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아버지에게 안겨 구급차에 오르는 10대 여학생
■ 90분간의 폭행, 10대 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져
지난해 6월, 다가구 주택 앞에 멈춰선 구급차에 10대 여학생이 아버지에게 안긴 채 다급하게 몸을 실었습니다.
병원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여, 하지만 이 여학생은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여학생이 숨진 직접적인 이유는 부검 결과 '외부 충격에 의한 장기손상'으로 추정됐습니다.
경찰이 숨진 여학생의 40대 의붓어머니 A 씨를 조사한 결과, 딸이 숨지기 전날 밤 10시부터 11시 반까지 90분 동안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40대 어머니
■ "숨질 것 예상됐다"…'정인이 법' 첫 적용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난 사건 당일 90분은 참혹했습니다.
A 씨는 딸의 배를 수차례 밟았고, 밀치면서 변기에 머리를 찧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딸은 장기에 손상이 생겼지만, A 씨는 딸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A씨는 딸을 폭행한 이유에 대해 '남편과 다툰 뒤 화가 났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딸을 폭행하고, 폭행 뒤에도 병원에 데려가는 등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며 A 씨에게 지난해 2월 개정된 아동학대특례법, 이른바 '정인이 법'을 처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아동학대에는 기존에 '아동학대 치사죄'가 적용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이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2020년 10월, 태어난지 16개월 된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높아지면서 '아동학대살해죄'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새로 만들어진 ‘아동학대살해죄’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되면 사형·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형을 받아 살인죄보다 무겁게 다뤄지게 됐습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전경
■ 3차례 공판 끝 '무기징역' 구형…1심은 '징역 30년' 선고
'아동 학대살해죄'로 구속기소 된 A 씨의 첫 공판은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열렸습니다.
A 씨는 숨진 딸의 배를 밟은 것은 맞지만, '비비면서 눌러' 신체적 학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딸이 숨진 날은 본인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서 살해한 것은 아니고, 딸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숨지게 했다면서 고의가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3차례 공판이 이어지면서 검찰은 A 씨에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 전자장치 부착 20년, 피해 자녀 접근 금지 등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마지막 공판 뒤 한 달 만에 열린 어제 1심 선고 공판.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1형사부는 A 씨에 징역 30년과 4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남편이자 숨진 딸의 친아버지가 집을 나간 지난해 3월부터 남편에 대한 분노가 학대로 이어졌고, 강도도 심해졌다고 봤습니다.
재판부가 확인한 폭행만 2020년 8월부터 2021년 6월까지 4차례. 학대가 이어지면서 숨진 딸은 몸무게가 5kg이 줄었고, 복통과 구토, 배가 부풀어 오르는 증상으로 지난해 6월에는 병원을 찾았지만 적극적인 치료는 받지 못한 채 견뎌야 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A 씨 진술과 부검 결과 등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A 씨가 거듭된 학대로 쇠약해진 딸이 자신의 행위로 인해 숨질 수 있다는 걸 인식했지만, 폭행을 이어갔다며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보호자인 A씨가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보호를 소홀히 한 행위는 '중대한 범죄'이고,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침해하는 살인죄는 절대 용인될 수 없다면서 숨진 딸이 느꼈을 신체적 고통 및 고립감, 공포, 슬픔 등의 정신적 고통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아동학대 관련 엄벌을 요구하며 창원지법 진주지원에서 피켓 시위하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아동학대살해죄' 첫 발…"형량 여전히 늘지 않아"
선고가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울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법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던 아동시민단체 회원이었습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된 정인이 사건은 1심에서 무기징역이 나왔지만, 2심에서는 이보다 감형된 징역 35년이 선고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인이 사건 뒤 아동학대를 더 엄격히 다루겠다며 '아동학대살해죄'가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형량은 늘지 않았다며 개정된 법안이 무의미하다고 반발했습니다.
