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지느러미 싣고”…불법 선박 정거장 된 국내 항만

입력 2022.03.16 (21:41) 수정 2022.03.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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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요리 샥스핀의 재료로 쓰이는 멸종 위기종 상어가 불법으로 포획되거나 거래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어업을 막기 위해 세계 69개 나라가 맺은 게 '항만국 조치 협정'입니다.

불법 어업을 저질렀거나 저지를 위험이 큰 선박을 자국 항만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서로 막자는 국제 약속입니다.

우리나라도 이 협정에 가입해 2016년부터 운용하고 있는데, 국내 항만에서는 이런 관련 규제가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이지은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년 전 세네갈 해역에서 촬영된 중국어선의 조업 모습입니다.

선원이 갓 잡아 올린 상어의 지느러미를 자른 뒤 몸통은 그대로 바다에 던집니다.

비싼 요리 재료인 상어 지느러미만 도려내는 이른바 '샤크 피닝'입니다.

이렇게 지느러미를 잃고 죽는 상어는 연간 1억 마리.

불법 조업이 개체 멸종을 재촉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 선박들이 자주 드나드는 부산항.

하루 200척 가까운 선박들이 모여드는 항만입니다.

이곳에 모여든 선박들은 평균 3~4일 정도 머물다 떠납니다.

심각한 불법 어업이 계속돼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국가의 선박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항만국조치협정대로라면 항만 당국은 불법 어획물 선적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항만 작업자/음성변조 : "(단속원은) 배 들어올 때 왔다 가죠. 보고 그냥 가는 거죠. 배 들어오면 코로나 검사하고 가는 거죠."]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한 상어 지느러미를 싣고 부산항에 입항했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선원/中 어선 승선 : "몸통은 (바다에) 버리고 샥스핀만 냉동고에 따로 보관합니다. (부산에서) 다른 건 다 내려도 샥스핀만 끝까지 배에 숨겨 놓습니다."]

실제로 협정 체결 이후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온 불법 조업 확인 선박만 10차례 넘게 국내 항만에 들어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조업이 강하게 의심되는 일명 '고위험 어선'의 출입입니다.

불법에 연루된 국가의 고위험 어선은 최근까지 5,800여 차례나 들어왔고, 90% 가까이가 검문검색 없이 통과했습니다.

한국이 불법 어업의 중간 기착지가 된 셈입니다.

[정홍석/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 "고위험군 선박들을 그 이전에 했던 그런 행적들을 기반으로 정보를 수집해서 그 선박들에 대한 검색 우선 순위를 조정한다든지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연간 선박 검색률은 6%대.

해양수산부는 국제기구가 권장하는 5%보다 높다며 검색량이 적은 편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송상엽/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서수민 이경민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경제부 이지은 기자와 좀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이 기자, 정부 설명대로라면 선박 검색률이 높다는 건데 그럼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앞서 해수부가 검색률이 6%대라고 했죠.

이 숫자의 이면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 항만 선박 검색 건수 가운데 75%가 러시아 어선 대상입니다.

4대 검사하면 3대꼴이죠.

다른 나라 선박에 대한 검색은 상대적으로 허술하겠죠.

러시아를 뺀 기타 나라의 검색률은 2%대에 머뭅니다.

[앵커]

왜 러시아 선박에 검색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2009년 맺은 한-러 협정 영향입니다.

당시 국내로 수입되는 러시아산 대게가 불법 조업 물량으로 확인돼 두 나라가 협정을 맺었고요,

러시아 정부가 어획물을 적재하고 우리나라에 입항한 러시아 어선에 대한 단속 강화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한 나라에 집중된다는 허점이 있군요.

그럼 실제 검색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검색 대상 선박은 불법 어선과 고위험 어선으로 나뉘는데요.

불법 어선은 불법 조업 행위가 확인돼 국제수산기구가 불법 어선 목록에 이름을 올린 선박들로, 비교적 식별이 쉽습니다.

문제는 고위험 어선인데요.

불법 조업에 가담한 정황은 확인됐지만 절차적 이유 등으로 목록에 오르지 않은 선박들이어서 식별이 쉽지 않습니다.

[앵커]

그럼 단속 실효성을 높이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기자]

현재 우리 항만 검색은 국제수산기구나 NGO 등 외부기관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여기엔 어선 고유번호 등 핵심 정보가 빠져 있기도 해 한계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법 고위험 선박에 대해 폭넓게 자체 정보를 수집하고 국내 항만 환경에 맞는 검색 계획을 만들어 실행해야 합니다.

