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안철수 “경항모에 예산 몰아줘 FX-2 사업 중단”
입력 2022.02.04 (08:00)
수정 2022.02.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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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 : "문재인 정부에서 경항모 사업에 예산 몰아줘 FX-2 중단"
"문재인 정부에서 경항모 쪽에 모든 예산을 몰아주기 때문에 정말로 중요한 제공권 장악을 위한 FX-2 사업이 중단이 된 겁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KBS·MBC·SBS 등 방송 3사 합동 초청 TV 토론회에서 한 말입니다.
"현대전에서 제일 중요한 게 첨단 무기, 특히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는 공군 무기들"이라며 "특히 하이급(high급·고성능) 전투기,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거기에 해당되는 FX-2(차기 전투기 2차) 사업이 중단이 됐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 검증 1 : 한국형 경항모, FX-2 사업에 영향?
'FX 사업'은 공군의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입니다. 한국형 전투기를 자체 개발해 국내 생산하는 KFX 사업과는 달리 고가의 고성능 전투기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겁니다. 목표 물량은 모두 120대입니다.
우리 공군은 과거 FX 사업을 통해 미국 보잉사로부터 F-15K 60대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1대가 추락해 결과적으로 61대를 들여온 바 있습니다.
후기 FX-1 사업으로 도입된 한국 공군의 F-35A 전투기
이후 새로운 FX 사업(후기 FX-1)을 벌였습니다.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가 선정됐고, 올해 초까지 40대가 도입됐습니다.
이제 마지막 20대가 남았습니다. 안 후보가 이야기하는 FX-2 사업이란 이 물량을 말합니다. 원래 지난해부터 5년간 4조 원 정도를 들여 스텔스 전투기 20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우리 공군은 후기 FX-1 사업과 동일한 기종인 F-35A를 원했고, 이를 도입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형 경항공모함(경항모) 사업이 떠오르며 변수가 생겼습니다.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공군형 F-35A 대신 경항모에서 운용할 수 있는 F-35B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불거진 겁니다. 재작년 6월부로 사업은 보류된 상태입니다. F-35B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갑판 면적이 작은 경항모에서도 뜨고 내릴 수 있습니다.
갑판으로 수칙 착륙하고 있는 F-35B 함재기
중형 항공모함으로 배수량 7만 톤급인 영국의 퀸앨리자베스함에서는 F-35B를 운용합니다.
우리 해군이 도입하려는 항모는 이보다 작은 3만 톤급입니다. F-35B를 16대 정도 실을 예정인데, 예비 기체까지 포함하면 20대 정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공군은 FX-2차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 F-35A 20대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11일 공군의 노후 전투기 F-5E가 추락해 조종사가 순직하면서 새 전투기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 검증 2 : 문재인 정부, 경항모 사업에 예산 몰아줬나?
FX-2 사업에 영향을 준 한국형 경항모는 문재인 정부 끝 무렵인 지난해 말에야 국회에서 일종의 착수금 예산이 통과됐습니다. 사업이 확정된 겁니다. 정부가 사업 타당성 조사와 연구용역을 거쳐 올해 예산으로 배정한 기본 설계 비용 72억 원입니다.
경항모 사업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습니다. 국회는 2년 전에 지난해 예산을 심사하며 경항모 관련 예산을 1억 원만 반영했습니다. 연구용역과 토론회 개최용입니다.
지난해에도 예산 72억 원을 올해 예산에 배정해 국회에 넘겼지만, 국방위원회 심사에서 자료수집비 명목의 5억 원만 남기고 대폭 삭감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업은 현 정부에서 닻을 올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여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경항모 예산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지금까지 경항모 사업에 지출된 예산은 지난해 1억 원입니다. 기본설계 예산 72억 원은 올해 집행될 예산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집행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나가는 돈이 아닌 겁니다.
앞으로 해군은 경항모 사업 진행에 맞춰 함재기 예산을 확보하고 기종을 선정해 구매하는 절차에 착수하게 됩니다. F-35B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인 함재기 도입은 FX-2 사업과는 전혀 별개의 사업이라는 게 해군의 설명입니다.
