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는 진짜로 승객을 골라 태울까?

입력 2022.02.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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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리 삶에 가져온 불편 가운데 하나, 바로 '택시 대란'입니다.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그 틈에서 잽싸게 택시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빚어낸 뜻밖의 곤혹스러운 순간이죠.

코로나19로 승객이 줄고 급기야 택시 업계를 떠나는 기사들까지 나오면서, 지난 연말엔 '택시 대란'이라고 부를 만큼 택시 잡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특히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땐,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택시' 앱에서 택시가 잘 안 잡힌다는 지적이 계속됐는데요.

이에 서울시는 카카오택시가 실제로 승객을 골라 태우는지 확인하기 위한 첫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이른바 '미스터리 쇼퍼'가 일반 승객인 것처럼 카카오택시를 직접 불러서 탑승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총 841대를 호출해본 겁니다.

■ 평일 밤 '도심→비도심' 호출 성공률?…"단거리가 장거리의 절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건 직장인들이 회식이나 사적 모임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평일 밤'이었습니다. 평일 밤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승객의 호출 성공률은 23%에 불과했는데,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 승객의 경우 호출 성공률이 54%로 2배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한 밤 시간대는 밤 9시에서 10시 반이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이렇게 제한했는데, 만약 더 늦은 시간까지 조사했다면 장거리-단거리 차이는 더 벌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좀 더 종합적으로 살펴볼까요. 카카오택시로 일반 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건을 분석한 결과, 장거리(81.8%)보다는 단거리(66.4%)가 성공률이 낮았습니다. 또 주말(88.1%)보다는 평일(63.3%)이, 아침(79.0%)‧저녁(83.2%)보다는 밤 시간대(58.6%)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낮았습니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 앱이 기사들에게 승객의 목적지를 제공하면서, 기사들이 승객을 골라태우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실태조사를 자문한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높고 단거리는 낮은 점, 밤 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낮고 배차 실패 횟수도 타 시간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운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도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일반택시 불렀는데 가맹택시 배차?…"콜 몰아주기 의심"

서울시는 또 최근 택시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의 자사 가맹택시(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에 대한 실태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일반택시는 카카오에 가맹 수수료를 내지 않지만 가맹택시는 매출의 3.3%를 수수료로 내다보니, 카카오택시가 가맹택시에 승객 호출을 몰아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조사 결과, '일반호출'을 눌렀는데 '블루' 택시가 배차되는 경우가 약 39%로, 10건 중 4건 가까이 됐습니다. 유형별로는 평일보다는 주말,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저녁‧밤보다는 아침일수록 가맹택시가 배차된 비율이 높았습니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의 경우 가맹택시 비율이 16.7%로 가장 낮았는데요. 상대적으로 승객이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86%로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택시업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일반호출 시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가 배차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안기정 연구위원은 "가맹택시 비율이 40%로 높은 것은 콜 몰아주기 개연성이 있다"며 "카카오택시의 가맹-중개 분리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 서울시 "공정위에 자료 제공…제도 개선 추진"

서울시는 다만,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만큼 '콜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번 실태조사 자료를 곧바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또 국토교통부에는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해줄 것을 건의하고, 가맹‧중개 택시 사업 분리, 목적지 미표기 등 제도 개선도 요청할 계획입니다.

카카오택시 측에는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인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포괄적으로 보여주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표기하지 않는 내용의 단계적 개선방안을 올해 초 요청했습니다.

이 밖에도,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승객이 일반호출을 했을 때 우선 일반택시가 호출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5분)을 주고, 이후 가맹택시에도 호출을 주는 방식을 요청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가맹-중개 사업을 아예 분리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 5대 중 1대는 '도착까지 10분 이상'…"배차 개선 필요"

서울시는 실태조사와 별도로 택시가 배차 뒤 승객에게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함께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5대 중 1대(21%)는 배차 후 승객에게 도착하기까지 10분이 넘게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는 배차방식을 개선하고, 호출 성공률이 가장 낮아 택시 잡기가 어려운 ‘평일 밤 시간대’의 경우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해 부제 해제, 전기 택시 보급확대 등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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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택시는 진짜로 승객을 골라 태울까?
    • 입력 2022-02-23 06:01:55
    취재K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가져온 불편 가운데 하나, 바로 '택시 대란'입니다.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그 틈에서 잽싸게 택시를 잡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빚어낸 뜻밖의 곤혹스러운 순간이죠.

