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진짜 핵무기 꺼내게 한 ‘금융 핵폭탄’ 스위프트는 무엇?

입력 2022.02.28 (18:04) 수정 2022.02.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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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급기야 '핵 부대의 특별 임무'를 언급했습니다.

와, 무섭습니다. 핵이라뇨.

그런데 이 언급이 서방의 가혹한 경제 제재, 그 가운데서도 '스위프트 배제'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 핵폭탄'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강력하다는 이 '스위프트' 제재,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알아봅니다.

'스위프트' 일단 개념부터 설명해 주실까요.

[기자]

'스위프트' 자체는 벨기에에 있는 단쳅니다.

국제 거래를 중개하는데, 은행이 아니고 통신 협횝니다.

무역할 때 한 나라의 은행에서 다른 나라 은행으로 돈을 보내야 하죠?

환전도 해야 하고 중간에 다른 은행이 끼기도 해서 복잡합니다.

스위프트는 이 복잡한 거래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안심할 수 있게 일종의 꼬리표를 달아줍니다.

'스위프트 코드'라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붙여서 '이 돈이 어디서 출발해서 어느 은행을 거쳐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지'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이 꼬리표를 스위프트가 거의 독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로 이걸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사실상 국제 거래가 불가능합니다.

[앵커]

아, '국제결제'에 필수적인 서비스기 때문에 이 제재는 국제 무역 망에서의 퇴출을 의미한단 거군요?

[기자]

영국 가디언은 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를 인용해서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교역이 중단되고, 환율은 소련 시절처럼 고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오늘 러시아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루블화 가치는 무려 40%나 폭락해서 117루블까지 떨어졌습니다.

당장 러시아는 안 그래도 높던 기준 금리를 20%로 두 배 넘게 올렸지만 충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융 시스템을 타격하는 '금융 핵무기'라고 불리는 건데, 강할 뿐만 아니라 전례도 없습니다.

북한, 이란 같은 이른바 '불량국가'들만 대상이었지, 러시아처럼 크고 강한 나라에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러시아는 '진짜 핵무기' 얘기까지 꺼내다니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기자]

뉴욕타임스는 "크렘린은 원래 경제와 재래식 전쟁 사이에 경계를 두지 않기 때문에 이 제재는 전쟁에 가까운 것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푸틴은 "경제 분야에서의 비우호적인 행동" 등을 빌미로 이 핵 얘기를 꺼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27일 : "저는 (러시아) 국방장관과 군 참모총장에게 핵 억지력 부대의 경계 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합니다."]

핵이 아니라도 서방도 부담스러운 카드이긴 합니다.

당장은 독일 같은 나라 에너지 문제가 큽니다.

친환경 전환 과정에 과도기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데, 스위프트 제재하면 돈을 못 보내니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이야기죠.

러시아는 자원 수출 대국이니 글로벌 '인플레이션' 부담, 또 성장 둔화 부담도 무섭습니다.

그동안 망설인 이유가 다 있습니다.

다만, 당장 제재 강도는 에너지 수입마저 막을 정도로 강하진 않습니다.

주 타깃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중앙은행을 제재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 거죠?

[기자]

러시아 외환보유고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습니다.

우리 돈 7백조 원이 넘어서 액수 자체는 든든한데, 망에서 배제되면 있어도 쓸 수가 없습니다.

외환보유고는 달러나 유로 자산은 미국 국채와 같은 형식으로 해외에 보관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외국인 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가도 환율 방어에 돈을 쓸 수도 없고, 돈을 못 갚으니 외채 위기가 올 수 있는 겁니다.

또 지금도 고물가에, 생활고로 고통받는 러시아 국민의 고통이 커지겠죠.

[셰브첸코/모스크바 주민 : "남은 물건이 없습니다. 모든 전자제품 가게가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앵커]

러시아가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준비를 많이 했고, 또 대안도 있다는 분석도 상당히 많던데요?

[기자]

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IMF 통계 보면, 세계적으로 외환보유고의 59%는 달러입니다.

그런데 러시아 중앙은행은 달러 자산 별로 없습니다.

6.6%만 달러고, 13.8%는 중국 위안화 자산입니다.

프랑스, 일본, 독일 자산이 더 많죠.

2018년까지만 해도 달러화 자산이 30% 정도고 위안화는 4.7%였는데, 지난 4년간 달러 의존도를 많이 낮춰놓은 겁니다.

준비를 해왔단 얘기죠.

뉴욕타임스는 또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이나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 제한을 꺼내 들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러시아 돕는 중-러 밀월입니다.

당장 중국이 러시아를 위안화 결제 시스템으로 도울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미국과 다투는 중국이 앞으로는 이 스위프트 안 쓰는 시스템, 글로벌 질서를 준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악의 경우 중·러가 뭉쳐서 독자 결제 시스템 만들고, 스위프트 독점이 무너지고, 달러 패권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세계가 점점 더 각자도생의 길로 빠져들 수 있다는 이야기네요.

