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독수리가?…금강 찾는 겨울 철새는 감소

입력 2022.02.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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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대전시 갑천에서 관찰된 독수리지난 9일 대전시 갑천에서 관찰된 독수리

■ 대전에 독수리가?…"먹이활동 위해 이동 중 포착"

겨울 하늘에 커다랗게 날개를 펼친 새 한 마리가 날아갑니다. 몸 길이가 1.5m나 되는 독수리입니다. 독수리는 대전 도심을 따라 흐르는 유성구 갑천에서 지난 9일 관찰됐습니다. 모두 15마리였습니다. 독수리를 발견한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대전에서 독수리가 관찰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독수리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지고 있는 맹금류이지만 주로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습니다. 맹금류이면서도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하는 대신 청소부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런 독수리가 어떻게 대전에서 관찰됐을까요?

올 겨울 세종시 금강에서 관찰된 독수리올 겨울 세종시 금강에서 관찰된 독수리

환경단체는 대전 인근인 세종시 금강에서 월동하던 독수리들이 먹이활동을 하러 이동하던 중 관찰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대전 인근인 세종시 합강리 금강 일대에는 매년 월동하는 독수리들이 20~30개체 확인됩니다.

후각이 뛰어난 이 독수리들이 갑천에 있는 고라니나 새의 사체를 포착하고 먹이활동을 하러 갑천을 찾아왔다는 게 환경단체의 분석입니다. 세종 금강과 대전 갑천 그리고 그 주변은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들에게 '머물러 갈 만한 곳'은 되는 셈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생태 환경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세종시 금강에서 발견된 청둥오리지난달 세종시 금강에서 발견된 청둥오리

지난해 세종시 금강에서 발견된 댕기흰죽지 무리지난해 세종시 금강에서 발견된 댕기흰죽지 무리

■ 금강 겨울 철새는 감소…생태용량도 한계

환경단체는 특히 세종의 생태 환경은 세종보 수문개방 이후 꾸준히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종과 개체 수 모두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강에 새들이 쉴 수 있는 모래톱이 생겼고 지형도 다양해지며 더 많은 새들이 머물기 좋은 환경이 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6년 겨울 세종시 합강리 금강 일대에서 발견된 물새류는 21종에서 지난해 겨울 45종으로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올 겨울 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환경단체는 지난달 27일 세종보 상류인 세종시 합강리 금강의 한쪽 제방을 따라 12km를 이동하면서 전체 조류 수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겨울 철새 종수와 개체 수가 1년 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관찰된 겨울 철새는 40종에 3,049개체로 지난해 45종, 3,886개체보다 종수는 11%, 개체 수는 21% 가량 감소한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생태용량이 한계를 보였거나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생태용량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땅과 바다 등을 지구가 얼마나 제공하는지를 뜻합니다. 비유적으로 겨울 철새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환경과 먹이를 세종 금강이 얼마나 줄 수 있는지를 살펴 보니 한계 상황이거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지난달 세종시 장남평야에 아이들이 겨울 철새를 위한 볍씨를 뿌려주고 있다지난달 세종시 장남평야에 아이들이 겨울 철새를 위한 볍씨를 뿌려주고 있다

생태용량이 한계라는 건 말 그대로 세종시 금강 일대에 머물 수 있는 새들의 수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입니다. 환경 단체는 수문개방 뒤 7년 동안 세종시 금강 일대 수심이 낮아지고 지형이 다양해져 금강을 찾는 새들이 매년 늘면서 '인구 과밀'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종과 개체 수는 증가보다는 안정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생태용량이 줄어들었다는 건 세종시 개발과 관련이 있습니다. 신도심 개발이나 공원화 등으로 새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던 공간이 감소하고 있어서 금강을 찾는 새들이 늘어나기 힘들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세종시 금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다음 겨울 철새 조사 결과로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날 예정입니다.

