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 19일,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에 네일 숍이 차려졌습니다. 반 고흐의 자화상이 걸린 전시장 한가운데에서 손톱을 다듬고 메니큐어를 칠하는 손톱 관리가 진행됐습니다.
네일 아티스트는 반 고흐의 유명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과 '꽃피는 아몬드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손님의 손톱 위에 그려나갔습니다.
전시장의 다른 쪽에는 미용실이 차려졌습니다. 긴 가운을 입은 손님이 의자에 앉자, 미용사는 능숙하게 머리카락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은 고흐의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입니다. 하지만 이 행사는 행위 예술도, 미술관의 수익사업도 아닙니다.
네덜란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미술관 폐쇄 조치가 연장된 데 항의하는 미술관 측의 시위입니다.
같은 날, 암스테르담의 유서깊은 공연장인 콘세르트헤바우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상 앞에 미용실이 차려졌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습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단상 위에서는 머리 손질이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관중석에 앉아있는 손님들은 연주곡을 감상하면서 머리 손질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방역지침에 항의하기 위한 네덜란드 문화예술계의 연대 시위입니다.
■ 네덜란드 문화계, 미술관 공연장 봉쇄 연장에 항의 시위
왜 미용실이 차려진 걸까? 네덜란드 정부의 방역조치에서 미용실과 체육시설만 빠졌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오미크론 방역을 위해 지난해 12월 중순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봉쇄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용실과 체육시설은 봉쇄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봉쇄 조치가 연장된 문화예술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 고흐 미술관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해마다 전세계에서 2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던 곳입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네덜란드 정부가 문화시설을 폐쇄하도록 하면서 2020년 미술관 관람객은 50만 명에 그쳤는데, 이번 조치로 미술관은 기약 없이 계속 문을 닫게 됐습니다.
반 고흐 미술관의 에밀리 고든커 감독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술관 관람은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관람은 네일 숍에 가는 것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라고 시위 참여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지 모두가 이해할 수 있고 형평성 있는 방역지침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반 고흐 미술관 홈페이지에 공식 게재된 '미용실 극장' 프로그램 안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망을 갖는 것은 감정이기 보다는 지금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라는 고흐의 말을 인용해 항의시위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콘세르트헤바우의 시몬 리인크 감독 역시 "공연장에서 음악을 감상하거나 미술관에서 관람하는 건 건 매우 안전한데, 봉쇄 조치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 지난 2년간 공연에서 감염이 확산된 사례가 없다."면서 "우리는 대규모 관중에 맞춰 전문적으로, 안전하게 공연을 해왔다."고 봉쇄 완화를 요구했습니다.
■ "문화예술은 코로나 우울에 대처하는 마음 방역"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19일 기준으로 네덜란드의 코로나 일일 신규 확진자는 6만 9천여 명에 이릅니다. 네덜란드로서는 최대 규모의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문화예술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코로나 우울에 맞서려면 문화를 누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항의 시위에 참가한 네일 아티스트 미라아나는 "이번 시위를 통해 정부가 문화시설이 정신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개장을 허락해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고든커 감독은 "체육시설을 개방한 정부의 조치를 이해한다."면서 "마찬가지로 정신 건강을 위한 운동시설도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술관이야말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 장소이고, 정신 건강은 특별히 고흐 미술관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말입니다.
다만 미술관 측은 항의 시위에 참가자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와 QR코드 인증을 했다면서, 백신 거부 운동, 봉쇄 반대 운동과는 거리를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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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 고흐 미술관이 ‘미용실’이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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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1-21 07:00:25
현지시각 19일,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에 네일 숍이 차려졌습니다. 반 고흐의 자화상이 걸린 전시장 한가운데에서 손톱을 다듬고 메니큐어를 칠하는 손톱 관리가 진행됐습니다.
네일 아티스트는 반 고흐의 유명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과 '꽃피는 아몬드 나무'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손님의 손톱 위에 그려나갔습니다.
전시장의 다른 쪽에는 미용실이 차려졌습니다. 긴 가운을 입은 손님이 의자에 앉자, 미용사는 능숙하게 머리카락을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은 고흐의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미술관입니다. 하지만 이 행사는 행위 예술도, 미술관의 수익사업도 아닙니다.
네덜란드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미술관 폐쇄 조치가 연장된 데 항의하는 미술관 측의 시위입니다.
같은 날, 암스테르담의 유서깊은 공연장인 콘세르트헤바우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상 앞에 미용실이 차려졌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습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단상 위에서는 머리 손질이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관중석에 앉아있는 손님들은 연주곡을 감상하면서 머리 손질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방역지침에 항의하기 위한 네덜란드 문화예술계의 연대 시위입니다.
■ 네덜란드 문화계, 미술관 공연장 봉쇄 연장에 항의 시위
왜 미용실이 차려진 걸까? 네덜란드 정부의 방역조치에서 미용실과 체육시설만 빠졌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오미크론 방역을 위해 지난해 12월 중순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봉쇄조치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용실과 체육시설은 봉쇄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봉쇄 조치가 연장된 문화예술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 고흐 미술관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해마다 전세계에서 2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던 곳입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네덜란드 정부가 문화시설을 폐쇄하도록 하면서 2020년 미술관 관람객은 50만 명에 그쳤는데, 이번 조치로 미술관은 기약 없이 계속 문을 닫게 됐습니다.
반 고흐 미술관의 에밀리 고든커 감독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술관 관람은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관람은 네일 숍에 가는 것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라고 시위 참여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지 모두가 이해할 수 있고 형평성 있는 방역지침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콘세르트헤바우의 시몬 리인크 감독 역시 "공연장에서 음악을 감상하거나 미술관에서 관람하는 건 건 매우 안전한데, 봉쇄 조치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 지난 2년간 공연에서 감염이 확산된 사례가 없다."면서 "우리는 대규모 관중에 맞춰 전문적으로, 안전하게 공연을 해왔다."고 봉쇄 완화를 요구했습니다.
■ "문화예술은 코로나 우울에 대처하는 마음 방역"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19일 기준으로 네덜란드의 코로나 일일 신규 확진자는 6만 9천여 명에 이릅니다. 네덜란드로서는 최대 규모의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문화예술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코로나 우울에 맞서려면 문화를 누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항의 시위에 참가한 네일 아티스트 미라아나는 "이번 시위를 통해 정부가 문화시설이 정신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개장을 허락해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고든커 감독은 "체육시설을 개방한 정부의 조치를 이해한다."면서 "마찬가지로 정신 건강을 위한 운동시설도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술관이야말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 장소이고, 정신 건강은 특별히 고흐 미술관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말입니다.
다만 미술관 측은 항의 시위에 참가자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와 QR코드 인증을 했다면서, 백신 거부 운동, 봉쇄 반대 운동과는 거리를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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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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