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설치 대상인데…시험 기준 모호한 ‘자연환기’ 설비

입력 2022.02.10 (21:45) 수정 2022.02.1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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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실내로 들어오는 공기를 정화하는 '자연환기설비' 라는 게 있습니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법적 기준을 통과한 성능을 갖는 환기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데요.

문제는 이 설비에 대한 성능 시험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국내 전문시험기관에서조차 똑같은 제품을 놓고도 의뢰인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성능 시험 결과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백상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파트 창문 위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실내로 들어오는 공기를 필터로 걸러 정화해주는 자연환기설비입니다.

관련법에 따라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이 자연환기나 기계식 환기 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시험을 통해 성능이 법적 기준을 넘어선 제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환기설비 제작 업체 간 법적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사중인 경찰과 한 업체가 국내에 있는 한 전문 시험기관에 성능 시험을 의뢰했는데, 결과가 제각각 나왔습니다.

같은 제품을 같은 시험기관에 시험 의뢰한 결과, 먼지를 거르는 필터 성능의 법적 기준이 50% 인데, 경찰이 의뢰한 시험에선 41.4%, 업체가 의뢰한 시험에선 51.9%로 나왔습니다.

시험 기관은 시험 조건인 바람의 양이 시간당 1,440㎥와 900㎥로 다르고 필터에 가해지는 압력 차이값도 40Pa와 200Pa로 다르게 설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용 적격 여부를 가려야 하는데, 의뢰자가 요구한 조건에 따라 시험 결과가 오락가락하는 겁니다.

시험 기준인 한국산업표준에 구체적인 시험 조건이 규정돼 있지 않아 생긴 일입니다.

[시험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애초에 시험을 할 때 (관련법에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를 해주면 이런 문제가 전혀 안 생기는데…."]

관련 기준을 정하는 국가기술표준원은 환기 필터의 다양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시험조건을 규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관련법이 요구하는 또 다른 시험 항목인 환기량의 경우는 국내 인증을 받은 시험 기관이 1곳도 없습니다.

건강과 밀접한 실내 공기 질을 위해 법으로 의무화한 설비인 만큼, 시험 조건을 세밀하게 규정하고 공인 시험 기관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 :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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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무설치 대상인데…시험 기준 모호한 ‘자연환기’ 설비
    • 입력 2022-02-10 21:45:35
    • 수정2022-02-10 22:25:14
    뉴스9(대전)
[앵커]

실내로 들어오는 공기를 정화하는 '자연환기설비' 라는 게 있습니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법적 기준을 통과한 성능을 갖는 환기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데요.

문제는 이 설비에 대한 성능 시험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국내 전문시험기관에서조차 똑같은 제품을 놓고도 의뢰인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성능 시험 결과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백상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아파트 창문 위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실내로 들어오는 공기를 필터로 걸러 정화해주는 자연환기설비입니다.

관련법에 따라 새로 짓는 아파트에는 이 자연환기나 기계식 환기 설비를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시험을 통해 성능이 법적 기준을 넘어선 제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연환기설비 제작 업체 간 법적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수사중인 경찰과 한 업체가 국내에 있는 한 전문 시험기관에 성능 시험을 의뢰했는데, 결과가 제각각 나왔습니다.

같은 제품을 같은 시험기관에 시험 의뢰한 결과, 먼지를 거르는 필터 성능의 법적 기준이 50% 인데, 경찰이 의뢰한 시험에선 41.4%, 업체가 의뢰한 시험에선 51.9%로 나왔습니다.

시험 기관은 시험 조건인 바람의 양이 시간당 1,440㎥와 900㎥로 다르고 필터에 가해지는 압력 차이값도 40Pa와 200Pa로 다르게 설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용 적격 여부를 가려야 하는데, 의뢰자가 요구한 조건에 따라 시험 결과가 오락가락하는 겁니다.

시험 기준인 한국산업표준에 구체적인 시험 조건이 규정돼 있지 않아 생긴 일입니다.

[시험기관 관계자/음성변조 : "애초에 시험을 할 때 (관련법에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를 해주면 이런 문제가 전혀 안 생기는데…."]

관련 기준을 정하는 국가기술표준원은 환기 필터의 다양성을 고려해 구체적인 시험조건을 규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관련법이 요구하는 또 다른 시험 항목인 환기량의 경우는 국내 인증을 받은 시험 기관이 1곳도 없습니다.

건강과 밀접한 실내 공기 질을 위해 법으로 의무화한 설비인 만큼, 시험 조건을 세밀하게 규정하고 공인 시험 기관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 :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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