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 ‘참호 속 유해’는 고 조응성 하사…딸 “아버지 사준 오징어 못 잊어”
입력 2022.03.17 (12:09)
수정 2022.03.1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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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8일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에서 발굴된 고 조응성 하사(현 계급 상병) 유해. 적 포탄을 피해 개인호 바닥에 엎드린 자세로 전투태세를 갖춘 모습 [사진=국방부 제공]
지난해 10월, 비무장지대(DMZ)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에서 개인호(개인용 참호) 바닥에 엎드린 자세의 유해 한 구가 발굴됐습니다. 적 포탄을 피해 전투태세를 갖춘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철모와 머리뼈에는 한눈에 보아도 전사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관통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가슴에서 발견된 계급장은 일등병(현재의 이등병), 전투에 투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사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이 유해의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인 끝에 유해가 고(故) 조응성 하사(현재 계급 상병)임을 확인했습니다. 조 하사는 전사 뒤 일등병에서 하사(당시에는 일등병 다음이 하사 계급)로 한 계급 추서됐습니다.
고 조응성 하사의 유해 두개골과 철모에서 확인된 관통 흔적 [사진=국방부 제공]
고 조응성 하사는 제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1952년 10월 백마고지에서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에 방어작전을 펼치던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철원 일대 백마고지는 6·25전쟁 당시 국군 9사단이 중공군과 12차례 공방전으로 7차례나 고지의 주인이 바뀌는 등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입니다.
조 하사의 신원을 확인하기까지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당초 상반신만 발굴된 고인의 유해 곁에는 만년필, 반지, 숟가락 등 유품이 많이 발굴됐지만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고, 반지는 심하게 마모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도 고인의 병적기록 등 자료조사를 통해 첫째 딸인 조영자 씨를 찾을 수 있었고, 조 씨의 유전자 정보가 고인과 일치하면서 부녀관계로 확인됐습니다.
고 조응성 하사(현 계급 상병)의 유품. 계급장, 군번줄과 탄약류 등과 함께 만년필, 반지, 숟가락 등 개인소장품도 발견됐다. [사진=국방부 제공]
고 조응성 하사는 1928년 2월 경북 의성에서 3남 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착실히 농사를 지으며 가정을 꾸리던 중 전쟁이 나자 참전했습니다. 1952년 5월 아내와 5살, 3살배기 두 딸을 뒤로한 채 제주도 제1훈련소에 입대했습니다.
딸 조영자 씨가 아버지의 신원 확인 소식에 내뱉은 첫 마디는 “우리 아버지 찾았습니까?”였다고 합니다. 70년간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를 한평생 그리워했을 마음이 그려집니다.
조 씨는 “어느 날 아버지가 오징어를 사와 맛있게 먹었는데, 자녀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심정으로 맛있는 것을 사주신 것 같아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며 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고 조응성 하사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오늘(17일) 딸 조 씨의 자택에서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호국의 얼 함’을 유가족 대표에게 전달하는 등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6·25전쟁 국군전사자로 185번째 신원이 확인된 고 조응성 하사(현 계급 상병) 유해발굴 현장 [사진=국방부 제공]
이번 신원 확인으로 2000년 4월 6·25 전사자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모두 185명의 국군전사자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유해가 발굴됐지만 대조할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가 없어서 신원이 확인되지 못한 전사자 유해는 1만여 구에 달합니다.
국유단은 “이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려면 유가족들의 유전자 시료 채취가 절실하다”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대표전화 1577-5625(오! 6·25)로 문의해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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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마고지 ‘참호 속 유해’는 고 조응성 하사…딸 “아버지 사준 오징어 못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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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3-17 12:09:08
- 수정2022-03-17 13:43:32
지난해 10월, 비무장지대(DMZ)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에서 개인호(개인용 참호) 바닥에 엎드린 자세의 유해 한 구가 발굴됐습니다. 적 포탄을 피해 전투태세를 갖춘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철모와 머리뼈에는 한눈에 보아도 전사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관통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가슴에서 발견된 계급장은 일등병(현재의 이등병), 전투에 투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사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이 유해의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인 끝에 유해가 고(故) 조응성 하사(현재 계급 상병)임을 확인했습니다. 조 하사는 전사 뒤 일등병에서 하사(당시에는 일등병 다음이 하사 계급)로 한 계급 추서됐습니다.
고 조응성 하사는 제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1952년 10월 백마고지에서 중공군의 대규모 공세에 방어작전을 펼치던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철원 일대 백마고지는 6·25전쟁 당시 국군 9사단이 중공군과 12차례 공방전으로 7차례나 고지의 주인이 바뀌는 등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입니다.
조 하사의 신원을 확인하기까지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당초 상반신만 발굴된 고인의 유해 곁에는 만년필, 반지, 숟가락 등 유품이 많이 발굴됐지만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고, 반지는 심하게 마모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도 고인의 병적기록 등 자료조사를 통해 첫째 딸인 조영자 씨를 찾을 수 있었고, 조 씨의 유전자 정보가 고인과 일치하면서 부녀관계로 확인됐습니다.
고 조응성 하사는 1928년 2월 경북 의성에서 3남 3녀 중 차남으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착실히 농사를 지으며 가정을 꾸리던 중 전쟁이 나자 참전했습니다. 1952년 5월 아내와 5살, 3살배기 두 딸을 뒤로한 채 제주도 제1훈련소에 입대했습니다.
딸 조영자 씨가 아버지의 신원 확인 소식에 내뱉은 첫 마디는 “우리 아버지 찾았습니까?”였다고 합니다. 70년간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를 한평생 그리워했을 마음이 그려집니다.
조 씨는 “어느 날 아버지가 오징어를 사와 맛있게 먹었는데, 자녀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심정으로 맛있는 것을 사주신 것 같아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며 아버지와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고 조응성 하사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오늘(17일) 딸 조 씨의 자택에서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호국의 얼 함’을 유가족 대표에게 전달하는 등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신원 확인으로 2000년 4월 6·25 전사자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모두 185명의 국군전사자 신원이 확인됐습니다. 유해가 발굴됐지만 대조할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가 없어서 신원이 확인되지 못한 전사자 유해는 1만여 구에 달합니다.
국유단은 “이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려면 유가족들의 유전자 시료 채취가 절실하다”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대표전화 1577-5625(오! 6·25)로 문의해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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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아 기자 gi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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