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77% “내 집 꼭 소유”…그런데 누구 돈으로?
입력 2022.02.23 (15:27)
수정 2022.02.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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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승세가 꺾였다고는 하지만 주택 가격은 여전히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특히 경제활동 기간이 짧은 2030세대에게 주택 마련은 더 높은 벽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 대출로 집을 산다는 ‘빚투’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월급은 안 오르는데 물가는 뛰고 대출을 받고 나니 금리가 오른다는 시절, 청년들의 속마음은 어떨까요?
국토연구원이 전국의 2030 미혼 청년 3,009명을 대상으로 주거인식 조사를 해봤습니다.
■ 일찍 철든(?) 2030...77%가 ‘내 집 꼭 소유’
최근 몇 년간 로또 당첨에 버금간 부동산 상승장을 목격했기 때문일까요? 2030 무주택 미혼 청년의 77%는 ‘내 집을 꼭 소유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2030세대는 역대 최고치인 전국 아파트의 31%, 서울 아파트의 41.7%를 지난해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런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본인의 소득이나 자산을 고려했을 때 무주택 미혼 청년의 43%는 향후 10년 이내에 주택을 소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부동산 마련에 공격적이며 또한 낙관적인 모습입니다.
■ 부모지원 옵션 아닌 필수...부의 대물림 현상
다만 실제로 유주택자가 될 가능성은 본인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지원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무주택 미혼 청년 가운데 앞으로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기대하는 청년은 주택소유 가능성을 58%로 봤습니다. 평균보다 15%p 정도 높습니다. 반면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 청년은 주택소유 가능성을 평균보다 낮은 41%로 전망했습니다.
부모세대의 소득·자산 격차가 자녀세대로 대물림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국토연구원은 평가했습니다.
지난해 서울 강남 3구의 아파트 증여 비중은 서울 전체의 41%를 차지했습니다.
■ 2030 미혼 청년 2/3는 부모와 동거...현실 혹은 전략
야무진 미래계획과 달리 지금 딛고 있는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조사 대상의 2/3는 현재 부모님과 같은 집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부모 동거 미혼 청년 중 직장인(풀타임)이 37%로 가장 많은 게 특이합니다. 직장을 잡았어도 독립하기엔 돈이 모자라거나 혹은 돈을 아끼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살기로 한 겁니다.
직장인에 이어 학생(33%), 취준생·수험생(16%) 등의 부모동거 비율이 높았습니다.
소득별로 분류해봐도 비슷한 모습이 보입니다.
부모 동거 청년의 43%는 소득이 100만 원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경우 소득이 낮으니 함께 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죠.
하지만 부모 동거 청년의 13.6%는 소득이 3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독립해도 지원은 계속...절반의 독립
부모님과의 동거를 마치는데도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부모님에게서 독립한 20대의 51%, 30대의 31%는 독립하면서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을 받았습니다.
임차보증금(61%), 초기 월세(19%), 자가구택 구입 자금(16%) 순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독립하고 나서도 경제적인 지원은 계속됩니다. 부모에게서 독립한 2030 미혼 청년 가운데 18%는 생활비나 주거비를 여전히 지원받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월평균 지원금액은 55만 원 수준입니다.
■ 2030에 더욱 높은 2억·9억의 벽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를 비싼 순서대로 한 줄로 세웠을 때 딱 가운데 있는 아파트가 9억 7,050만 원입니다. 중위 가격이죠.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2억 6,400만 원, 월세 중위가격은 69만 5,000원입니다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 중위가격은 2억 100만 원, 월세 중위가격은 52만 원입니다.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상승세 때문에 일반적인 2030 청년 세대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 형성됐습니다.
다 컸는데 독립하지 못한다고, 독립해도 부모님에게 손 벌린다고 이들을 비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공공임대>신규 주택공급>주거비 지원
현실과 이상 사이에 낀 2030세대는 무엇을 가장 원할까요?
응답자의 24%는 가장 시급한 주거정책으로 ‘누구나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꼽았습니다. 이어 ‘신규주택공급 확대’(23%), ‘무주택 청년 주거비 지원’(21%) 순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연구원은 공공임대주택이 갖는 장점은 확대하되 부정적 사회인식, 물량 부족 등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청년 주택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약속도 있고 금융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있습니다.
