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소외된 이웃과 함께…탈북민들의 명절 나눔

입력 2022.01.29 (08:27) 수정 2022.01.2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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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부터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되는데요.

하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정부도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이어서 명절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네. 명절 때가 되면 취약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독거노인분들은 외로움을 더 느끼실 것 같은데요.

최효은 리포터! 설을 앞두고 소외된 이웃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탈북민들이 있다고요?

네. ‘하나 봄 봉사단’이라는 이름의 단체인데요.

지역 내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명절의 정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최근에 상도 받았다고요?

그렇습니다.

월남전 참전 유공자들한테 봉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분들은 봉사활동을 통해서 향수를 달래고 나눔의 보람을 느끼고 있었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받은 도움을 취약계층에게 환원하는 현장으로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설날.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설을 앞둔 사람들 표정에는 그래도 설렘과 기대가 묻어나는데요.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소외된 이웃들을 챙기는 ‘하나 봄 봉사단’ 단원들을 만났습니다.

[김남숙/하나 봄 봉사단/탈북민 : "어르신들이 선물 받는 기분으로 여러 가지로 준비를 했습니다. 마스크나 요구르트나 귤이나 감이나 이렇게 다양하게 준비를 했더라고요."]

‘하나 봄 봉사단’ 활동은 2009년 양강도 대홍단군에서 탈북한 김혜성 단장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민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2020년 말에 결성됐습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저희 봉사단은 (목표가) 사회통합이기 때문에 남향민과 북향민이 함께 구성돼있어요."]

20여 명의 탈북민 단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느새 40여 명으로 늘었는데요.

코로나 19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모이지 못하고 삼삼오오 짝을 맞춰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로 3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혜성 단장과 하나 봄 봉사단. 오늘은 설날을 앞두고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명절의 정을 전해 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날 처음 방문한 곳은 한 할머니 댁입니다.

병마와 싸우고 계신 할머니를 뵈니 북한에 있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 엄마도 많이 아팠거든요. 7년"]

함께 사는 딸이 출근하면 할머니는 하루 종일 혼자 지내야 하는데요.

이렇게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집안일도 대신해 드립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설 이란 게 없었으면 좋겠다. 참 슬프다 이런 생각. 근데 이렇게 봉사를 하다 보면 조금 그게 덜어져요. 봉사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회사에서 생겼던 일들을 같이 얘기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 있었을 때 이런 방법으로 해소하면 되겠구나 이런 게 있었어요"]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먹고 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도와야 되나? 이런 생각이 앞섰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작은 정성을 베풀었을 뿐인데 고마워하는 사람들 모습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김남숙/하나 봄 봉사단, 탈북민 : "북한에선 누군가를 위해서 충성 봉사를 했다면 이곳에선 우리 같은 사람들끼리 우리보다 내가 누구를 도울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좋은 거 같아요"]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한 노부부가 사는 집이었는데요.

["안녕하세요. 아이고 웬일이셔?"]

[김남숙/하나 봄 봉사단탈북민 : "떡국을 드셔야 한국은 나이를 먹는다고 하니까."]

["명절에 준비 안 해도 할 수 있게끔 떡국도 가져오시고 여러 가지 많이 주셔서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를 할머니가 혼자 보살피고 계셨는데요.

[김남숙/하나 봄 봉사단/탈북민 : "아버님 드셔보세요. (감사합니다)"]

점점 기억이 아득해져 가는 할아버지.

실향민인 할아버지는 더 늦기 전에 북한에 사는 친척들을 꼭 한 번 만나길 소원합니다.

[김명천/실향민 : "저희 아버지 어머니도 평안북도 사람이에요. (평안북도세요) 평안북도. 엄마는 신의주고 저희 아버지는 평안북도 선천. 나 3살 때 이북에서 피난 온 거예요."]

말없이 할아버지의 손을 어루만지는 김혜성 단장.

실향민 어르신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이분들이 실향민 1세대 시잖아요. 몇십 년 후엔 우리가 이분들 입장이 되겠구나 이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조금이라도 설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봉사단 규모가 커지면서 더욱 많은 이웃들을 챙기기 시작한 ‘하나 봄 봉사단’

지난해에는 월남전 참전 유공자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봉사활동을 벌였는데요.

특히 어르신들 영정사진을 찍어드리며 그들의 한 많은 삶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이분들은 산증인이잖아요. ‘이분들이 있어서 우리 대한민국이 있구나.’ 이분들과 같이 한번 해보자 이런 봉사를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코로나 19로 함께 할 순 없었지만 봉사단원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어르신들의 적적함을 달래주었는데요. 이런 봉사단원들을 위해서 특별한 상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김혜성 단장과 단원들이 쑥스러운 모습으로 단상에 오릅니다.

[이화종/월남전참전자회 회장 : "자긍심 고취에 크게 기여하였으므로 이에 감사의 뜻을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

월남전참전자회가 하나 봄 봉사단 단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진심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했는데요.

[이화종/월남전참전자회 회장 : "봉사단에서 자발적으로 우리 많이 도와주셨어요. 참 고마워서 오늘 이런 중요한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한 봉사활동은 아니었는데요.

올해는 좀 더 체계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봉사단원들이) 심리상담사 자격을 다 받았어요. 어르신 댁에 찾아가서 살아온 얘기를 듣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조금씩 해소해보는 그런 걸 해보고 싶습니다."]

하나 봄 봉사단원들은 북녘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한국 사회에 정착하며 받은 도움을 소외된 이웃들에게 되돌려주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더 힘든 설 명절.

주변의 이웃들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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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소외된 이웃과 함께…탈북민들의 명절 나눔
    • 입력 2022-01-29 08:27:37
    • 수정2022-01-29 09: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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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부터 본격적인 설 연휴가 시작되는데요.

