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 올리면 전부 기사한테 간다? 따져봤더니…

입력 2022.02.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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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연초부터 배달대행업체들이 잇따라 배달료를 올렸습니다. '배달비 1만 원 시대'라는 말도 나옵니다.

음식점 주인들 불만이 커지자, 업체들은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올린다'며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쿠팡이츠 등 대형 업체에 배달 기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배달료를 올려줘야 한다는 겁니다. 보험료를 새롭게 부담하게 된 것도 인상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그럼 업체들 설명처럼 인상된 배달료는 배달 기사의 몫으로 가는 걸까요? 배달료를 이렇게 올려야 할 만큼 실제 업체들의 보험료 부담이 큰 걸까요?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배달대행업체, 배달료 올리면서 '수수료'도 올렸다

배달료는 배달 기사와 이 기사가 속해 있는 배달대행업체, 그리고 음식점과 배달대행업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나눠 갖습니다.

지역이나 업체마다 이 3자가 나눠 갖는 비율은 다 다릅니다. 여기서 배달대행업체가 가져가는 몫을 업계에서는 '수수료'라고 부릅니다.

업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최근 배달대행업체들은 5백 원에서 천 원씩 배달료를 인상했습니다. 지난해 보통 3천 원대였던 배달료는 4천 원대로 올라섰고, 시간대나 날씨에 따라 1만 원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료를 올리면서, 수수료도 같이 올린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배달 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의 설문 조사 결과를 KBS가 입수해 보니, 배달 기사 64명 중 63.5%는 업체에 주는 수수료가 올랐다고 답했습니다.

배달대행 업체가 수수료를 100원~200원 정도 올렸다는 응답자가 14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300~400원 미만 인상이 9명으로 그 다음이었습니다.

경남 창원에는 수수료가 총 배달비의 13~15%에 달하는 업체도 있다고 라이더유니온 측은 밝혔습니다. 배달비가 4천 원이라면 500원가량이 수수료라는 겁니다.

박정훈 /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문제는 고용보험을 핑계로 배달대행업체가 배달 기사에게 떼 가는 수수료도 높이는 데 있습니다. 배달 기사 핑계 대면서 자영업자에게 기본배달료를 인상해놓고, 그 인상분에 비해 배달대행업체가 배달 기사에게 받는 수수료를 과도하게 올린 곳이 많습니다."

물론 배달료가 오르면서 배달 기사들의 수입도 늘어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인상분 일부는 분명히 업체가 가져가고 있습니다. 배달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선 배달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업체들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든 이유입니다.

■ 보험료는 건당 20~30원 불과…"수수료 인상 과도"

배달대행업체들은 배달 기사들의 각종 보험료를 새로 부담하게 돼, 배달비를 올린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배달 기사는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속하는 직종으로, 지난해 7월부터 산재보험이, 올해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습니다.

고용보험료는 배달 기사가 받는 배달료에서 경비로 인정되는 30.4%를 제외하고, 플랫폼 프로그램 사용료와 배달대행업체 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의 0.7%를 배달대행업체와 배달 기사가 각각 납부하는 식입니다.

좀 복잡하죠? 배달 1건당 고용보험료로 업체가 얼마나 내는지 실제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배달료가 4천5백 원일 경우, 경비 인정률 30.4%만 공제하고 계산해봐도 건당 고용보험료는 20원 정도로 계산됩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도 배달 1건당 고용보험료는 보통 20~30원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험료는 배달 한 건당 20~30원으로 추정되는데, 수수료는 최소 백 원 이상 올린 업체들이 많다 보니, 배달 기사들은 불만이 큽니다.

■ "수수료는 업체 운영비" VS "그럼, 내역 공개해야"

배달대행업체들은 수수료를 월세, 전기세, 관리비 등 운영비에 쓴다고 말합니다. 취재진과 만난 한 업체 사장은 기사들이 돈을 버는 것이지, 정작 본인들에게는 돌아오는 게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업체 중에는 수수료 액수가 적은 곳도 있어서 틀린 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 강서구 A 배달대행업체 사장

"배달료가 올랐으면 (기사들이 업체에 내는)콜 수수료도 올려야죠. 그만큼 벌어가는데... 예전에는 300원이었다가 400원이었다 500원이었다 이렇게 오른 거예요."

