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생활’ 같은 현장실습…체불임금 해결도 어려워

입력 2022.03.04 (09:54) 수정 2022.03.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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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학에선 학생들이 졸업 전에 기업 현장에 나가 실무 경험을 쌓는 현장 실습이 흔한데요,

제도의 취지와 달리 값싼 노동력만 이용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체불임금이 생겨도 도움받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김계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옥탑방 안에 매트리스도 없이 낡은 카페트가 깔려 있습니다.

2019년 가을 대학 4학년이던 박 모 씨가 부산의 한 건설업체에 현장실습을 가 제공 받은 숙소입니다.

[박 씨/현장실습 피해자 : "짐 같은 것도 크게 필요 없다. 내(건설업체 대표)가 다 사주고 할 테니 그냥 몸만 와도 된다, 거의 그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원래 박 씨는 월 3백만 원에 경호와 수행비서 업무를 제안받았지만, 실제로는 주로 대표의 차를 몰았습니다.

하루 두 번 서울과 부산을 오가기도 하고…

[박 씨/현장실습 피해자 : "(대표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고속도로 운전하는데 과속 카메라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밟아라, 옆에 KTX보다 빨리 달려라…."]

운전하는 차 안에서는 욕설을 듣고, 손찌검까지 당했습니다.

임금은커녕 사람 대접도 못 받아 당장 그만두고 싶었지만, 대학 졸업이 달린 '현장실습'이라 석 달을 겨우 버텼습니다.

[박 씨/현장실습 피해자 : "업체도 (현장실습 제도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본인들이 마지막에 재직증명이나 4대 보험 가입 같은 것을 누락시키거나 안 해줘 버리면 졸업은 물 건너가는 것이고…"]

지옥 같았던 현장실습 석 달을 끝낸 뒤 박 씨는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고발했지만,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혐의 없음' 처리됐습니다.

결국, 홀로 소송을 진행했고 1심 재판부는 업체 대표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을 적용해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노동청의 판단과 달리 법원은 박씨를 근로자로 인정한 것입니다.

[유선경/공인노무사 : "(피해) 입증을 노동자가 다 해야 되는 상황에서 대부분은 노동자들이 서류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근로계약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은 서류를 미리 만들어놓고 있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임금을 받기 위해선 또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체불임금 채권의 시효까지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김계애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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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예 생활’ 같은 현장실습…체불임금 해결도 어려워
    • 입력 2022-03-04 09:54:04
    • 수정2022-03-04 10:00:07
    930뉴스
[앵커]

대학에선 학생들이 졸업 전에 기업 현장에 나가 실무 경험을 쌓는 현장 실습이 흔한데요,

제도의 취지와 달리 값싼 노동력만 이용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체불임금이 생겨도 도움받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김계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옥탑방 안에 매트리스도 없이 낡은 카페트가 깔려 있습니다.

2019년 가을 대학 4학년이던 박 모 씨가 부산의 한 건설업체에 현장실습을 가 제공 받은 숙소입니다.

[박 씨/현장실습 피해자 : "짐 같은 것도 크게 필요 없다. 내(건설업체 대표)가 다 사주고 할 테니 그냥 몸만 와도 된다, 거의 그렇게 얘기를 했거든요."]

원래 박 씨는 월 3백만 원에 경호와 수행비서 업무를 제안받았지만, 실제로는 주로 대표의 차를 몰았습니다.

하루 두 번 서울과 부산을 오가기도 하고…

[박 씨/현장실습 피해자 : "(대표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고속도로 운전하는데 과속 카메라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밟아라, 옆에 KTX보다 빨리 달려라…."]

운전하는 차 안에서는 욕설을 듣고, 손찌검까지 당했습니다.

임금은커녕 사람 대접도 못 받아 당장 그만두고 싶었지만, 대학 졸업이 달린 '현장실습'이라 석 달을 겨우 버텼습니다.

[박 씨/현장실습 피해자 : "업체도 (현장실습 제도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본인들이 마지막에 재직증명이나 4대 보험 가입 같은 것을 누락시키거나 안 해줘 버리면 졸업은 물 건너가는 것이고…"]

지옥 같았던 현장실습 석 달을 끝낸 뒤 박 씨는 임금체불로 노동청에 고발했지만,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혐의 없음' 처리됐습니다.

결국, 홀로 소송을 진행했고 1심 재판부는 업체 대표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을 적용해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노동청의 판단과 달리 법원은 박씨를 근로자로 인정한 것입니다.

[유선경/공인노무사 : "(피해) 입증을 노동자가 다 해야 되는 상황에서 대부분은 노동자들이 서류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근로계약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은 서류를 미리 만들어놓고 있기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임금을 받기 위해선 또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지만 체불임금 채권의 시효까지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김계애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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