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방화 셔터에 깔린 초등생 사지마비·뇌손상… 학교 책임은?

입력 2022.0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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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경남 김해시 영운초등학교의 사고가 난 ‘방화 셔터’2019년 경남 김해시 영운초등학교의 사고가 난 ‘방화 셔터’

■ 등교하던 초등 2학년 홍서홍 군, 갑자기 내려온 방화 셔터에 깔려

학생들의 등교가 한창이던 2019년 9월 30일 오전 8시 30분, 경남 김해시 영운초등학교.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홍서홍 군은 교실로 오르는 2층 계단을 막 지나다가 갑자기 내려온 방화 셔터에 깔렸습니다. 가방이 걸리면서 목 부위가 끼인 겁니다.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천장에서 순식간에 방화 셔터가 내려왔습니다. 옆에 있던 4학년 친형이 선생님을 불렀지만, 선생님은 바로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어른 여러 명이 달라붙어도 올리기 어려운 100㎏ 넘는 철제 셔터가 10분가량 서홍 군의 목을 짓눌렀습니다.
서홍 군은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2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병상에 누워 있습니다.

겨우 눈만 떴을 뿐, 가족을 알아보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영구적인 뇌 손상으로 인지 기능이 극도로 저하됐고 팔다리가 마비됐습니다.

‘영구 뇌 손상’, ‘팔다리 마비’ 상태로 누워 있는 홍서홍 군.‘영구 뇌 손상’, ‘팔다리 마비’ 상태로 누워 있는 홍서홍 군.

■ 당시 학교 행정실장 '벌금형'·시설 담당자 '금고형의 집행유예'

사고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운초등학교 당시 행정실장과 시설관리 담당자가 각각 벌금형과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시설관리 담당자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 행정실장은 벌금 1,000만 원이 내려졌습니다.

함께 기소된 소방시설관리 대행업체 직원은 "방화 셔터 부분까지 포함해 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별도 약정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시설관리 담당자는 사고 당시 당직실에 설치된 방화 셔터 조작 스위치를 임의로 눌러 건물 2층에 있는 방화 셔터들이 예고 없이 일제히 내려오게 한 혐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담당자는 사고 직전 해당 방화 셔터의 램프가 깜빡이자, 고장이 난 건지 확인하기 위해 버튼을 눌렀습니다.

재판부는 이 담당자가 방화 셔터를 조종하는 수신기 기능이나 작동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임의로 조작해 사고를 일으켰다고 판시했습니다.

행정실장은 이 학교의 소방안전관리자로서 시설관리 담당자를 교육·감독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혐의를 인정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행정실장이 방화 셔터 관련 스위치가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조작을 주의하라는 표시, 방화 셔터가 내려오는 곳이라는 경고 표시, 셔터 조작법에 대한 직원 교육 등 안전의무를 전혀 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업무상 과실로 서홍 군이 매우 중대한 부상을 입었고, 서홍 군 가족도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당시 이 학교 교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경남도교육청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내고 "소방안전관리자라는 이유로 6급 지방공무원은 유죄 판결을 받고, 학교장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라면서 "학생 안전사고 책임은 학교장이 져야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방화 셔터 스위치방화 셔터 스위치

■ 서홍 군 가족 "재판 과정에서 서홍이 과실 따져" 울분

서홍 군 어머니는 재판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서홍이의 과실에 대해 따지고 있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판결에 대해서도 "시설업체 관계자는 무죄를 받고 교장은 재판도 안 받았다"라며 "처벌이 약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서홍 군의 형은 이번에 사고가 난 영운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홍 군의 동생은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홍 군 어머니는 사고가 난 학교에 막내를 도저히 보낼 수 없다며 다른 학교 입학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 "아직 학교 측의 제대로 된 사과 못 받아"

어머니는 학교 측이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상황이 안 좋았다고 말할 뿐 정중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서홍 군 가족은 여전히 달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서홍이의 치료비와 간병비를 감당하느라 힘에 겨운 상황입니다. 서홍 군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려 약 없이는 지낼 수 없기도 합니다.

"학교 측으로부터 일부 지원금과 모금을 받기는 했지만, 그 돈을 되돌려주면 서홍이를 다시 사고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싫어도 보내지 않으면 부모가 학대로 처벌을 받아요."

"의무적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곳이라면 집 다음으로 안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 곳에서 난 사고로 팔다리 마비와 영구적 뇌 손상이라는 끔찍한 부상을 당했는데도 제대로 된 사과와 처벌이 없는 게 말이 되나요?"