검찰은 판결문 양형 사유를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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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이 법’ 첫 적용…10대 딸 숨지게 한 어머니 징역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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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1-14 18:02:17
■ 90분간의 폭행, 10대 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져
지난해 6월, 다가구 주택 앞에 멈춰선 구급차에 10대 여학생이 아버지에게 안긴 채 다급하게 몸을 실었습니다.
병원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여, 하지만 이 여학생은 결국 숨지고 말았습니다. 여학생이 숨진 직접적인 이유는 부검 결과 '외부 충격에 의한 장기손상'으로 추정됐습니다.
경찰이 숨진 여학생의 40대 의붓어머니 A 씨를 조사한 결과, 딸이 숨지기 전날 밤 10시부터 11시 반까지 90분 동안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 "숨질 것 예상됐다"…'정인이 법' 첫 적용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난 사건 당일 90분은 참혹했습니다.
A 씨는 딸의 배를 수차례 밟았고, 밀치면서 변기에 머리를 찧게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딸은 장기에 손상이 생겼지만, A 씨는 딸을 그대로 방치했습니다.
A씨는 딸을 폭행한 이유에 대해 '남편과 다툰 뒤 화가 났다'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딸을 폭행하고, 폭행 뒤에도 병원에 데려가는 등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며 A 씨에게 지난해 2월 개정된 아동학대특례법, 이른바 '정인이 법'을 처음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아동학대에는 기존에 '아동학대 치사죄'가 적용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이 선고됐습니다. 하지만 2020년 10월, 태어난지 16개월 된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높아지면서 '아동학대살해죄'가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되면 사형·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형을 받아 살인죄보다 무겁게 다뤄지게 됐습니다.
■ 3차례 공판 끝 '무기징역' 구형…1심은 '징역 30년' 선고
'아동 학대살해죄'로 구속기소 된 A 씨의 첫 공판은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열렸습니다.
A 씨는 숨진 딸의 배를 밟은 것은 맞지만, '비비면서 눌러' 신체적 학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딸이 숨진 날은 본인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서 살해한 것은 아니고, 딸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숨지게 했다면서 고의가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3차례 공판이 이어지면서 검찰은 A 씨에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10년, 전자장치 부착 20년, 피해 자녀 접근 금지 등도 함께 명령했습니다.
마지막 공판 뒤 한 달 만에 열린 어제 1심 선고 공판.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제1형사부는 A 씨에 징역 30년과 40시간의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남편이자 숨진 딸의 친아버지가 집을 나간 지난해 3월부터 남편에 대한 분노가 학대로 이어졌고, 강도도 심해졌다고 봤습니다.
재판부가 확인한 폭행만 2020년 8월부터 2021년 6월까지 4차례. 학대가 이어지면서 숨진 딸은 몸무게가 5kg이 줄었고, 복통과 구토, 배가 부풀어 오르는 증상으로 지난해 6월에는 병원을 찾았지만 적극적인 치료는 받지 못한 채 견뎌야 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A 씨 진술과 부검 결과 등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A 씨가 거듭된 학대로 쇠약해진 딸이 자신의 행위로 인해 숨질 수 있다는 걸 인식했지만, 폭행을 이어갔다며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보호자인 A씨가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인 보호를 소홀히 한 행위는 '중대한 범죄'이고,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침해하는 살인죄는 절대 용인될 수 없다면서 숨진 딸이 느꼈을 신체적 고통 및 고립감, 공포, 슬픔 등의 정신적 고통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아동학대살해죄' 첫 발…"형량 여전히 늘지 않아"
선고가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울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법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던 아동시민단체 회원이었습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된 정인이 사건은 1심에서 무기징역이 나왔지만, 2심에서는 이보다 감형된 징역 35년이 선고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인이 사건 뒤 아동학대를 더 엄격히 다루겠다며 '아동학대살해죄'가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형량은 늘지 않았다며 개정된 법안이 무의미하다고 반발했습니다.
검찰은 판결문 양형 사유를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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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경 기자 tellm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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