장밋빛 공약이 당선 뒤에도 2030세대를 위로해줄지 두 눈 더 크게 뜨고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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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세대 77% “내 집 꼭 소유”…그런데 누구 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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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2-23 15:27:48
- 수정2022-02-23 15:35:16
최근 상승세가 꺾였다고는 하지만 주택 가격은 여전히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특히 경제활동 기간이 짧은 2030세대에게 주택 마련은 더 높은 벽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혼까지 끌어 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 대출로 집을 산다는 ‘빚투’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월급은 안 오르는데 물가는 뛰고 대출을 받고 나니 금리가 오른다는 시절, 청년들의 속마음은 어떨까요?
국토연구원이 전국의 2030 미혼 청년 3,009명을 대상으로 주거인식 조사를 해봤습니다.
■ 일찍 철든(?) 2030...77%가 ‘내 집 꼭 소유’
최근 몇 년간 로또 당첨에 버금간 부동산 상승장을 목격했기 때문일까요? 2030 무주택 미혼 청년의 77%는 ‘내 집을 꼭 소유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2030세대는 역대 최고치인 전국 아파트의 31%, 서울 아파트의 41.7%를 지난해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런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본인의 소득이나 자산을 고려했을 때 무주택 미혼 청년의 43%는 향후 10년 이내에 주택을 소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부동산 마련에 공격적이며 또한 낙관적인 모습입니다.
■ 부모지원 옵션 아닌 필수...부의 대물림 현상
다만 실제로 유주택자가 될 가능성은 본인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지원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무주택 미혼 청년 가운데 앞으로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기대하는 청년은 주택소유 가능성을 58%로 봤습니다. 평균보다 15%p 정도 높습니다. 반면 부모의 경제적 도움을 기대하지 않는 청년은 주택소유 가능성을 평균보다 낮은 41%로 전망했습니다.
부모세대의 소득·자산 격차가 자녀세대로 대물림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국토연구원은 평가했습니다.
■ 2030 미혼 청년 2/3는 부모와 동거...현실 혹은 전략
야무진 미래계획과 달리 지금 딛고 있는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조사 대상의 2/3는 현재 부모님과 같은 집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부모 동거 미혼 청년 중 직장인(풀타임)이 37%로 가장 많은 게 특이합니다. 직장을 잡았어도 독립하기엔 돈이 모자라거나 혹은 돈을 아끼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살기로 한 겁니다.
직장인에 이어 학생(33%), 취준생·수험생(16%) 등의 부모동거 비율이 높았습니다.
소득별로 분류해봐도 비슷한 모습이 보입니다.
부모 동거 청년의 43%는 소득이 100만 원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경우 소득이 낮으니 함께 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죠.
하지만 부모 동거 청년의 13.6%는 소득이 3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독립해도 지원은 계속...절반의 독립
부모님과의 동거를 마치는데도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부모님에게서 독립한 20대의 51%, 30대의 31%는 독립하면서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을 받았습니다.
임차보증금(61%), 초기 월세(19%), 자가구택 구입 자금(16%) 순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독립하고 나서도 경제적인 지원은 계속됩니다. 부모에게서 독립한 2030 미혼 청년 가운데 18%는 생활비나 주거비를 여전히 지원받는다고 응답했습니다. 월평균 지원금액은 55만 원 수준입니다.
■ 2030에 더욱 높은 2억·9억의 벽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를 비싼 순서대로 한 줄로 세웠을 때 딱 가운데 있는 아파트가 9억 7,050만 원입니다. 중위 가격이죠.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2억 6,400만 원, 월세 중위가격은 69만 5,000원입니다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 중위가격은 2억 100만 원, 월세 중위가격은 52만 원입니다.
최근 몇 년간의 부동산 상승세 때문에 일반적인 2030 청년 세대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 형성됐습니다.
다 컸는데 독립하지 못한다고, 독립해도 부모님에게 손 벌린다고 이들을 비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공공임대>신규 주택공급>주거비 지원
현실과 이상 사이에 낀 2030세대는 무엇을 가장 원할까요?
응답자의 24%는 가장 시급한 주거정책으로 ‘누구나 오랜 기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꼽았습니다. 이어 ‘신규주택공급 확대’(23%), ‘무주택 청년 주거비 지원’(21%) 순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연구원은 공공임대주택이 갖는 장점은 확대하되 부정적 사회인식, 물량 부족 등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청년 주택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공급을 늘리겠다는 약속도 있고 금융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있습니다.
장밋빛 공약이 당선 뒤에도 2030세대를 위로해줄지 두 눈 더 크게 뜨고 지켜볼 일입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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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석 기자 bric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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