한국형 경항모 전단이 항해하는 상상도
■ 검증 3 : 'F-35B ↔ F-35A' 왜 나왔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의 경항모 때문에 공군의 차기 전투기 사업이 중단됐다는 의구심과 주장은 계속돼 왔습니다. 안 후보의 논리도 이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작년에는 한 야당 의원이 "정부가 경항모 사업을 위해 수직이착륙 F-35B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기존에 도입 예정이던 F-35A 대신 시제기도 나오지 않은 한국형 전투기 KFX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힌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항모 사업과 항모에 탑재할 함재기 때문에 공군이 내심 원하던 기종 도입이 보류됐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육해공 3군은 각각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타군의 사업을 중단시키거나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고 말합니다. 해군의 사업 때문에 공군의 사업이 영향을 받지는 않을 거란 설명입니다. 이 논리라면 해군 사업인 경항모를 추진하느라 공군의 차기 전투기 FX-2 가 영향을 받지는 않겠죠.
F-35A는 특히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측에서 기종 성능 개량을 진행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공군이 이미 도입한 40대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기 전투기 20대를 추가 도입하는 과정이 잠정 중단됐다면 이 문제가 걸려 있을 거란 분석입니다.
또 최근 F-5E 전투기 추락이 보여주듯 노후 전투기 교체는 오랫동안 공군이 제기해 온 문제였습니다. 이 사안이 차기 전투기 사업에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F-5E는 저렴하지만, 성능은 낮은 로우(low)급 전투기로 분류됩니다. 비싼 고성능(high)급 전투기 도입 예산으로 더 저렴한 전투기를 더 많이 도입해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는 게 더 급하다는 겁니다.
결국, 해군의 경항모 사업 추진 때문이라기보다는 공군 자체의 문제와 사업 검토 때문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는 것입니다.
■ 판정 : '경항모' 주장, 대체로 사실이 아님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경항모 쪽에 모든 예산을 몰아줬다는 안 후보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경항모에 지출된 예산이 그다지 많지 않고, F-35A 구매 예산을 돌려 경항모 사업에 몰아줬다는 근거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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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2-02-08 11:35:49
■ 발언 : "문재인 정부에서 경항모 사업에 예산 몰아줘 FX-2 중단"
"문재인 정부에서 경항모 쪽에 모든 예산을 몰아주기 때문에 정말로 중요한 제공권 장악을 위한 FX-2 사업이 중단이 된 겁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KBS·MBC·SBS 등 방송 3사 합동 초청 TV 토론회에서 한 말입니다.
"현대전에서 제일 중요한 게 첨단 무기, 특히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는 공군 무기들"이라며 "특히 하이급(high급·고성능) 전투기,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데 거기에 해당되는 FX-2(차기 전투기 2차) 사업이 중단이 됐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 검증 1 : 한국형 경항모, FX-2 사업에 영향?
'FX 사업'은 공군의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입니다. 한국형 전투기를 자체 개발해 국내 생산하는 KFX 사업과는 달리 고가의 고성능 전투기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겁니다. 목표 물량은 모두 120대입니다.
우리 공군은 과거 FX 사업을 통해 미국 보잉사로부터 F-15K 60대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1대가 추락해 결과적으로 61대를 들여온 바 있습니다.
이후 새로운 FX 사업(후기 FX-1)을 벌였습니다.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A가 선정됐고, 올해 초까지 40대가 도입됐습니다.
이제 마지막 20대가 남았습니다. 안 후보가 이야기하는 FX-2 사업이란 이 물량을 말합니다. 원래 지난해부터 5년간 4조 원 정도를 들여 스텔스 전투기 20대를 추가 도입하기로 돼 있었습니다.
우리 공군은 후기 FX-1 사업과 동일한 기종인 F-35A를 원했고, 이를 도입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형 경항공모함(경항모) 사업이 떠오르며 변수가 생겼습니다.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공군형 F-35A 대신 경항모에서 운용할 수 있는 F-35B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불거진 겁니다. 재작년 6월부로 사업은 보류된 상태입니다. F-35B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갑판 면적이 작은 경항모에서도 뜨고 내릴 수 있습니다.
