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난 사라진 적 없다” 펑솨이 인터뷰에도 여전한 논란
입력 2022.02.0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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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솨이 인터뷰를 실은 프랑스 스포츠 신문 ‘레퀴프’를 읽는 파리 시민. 인터뷰 제목은 “우리는 펑솨이를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누가 어떤 식으로 성폭행 했다고 말한 적 없다", "난 사라진 적 없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2월 7일 프랑스 스포츠 매체 '레퀴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 고위관리에게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해석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지운지 석달 여 만입니다.
평솨이는 실종설 뒤 서방 매체와의 첫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성폭행설, 실종설을 전면 부인한 셈입니다. SNS 글도 자신이 원해서 스스로 지웠다고 말했습니다.
■ 펑솨이, 실종설 석달만에 프랑스 매체와 인터뷰..."난 사라진 적 없다"
펑솨이는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와의 과거 관계를 폭로하는 글을 지난 해 11월 중국 SNS인 웨이보에 올렸습니다. 20분 뒤 바로 삭제했지만 파장은 컸습니다.
중국 매체들이 관련 소식과 펑솨이의 행방을 전혀 다루지 않으면서 실종설 마저 돌았습니다. 세계 테니스계는 물론 유엔 인권사무소까지 나서 성폭행설에 대한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관중이 “펑솨이는 어디에 있나?”라는 글이 적힌 T 셔츠를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문이 확산되자 중국 관영매체 관계자들이 나서 펑솨이의 동정을 담은 영상을 개인 SNS 등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급기야 국제올림픽 위원회, IOC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의 영상 통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펑솨이 논란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기 때문에 IOC 위원장이 나서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펑솨이 실종설이 확산되자 지난해 11월 21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펑솨이의 영상 통화 사실이 공개됐다. 펑솨이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 바흐 위원장을 만났다는 사실도 인터뷰에서 공개했다. (사진/IOC)
이같은 상황에서 펑솨이가 서방 언론을 상대로 처음 인터뷰에 나선 만큼 관심은 컸습니다. 7일 공개된 인터뷰는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중국 올림픽 위원회 관계자가 배석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 펑솨이 "왜 그렇게 걱정했나 알고 싶다", "내 글을 왜곡하거나 부풀리지 말라"
펑솨이는 자신을 염려해준 테니스 선수들을 비롯해 모든 운동 선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도 "왜 그렇게 걱정했는지 알고 싶다"고 반문했습니다. 세계여자프로테니스, WTA와도 상의했는데 왜 실종설이 퍼졌는지 모르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글을 왜곡하거나 부풀리지 않기 바란다며 자신의 글을 나름 해석하고 우려한 사람들에게 논란의 책임을 돌리는 듯한 태도마저 보였습니다.
펑솨이가 인터뷰를 한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창 밖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진/레퀴프 홈페이지)
펑솨이는 자신의 안전을 이메일을 통해 WTA에 확실하게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WTA는 펑솨이 이메일의 작성자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남이 대신 썼을 수도 있는 만큼 본인 목소리로 해명을 듣지 않고선 안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펑솨이는 WTA가 연락이 닿지 않아 자신이 실종된 것으로 생각했다면 사안을 과장해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는 펑솨이 실종설이 확산되자 강경한 자세로 중국 정부를 압박했었습니다. 중국 사업 철수까지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펑솨이는 WTA를 비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평솨이는 2014년 여자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중국을 대표하는 테니스 스타다. (사진/연합뉴스)
인터뷰 내용만 보면 별다른 일도 없는데 국제 사회가 호들갑을 떤 것이 됩니다. 하지만 이같은 인터뷰에도 논란은 쉽게 가지앉지 않고 있습니다.
■ 인터뷰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아..."핵심 질문과 답변 없었다"
무엇보다 핵심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왜 최초 SNS 게시물을 작성했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게시물을 쓴 뒤 중국 당국과 마찰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답변이 없었습니다. 대신 자신의 연애 문제와 개인적 삶은 스포츠나 정치와 엮여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AP 통신은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펑솨이의 안전과 그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한 우려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형식상 성폭행 폭로와 이후 경위를 파고드는데 제약이 있어 보였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평솨이는 인터뷰를 승낙하며 조건을 달았다고 합니다. 중국어로 답하기, 본인이 제목을 먼저 훑어보기, 인터뷰에 대한 어떠한 논평도 달지 않기 등 세가지입니다. 중국 당국 관계자가 배석한 점도 석연치 않습니다.
펑솨이 성폭행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장가오리 전 부총리(오른쪽)가 2016년 바흐 IOC 위원장과 찍은 사진. (사진/중국 국무원 홈페이지)
타이완 중앙통신도 장가오리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는 등 핵심 질문이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레퀴프'의 인터뷰 기사에 저널리즘 정신이 없다, 중국의 선전 도구가 됐다는 등 비판적인 댓글이 달렸다고 전했습니다.
