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제주 비자림로 공사 ‘2년 만에 다시 시작’

입력 2022.02.26 (09:04) 수정 2022.02.2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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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25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삼나무숲 훼손 논란으로 3차례나 공사가 중단됐던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다시 추진됩니다. 공사가 중단된 지 2년 만에 다시 삽을 뜨게 된 건데 어떻게 된 걸까요?

■ 2018년부터 3차례 중단…환경 훼손 우려에 멈춰있는 공사 현장

25일 취재진은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인 제주시 구좌읍을 찾았습니다. 삼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잡초가 무성하고, 도로 옆으로 안전펜스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2018년 6월 착공 이후 3차례나 공사가 중단된 흔적입니다.

25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 도로 옆으로 안전펜스가 둘러져 있다25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 도로 옆으로 안전펜스가 둘러져 있다

처음 공사가 중단된 건 착공 두 달만인 2018년 8월. KBS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이곳 공사 현장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삼나무숲 훼손 논란이 일고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단 중단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제주도는 이후 해당 도로를 3개 구간으로 나누고 우회도로를 만들어 삼나무 벌채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2019년 3월 공사를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공사 구간에서 애기뿔소똥구리 등 법정 보호종이 발견되면서 다시 공사를 멈췄습니다.

그러다 2020년 5월, 법정 보호종 조사가 진행되는 1·3구간을 제외한 2구간에 한해 공사를 시작했지만, 하루 만에 중단됐습니다. 환경청과 환경영향 저감방안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재개했기 때문입니다.

환경청은 법정 보호종 보호 대책 마련 등을 주문했었는데, 2년 만에 환경청과 제주도가 협의 절차를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환경청 "저감방안 이행 허가"…제주도 "철저히 지켜 공사 재개"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제주도에 공문을 보낸 건 지난 23일.

지난달 제주도가 제출한 '환경영향 저감방안 보완설계'를 검토하고, 추가 보완 지시를 거쳐 최종 검토 의견을 낸 겁니다. 이 공문에는 "저감방안을 마련했으니 그대로 이행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시 공사를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삼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성인 키만한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모습삼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성인 키만한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모습

공사 구간에서 발견된 애기뿔소똥구리 등 법정 보호종을 대체 서식지로 옮긴 제주도는, 추후 소똥구리 유입을 막기 위한 펜스 등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도로 폭을 축소해 벌채 범위를 조정하고 생태도로를 설치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제주도 건설과 도시계획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밝히긴 이르다"면서도 "협의 사항을 이행하라는 공문이 와서 공사 착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건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곧바로 착공에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환경청과 협의한 저감방안을 철저히 지켜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종료 예정이던 사업 기간을 2024년까지 3년간 연장한 제주도는 올해 사업비로 10억 원을 편성한 만큼, 협의 내용 이행부터 시작해 사업에 속도를 낼 예정입니다.

비자림로 확장 사업을 놓고 그동안 찬반 갈등이 컸던 만큼 공사가 다시 시작되면 또다시 진통이 예상됩니다.

지난 해 12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고 하려는 시민모임'은 위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통해 승인된 도로구역 결정은 무효라며 집행정지 소송까지 제기했는데,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심에서 기각돼 항고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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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단된 제주 비자림로 공사 ‘2년 만에 다시 시작’
    • 입력 2022-02-26 09:04:42
    • 수정2022-02-26 09:07:40
    취재K
25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을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삼나무숲 훼손 논란으로 3차례나 공사가 중단됐던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다시 추진됩니다. 공사가 중단된 지 2년 만에 다시 삽을 뜨게 된 건데 어떻게 된 걸까요?

■ 2018년부터 3차례 중단…환경 훼손 우려에 멈춰있는 공사 현장

25일 취재진은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인 제주시 구좌읍을 찾았습니다. 삼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잡초가 무성하고, 도로 옆으로 안전펜스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2018년 6월 착공 이후 3차례나 공사가 중단된 흔적입니다.

25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 공사 구간’. 도로 옆으로 안전펜스가 둘러져 있다
처음 공사가 중단된 건 착공 두 달만인 2018년 8월. KBS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이곳 공사 현장이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삼나무숲 훼손 논란이 일고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단 중단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제주도는 이후 해당 도로를 3개 구간으로 나누고 우회도로를 만들어 삼나무 벌채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2019년 3월 공사를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공사 구간에서 애기뿔소똥구리 등 법정 보호종이 발견되면서 다시 공사를 멈췄습니다.

그러다 2020년 5월, 법정 보호종 조사가 진행되는 1·3구간을 제외한 2구간에 한해 공사를 시작했지만, 하루 만에 중단됐습니다. 환경청과 환경영향 저감방안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재개했기 때문입니다.

환경청은 법정 보호종 보호 대책 마련 등을 주문했었는데, 2년 만에 환경청과 제주도가 협의 절차를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환경청 "저감방안 이행 허가"…제주도 "철저히 지켜 공사 재개"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제주도에 공문을 보낸 건 지난 23일.

지난달 제주도가 제출한 '환경영향 저감방안 보완설계'를 검토하고, 추가 보완 지시를 거쳐 최종 검토 의견을 낸 겁니다. 이 공문에는 "저감방안을 마련했으니 그대로 이행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시 공사를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삼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성인 키만한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모습
공사 구간에서 발견된 애기뿔소똥구리 등 법정 보호종을 대체 서식지로 옮긴 제주도는, 추후 소똥구리 유입을 막기 위한 펜스 등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도로 폭을 축소해 벌채 범위를 조정하고 생태도로를 설치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제주도 건설과 도시계획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지금 단계에서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밝히긴 이르다"면서도 "협의 사항을 이행하라는 공문이 와서 공사 착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건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곧바로 착공에 들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환경청과 협의한 저감방안을 철저히 지켜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종료 예정이던 사업 기간을 2024년까지 3년간 연장한 제주도는 올해 사업비로 10억 원을 편성한 만큼, 협의 내용 이행부터 시작해 사업에 속도를 낼 예정입니다.

비자림로 확장 사업을 놓고 그동안 찬반 갈등이 컸던 만큼 공사가 다시 시작되면 또다시 진통이 예상됩니다.

지난 해 12월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고 하려는 시민모임'은 위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통해 승인된 도로구역 결정은 무효라며 집행정지 소송까지 제기했는데,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심에서 기각돼 항고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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