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나홀로·조용히·디지털…코로나가 바꾼 대선
입력 2022.02.02 (08:00)
수정 2022.02.0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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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타는 버스 '매타버스'를 탔습니다. 훑은 지역마다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게 자체 판단인데요, 그러나 코로나19가 악화되는 상황에 많은 시민이 운집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보고 두 달여만에 잠정 중단했습니다.
이후 생각해낸 것이 'BMW' 방식 즉 버스(Bus)와 지하철(Metro), 도보(Walking)를 이용한 민심 탐방입니다. 후보 혼자 휴대전화 하나만 들고 다니며 유세를 생중계하겠다는 구상인데 이조차도 단 두 번만에 끝났습니다. 방역 수칙에 맞지 않다는 우려가 일부 작용했습니다.

#2.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AI 윤석열'을 위해 3천 문장을 읽었습니다. AI가 '가'와 '갸'를 구분하도록 하려면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틀 내내 바쁜 일정을 쪼개 다양한 문장을 읽은 겁니다. 심지어 손을 펼치는 움직임도 넣기 위해 수십 번 이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윤 후보가 'AI 윤석열'에 이렇게 공을 들인 이유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어떻게든 국민들과 접점을 늘리기 위한 노력입니다.

#3. 단 하루가 아까운 대선 국면. 후보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만나고 한 마디라도 더 해야 하는데 2주를 통으로 날리는 자가격리 통보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입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때 연이어 확진된 김두관, 정세균 후보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당시 김두관 후보는 자택에 온라인 소통을 위한 스튜디오까지 만들고, 정세균 후보는 화상연결로 토론회에 참여하며 사활을 걸었는데 결국 여의치 않자 당에 경선 연기까지 요청했었습니다.

#4. 코로나19는 대선 의제도 결정했습니다. 모든 후보가 '코로나 사령관'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데 집중하는가 하면 현정부에 대한 코로나 '성과론'와 '심판론'으로 맞붙습니다. 이어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지원 확대 요구, 이를 위한 추경 카드, 이 카드를 둘러싼 여야 주도권 싸움까지 코로나19가 촉발한 굵직한 이슈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5. 자원이 부족한 다른 정당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으려 분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다음 대통령 임기 중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감염병이 반드시 올 건데 의사 출신인 본인만큼 감염병 대처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전문성과 미래 전략을 강조해 틈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불평등이 심화되고 시민들 삶이 어려워졌다며 정의당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19는 선거 운동 방식과 전략, 대선 의제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 오미크론 한 가운데 선거 운동 본격화
지금부터는 당장 이달 15일부터 시작될 공식 선거 운동이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우리는 이미 하루 확진자 수십 명대였던 2020년에 21대 총선, 그리고 수백 명대였던 지난해에 4·7 재보궐 선거를 겪은 바 있지만 확진자 만 명대, 최악의 경우 수십만 명대도 대비해야 하는 이번 대선은 '가보지 않은 길'입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과거 대규모 대면 유세가 비대면 유세로 전환됐다는 점입니다. 특히 곧 시작될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은 오미크론 폭증의 한 가운데일 수도 있는 만큼 각 정당은 규모나 내용 면에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한 정당 홍보 담당자는 "코로나 위험도가 아주 높아질 경우와 중간일 경우를 나눠서 대비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대면 유세와 대면 홍보는 절제하고 비대면 디지털 홍보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현장 유세의 대명사격인 유세 차량에도 사람 대신 영상 모니터를 탑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서울 지역 국회의원은 율동, 로고송, 앰프가 없는 '3무' 선거 운동이나 군중 유세 없이 후보가 홀로 배낭을 매고 돌아다니는 선거 운동까지 창의력을 발휘해 고민을 정말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규모로 모여 소리 치고 노래 부르는 전통 방식은 비호감 정서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 비대면·디지털 선거는 '신풍속'
조직 동원도 약화됐습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평소라면 지역구 의원들이 당원들, 직능 조직, 심지어 등산 모임까지 체크해야 하는데 그런 모임 자체가 확 줄었다"며 "요즘 지역구 의원들이 크게 할 일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반짝 현상이 아닌 '신풍속'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윤태곤 실장은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도 디지털이 강화되고 조직 선거가 약화되는 방향으로 변화가 있었다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가속화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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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2-02 08:00:06
- 수정2022-02-05 08:53:26