환경단체는 그 때까지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보호종과 희귀종들이 확인되고 있는 세종시 합강리 지역에 합당한 보호조치가 내려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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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에 독수리가?…금강 찾는 겨울 철새는 감소
    • 입력 2022-02-13 09:02:47
    취재K
지난 9일 대전시 갑천에서 관찰된 독수리
■ 대전에 독수리가?…"먹이활동 위해 이동 중 포착"

겨울 하늘에 커다랗게 날개를 펼친 새 한 마리가 날아갑니다. 몸 길이가 1.5m나 되는 독수리입니다. 독수리는 대전 도심을 따라 흐르는 유성구 갑천에서 지난 9일 관찰됐습니다. 모두 15마리였습니다. 독수리를 발견한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대전에서 독수리가 관찰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독수리는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지고 있는 맹금류이지만 주로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습니다. 맹금류이면서도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하는 대신 청소부 역할을 하는 겁니다. 그런 독수리가 어떻게 대전에서 관찰됐을까요?

올 겨울 세종시 금강에서 관찰된 독수리
환경단체는 대전 인근인 세종시 금강에서 월동하던 독수리들이 먹이활동을 하러 이동하던 중 관찰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대전 인근인 세종시 합강리 금강 일대에는 매년 월동하는 독수리들이 20~30개체 확인됩니다.

후각이 뛰어난 이 독수리들이 갑천에 있는 고라니나 새의 사체를 포착하고 먹이활동을 하러 갑천을 찾아왔다는 게 환경단체의 분석입니다. 세종 금강과 대전 갑천 그리고 그 주변은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들에게 '머물러 갈 만한 곳'은 되는 셈입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생태 환경이 나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난달 세종시 금강에서 발견된 청둥오리
지난해 세종시 금강에서 발견된 댕기흰죽지 무리
■ 금강 겨울 철새는 감소…생태용량도 한계

환경단체는 특히 세종의 생태 환경은 세종보 수문개방 이후 꾸준히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종과 개체 수 모두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강에 새들이 쉴 수 있는 모래톱이 생겼고 지형도 다양해지며 더 많은 새들이 머물기 좋은 환경이 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6년 겨울 세종시 합강리 금강 일대에서 발견된 물새류는 21종에서 지난해 겨울 45종으로 2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올 겨울 조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환경단체는 지난달 27일 세종보 상류인 세종시 합강리 금강의 한쪽 제방을 따라 12km를 이동하면서 전체 조류 수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겨울 철새 종수와 개체 수가 1년 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관찰된 겨울 철새는 40종에 3,049개체로 지난해 45종, 3,886개체보다 종수는 11%, 개체 수는 21% 가량 감소한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생태용량이 한계를 보였거나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생태용량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땅과 바다 등을 지구가 얼마나 제공하는지를 뜻합니다. 비유적으로 겨울 철새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환경과 먹이를 세종 금강이 얼마나 줄 수 있는지를 살펴 보니 한계 상황이거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지난달 세종시 장남평야에 아이들이 겨울 철새를 위한 볍씨를 뿌려주고 있다
생태용량이 한계라는 건 말 그대로 세종시 금강 일대에 머물 수 있는 새들의 수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입니다. 환경 단체는 수문개방 뒤 7년 동안 세종시 금강 일대 수심이 낮아지고 지형이 다양해져 금강을 찾는 새들이 매년 늘면서 '인구 과밀'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종과 개체 수는 증가보다는 안정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생태용량이 줄어들었다는 건 세종시 개발과 관련이 있습니다. 신도심 개발이나 공원화 등으로 새들의 안식처가 되어주던 공간이 감소하고 있어서 금강을 찾는 새들이 늘어나기 힘들어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세종시 금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다음 겨울 철새 조사 결과로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날 예정입니다.

환경단체는 그 때까지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보호종과 희귀종들이 확인되고 있는 세종시 합강리 지역에 합당한 보호조치가 내려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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