하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정부도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이어서 명절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네. 명절 때가 되면 취약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독거노인분들은 외로움을 더 느끼실 것 같은데요.

최효은 리포터! 설을 앞두고 소외된 이웃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탈북민들이 있다고요?

네. ‘하나 봄 봉사단’이라는 이름의 단체인데요.

지역 내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명절의 정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이 최근에 상도 받았다고요?

그렇습니다.

월남전 참전 유공자들한테 봉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분들은 봉사활동을 통해서 향수를 달래고 나눔의 보람을 느끼고 있었는데요.

한국 사회에서 받은 도움을 취약계층에게 환원하는 현장으로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설날.

코로나 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설을 앞둔 사람들 표정에는 그래도 설렘과 기대가 묻어나는데요.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소외된 이웃들을 챙기는 ‘하나 봄 봉사단’ 단원들을 만났습니다.

[김남숙/하나 봄 봉사단/탈북민 : "어르신들이 선물 받는 기분으로 여러 가지로 준비를 했습니다. 마스크나 요구르트나 귤이나 감이나 이렇게 다양하게 준비를 했더라고요."]

‘하나 봄 봉사단’ 활동은 2009년 양강도 대홍단군에서 탈북한 김혜성 단장이 주도하고 있는데요.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민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2020년 말에 결성됐습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저희 봉사단은 (목표가) 사회통합이기 때문에 남향민과 북향민이 함께 구성돼있어요."]

20여 명의 탈북민 단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느새 40여 명으로 늘었는데요.

코로나 19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모이지 못하고 삼삼오오 짝을 맞춰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로 3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혜성 단장과 하나 봄 봉사단. 오늘은 설날을 앞두고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명절의 정을 전해 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날 처음 방문한 곳은 한 할머니 댁입니다.

병마와 싸우고 계신 할머니를 뵈니 북한에 있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우리 엄마도 많이 아팠거든요. 7년"]

함께 사는 딸이 출근하면 할머니는 하루 종일 혼자 지내야 하는데요.

이렇게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집안일도 대신해 드립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설 이란 게 없었으면 좋겠다. 참 슬프다 이런 생각. 근데 이렇게 봉사를 하다 보면 조금 그게 덜어져요. 봉사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회사에서 생겼던 일들을 같이 얘기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 있었을 때 이런 방법으로 해소하면 되겠구나 이런 게 있었어요"]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는 먹고 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도와야 되나? 이런 생각이 앞섰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작은 정성을 베풀었을 뿐인데 고마워하는 사람들 모습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김남숙/하나 봄 봉사단, 탈북민 : "북한에선 누군가를 위해서 충성 봉사를 했다면 이곳에선 우리 같은 사람들끼리 우리보다 내가 누구를 도울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좋은 거 같아요"]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한 노부부가 사는 집이었는데요.

["안녕하세요. 아이고 웬일이셔?"]

[김남숙/하나 봄 봉사단탈북민 : "떡국을 드셔야 한국은 나이를 먹는다고 하니까."]

["명절에 준비 안 해도 할 수 있게끔 떡국도 가져오시고 여러 가지 많이 주셔서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를 할머니가 혼자 보살피고 계셨는데요.

[김남숙/하나 봄 봉사단/탈북민 : "아버님 드셔보세요. (감사합니다)"]

점점 기억이 아득해져 가는 할아버지.

실향민인 할아버지는 더 늦기 전에 북한에 사는 친척들을 꼭 한 번 만나길 소원합니다.

[김명천/실향민 : "저희 아버지 어머니도 평안북도 사람이에요. (평안북도세요) 평안북도. 엄마는 신의주고 저희 아버지는 평안북도 선천. 나 3살 때 이북에서 피난 온 거예요."]

말없이 할아버지의 손을 어루만지는 김혜성 단장.

실향민 어르신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이분들이 실향민 1세대 시잖아요. 몇십 년 후엔 우리가 이분들 입장이 되겠구나 이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조금이라도 설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봉사단 규모가 커지면서 더욱 많은 이웃들을 챙기기 시작한 ‘하나 봄 봉사단’

지난해에는 월남전 참전 유공자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봉사활동을 벌였는데요.

특히 어르신들 영정사진을 찍어드리며 그들의 한 많은 삶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이분들은 산증인이잖아요. ‘이분들이 있어서 우리 대한민국이 있구나.’ 이분들과 같이 한번 해보자 이런 봉사를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코로나 19로 함께 할 순 없었지만 봉사단원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춰서 어르신들의 적적함을 달래주었는데요. 이런 봉사단원들을 위해서 특별한 상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김혜성 단장과 단원들이 쑥스러운 모습으로 단상에 오릅니다.

[이화종/월남전참전자회 회장 : "자긍심 고취에 크게 기여하였으므로 이에 감사의 뜻을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

월남전참전자회가 하나 봄 봉사단 단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진심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했는데요.

[이화종/월남전참전자회 회장 : "봉사단에서 자발적으로 우리 많이 도와주셨어요. 참 고마워서 오늘 이런 중요한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누가 알아주길 바라고 한 봉사활동은 아니었는데요.

올해는 좀 더 체계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혜성/하나 봄 봉사단 단장/탈북민 : "(봉사단원들이) 심리상담사 자격을 다 받았어요. 어르신 댁에 찾아가서 살아온 얘기를 듣고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조금씩 해소해보는 그런 걸 해보고 싶습니다."]

하나 봄 봉사단원들은 북녘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한국 사회에 정착하며 받은 도움을 소외된 이웃들에게 되돌려주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더 힘든 설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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