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확장’ 40년 된 벚나무 ‘싹둑’…할머니는 엉엉 울었다

입력 2022.03.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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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가량 된 벚나무가 잘려나간 모습을 보고 울고 있는 권진옥 할머니40년 가량 된 벚나무가 잘려나간 모습을 보고 울고 있는 권진옥 할머니

"남편과 마을 주민 다섯 사람이 함께 벚나무를 심었어요. 우리 집 양반 돌아간 지가 올해 19년째인데. 생전에 내가 꽃을 좋아하니까 우리가 심은 벚꽃을 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이 벚나무를 남편 보듯
늘 지켜봤는데 이렇게 몽땅 다 잘라버리고
…"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에 사는 80대 권진옥 할머니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할머니는 무참히 벚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제성마을 입구에 있던 40년 가량 된 벚나무 6그루가 하루아침에 잘려 나간 것은 건 바로 이틀전(15일).

이틀전(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이틀전(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제주시가 일주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며 주민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벌채 작업을 한 탓이었다.

마을과 함께 수십 년을 함께한 벚나무는 이날 하루 만에 모두 잘려나갔다. 공사 관계자들은 굴착기로 나무 밑동과 뿌리까지 파내기 위한 작업을 계속했다.

일부 마을 주민이 갑작스런 공사에 반발하며 중단을 요구했지만, 관계자들은 제주시 허가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공사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현장에 나와 있던 이순실 할머니는 "마을 주민들 의사도 무시한 채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강하게 울분을 표출했다.

현장에서 만난 오면신 제성마을 회장도 "작년에 나무를 안 잘라도 된다고 시청 직원에게 이야기했고, 담당자도 알았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공사가 강행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마을회 회의록을 보면, 주민들이 시청 직원에게 '벚나무를 원래대로 유지하는 것을 통보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이후 공사가 중단되는 듯 했지만, 담당 공무원이 바뀌고 나서 갑작스럽게 공사가 진행됐다.

제주시는 "작업 당시 통장과 노인회 감사 입회하에 나무를 벴고, 나무를 옮기더라도 대부분 고사한다는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벌채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통장은 일정 금액을 받고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이라며 "마을 자치에 대해서는 마을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오 회장의 임기는 지난해 말 종료됐다. 하지만 코로나로 올해 초 개최하려던 정기총회가 열리지 않아 아직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

제주시는 이를 근거로 마을회장의 임기가 종료됐기 때문에 통장에게 동의를 구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 회장은 회칙상 임기가 유예된다며, 행정이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또 "나무가 있던 자리가 도로와 인도의 경계 부분이기 때문에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며 "행정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제주시는 나무가 있던 곳까지 아스팔트 도로에 포함되고, 나무 뿌리가 밖으로 나올 수 있어 베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제주시는 2020년부터 19억 원을 투입해 제성마을 인근 도로(일주서로) 760m 구간 폭을 8m가량 확장하고 있다. 차선과 인도를 늘려 통행량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제주시는 오는 10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이번 벌채 작업과 관련해 동일한 종의 나무를 심는 방안을 마을회에 제안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 회장은 재물손괴죄로 담당자들을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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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17 07:00:24
    취재K
40년 가량 된 벚나무가 잘려나간 모습을 보고 울고 있는 권진옥 할머니
"남편과 마을 주민 다섯 사람이 함께 벚나무를 심었어요. 우리 집 양반 돌아간 지가 올해 19년째인데. 생전에 내가 꽃을 좋아하니까 우리가 심은 벚꽃을 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이 벚나무를 남편 보듯
늘 지켜봤는데 이렇게 몽땅 다 잘라버리고
…"

제주시 연동 제성마을에 사는 80대 권진옥 할머니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할머니는 무참히 벚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제성마을 입구에 있던 40년 가량 된 벚나무 6그루가 하루아침에 잘려 나간 것은 건 바로 이틀전(15일).

이틀전(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제주시가 일주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며 주민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벌채 작업을 한 탓이었다.

마을과 함께 수십 년을 함께한 벚나무는 이날 하루 만에 모두 잘려나갔다. 공사 관계자들은 굴착기로 나무 밑동과 뿌리까지 파내기 위한 작업을 계속했다.

일부 마을 주민이 갑작스런 공사에 반발하며 중단을 요구했지만, 관계자들은 제주시 허가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공사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현장에 나와 있던 이순실 할머니는 "마을 주민들 의사도 무시한 채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며 강하게 울분을 표출했다.

현장에서 만난 오면신 제성마을 회장도 "작년에 나무를 안 잘라도 된다고 시청 직원에게 이야기했고, 담당자도 알았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공사가 강행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마을회 회의록을 보면, 주민들이 시청 직원에게 '벚나무를 원래대로 유지하는 것을 통보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이후 공사가 중단되는 듯 했지만, 담당 공무원이 바뀌고 나서 갑작스럽게 공사가 진행됐다.

제주시는 "작업 당시 통장과 노인회 감사 입회하에 나무를 벴고, 나무를 옮기더라도 대부분 고사한다는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벌채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통장은 일정 금액을 받고 행정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이라며 "마을 자치에 대해서는 마을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오 회장의 임기는 지난해 말 종료됐다. 하지만 코로나로 올해 초 개최하려던 정기총회가 열리지 않아 아직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

제주시는 이를 근거로 마을회장의 임기가 종료됐기 때문에 통장에게 동의를 구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오 회장은 회칙상 임기가 유예된다며, 행정이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회장은 또 "나무가 있던 자리가 도로와 인도의 경계 부분이기 때문에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며 "행정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제주시는 나무가 있던 곳까지 아스팔트 도로에 포함되고, 나무 뿌리가 밖으로 나올 수 있어 베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제주시는 2020년부터 19억 원을 투입해 제성마을 인근 도로(일주서로) 760m 구간 폭을 8m가량 확장하고 있다. 차선과 인도를 늘려 통행량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제주시는 오는 10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이번 벌채 작업과 관련해 동일한 종의 나무를 심는 방안을 마을회에 제안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 회장은 재물손괴죄로 담당자들을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5일 제주시 제성마을 입구 벚나무 벌채 작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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