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인터뷰가 펑솨이의 첫 SNS 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WTA는 관련 당국이 성폭행 혐의를 공식 조사하고 평솨이를 개인적으로 면담할 기회를 요구해왔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한 매체 편집장 "행간을 읽어야 틈바구니에서 진실이 보인다"
펑솨이가 자신을 걱정한 사람들을 비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그녀의 상황을 헤아리며 동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프랑스 테니스 선수 니콜라스 마후트는 이번 인터뷰의 어려움을 상상할 수 있다면서 펑솨이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레퀴프'의 제롬 카자디외 편집장은 프랑스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펑솨이의 대답이 모두 기계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말과 행동에 한계가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행간을 읽어야 틈바구니에서 진실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행간을 읽고 틈바구니에서 진실을 찾는 것.
중국을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모든 외신 기자들이 평소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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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2-08 15:12:25
"누가 어떤 식으로 성폭행 했다고 말한 적 없다", "난 사라진 적 없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2월 7일 프랑스 스포츠 매체 '레퀴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국 고위관리에게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해석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지운지 석달 여 만입니다.
평솨이는 실종설 뒤 서방 매체와의 첫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성폭행설, 실종설을 전면 부인한 셈입니다. SNS 글도 자신이 원해서 스스로 지웠다고 말했습니다.
■ 펑솨이, 실종설 석달만에 프랑스 매체와 인터뷰..."난 사라진 적 없다"
펑솨이는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와의 과거 관계를 폭로하는 글을 지난 해 11월 중국 SNS인 웨이보에 올렸습니다. 20분 뒤 바로 삭제했지만 파장은 컸습니다.
중국 매체들이 관련 소식과 펑솨이의 행방을 전혀 다루지 않으면서 실종설 마저 돌았습니다. 세계 테니스계는 물론 유엔 인권사무소까지 나서 성폭행설에 대한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중국 관영매체 관계자들이 나서 펑솨이의 동정을 담은 영상을 개인 SNS 등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급기야 국제올림픽 위원회, IOC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의 영상 통화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펑솨이 논란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했기 때문에 IOC 위원장이 나서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펑솨이가 서방 언론을 상대로 처음 인터뷰에 나선 만큼 관심은 컸습니다. 7일 공개된 인터뷰는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중국 올림픽 위원회 관계자가 배석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 펑솨이 "왜 그렇게 걱정했나 알고 싶다", "내 글을 왜곡하거나 부풀리지 말라"
펑솨이는 자신을 염려해준 테니스 선수들을 비롯해 모든 운동 선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도 "왜 그렇게 걱정했는지 알고 싶다"고 반문했습니다. 세계여자프로테니스, WTA와도 상의했는데 왜 실종설이 퍼졌는지 모르겠다고도 말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글을 왜곡하거나 부풀리지 않기 바란다며 자신의 글을 나름 해석하고 우려한 사람들에게 논란의 책임을 돌리는 듯한 태도마저 보였습니다.
펑솨이는 자신의 안전을 이메일을 통해 WTA에 확실하게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WTA는 펑솨이 이메일의 작성자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남이 대신 썼을 수도 있는 만큼 본인 목소리로 해명을 듣지 않고선 안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펑솨이는 WTA가 연락이 닿지 않아 자신이 실종된 것으로 생각했다면 사안을 과장해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는 펑솨이 실종설이 확산되자 강경한 자세로 중국 정부를 압박했었습니다. 중국 사업 철수까지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펑솨이는 WTA를 비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인터뷰 내용만 보면 별다른 일도 없는데 국제 사회가 호들갑을 떤 것이 됩니다. 하지만 이같은 인터뷰에도 논란은 쉽게 가지앉지 않고 있습니다.
■ 인터뷰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아..."핵심 질문과 답변 없었다"
무엇보다 핵심 질문과 답변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왜 최초 SNS 게시물을 작성했는지 묻지 않았습니다. 게시물을 쓴 뒤 중국 당국과 마찰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답변이 없었습니다. 대신 자신의 연애 문제와 개인적 삶은 스포츠나 정치와 엮여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AP 통신은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펑솨이의 안전과 그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한 우려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형식상 성폭행 폭로와 이후 경위를 파고드는데 제약이 있어 보였다"고도 지적했습니다.
평솨이는 인터뷰를 승낙하며 조건을 달았다고 합니다. 중국어로 답하기, 본인이 제목을 먼저 훑어보기, 인터뷰에 대한 어떠한 논평도 달지 않기 등 세가지입니다. 중국 당국 관계자가 배석한 점도 석연치 않습니다.
타이완 중앙통신도 장가오리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는 등 핵심 질문이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레퀴프'의 인터뷰 기사에 저널리즘 정신이 없다, 중국의 선전 도구가 됐다는 등 비판적인 댓글이 달렸다고 전했습니다.
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인터뷰가 펑솨이의 첫 SNS 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WTA는 관련 당국이 성폭행 혐의를 공식 조사하고 평솨이를 개인적으로 면담할 기회를 요구해왔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한 매체 편집장 "행간을 읽어야 틈바구니에서 진실이 보인다"
펑솨이가 자신을 걱정한 사람들을 비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그녀의 상황을 헤아리며 동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프랑스 테니스 선수 니콜라스 마후트는 이번 인터뷰의 어려움을 상상할 수 있다면서 펑솨이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레퀴프'의 제롬 카자디외 편집장은 프랑스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펑솨이의 대답이 모두 기계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말과 행동에 한계가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행간을 읽어야 틈바구니에서 진실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행간을 읽고 틈바구니에서 진실을 찾는 것.
중국을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모든 외신 기자들이 평소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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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 기자 sungwon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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