#1.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타는 버스 '매타버스'를 탔습니다. 훑은 지역마다 지지율이 올라갔다는 게 자체 판단인데요, 그러나 코로나19가 악화되는 상황에 많은 시민이 운집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보고 두 달여만에 잠정 중단했습니다.
이후 생각해낸 것이 'BMW' 방식 즉 버스(Bus)와 지하철(Metro), 도보(Walking)를 이용한 민심 탐방입니다. 후보 혼자 휴대전화 하나만 들고 다니며 유세를 생중계하겠다는 구상인데 이조차도 단 두 번만에 끝났습니다. 방역 수칙에 맞지 않다는 우려가 일부 작용했습니다.

#2.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AI 윤석열'을 위해 3천 문장을 읽었습니다. AI가 '가'와 '갸'를 구분하도록 하려면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틀 내내 바쁜 일정을 쪼개 다양한 문장을 읽은 겁니다. 심지어 손을 펼치는 움직임도 넣기 위해 수십 번 이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윤 후보가 'AI 윤석열'에 이렇게 공을 들인 이유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 어떻게든 국민들과 접점을 늘리기 위한 노력입니다.

#3. 단 하루가 아까운 대선 국면. 후보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만나고 한 마디라도 더 해야 하는데 2주를 통으로 날리는 자가격리 통보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입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때 연이어 확진된 김두관, 정세균 후보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당시 김두관 후보는 자택에 온라인 소통을 위한 스튜디오까지 만들고, 정세균 후보는 화상연결로 토론회에 참여하며 사활을 걸었는데 결국 여의치 않자 당에 경선 연기까지 요청했었습니다.

#4. 코로나19는 대선 의제도 결정했습니다. 모든 후보가 '코로나 사령관'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데 집중하는가 하면 현정부에 대한 코로나 '성과론'와 '심판론'으로 맞붙습니다. 이어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지원 확대 요구, 이를 위한 추경 카드, 이 카드를 둘러싼 여야 주도권 싸움까지 코로나19가 촉발한 굵직한 이슈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5. 자원이 부족한 다른 정당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으려 분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다음 대통령 임기 중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감염병이 반드시 올 건데 의사 출신인 본인만큼 감염병 대처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전문성과 미래 전략을 강조해 틈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불평등이 심화되고 시민들 삶이 어려워졌다며 정의당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코로나19는 선거 운동 방식과 전략, 대선 의제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 오미크론 한 가운데 선거 운동 본격화
지금부터는 당장 이달 15일부터 시작될 공식 선거 운동이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우리는 이미 하루 확진자 수십 명대였던 2020년에 21대 총선, 그리고 수백 명대였던 지난해에 4·7 재보궐 선거를 겪은 바 있지만 확진자 만 명대, 최악의 경우 수십만 명대도 대비해야 하는 이번 대선은 '가보지 않은 길'입니다.
우선 눈에 띄는 건 과거 대규모 대면 유세가 비대면 유세로 전환됐다는 점입니다. 특히 곧 시작될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은 오미크론 폭증의 한 가운데일 수도 있는 만큼 각 정당은 규모나 내용 면에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한 정당 홍보 담당자는 "코로나 위험도가 아주 높아질 경우와 중간일 경우를 나눠서 대비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대면 유세와 대면 홍보는 절제하고 비대면 디지털 홍보로 방향을 잡고 있다"며 현장 유세의 대명사격인 유세 차량에도 사람 대신 영상 모니터를 탑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서울 지역 국회의원은 율동, 로고송, 앰프가 없는 '3무' 선거 운동이나 군중 유세 없이 후보가 홀로 배낭을 매고 돌아다니는 선거 운동까지 창의력을 발휘해 고민을 정말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규모로 모여 소리 치고 노래 부르는 전통 방식은 비호감 정서만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 비대면·디지털 선거는 '신풍속'
조직 동원도 약화됐습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평소라면 지역구 의원들이 당원들, 직능 조직, 심지어 등산 모임까지 체크해야 하는데 그런 모임 자체가 확 줄었다"며 "요즘 지역구 의원들이 크게 할 일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반짝 현상이 아닌 '신풍속'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윤태곤 실장은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도 디지털이 강화되고 조직 선거가 약화되는 방향으로 변화가 있었다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가속화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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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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