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역사로 푸틴 비판한 케냐 대사의 명연설
입력 2022.02.23 (14:59)
수정 2022.02.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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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독립국가 승인을 발표한 지난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러시아 대사는 설전을 벌였지만, 참가국들은 공식 대응안을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상임 이사국인데다 2월 의장국이기 때문입니다.
한계가 분명했던 이날 회의에서 예상치 못하게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건 마틴 키마니 유엔 주재 케냐 대사의 연설이었습니다.
■ 우크라이나 사태에 아프리카 역사 소환된 이유
키마니 대사는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의 분리독립을 승인한 러시아의 발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침범한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국주의의 종식과 함께 세계 열강에 의해 국경선이 결정됐던 아프리카의 역사를 소환해 푸틴의 주장을 비판했습니다.
키마니 대사는 "케냐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경은 우리가 정했던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 국경은 머나먼 식민지 수도 런던, 파리, 리스본에서 그들이 갈라놓은 고대 국가를 고려하지 않고 그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깊은 역사와 문화, 언어를 공유하는 동포들은 아프리카 국가의 경계선을 가로질러 살아가고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경 문제와 아프리카의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한 아프리카의 노력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는 "만약 우리가 독립할 때부터 민족과 인종, 종교적 동질성에 기반한 국민국가 수립을 추구했다면, 우리는 수십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하는 대신 우리는 우리가 물려받은 국경에서 출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위험한 향수에 사로잡혀 역사의 과거로 뒷걸음치는 국가를 만들기보다는, 이전의 어떤 나라나 국민도 보지 못한 위대함을 향해 나아가기로 선택한 것"이라면서 "이는 우리의 국경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평화 구축이라는 더 위대한 것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습니다.
■ 철 지난 '민족주의' 되살린 푸틴 연설과 대비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독립 승인 발표에 이어, 그 이유를 설명하는 대국민연설을 했습니다. 연설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는 고대 러시아의 영토"라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이유의 하나로 역사적 배경을 언급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공통적으로 13세기에 사라진 키예프공국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푸틴은 돈바스 지역의 주민들이 "러시아인으로서 정체성, 언어, 문화를 보존하고자 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민족주의에 기대 '역사적 러시아'의 복원을 주창했습니다.
하지만 키마니 대사는 푸틴과 달리, 민족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민족국가 수립을 '위험한 향수'라고 규정하고, 평화 구축이라는 더 위대한 미래를 위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키마니 대사의 명연설은 트위터에서 하루 만에 34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키마니 대사의 연설을 트위터에 올린 네덜란드의 인권 활동가 토마스 린지는 "케냐 대사는 아프리카인들이 어떻게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있는지, 그리고 탈식민시대에 러시아의 공격적인 언동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평했습니다.
푸틴을 정면 반박한 키마니 대사의 연설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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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2-02-23 15:42:31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독립국가 승인을 발표한 지난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러시아 대사는 설전을 벌였지만, 참가국들은 공식 대응안을 채택하지 못했습니다.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상임 이사국인데다 2월 의장국이기 때문입니다.
한계가 분명했던 이날 회의에서 예상치 못하게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건 마틴 키마니 유엔 주재 케냐 대사의 연설이었습니다.
■ 우크라이나 사태에 아프리카 역사 소환된 이유
키마니 대사는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루한스크 지역의 분리독립을 승인한 러시아의 발표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침범한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국주의의 종식과 함께 세계 열강에 의해 국경선이 결정됐던 아프리카의 역사를 소환해 푸틴의 주장을 비판했습니다.
키마니 대사는 "케냐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국경은 우리가 정했던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 국경은 머나먼 식민지 수도 런던, 파리, 리스본에서 그들이 갈라놓은 고대 국가를 고려하지 않고 그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깊은 역사와 문화, 언어를 공유하는 동포들은 아프리카 국가의 경계선을 가로질러 살아가고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경 문제와 아프리카의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한 아프리카의 노력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는 "만약 우리가 독립할 때부터 민족과 인종, 종교적 동질성에 기반한 국민국가 수립을 추구했다면, 우리는 수십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그렇게 하는 대신 우리는 우리가 물려받은 국경에서 출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위험한 향수에 사로잡혀 역사의 과거로 뒷걸음치는 국가를 만들기보다는, 이전의 어떤 나라나 국민도 보지 못한 위대함을 향해 나아가기로 선택한 것"이라면서 "이는 우리의 국경에 만족해서가 아니라, 평화 구축이라는 더 위대한 것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습니다.
■ 철 지난 '민족주의' 되살린 푸틴 연설과 대비
앞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독립 승인 발표에 이어, 그 이유를 설명하는 대국민연설을 했습니다. 연설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는 고대 러시아의 영토"라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이유의 하나로 역사적 배경을 언급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공통적으로 13세기에 사라진 키예프공국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푸틴은 돈바스 지역의 주민들이 "러시아인으로서 정체성, 언어, 문화를 보존하고자 한다"는 점을 거론하며 민족주의에 기대 '역사적 러시아'의 복원을 주창했습니다.
하지만 키마니 대사는 푸틴과 달리, 민족적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민족국가 수립을 '위험한 향수'라고 규정하고, 평화 구축이라는 더 위대한 미래를 위해 국제사회의 규범을 준수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키마니 대사의 명연설은 트위터에서 하루 만에 34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키마니 대사의 연설을 트위터에 올린 네덜란드의 인권 활동가 토마스 린지는 "케냐 대사는 아프리카인들이 어떻게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있는지, 그리고 탈식민시대에 러시아의 공격적인 언동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평했습니다.
푸틴을 정면 반박한 키마니 대사의 연설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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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하 기자 isegor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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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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