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역대급 엔저’에서 ‘日 경제추락의 악순환’을 읽는다

입력 2022.01.12 (18:05) 수정 2022.01.1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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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일본 엔화 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게 회복 없는 일본 경제, 나홀로 침체를 지속하는 일본 경제 악순환을 상징한단 지적이 나옵니다.

위기의 일본 경제,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일본 엔화가 약세장이다, 달러 대비 환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거죠?

[기자]

그래프 보시죠.

이번 주 엔화는 달러당 115엔대.

5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 수준입니다.

120엔대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오는데, 더 눈여겨보아야 할 지표는 이겁니다.

실질실효환율.

교역하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엔화의 구매력을 반영한 지표인데요.

BIS 자료로 장기 추세를 보면 계속 우하향하고 있죠?

최신 데이터인 지난해 11월 수치는 약 50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일본 여행을 가보신 분들 느끼셨겠지만, 더는 일본 물가가 비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물가, 구매력 고려한 환율은 약 7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 버린 겁니다.

[앵커]

물가가 싸졌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지 않나요?

[기자]

상대적인 환율이 떨어진 이유가 '발전이 없어서', '성장이 없어서'라면 어떨까요?

이 그래프 한번 보시죠.

OECD가 집계한 평균임금 그래프입니다.

OECD 평균, 또 우리나라, 일본 세 곳만 나타내 봤는데 OECD 수치는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상승하고, 우리나라는 이걸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데 일본은 30년 전에는 평균 수준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뒤처져서 우리나라에 역전까지 당해 버렸죠?

일본 닛케이는 "제조업의 생산성 상승 속도가 더뎌 정체 상태이고, 그래서 임금 상승률도 낮아진 점"을 실질환율 하락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앵커]

결국 성장의 정체가 엔화 가치의 역대급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단 얘기네요?

[기자]

네, 세계은행 오늘 발표 보면 일본의 지난해 성장률이 1.7% 수준인데, 2020년 -4.8% 역성장을 했으니 아직도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을 못 한 겁니다.

이러다 보니 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낮습니다.

지금 세계가 인플레 걱정하는데, 일본만은 여전히 0.6% 상승에 불과합니다.

구로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해서 미국의 금리 인상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올해 금리 네 번 올릴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일본은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할 겁니다.

[앵커]

그런데요, 엔화 가치 낮으면 수출 기업엔 유리한 거 아닙니까?

[기자]

그럴 것 같죠.

아베노믹스도 엔저 유도해서 수출 늘린다는 정책이었고, 사실 80년대 플라자 합의로 갑자기 찾아온 엔고에 수출 경쟁력 잃었다는 역사적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 '엔저 효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추가 엔저 악순환이 반복된단 지적 나옵니다.

우선 수출 제조업체 공장이 해외로 많이 갔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동일본대지진 겪으면서요.

그래서 일본 내 제조업 비중은 20%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엔저의 수출 효과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해외로 간 기업들, 번 돈을 일본으로 송금도 안 합니다.

엔저가 지속되니까 엔화 말고 해외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합니다.

또, 엔저로 인해 수입물가는 많이 올랐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석유, 석탄, 철강 등 엔화로 환산한 수입물가는 44% 넘게 올랐고, 생산자물가지수는 9%나 올라 1981년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이건 고스란히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서 엔화 가치 하락으로 보던 이득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정리하면, 기업의 수익을 과거만큼 기대하기 어려운데 그나마 엔저 때문에 밖에서 번 돈은 들여오지도 않고, 결국 일본 내 임금은 오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앵커]

그럼 회복은 점점 멀어지겠는데요?

[기자]

사실 얼마 전에도 일본의 경제 석학이 '일본 경제 어둡다, 한국에 따라잡혀 버렸다' 이런 얘기 했었다고 전해드렸죠?

일본 안에서 그런 우려가 점점 증폭되고 있습니다.

성장이 없고, 성장해도 일본 열도에는 긍정적 효과가 유입되지 않고 엔화 가치는 점점 떨어진다면, 궁극적으론 '엔화가 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일본의 한 경제지는 최근 "일본을 버리기 시작한 부유층"이란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실었습니다.

일본이 GDP, 주가, 엔화, 교육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추락하고 있어 일본 부자들이 일본을 버리고 떠난다는 내용인데,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도 일본 엔화 약세가 지속할수록 일본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지겠죠.

