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③ “밥 안 먹어서” 사소한 아동학대 이유들…근본 대책 시급

입력 2022.02.10 (07:54) 수정 2022.02.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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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동학대' 연속보도입니다.

왜 아이를 학대했는지 천여 건의 판결문을 분석해봤더니, 가해자 대부분은 '낮잠을 자지 않아서', '형제와 싸워서' 같은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을 탓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적 분노가 높게 일지만,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요.

사회적 인식과 장치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합니다.

특별취재팀, 차주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왜 아이들을 학대했을까?

KBS특별취재팀과 경남대학교 황경호 교수팀은 최근 2년 동안 아동학대로 유죄를 받은 형사 피고인들이 주장한 학대의 이유, 천백여 건을 분석했습니다.

'낮잠을 자지 않거나'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형제와 다퉈서', '문제를 틀려서' 등 80% 이상이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이 꼽혔습니다.

'가출'이나 '절도' 등 아이들의 일탈은 3%뿐, 나머지는 '부부싸움'이나 '홧김에' 등 아이들과 상관도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부모 교육 등 인식 개선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아동학대를 범죄로 여기지 않고 내 새끼 내 마음대로 (이런 경우가) 사실은 아동학대로 입건되는 사람 중에는 가장 다수가 존재할 거예요. 아동이 있는 가정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철학을 변경해야 해요."]

실제 굿네이버스가 가해 부모 230여 명에 대해 분노 조절과 양육 방법 등을 알려주고 아이와 관계를 회복하도록 맞춤형 지원을 했더니 재학대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김민애/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 : "(부모에게) 화가 났을 때는 어떻게 참아야 할지 (아이가) 문제행동을 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굉장히 꼼꼼하게 알려드리려고 하는데 6개월 이상의 사례 관리로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참가한 가해 부모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프로그램 참가 가해 부모/음성변조 : "(아이를) 매와 벌로 다스리려고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럴수록 아이는 상처만 받고 관계는 악화 되더라고요. (사례관리로)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아이와의 관계에서 서로 악화되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지 (도움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지난해부터 민법상 징계권이 삭제돼 부모의 체벌도 금지됐지만, 여전히 부모의 60.7%가 체벌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아동 쉼터와 인력 부족 등 아동학대를 둘러싼 과제가 많지만,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단발성 대책 마련에 그치고 있습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아동학대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깊이 있는 연구가 분명히 선행돼야 그걸 바탕으로 대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건 하나 터질 때마다 대책 하나, 결국 그러면 도돌이표밖에 되지 않거든요."]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2018년 28명에서 2020년 43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박수홍·박재희

아동학대 심층취재 인터랙티브 페이지 보기
https://news.KBS.co.kr/special/childabuse/index.html
아동학대 판결문 전수분석 아카이브 보기
http://lab.KBS.co.kr/2022/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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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학대]③ “밥 안 먹어서” 사소한 아동학대 이유들…근본 대책 시급
    • 입력 2022-02-10 07:54:06
    • 수정2022-02-10 08:51:19
    뉴스광장(창원)
[앵커]

'아동학대' 연속보도입니다.

왜 아이를 학대했는지 천여 건의 판결문을 분석해봤더니, 가해자 대부분은 '낮잠을 자지 않아서', '형제와 싸워서' 같은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을 탓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사회적 분노가 높게 일지만,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요.

사회적 인식과 장치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합니다.

특별취재팀, 차주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왜 아이들을 학대했을까?

KBS특별취재팀과 경남대학교 황경호 교수팀은 최근 2년 동안 아동학대로 유죄를 받은 형사 피고인들이 주장한 학대의 이유, 천백여 건을 분석했습니다.

'낮잠을 자지 않거나'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형제와 다퉈서', '문제를 틀려서' 등 80% 이상이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이 꼽혔습니다.

'가출'이나 '절도' 등 아이들의 일탈은 3%뿐, 나머지는 '부부싸움'이나 '홧김에' 등 아이들과 상관도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부모 교육 등 인식 개선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수정/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아동학대를 범죄로 여기지 않고 내 새끼 내 마음대로 (이런 경우가) 사실은 아동학대로 입건되는 사람 중에는 가장 다수가 존재할 거예요. 아동이 있는 가정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철학을 변경해야 해요."]

실제 굿네이버스가 가해 부모 230여 명에 대해 분노 조절과 양육 방법 등을 알려주고 아이와 관계를 회복하도록 맞춤형 지원을 했더니 재학대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김민애/굿네이버스 아동권리사업본부장 : "(부모에게) 화가 났을 때는 어떻게 참아야 할지 (아이가) 문제행동을 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굉장히 꼼꼼하게 알려드리려고 하는데 6개월 이상의 사례 관리로 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참가한 가해 부모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프로그램 참가 가해 부모/음성변조 : "(아이를) 매와 벌로 다스리려고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럴수록 아이는 상처만 받고 관계는 악화 되더라고요. (사례관리로)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아이와의 관계에서 서로 악화되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지 (도움받았습니다.)"]

하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지난해부터 민법상 징계권이 삭제돼 부모의 체벌도 금지됐지만, 여전히 부모의 60.7%가 체벌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아동 쉼터와 인력 부족 등 아동학대를 둘러싼 과제가 많지만,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단발성 대책 마련에 그치고 있습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아동학대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깊이 있는 연구가 분명히 선행돼야 그걸 바탕으로 대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사건 하나 터질 때마다 대책 하나, 결국 그러면 도돌이표밖에 되지 않거든요."]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2018년 28명에서 2020년 43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그래픽:박수홍·박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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