"기사들은 손해 보는 게 전혀 없어요. 배달료가 더 올랐기 때문에... 우리는 전기세, 오토바이 관리비 등으로 쓰죠. 우리는 100원밖에 안 올렸어요. 수수료 800원 올린 업체도 있는데…."

"지사 마음이에요. 지사마다 다 달라요. 뭐 800원 받는 데도 있고 700원 받는 데도 있고. 500원 받든 800원 받든 지사 사장이 마음대로 정하는 거고..."

문제는 이 수수료를 배달대행업체가 마음대로 정하는 데다, 어떻게 책정되는지 그 내역을 배달 기사들이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일부 배달대행업체는 배달 기사들이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에 실제 배달비보다 적은 액수가 표시되도록 '꼼수'를 쓰기도 합니다.

(왼쪽) 기본배달료 4천5백 원 (오른쪽) 배달기사들이 사용하는 앱에는 3천8백 원으로 표시돼 있다(왼쪽) 기본배달료 4천5백 원 (오른쪽) 배달기사들이 사용하는 앱에는 3천8백 원으로 표시돼 있다

위 사진을 보면 경기도의 한 배달대행업체는 기본배달료를 4천5백 원으로 인상했습니다. 그런데 배달 기사들이 보는 앱에는 배달료가 3천8백 원이 입금된 것으로 표시됐습니다. 수수료 명목으로 업체가 7백 원을 뗀 건데, 배달기사들은 업체가 결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명목으로 떼 갔는지도 모릅니다.

경남 창원의 한 배달대행업체는 배달료를 5백 원 올렸는데, 배달 기사 앱에는 3백 원만 올린 것처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표시되지 않은 배달료는 고스란히 배달대행업체가 가져갔습니다.

■ 국가인권위원회 "과도한 수수료 공제 개선해야"

현행 배달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나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수료 비율에 대한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 과도한 수수료 공제에 대해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습니다. '직업안정법'이 직업 소개 수수료의 상한선을 고용노동부 고시를 통해 규제하고 있는 것처럼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적정 수수료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정위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심사 지침'에 따르면, 수익 배분에 관한 사항이나 변경과 관련해, 부당하게 한쪽에서 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배달 시장은 급격히 커졌습니다. 배달대행업체와 배달 기사가 상생하고,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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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료 올리면 전부 기사한테 간다? 따져봤더니…
    • 입력 2022-02-02 08:00:06
    취재K

올들어 연초부터 배달대행업체들이 잇따라 배달료를 올렸습니다. '배달비 1만 원 시대'라는 말도 나옵니다.

음식점 주인들 불만이 커지자, 업체들은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올린다'며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쿠팡이츠 등 대형 업체에 배달 기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배달료를 올려줘야 한다는 겁니다. 보험료를 새롭게 부담하게 된 것도 인상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그럼 업체들 설명처럼 인상된 배달료는 배달 기사의 몫으로 가는 걸까요? 배달료를 이렇게 올려야 할 만큼 실제 업체들의 보험료 부담이 큰 걸까요?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배달대행업체, 배달료 올리면서 '수수료'도 올렸다

배달료는 배달 기사와 이 기사가 속해 있는 배달대행업체, 그리고 음식점과 배달대행업체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나눠 갖습니다.

지역이나 업체마다 이 3자가 나눠 갖는 비율은 다 다릅니다. 여기서 배달대행업체가 가져가는 몫을 업계에서는 '수수료'라고 부릅니다.

업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최근 배달대행업체들은 5백 원에서 천 원씩 배달료를 인상했습니다. 지난해 보통 3천 원대였던 배달료는 4천 원대로 올라섰고, 시간대나 날씨에 따라 1만 원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료를 올리면서, 수수료도 같이 올린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배달 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의 설문 조사 결과를 KBS가 입수해 보니, 배달 기사 64명 중 63.5%는 업체에 주는 수수료가 올랐다고 답했습니다.

배달대행 업체가 수수료를 100원~200원 정도 올렸다는 응답자가 14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300~400원 미만 인상이 9명으로 그 다음이었습니다.

경남 창원에는 수수료가 총 배달비의 13~15%에 달하는 업체도 있다고 라이더유니온 측은 밝혔습니다. 배달비가 4천 원이라면 500원가량이 수수료라는 겁니다.

