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가해자 같은 고교 진학…법 사각지대에 피해자 분통

입력 2022.02.22 (06:54) 수정 2022.02.2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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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폭력 피해를 입은 중학생이 가해 학생과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란 이유로, 피해학생을 가해학생과 분리해야 한다는 '학교폭력예방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한 겁니다.

김도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중학교 3학년 A 군은 학교 운동부 B 군에게 맞아 턱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8주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고 B군은 강제 전학과 접촉 금지 등의 조치를 받았습니다.

상황이 마무리됐나 싶었더니 A군은 가해학생 B군과 다시 마주치게 됐습니다.

B군이 A군과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앞으로 3년을 같이 다녀야 할 처지입니다.

[피해학생 어머니/음성변조 : "일단 같이 입학 안 시키는 것. 멀리 떠나는 거죠, 이 아이(가해자)가. 그래서 저희 아이와 안 마주치게 해주고 싶죠."]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은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학폭 피해와 가해 학생을 분리 배정하고, 우선권은 피해 학생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A군과 B군 사는 곳이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라는 점.

따라서 교육 당국은 학생 배정 권한이 없다며 해결에 소극적입니다.

[경북 경산교육지원청 관계자/음성변조 : "배정이 아니고 진학이기 때문에, 자기가 성적에 따라서 자기가 갈 학교를 지원하는 진학이기 때문에, 저희 교육장이 학교를 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교육 당국은 가해 학생에게 전학을 권고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거부하면 그뿐입니다.

애매한 법 조항과 교육당국의 소극적 해석에 학폭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법의 기본 취지가 무색해진 현실.

피해 학생과 가족이 두 번 상처받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도훈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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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2 06:54:04
    • 수정2022-02-22 07: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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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폭력 피해를 입은 중학생이 가해 학생과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란 이유로, 피해학생을 가해학생과 분리해야 한다는 '학교폭력예방법'의 사각지대가 발생한 겁니다.

김도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중학교 3학년 A 군은 학교 운동부 B 군에게 맞아 턱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8주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고 B군은 강제 전학과 접촉 금지 등의 조치를 받았습니다.

상황이 마무리됐나 싶었더니 A군은 가해학생 B군과 다시 마주치게 됐습니다.

B군이 A군과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앞으로 3년을 같이 다녀야 할 처지입니다.

[피해학생 어머니/음성변조 : "일단 같이 입학 안 시키는 것. 멀리 떠나는 거죠, 이 아이(가해자)가. 그래서 저희 아이와 안 마주치게 해주고 싶죠."]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은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학폭 피해와 가해 학생을 분리 배정하고, 우선권은 피해 학생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A군과 B군 사는 곳이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라는 점.

따라서 교육 당국은 학생 배정 권한이 없다며 해결에 소극적입니다.

[경북 경산교육지원청 관계자/음성변조 : "배정이 아니고 진학이기 때문에, 자기가 성적에 따라서 자기가 갈 학교를 지원하는 진학이기 때문에, 저희 교육장이 학교를 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교육 당국은 가해 학생에게 전학을 권고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거부하면 그뿐입니다.

애매한 법 조항과 교육당국의 소극적 해석에 학폭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법의 기본 취지가 무색해진 현실.

피해 학생과 가족이 두 번 상처받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도훈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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