또, 현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공무원 133명이 전국 31개 항만의 검색을 담당하는데요, 다른 업무도 함께 하다 보니 현장 단속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검색관 숫자를 더 늘리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교육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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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어 지느러미 싣고”…불법 선박 정거장 된 국내 항만
    • 입력 2022-03-16 21:41:22
    • 수정2022-03-17 09: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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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국요리 샥스핀의 재료로 쓰이는 멸종 위기종 상어가 불법으로 포획되거나 거래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어업을 막기 위해 세계 69개 나라가 맺은 게 '항만국 조치 협정'입니다.

불법 어업을 저질렀거나 저지를 위험이 큰 선박을 자국 항만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서로 막자는 국제 약속입니다.

우리나라도 이 협정에 가입해 2016년부터 운용하고 있는데, 국내 항만에서는 이런 관련 규제가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이지은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년 전 세네갈 해역에서 촬영된 중국어선의 조업 모습입니다.

선원이 갓 잡아 올린 상어의 지느러미를 자른 뒤 몸통은 그대로 바다에 던집니다.

비싼 요리 재료인 상어 지느러미만 도려내는 이른바 '샤크 피닝'입니다.

이렇게 지느러미를 잃고 죽는 상어는 연간 1억 마리.

불법 조업이 개체 멸종을 재촉하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 선박들이 자주 드나드는 부산항.

하루 200척 가까운 선박들이 모여드는 항만입니다.

이곳에 모여든 선박들은 평균 3~4일 정도 머물다 떠납니다.

심각한 불법 어업이 계속돼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국가의 선박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항만국조치협정대로라면 항만 당국은 불법 어획물 선적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항만 작업자/음성변조 : "(단속원은) 배 들어올 때 왔다 가죠. 보고 그냥 가는 거죠. 배 들어오면 코로나 검사하고 가는 거죠."]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한 상어 지느러미를 싣고 부산항에 입항했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선원/中 어선 승선 : "몸통은 (바다에) 버리고 샥스핀만 냉동고에 따로 보관합니다. (부산에서) 다른 건 다 내려도 샥스핀만 끝까지 배에 숨겨 놓습니다."]

실제로 협정 체결 이후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온 불법 조업 확인 선박만 10차례 넘게 국내 항만에 들어왔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불법 조업이 강하게 의심되는 일명 '고위험 어선'의 출입입니다.

불법에 연루된 국가의 고위험 어선은 최근까지 5,800여 차례나 들어왔고, 90% 가까이가 검문검색 없이 통과했습니다.

한국이 불법 어업의 중간 기착지가 된 셈입니다.

[정홍석/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 "고위험군 선박들을 그 이전에 했던 그런 행적들을 기반으로 정보를 수집해서 그 선박들에 대한 검색 우선 순위를 조정한다든지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연간 선박 검색률은 6%대.

해양수산부는 국제기구가 권장하는 5%보다 높다며 검색량이 적은 편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송상엽/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서수민 이경민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경제부 이지은 기자와 좀 더 들여다 보겠습니다.

이 기자, 정부 설명대로라면 선박 검색률이 높다는 건데 그럼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앞서 해수부가 검색률이 6%대라고 했죠.

이 숫자의 이면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체 항만 선박 검색 건수 가운데 75%가 러시아 어선 대상입니다.

4대 검사하면 3대꼴이죠.

다른 나라 선박에 대한 검색은 상대적으로 허술하겠죠.

러시아를 뺀 기타 나라의 검색률은 2%대에 머뭅니다.

[앵커]

왜 러시아 선박에 검색 역량이 집중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2009년 맺은 한-러 협정 영향입니다.

당시 국내로 수입되는 러시아산 대게가 불법 조업 물량으로 확인돼 두 나라가 협정을 맺었고요,

러시아 정부가 어획물을 적재하고 우리나라에 입항한 러시아 어선에 대한 단속 강화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한 나라에 집중된다는 허점이 있군요.

그럼 실제 검색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검색 대상 선박은 불법 어선과 고위험 어선으로 나뉘는데요.

불법 어선은 불법 조업 행위가 확인돼 국제수산기구가 불법 어선 목록에 이름을 올린 선박들로, 비교적 식별이 쉽습니다.

문제는 고위험 어선인데요.

불법 조업에 가담한 정황은 확인됐지만 절차적 이유 등으로 목록에 오르지 않은 선박들이어서 식별이 쉽지 않습니다.

[앵커]

그럼 단속 실효성을 높이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요?

[기자]

현재 우리 항만 검색은 국제수산기구나 NGO 등 외부기관 정보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여기엔 어선 고유번호 등 핵심 정보가 빠져 있기도 해 한계를 노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불법 고위험 선박에 대해 폭넓게 자체 정보를 수집하고 국내 항만 환경에 맞는 검색 계획을 만들어 실행해야 합니다.

또, 현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공무원 133명이 전국 31개 항만의 검색을 담당하는데요, 다른 업무도 함께 하다 보니 현장 단속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검색관 숫자를 더 늘리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교육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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