더 무섭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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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8 18:04:04
    • 수정2022-02-28 18: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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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급기야 '핵 부대의 특별 임무'를 언급했습니다.

와, 무섭습니다. 핵이라뇨.

그런데 이 언급이 서방의 가혹한 경제 제재, 그 가운데서도 '스위프트 배제'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금융 핵폭탄'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강력하다는 이 '스위프트' 제재,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알아봅니다.

'스위프트' 일단 개념부터 설명해 주실까요.

[기자]

'스위프트' 자체는 벨기에에 있는 단쳅니다.

국제 거래를 중개하는데, 은행이 아니고 통신 협횝니다.

무역할 때 한 나라의 은행에서 다른 나라 은행으로 돈을 보내야 하죠?

환전도 해야 하고 중간에 다른 은행이 끼기도 해서 복잡합니다.

스위프트는 이 복잡한 거래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안심할 수 있게 일종의 꼬리표를 달아줍니다.

'스위프트 코드'라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붙여서 '이 돈이 어디서 출발해서 어느 은행을 거쳐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지'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이 꼬리표를 스위프트가 거의 독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로 이걸 이용하지 못하게 되면 사실상 국제 거래가 불가능합니다.

[앵커]

아, '국제결제'에 필수적인 서비스기 때문에 이 제재는 국제 무역 망에서의 퇴출을 의미한단 거군요?

[기자]

영국 가디언은 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를 인용해서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교역이 중단되고, 환율은 소련 시절처럼 고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오늘 러시아 외환시장이 열리자마자 루블화 가치는 무려 40%나 폭락해서 117루블까지 떨어졌습니다.

당장 러시아는 안 그래도 높던 기준 금리를 20%로 두 배 넘게 올렸지만 충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금융 시스템을 타격하는 '금융 핵무기'라고 불리는 건데, 강할 뿐만 아니라 전례도 없습니다.

북한, 이란 같은 이른바 '불량국가'들만 대상이었지, 러시아처럼 크고 강한 나라에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러시아는 '진짜 핵무기' 얘기까지 꺼내다니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기자]

뉴욕타임스는 "크렘린은 원래 경제와 재래식 전쟁 사이에 경계를 두지 않기 때문에 이 제재는 전쟁에 가까운 것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푸틴은 "경제 분야에서의 비우호적인 행동" 등을 빌미로 이 핵 얘기를 꺼냈습니다.

[푸틴/러시아 대통령/27일 : "저는 (러시아) 국방장관과 군 참모총장에게 핵 억지력 부대의 경계 태세를 강화할 것을 지시합니다."]

핵이 아니라도 서방도 부담스러운 카드이긴 합니다.

당장은 독일 같은 나라 에너지 문제가 큽니다.

친환경 전환 과정에 과도기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데, 스위프트 제재하면 돈을 못 보내니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엄청난 후폭풍이 있을 이야기죠.

러시아는 자원 수출 대국이니 글로벌 '인플레이션' 부담, 또 성장 둔화 부담도 무섭습니다.

그동안 망설인 이유가 다 있습니다.

다만, 당장 제재 강도는 에너지 수입마저 막을 정도로 강하진 않습니다.

주 타깃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중앙은행을 제재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 거죠?

[기자]

러시아 외환보유고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습니다.

우리 돈 7백조 원이 넘어서 액수 자체는 든든한데, 망에서 배제되면 있어도 쓸 수가 없습니다.

외환보유고는 달러나 유로 자산은 미국 국채와 같은 형식으로 해외에 보관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외국인 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가도 환율 방어에 돈을 쓸 수도 없고, 돈을 못 갚으니 외채 위기가 올 수 있는 겁니다.

또 지금도 고물가에, 생활고로 고통받는 러시아 국민의 고통이 커지겠죠.

[셰브첸코/모스크바 주민 : "남은 물건이 없습니다. 모든 전자제품 가게가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앵커]

러시아가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준비를 많이 했고, 또 대안도 있다는 분석도 상당히 많던데요?

[기자]

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IMF 통계 보면, 세계적으로 외환보유고의 59%는 달러입니다.

그런데 러시아 중앙은행은 달러 자산 별로 없습니다.

6.6%만 달러고, 13.8%는 중국 위안화 자산입니다.

프랑스, 일본, 독일 자산이 더 많죠.

2018년까지만 해도 달러화 자산이 30% 정도고 위안화는 4.7%였는데, 지난 4년간 달러 의존도를 많이 낮춰놓은 겁니다.

준비를 해왔단 얘기죠.

뉴욕타임스는 또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이나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 제한을 꺼내 들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러시아 돕는 중-러 밀월입니다.

당장 중국이 러시아를 위안화 결제 시스템으로 도울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미국과 다투는 중국이 앞으로는 이 스위프트 안 쓰는 시스템, 글로벌 질서를 준비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악의 경우 중·러가 뭉쳐서 독자 결제 시스템 만들고, 스위프트 독점이 무너지고, 달러 패권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세계가 점점 더 각자도생의 길로 빠져들 수 있다는 이야기네요.

더 무섭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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