코로나19로 승객이 줄고 급기야 택시 업계를 떠나는 기사들까지 나오면서, 지난 연말엔 '택시 대란'이라고 부를 만큼 택시 잡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특히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땐,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택시' 앱에서 택시가 잘 안 잡힌다는 지적이 계속됐는데요.

이에 서울시는 카카오택시가 실제로 승객을 골라 태우는지 확인하기 위한 첫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이른바 '미스터리 쇼퍼'가 일반 승객인 것처럼 카카오택시를 직접 불러서 탑승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총 841대를 호출해본 겁니다.

■ 평일 밤 '도심→비도심' 호출 성공률?…"단거리가 장거리의 절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건 직장인들이 회식이나 사적 모임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평일 밤'이었습니다. 평일 밤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승객의 호출 성공률은 23%에 불과했는데,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 승객의 경우 호출 성공률이 54%로 2배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한 밤 시간대는 밤 9시에서 10시 반이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이렇게 제한했는데, 만약 더 늦은 시간까지 조사했다면 장거리-단거리 차이는 더 벌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좀 더 종합적으로 살펴볼까요. 카카오택시로 일반 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건을 분석한 결과, 장거리(81.8%)보다는 단거리(66.4%)가 성공률이 낮았습니다. 또 주말(88.1%)보다는 평일(63.3%)이, 아침(79.0%)‧저녁(83.2%)보다는 밤 시간대(58.6%)일수록 호출 성공률이 낮았습니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 앱이 기사들에게 승객의 목적지를 제공하면서, 기사들이 승객을 골라태우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실태조사를 자문한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높고 단거리는 낮은 점, 밤 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낮고 배차 실패 횟수도 타 시간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운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도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일반택시 불렀는데 가맹택시 배차?…"콜 몰아주기 의심"

서울시는 또 최근 택시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의 자사 가맹택시(카카오T 블루) '콜 몰아주기'에 대한 실태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일반택시는 카카오에 가맹 수수료를 내지 않지만 가맹택시는 매출의 3.3%를 수수료로 내다보니, 카카오택시가 가맹택시에 승객 호출을 몰아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조사 결과, '일반호출'을 눌렀는데 '블루' 택시가 배차되는 경우가 약 39%로, 10건 중 4건 가까이 됐습니다. 유형별로는 평일보다는 주말,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저녁‧밤보다는 아침일수록 가맹택시가 배차된 비율이 높았습니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의 경우 가맹택시 비율이 16.7%로 가장 낮았는데요. 상대적으로 승객이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86%로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를 두고 서울시는 택시업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일반호출 시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가 배차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안기정 연구위원은 "가맹택시 비율이 40%로 높은 것은 콜 몰아주기 개연성이 있다"며 "카카오택시의 가맹-중개 분리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 서울시 "공정위에 자료 제공…제도 개선 추진"

서울시는 다만,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만큼 '콜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현재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번 실태조사 자료를 곧바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또 국토교통부에는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게 위임해줄 것을 건의하고, 가맹‧중개 택시 사업 분리, 목적지 미표기 등 제도 개선도 요청할 계획입니다.

카카오택시 측에는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인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포괄적으로 보여주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표기하지 않는 내용의 단계적 개선방안을 올해 초 요청했습니다.

이 밖에도,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승객이 일반호출을 했을 때 우선 일반택시가 호출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5분)을 주고, 이후 가맹택시에도 호출을 주는 방식을 요청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가맹-중개 사업을 아예 분리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 5대 중 1대는 '도착까지 10분 이상'…"배차 개선 필요"

서울시는 실태조사와 별도로 택시가 배차 뒤 승객에게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함께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5대 중 1대(21%)는 배차 후 승객에게 도착하기까지 10분이 넘게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는 배차방식을 개선하고, 호출 성공률이 가장 낮아 택시 잡기가 어려운 ‘평일 밤 시간대’의 경우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해 부제 해제, 전기 택시 보급확대 등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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