중형 항공모함으로 배수량 7만 톤급인 영국의 퀸앨리자베스함에서는 F-35B를 운용합니다.
우리 해군이 도입하려는 항모는 이보다 작은 3만 톤급입니다. F-35B를 16대 정도 실을 예정인데, 예비 기체까지 포함하면 20대 정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공군은 FX-2차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 F-35A 20대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11일 공군의 노후 전투기 F-5E가 추락해 조종사가 순직하면서 새 전투기 도입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 검증 2 : 문재인 정부, 경항모 사업에 예산 몰아줬나?
FX-2 사업에 영향을 준 한국형 경항모는 문재인 정부 끝 무렵인 지난해 말에야 국회에서 일종의 착수금 예산이 통과됐습니다. 사업이 확정된 겁니다. 정부가 사업 타당성 조사와 연구용역을 거쳐 올해 예산으로 배정한 기본 설계 비용 72억 원입니다.
경항모 사업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습니다. 국회는 2년 전에 지난해 예산을 심사하며 경항모 관련 예산을 1억 원만 반영했습니다. 연구용역과 토론회 개최용입니다.
지난해에도 예산 72억 원을 올해 예산에 배정해 국회에 넘겼지만, 국방위원회 심사에서 자료수집비 명목의 5억 원만 남기고 대폭 삭감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업은 현 정부에서 닻을 올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여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경항모 예산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지금까지 경항모 사업에 지출된 예산은 지난해 1억 원입니다. 기본설계 예산 72억 원은 올해 집행될 예산입니다. 올해 하반기에 집행되면 문재인 정부에서 나가는 돈이 아닌 겁니다.
앞으로 해군은 경항모 사업 진행에 맞춰 함재기 예산을 확보하고 기종을 선정해 구매하는 절차에 착수하게 됩니다. F-35B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인 함재기 도입은 FX-2 사업과는 전혀 별개의 사업이라는 게 해군의 설명입니다.
■ 검증 3 : 'F-35B ↔ F-35A' 왜 나왔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의 경항모 때문에 공군의 차기 전투기 사업이 중단됐다는 의구심과 주장은 계속돼 왔습니다. 안 후보의 논리도 이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작년에는 한 야당 의원이 "정부가 경항모 사업을 위해 수직이착륙 F-35B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기존에 도입 예정이던 F-35A 대신 시제기도 나오지 않은 한국형 전투기 KFX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밝힌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항모 사업과 항모에 탑재할 함재기 때문에 공군이 내심 원하던 기종 도입이 보류됐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육해공 3군은 각각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타군의 사업을 중단시키거나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고 말합니다. 해군의 사업 때문에 공군의 사업이 영향을 받지는 않을 거란 설명입니다. 이 논리라면 해군 사업인 경항모를 추진하느라 공군의 차기 전투기 FX-2 가 영향을 받지는 않겠죠.
F-35A는 특히 제작사인 록히드마틴 측에서 기종 성능 개량을 진행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 공군이 이미 도입한 40대도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기 전투기 20대를 추가 도입하는 과정이 잠정 중단됐다면 이 문제가 걸려 있을 거란 분석입니다.
또 최근 F-5E 전투기 추락이 보여주듯 노후 전투기 교체는 오랫동안 공군이 제기해 온 문제였습니다. 이 사안이 차기 전투기 사업에 영향을 끼쳤을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F-5E는 저렴하지만, 성능은 낮은 로우(low)급 전투기로 분류됩니다. 비싼 고성능(high)급 전투기 도입 예산으로 더 저렴한 전투기를 더 많이 도입해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는 게 더 급하다는 겁니다.
결국, 해군의 경항모 사업 추진 때문이라기보다는 공군 자체의 문제와 사업 검토 때문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는 것입니다.
■ 판정 : '경항모' 주장, 대체로 사실이 아님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경항모 쪽에 모든 예산을 몰아줬다는 안 후보의 발언은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경항모에 지출된 예산이 그다지 많지 않고, F-35A 구매 예산을 돌려 경항모 사업에 몰아줬다는 근거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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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철 기자 ic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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