[앵커]

정말 악순환이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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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2 18:05:34
    • 수정2022-01-12 18: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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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일본 엔화 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게 회복 없는 일본 경제, 나홀로 침체를 지속하는 일본 경제 악순환을 상징한단 지적이 나옵니다.

위기의 일본 경제,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일본 엔화가 약세장이다, 달러 대비 환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거죠?

[기자]

그래프 보시죠.

이번 주 엔화는 달러당 115엔대.

5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 수준입니다.

120엔대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단 전망이 나오는데, 더 눈여겨보아야 할 지표는 이겁니다.

실질실효환율.

교역하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엔화의 구매력을 반영한 지표인데요.

BIS 자료로 장기 추세를 보면 계속 우하향하고 있죠?

최신 데이터인 지난해 11월 수치는 약 50년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일본 여행을 가보신 분들 느끼셨겠지만, 더는 일본 물가가 비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실제로 물가, 구매력 고려한 환율은 약 70년대 수준으로 돌아가 버린 겁니다.

[앵커]

물가가 싸졌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지 않나요?

[기자]

상대적인 환율이 떨어진 이유가 '발전이 없어서', '성장이 없어서'라면 어떨까요?

이 그래프 한번 보시죠.

OECD가 집계한 평균임금 그래프입니다.

OECD 평균, 또 우리나라, 일본 세 곳만 나타내 봤는데 OECD 수치는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상승하고, 우리나라는 이걸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데 일본은 30년 전에는 평균 수준이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뒤처져서 우리나라에 역전까지 당해 버렸죠?

일본 닛케이는 "제조업의 생산성 상승 속도가 더뎌 정체 상태이고, 그래서 임금 상승률도 낮아진 점"을 실질환율 하락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앵커]

결국 성장의 정체가 엔화 가치의 역대급 추락으로 이어지고 있단 얘기네요?

[기자]

네, 세계은행 오늘 발표 보면 일본의 지난해 성장률이 1.7% 수준인데, 2020년 -4.8% 역성장을 했으니 아직도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을 못 한 겁니다.

이러다 보니 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낮습니다.

지금 세계가 인플레 걱정하는데, 일본만은 여전히 0.6% 상승에 불과합니다.

구로다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해서 미국의 금리 인상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올해 금리 네 번 올릴 수도 있는데, 그러면 일본은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할 겁니다.

[앵커]

그런데요, 엔화 가치 낮으면 수출 기업엔 유리한 거 아닙니까?

[기자]

그럴 것 같죠.

아베노믹스도 엔저 유도해서 수출 늘린다는 정책이었고, 사실 80년대 플라자 합의로 갑자기 찾아온 엔고에 수출 경쟁력 잃었다는 역사적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 '엔저 효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추가 엔저 악순환이 반복된단 지적 나옵니다.

우선 수출 제조업체 공장이 해외로 많이 갔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동일본대지진 겪으면서요.

그래서 일본 내 제조업 비중은 20%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엔저의 수출 효과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게다가 해외로 간 기업들, 번 돈을 일본으로 송금도 안 합니다.

엔저가 지속되니까 엔화 말고 해외자산으로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합니다.

또, 엔저로 인해 수입물가는 많이 올랐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석유, 석탄, 철강 등 엔화로 환산한 수입물가는 44% 넘게 올랐고, 생산자물가지수는 9%나 올라 1981년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이건 고스란히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서 엔화 가치 하락으로 보던 이득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정리하면, 기업의 수익을 과거만큼 기대하기 어려운데 그나마 엔저 때문에 밖에서 번 돈은 들여오지도 않고, 결국 일본 내 임금은 오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앵커]

그럼 회복은 점점 멀어지겠는데요?

[기자]

사실 얼마 전에도 일본의 경제 석학이 '일본 경제 어둡다, 한국에 따라잡혀 버렸다' 이런 얘기 했었다고 전해드렸죠?

일본 안에서 그런 우려가 점점 증폭되고 있습니다.

성장이 없고, 성장해도 일본 열도에는 긍정적 효과가 유입되지 않고 엔화 가치는 점점 떨어진다면, 궁극적으론 '엔화가 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일본의 한 경제지는 최근 "일본을 버리기 시작한 부유층"이란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실었습니다.

일본이 GDP, 주가, 엔화, 교육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추락하고 있어 일본 부자들이 일본을 버리고 떠난다는 내용인데,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도 일본 엔화 약세가 지속할수록 일본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지겠죠.

[앵커]

정말 악순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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