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② 1심 판결문 1,400여 건 분석…재판부마다 천차만별

입력 2022.02.08 (19:16) 수정 2022.02.10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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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학대' 연속보도입니다.

아동학대 사건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 목격이나 신고가 어려워 피해가 커질 때까지 드러나기 쉽지 않은데요.

학대가 드러나더라도 가해자의 절반은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재판부마다 정하는 형량이 천차만별입니다.

특별취재팀, 차주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최근 2년 동안 아동학대로 1심 유죄를 받은 형사 피고인은 천4백여 명, 피해 아동은 2천 3백여 명에 달합니다.

열에 일곱이 가족이나 교사 등 보호자들이 학대했습니다.

대부분 신체학대와 성학대를 저질렀는데 각각 39%와 31.7%, 언어폭력 같은 정서학대도 21%였습니다.

피해 아동의 20%는 미취학 아동이나 영유아였는데, 사망 사건 35건의 90% 가까이는 이 연령대 아이들에게 집중됐습니다.

전체 가해자의 절반은 집행유예를 받았고 실형은 30%도 안 됐습니다.

아이를 다치게 한 2백여 건의 사건도 비슷한 형량을 보였습니다.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쳐도 수년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경남 무용학원 사건처럼, '암수사건'은 곳곳에 있었습니다.

아이가 다치거나 숨진 사건 250여 건의 70% 정도가 '가정'에서 일어났고, 사망사건의 열에 아홉이 '부모'의 범행으로 나타났습니다.

외부인의 목격이나 신고가 어려워 피해가 커질 때까지 감춰지는 겁니다.

보건복지부가 추정한 국내 아동학대 발견율은 4%입니다.

[김영미/변호사·법무부 아동인권보호 전문위원 : "이웃에서 아동학대 징후가 발생하더라도 이건 가정 내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개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큽니다. 드러나지 않는 암수성이 훨씬 강한 범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대가 드러나도 재판부마다 선고 형량이 천차만별입니다.

친엄마가 갓난 아기를 버린 두 사건 가운데 아기가 숨진 사건은 집행유예가, 구조된 사건은 징역형이 내려졌습니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는 '혼자 화장실에서 출산했고 정신적 충격으로 이성적 판단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봤습니다.

반면, 징역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아기를 계단에 방치한 것만으로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

친아빠가 어린 자녀를 혼내다가 넘어뜨려 숨지게 한 두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재판부는 '피고인의 의도치 않은 잘못으로 아이를 잃었고 평생 괴로워할 것'이라며 집행유예를, 또 다른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다며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박주영/부산고등법원 동부지원 판사 : "판사들조차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전문성이 좀 없다는 부분이 하나 있고. 판사들이 아동학대 사건의 특수성에 대해 빨리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인 아동의 의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우려가 큽니다.

피해 아동이 처벌을 원치 않거나 합의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적용된 판결 가운데 피해 아동 나이가 만 3살~5살이 8.5% 0살~2살 6.8%입니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강요에 의해서나 아니면 (아이 의사를 다른 보호자가) 대리를 한다거나 그런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고요.) 아동에 집중해서 하는 법률 조력인은 굉장히 적어요. 그런 분들도 키워나가고."]

2020년 발견된 전국의 아동학대 사례는 3만여 건, 이 가운데 수사가 진행된 사건은 36.2% 정도에 그쳤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백진영

아동학대 심층취재 인터랙티브 페이지 보기
https://news.KBS.co.kr/special/childabuse/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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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lab.KBS.co.kr/2022/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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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② 1심 판결문 1,400여 건 분석…재판부마다 천차만별
    • 입력 2022-02-08 19:16:05
    • 수정2022-02-10 11:48:32
    뉴스7(창원)
[앵커]

'아동학대' 연속보도입니다.

아동학대 사건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 목격이나 신고가 어려워 피해가 커질 때까지 드러나기 쉽지 않은데요.

학대가 드러나더라도 가해자의 절반은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등 재판부마다 정하는 형량이 천차만별입니다.

특별취재팀, 차주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최근 2년 동안 아동학대로 1심 유죄를 받은 형사 피고인은 천4백여 명, 피해 아동은 2천 3백여 명에 달합니다.

열에 일곱이 가족이나 교사 등 보호자들이 학대했습니다.

대부분 신체학대와 성학대를 저질렀는데 각각 39%와 31.7%, 언어폭력 같은 정서학대도 21%였습니다.

피해 아동의 20%는 미취학 아동이나 영유아였는데, 사망 사건 35건의 90% 가까이는 이 연령대 아이들에게 집중됐습니다.

전체 가해자의 절반은 집행유예를 받았고 실형은 30%도 안 됐습니다.

아이를 다치게 한 2백여 건의 사건도 비슷한 형량을 보였습니다.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쳐도 수년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경남 무용학원 사건처럼, '암수사건'은 곳곳에 있었습니다.

아이가 다치거나 숨진 사건 250여 건의 70% 정도가 '가정'에서 일어났고, 사망사건의 열에 아홉이 '부모'의 범행으로 나타났습니다.

외부인의 목격이나 신고가 어려워 피해가 커질 때까지 감춰지는 겁니다.

보건복지부가 추정한 국내 아동학대 발견율은 4%입니다.

[김영미/변호사·법무부 아동인권보호 전문위원 : "이웃에서 아동학대 징후가 발생하더라도 이건 가정 내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개입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큽니다. 드러나지 않는 암수성이 훨씬 강한 범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학대가 드러나도 재판부마다 선고 형량이 천차만별입니다.

친엄마가 갓난 아기를 버린 두 사건 가운데 아기가 숨진 사건은 집행유예가, 구조된 사건은 징역형이 내려졌습니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는 '혼자 화장실에서 출산했고 정신적 충격으로 이성적 판단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봤습니다.

반면, 징역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아기를 계단에 방치한 것만으로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라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

친아빠가 어린 자녀를 혼내다가 넘어뜨려 숨지게 한 두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재판부는 '피고인의 의도치 않은 잘못으로 아이를 잃었고 평생 괴로워할 것'이라며 집행유예를, 또 다른 재판부는 죄질이 무겁다며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박주영/부산고등법원 동부지원 판사 : "판사들조차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만큼 전문성이 좀 없다는 부분이 하나 있고. 판사들이 아동학대 사건의 특수성에 대해 빨리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인 아동의 의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우려가 큽니다.

피해 아동이 처벌을 원치 않거나 합의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적용된 판결 가운데 피해 아동 나이가 만 3살~5살이 8.5% 0살~2살 6.8%입니다.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강요에 의해서나 아니면 (아이 의사를 다른 보호자가) 대리를 한다거나 그런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고요.) 아동에 집중해서 하는 법률 조력인은 굉장히 적어요. 그런 분들도 키워나가고."]

2020년 발견된 전국의 아동학대 사례는 3만여 건, 이 가운데 수사가 진행된 사건은 36.2% 정도에 그쳤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백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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