서홍 군 어머니는 울분을 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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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방화 셔터에 깔린 초등생 사지마비·뇌손상… 학교 책임은?
    • 입력 2022-01-16 08:00:08
    취재K
2019년 경남 김해시 영운초등학교의 사고가 난 ‘방화 셔터’
■ 등교하던 초등 2학년 홍서홍 군, 갑자기 내려온 방화 셔터에 깔려

학생들의 등교가 한창이던 2019년 9월 30일 오전 8시 30분, 경남 김해시 영운초등학교.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홍서홍 군은 교실로 오르는 2층 계단을 막 지나다가 갑자기 내려온 방화 셔터에 깔렸습니다. 가방이 걸리면서 목 부위가 끼인 겁니다.

불이 나지 않았는데도 천장에서 순식간에 방화 셔터가 내려왔습니다. 옆에 있던 4학년 친형이 선생님을 불렀지만, 선생님은 바로 나타나지 못했습니다.

어른 여러 명이 달라붙어도 올리기 어려운 100㎏ 넘는 철제 셔터가 10분가량 서홍 군의 목을 짓눌렀습니다.
서홍 군은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2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병상에 누워 있습니다.

겨우 눈만 떴을 뿐, 가족을 알아보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영구적인 뇌 손상으로 인지 기능이 극도로 저하됐고 팔다리가 마비됐습니다.

‘영구 뇌 손상’, ‘팔다리 마비’ 상태로 누워 있는 홍서홍 군.
■ 당시 학교 행정실장 '벌금형'·시설 담당자 '금고형의 집행유예'

사고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운초등학교 당시 행정실장과 시설관리 담당자가 각각 벌금형과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시설관리 담당자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 행정실장은 벌금 1,000만 원이 내려졌습니다.

함께 기소된 소방시설관리 대행업체 직원은 "방화 셔터 부분까지 포함해 관리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별도 약정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라며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시설관리 담당자는 사고 당시 당직실에 설치된 방화 셔터 조작 스위치를 임의로 눌러 건물 2층에 있는 방화 셔터들이 예고 없이 일제히 내려오게 한 혐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 담당자는 사고 직전 해당 방화 셔터의 램프가 깜빡이자, 고장이 난 건지 확인하기 위해 버튼을 눌렀습니다.

재판부는 이 담당자가 방화 셔터를 조종하는 수신기 기능이나 작동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임의로 조작해 사고를 일으켰다고 판시했습니다.

행정실장은 이 학교의 소방안전관리자로서 시설관리 담당자를 교육·감독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혐의를 인정받았습니다.

재판부는 행정실장이 방화 셔터 관련 스위치가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조작을 주의하라는 표시, 방화 셔터가 내려오는 곳이라는 경고 표시, 셔터 조작법에 대한 직원 교육 등 안전의무를 전혀 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업무상 과실로 서홍 군이 매우 중대한 부상을 입었고, 서홍 군 가족도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당시 이 학교 교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경남도교육청공무원노조는 성명을 내고 "소방안전관리자라는 이유로 6급 지방공무원은 유죄 판결을 받고, 학교장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라면서 "학생 안전사고 책임은 학교장이 져야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방화 셔터 스위치
■ 서홍 군 가족 "재판 과정에서 서홍이 과실 따져" 울분

서홍 군 어머니는 재판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서홍이의 과실에 대해 따지고 있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판결에 대해서도 "시설업체 관계자는 무죄를 받고 교장은 재판도 안 받았다"라며 "처벌이 약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서홍 군의 형은 이번에 사고가 난 영운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홍 군의 동생은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서홍 군 어머니는 사고가 난 학교에 막내를 도저히 보낼 수 없다며 다른 학교 입학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 "아직 학교 측의 제대로 된 사과 못 받아"

어머니는 학교 측이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모든 상황이 안 좋았다고 말할 뿐 정중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서홍 군 가족은 여전히 달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서홍이의 치료비와 간병비를 감당하느라 힘에 겨운 상황입니다. 서홍 군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려 약 없이는 지낼 수 없기도 합니다.

"학교 측으로부터 일부 지원금과 모금을 받기는 했지만, 그 돈을 되돌려주면 서홍이를 다시 사고 전으로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싫어도 보내지 않으면 부모가 학대로 처벌을 받아요."

"의무적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곳이라면 집 다음으로 안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 곳에서 난 사고로 팔다리 마비와 영구적 뇌 손상이라는 끔찍한 부상을 당했는데도 제대로 된 사과와 처벌이 없는 게 말이 되나요?"

서홍 군 어머니는 울분을 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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