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매체, 한국 대선 각별한 관심…“누가 이기든 한중관계 전진해야”

입력 2022.03.09 (15:19) 수정 2022.03.0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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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CCTV 보도 채널은 한국 대선 당일인 9일 매 시간 주요 뉴스로 주요 후보 소식과 함께 선거 상황을 전했다. [CCTV 캡처]중국 관영 CCTV 보도 채널은 한국 대선 당일인 9일 매 시간 주요 뉴스로 주요 후보 소식과 함께 선거 상황을 전했다. [CCTV 캡처]

중국 관영매체들이 9일 일제히 한국의 대통령 선거 사실을 전하며, 특히 이번 선거의 국제적 파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 중국 관영매체, 한국 대선 상황 비중있게 보도

관영 CCTV는 9일 아침 서울발 리포트를 통해 주요 후보들의 유세 내용과 투표 시작 사실을 전했습니다. CCTV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8일 밤 서울에서 유세를 했다고 현장 보도했습니다. 양측 모두 서울에서 이겨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고 보고 있으며 서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CCTV는 9일 이재명 후보가 금융중심지 여의도에서 유세하며 “직장인 정시 퇴근과 노동 권익 보장을 약속했다”고 전했다.[CCTV 캡처]CCTV는 9일 이재명 후보가 금융중심지 여의도에서 유세하며 “직장인 정시 퇴근과 노동 권익 보장을 약속했다”고 전했다.[CCTV 캡처]

CCTV는 9일 윤석열 후보가 서울광장에서 유세하며 “대립이 아닌 통합의 정치와 경제 발전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CCTV 캡처]CCTV는 9일 윤석열 후보가 서울광장에서 유세하며 “대립이 아닌 통합의 정치와 경제 발전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CCTV 캡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 역시 기사와 사설을 통해 한국 대선을 분석했습니다.

먼저 기사를 통해 이번 대선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전제한 뒤, 거대 양당 후보의 스캔들과 여당 대표에 대한 폭력사태로 '오징어 게임'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인구 5,200만 국가에서 대선 전날 코로나19 확진자가 32만 명을 넘고 대졸자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환구시보의 속내는 사설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 결과가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제목부터 "한중 관계는 앞으로 나아가야지 뒤로 물러서면 안된다"입니다. 특히 미중 관계의 틀에서 한국 외교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분석했습니다.

■ 중국 매체, 대선 여파 주목..."한중관계 후퇴 말고 전진해야"

이 매체는 과거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북한을 많이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중국에 대해 경쟁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재명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해 "불법 영해 침범이니 격침해야 한다"고 말하고 윤석열 후보가 사드 추가 배치 의지를 밝힌데 대해 관심을 갖고 보도해왔습니다.

환구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이번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중 관계는 후퇴하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환구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이번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중 관계는 후퇴하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환구시보는 사드 문제로 악화됐던 한중 관계가 몇가지 합의를 통해 정상화됐고, 이는 양국이 외부 간섭을 극복한 전형적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한중 합의로 미국의 간섭을 극복했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가 한국의 안보에 중요한 전제조건이란 점을 증명한 경험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한중 관계의 중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 위협 고조에 따른 자위적, 방어적 이유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려도 없습니다.

한중 여론이 한복과 김치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은데 대해서는 "한국과 중국이 공유하는 공동의 역사적, 문화적 기원에 뿌리가 있다"며 "실용적이고 이성적 태도와 열린 마음이 양국 국민의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환구시보는 "중국의 김치 산업이 국제 김치 시장에서 표준이 됐다"는 등 공세적 주장으로 한중 갈등을 자극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2017년에는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는 막말을 싣기도 했습니다.

■ "한국 신임 대통령은 편들기 대신 가교 역할 해야"

환구시보는 또 "미국이 한국을 동북아 지정학적 대립의 전진기지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이는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신임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편들기 대신 가교 역할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누가 이기든 축하하고 한중관계가 한단계 더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차기 정부가 미중 갈등 와중에 미국 쪽으로 기울지 않기를 바라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이 매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기사에서 이번 한국 대선이 양국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특히 이번 선거는 한국의 젊은층인 Z세대의 의견이 외교를 비롯한 국가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세대들이 통일에 대한 열망은 적고 대중 관계에 적대적, 민족주의적이어서 한반도의 미래와 한중 관계를 불확실하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일 중국 전인대를 계기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인들은 흔히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말한다”며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일 중국 전인대를 계기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인들은 흔히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말한다”며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중국사회과학원 왕쥔셩 연구위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반중 선전전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중국의 이미지가 악화됐다고 봤습니다. 또 한국의 경우 "실업과 저소득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좌절감을 중국에 터뜨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생활 수준과 경제 성과가 다른 국가들을 앞지르며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반중 정서는 미국의 선전·한국 젊은 세대의 경제적 좌절감 때문"