박정훈 /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문제는 고용보험을 핑계로 배달대행업체가 배달 기사에게 떼 가는 수수료도 높이는 데 있습니다. 배달 기사 핑계 대면서 자영업자에게 기본배달료를 인상해놓고, 그 인상분에 비해 배달대행업체가 배달 기사에게 받는 수수료를 과도하게 올린 곳이 많습니다."

물론 배달료가 오르면서 배달 기사들의 수입도 늘어난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인상분 일부는 분명히 업체가 가져가고 있습니다. 배달 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선 배달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업체들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 힘든 이유입니다.

■ 보험료는 건당 20~30원 불과…"수수료 인상 과도"

배달대행업체들은 배달 기사들의 각종 보험료를 새로 부담하게 돼, 배달비를 올린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배달 기사는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속하는 직종으로, 지난해 7월부터 산재보험이, 올해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습니다.

고용보험료는 배달 기사가 받는 배달료에서 경비로 인정되는 30.4%를 제외하고, 플랫폼 프로그램 사용료와 배달대행업체 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의 0.7%를 배달대행업체와 배달 기사가 각각 납부하는 식입니다.

좀 복잡하죠? 배달 1건당 고용보험료로 업체가 얼마나 내는지 실제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배달료가 4천5백 원일 경우, 경비 인정률 30.4%만 공제하고 계산해봐도 건당 고용보험료는 20원 정도로 계산됩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도 배달 1건당 고용보험료는 보통 20~30원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보험료는 배달 한 건당 20~30원으로 추정되는데, 수수료는 최소 백 원 이상 올린 업체들이 많다 보니, 배달 기사들은 불만이 큽니다.

■ "수수료는 업체 운영비" VS "그럼, 내역 공개해야"

배달대행업체들은 수수료를 월세, 전기세, 관리비 등 운영비에 쓴다고 말합니다. 취재진과 만난 한 업체 사장은 기사들이 돈을 버는 것이지, 정작 본인들에게는 돌아오는 게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업체 중에는 수수료 액수가 적은 곳도 있어서 틀린 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 강서구 A 배달대행업체 사장

"배달료가 올랐으면 (기사들이 업체에 내는)콜 수수료도 올려야죠. 그만큼 벌어가는데... 예전에는 300원이었다가 400원이었다 500원이었다 이렇게 오른 거예요."

"기사들은 손해 보는 게 전혀 없어요. 배달료가 더 올랐기 때문에... 우리는 전기세, 오토바이 관리비 등으로 쓰죠. 우리는 100원밖에 안 올렸어요. 수수료 800원 올린 업체도 있는데…."

"지사 마음이에요. 지사마다 다 달라요. 뭐 800원 받는 데도 있고 700원 받는 데도 있고. 500원 받든 800원 받든 지사 사장이 마음대로 정하는 거고..."

문제는 이 수수료를 배달대행업체가 마음대로 정하는 데다, 어떻게 책정되는지 그 내역을 배달 기사들이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일부 배달대행업체는 배달 기사들이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에 실제 배달비보다 적은 액수가 표시되도록 '꼼수'를 쓰기도 합니다.

(왼쪽) 기본배달료 4천5백 원 (오른쪽) 배달기사들이 사용하는 앱에는 3천8백 원으로 표시돼 있다
위 사진을 보면 경기도의 한 배달대행업체는 기본배달료를 4천5백 원으로 인상했습니다. 그런데 배달 기사들이 보는 앱에는 배달료가 3천8백 원이 입금된 것으로 표시됐습니다. 수수료 명목으로 업체가 7백 원을 뗀 건데, 배달기사들은 업체가 결정하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명목으로 떼 갔는지도 모릅니다.

경남 창원의 한 배달대행업체는 배달료를 5백 원 올렸는데, 배달 기사 앱에는 3백 원만 올린 것처럼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표시되지 않은 배달료는 고스란히 배달대행업체가 가져갔습니다.

■ 국가인권위원회 "과도한 수수료 공제 개선해야"

현행 배달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나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수수료 비율에 대한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 과도한 수수료 공제에 대해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습니다. '직업안정법'이 직업 소개 수수료의 상한선을 고용노동부 고시를 통해 규제하고 있는 것처럼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적정 수수료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공정위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심사 지침'에 따르면, 수익 배분에 관한 사항이나 변경과 관련해, 부당하게 한쪽에서 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배달 시장은 급격히 커졌습니다. 배달대행업체와 배달 기사가 상생하고,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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