 절반이 마비됐습니다.

마비 일부는 회복됐지만, 만성 폐 질환과 당뇨, 연골접합 증후군 등 합병증을 얻어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그 10여 년을 인공호흡장치와 약에 의존해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7일 오랜 고통을 끝내게 된 그는 "또 보자"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자기 뜻에 따라 생을 마감했습니다.

[빅토르 에스코바르/존엄사 환자 :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병에 지쳤기 때문에 존엄사를 요구하는 겁니다. 우리의 삶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습니다."]

에스코바르 씨는 앞서 말기 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두 차례 안락사 요청을 거부당했습니다.

콜롬비아는 1997년 안락사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고, 2015년에는 6개월 미만의 말기 환자에 대해 안락사를 인정하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7월에는 헌법재판소가 말기 환자가 아니어도 고통이 극심한 환자는 안락사 허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에스코바르 씨에 앞서 루게릭병을 앓는 여성이 먼저 허가를 받았지만 시행 직전에 번복하면서, 에스코바르 씨가 콜롬비아에서 합법적으로 안락사한 첫 번째 난치병 환자가 됐습니다.

[루이스 지랄도/변호사 : "에스코바르 씨 결정이 실행된 것을 축하합니다. 그는 오랫동안 고통받았고, 결국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는 국가가 늘고 있습니다.

바티칸이 자리 잡은 가톨릭 성지 이탈리아에서도 지난해 전신 마비 환자에 대한 조력 자살이 승인됐는데요.

2019년 헌법재판소가 고통받는 환자에 대한 조력자살은 범죄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후 첫 사례입니다.

현재 이탈리아는 안락사 합법화를 두고 국민투표가 추진되고 있는데요.

쉽게 생명을 포기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마리오 아디놀피/당 대표 :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안락사 합법화를 위한 국민투표에 반대하며 싸울 것입니다."]

현재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와 스위스, 그리고 콜롬비아와 캐나다가 안락사를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안락사가 불법인 국가의 환자들이 안락사 허용국가를 찾아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는데요.

[알랭 코크/안락사 환자 : "정부가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저의 고통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기에, 스위스로 가 곧 고통을 끝낼 것입니다. 편안합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인 생명,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권리는 오로지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

이 두 가치속에서 개인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생명을 빼앗는 행위인 안락사의 문제를 놓고, 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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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콜롬비아, 난치병 환자에 ‘죽을 권리’ 허가
    • 입력 2022-01-11 10:48:56
    • 수정2022-01-11 11:02:01
    지구촌뉴스
[앵커]

지난주 남미 콜롬비아에선 한 난치병 환자가 안락사를 맞았습니다.

이 환자는 의식이 있고 당장 죽음을 앞두지도 않았는데요.

다만 오랫동안 불치병으로 고통받왔는데, 이 환자의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받아들여진 겁니다.

최근 각국에선 이 같은 죽을 권리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구촌인 입니다.

[리포트]

인공호흡기를 단 한 남성이 가족, 지인들과 포옹을 나눕니다.

에스코바르 씨는 2년간의 노력 끝에 당국으로부터 안락사 허가를 받았습니다.

[빅토르 에스코바르/존엄사 환자 : "제 뒤를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존엄한 죽음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문을 열었습니다."]

에스코바르 씨는 14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몸의 절반이 마비됐습니다.

마비 일부는 회복됐지만, 만성 폐 질환과 당뇨, 연골접합 증후군 등 합병증을 얻어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그 10여 년을 인공호흡장치와 약에 의존해 살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7일 오랜 고통을 끝내게 된 그는 "또 보자"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자기 뜻에 따라 생을 마감했습니다.

[빅토르 에스코바르/존엄사 환자 :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병에 지쳤기 때문에 존엄사를 요구하는 겁니다. 우리의 삶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습니다."]

에스코바르 씨는 앞서 말기 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두 차례 안락사 요청을 거부당했습니다.

콜롬비아는 1997년 안락사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고, 2015년에는 6개월 미만의 말기 환자에 대해 안락사를 인정하는 법이 통과되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7월에는 헌법재판소가 말기 환자가 아니어도 고통이 극심한 환자는 안락사 허용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에스코바르 씨에 앞서 루게릭병을 앓는 여성이 먼저 허가를 받았지만 시행 직전에 번복하면서, 에스코바르 씨가 콜롬비아에서 합법적으로 안락사한 첫 번째 난치병 환자가 됐습니다.

[루이스 지랄도/변호사 : "에스코바르 씨 결정이 실행된 것을 축하합니다. 그는 오랫동안 고통받았고, 결국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는 국가가 늘고 있습니다.

바티칸이 자리 잡은 가톨릭 성지 이탈리아에서도 지난해 전신 마비 환자에 대한 조력 자살이 승인됐는데요.

2019년 헌법재판소가 고통받는 환자에 대한 조력자살은 범죄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후 첫 사례입니다.

현재 이탈리아는 안락사 합법화를 두고 국민투표가 추진되고 있는데요.

쉽게 생명을 포기하는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마리오 아디놀피/당 대표 :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안락사 합법화를 위한 국민투표에 반대하며 싸울 것입니다."]

현재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와 스위스, 그리고 콜롬비아와 캐나다가 안락사를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안락사가 불법인 국가의 환자들이 안락사 허용국가를 찾아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하는데요.

[알랭 코크/안락사 환자 : "정부가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으면 저의 고통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기에, 스위스로 가 곧 고통을 끝낼 것입니다. 편안합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인 생명,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권리는 오로지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

이 두 가치속에서 개인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생명을 빼앗는 행위인 안락사의 문제를 놓고, 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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