전랑(늑대 전사)외교라 불리는 중국의 공세적 외교 정책 등에 문제는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기 보다 마치 다른 나라 국민들이 미국을 추종하거나 중국을 시샘해 반중 정서가 일어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보도를 보면, 중국이 한국 대선 결과와 그 외교적 파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중간 세력 균형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들을 여전히 아전인수 격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일 중국 전인대를 계기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인들은 흔히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말한다"며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이웃일지 몰라도 인식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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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중국 매체, 한국 대선 각별한 관심…“누가 이기든 한중관계 전진해야”
    • 입력 2022-03-09 15:19:37
    • 수정2022-03-09 18:42:36
    특파원 리포트
중국 관영 CCTV 보도 채널은 한국 대선 당일인 9일 매 시간 주요 뉴스로 주요 후보 소식과 함께 선거 상황을 전했다. [CCTV 캡처]
중국 관영매체들이 9일 일제히 한국의 대통령 선거 사실을 전하며, 특히 이번 선거의 국제적 파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 중국 관영매체, 한국 대선 상황 비중있게 보도

관영 CCTV는 9일 아침 서울발 리포트를 통해 주요 후보들의 유세 내용과 투표 시작 사실을 전했습니다. CCTV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8일 밤 서울에서 유세를 했다고 현장 보도했습니다. 양측 모두 서울에서 이겨야 승리 가능성이 높아고 보고 있으며 서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CCTV는 9일 이재명 후보가 금융중심지 여의도에서 유세하며 “직장인 정시 퇴근과 노동 권익 보장을 약속했다”고 전했다.[CCTV 캡처]
CCTV는 9일 윤석열 후보가 서울광장에서 유세하며 “대립이 아닌 통합의 정치와 경제 발전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CCTV 캡처]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 역시 기사와 사설을 통해 한국 대선을 분석했습니다.

먼저 기사를 통해 이번 대선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전제한 뒤, 거대 양당 후보의 스캔들과 여당 대표에 대한 폭력사태로 '오징어 게임'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인구 5,200만 국가에서 대선 전날 코로나19 확진자가 32만 명을 넘고 대졸자들은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환구시보의 속내는 사설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 결과가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제목부터 "한중 관계는 앞으로 나아가야지 뒤로 물러서면 안된다"입니다. 특히 미중 관계의 틀에서 한국 외교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분석했습니다.

■ 중국 매체, 대선 여파 주목..."한중관계 후퇴 말고 전진해야"

이 매체는 과거 대선에서는 후보들이 북한을 많이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중국에 대해 경쟁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재명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대해 "불법 영해 침범이니 격침해야 한다"고 말하고 윤석열 후보가 사드 추가 배치 의지를 밝힌데 대해 관심을 갖고 보도해왔습니다.

환구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이번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한중 관계는 후퇴하지 말고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환구시보는 사드 문제로 악화됐던 한중 관계가 몇가지 합의를 통해 정상화됐고, 이는 양국이 외부 간섭을 극복한 전형적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한중 합의로 미국의 간섭을 극복했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가 한국의 안보에 중요한 전제조건이란 점을 증명한 경험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한중 관계의 중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 위협 고조에 따른 자위적, 방어적 이유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고려도 없습니다.

한중 여론이 한복과 김치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은데 대해서는 "한국과 중국이 공유하는 공동의 역사적, 문화적 기원에 뿌리가 있다"며 "실용적이고 이성적 태도와 열린 마음이 양국 국민의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환구시보는 "중국의 김치 산업이 국제 김치 시장에서 표준이 됐다"는 등 공세적 주장으로 한중 갈등을 자극한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2017년에는 "사드 배치를 지지하는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는 막말을 싣기도 했습니다.

■ "한국 신임 대통령은 편들기 대신 가교 역할 해야"

환구시보는 또 "미국이 한국을 동북아 지정학적 대립의 전진기지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하면서, "이는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신임 대통령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편들기 대신 가교 역할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누가 이기든 축하하고 한중관계가 한단계 더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차기 정부가 미중 갈등 와중에 미국 쪽으로 기울지 않기를 바라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이 매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기사에서 이번 한국 대선이 양국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특히 이번 선거는 한국의 젊은층인 Z세대의 의견이 외교를 비롯한 국가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세대들이 통일에 대한 열망은 적고 대중 관계에 적대적, 민족주의적이어서 한반도의 미래와 한중 관계를 불확실하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일 중국 전인대를 계기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인들은 흔히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말한다”며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를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중국사회과학원 왕쥔셩 연구위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반중 선전전 때문에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중국의 이미지가 악화됐다고 봤습니다. 또 한국의 경우 "실업과 저소득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좌절감을 중국에 터뜨리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생활 수준과 경제 성과가 다른 국가들을 앞지르며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반중 정서는 미국의 선전·한국 젊은 세대의 경제적 좌절감 때문"

전랑(늑대 전사)외교라 불리는 중국의 공세적 외교 정책 등에 문제는 없는지 스스로 돌아보기 보다 마치 다른 나라 국민들이 미국을 추종하거나 중국을 시샘해 반중 정서가 일어나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보도를 보면, 중국이 한국 대선 결과와 그 외교적 파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중간 세력 균형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들을 여전히 아전인수 격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7일 중국 전인대를 계기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인들은 흔히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고 말한다"며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이웃일지 몰라도 인식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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