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장 투석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 양성에 ‘귀가조치’

입력 2022.03.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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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환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신장 투석 환자처럼 정기적인 병원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자칫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강원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 (기사 본문 내용과는 관련 없음)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 (기사 본문 내용과는 관련 없음)

■ "양성이라고 바로 쫓겨났어요…오늘이 투석 날인데"

지난 14일 KBS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60대 여성이었습니다. 목소리는 반쯤 잠겨 있고, 한마디 한마디에 절박함이 묻어났습니다.

"제가 오늘 신장 투석을 받는 날이었는데요. 병원을 갔다가 투석도 못 받고 쫓겨났어요. 코로나 양성이라고..."

이 여성은 강원도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지난 5년 동안 매주 월, 수, 금 3일씩 투석을 받아왔습니다. 몸은 힘들고, 때로는 귀찮기도 했지만, 생존을 위해선 병원 치료를 거를 수 없었습니다.

KBS에 전화를 걸었던 날에도 투석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몸이 좀 안 좋았습니다.

"아침부터 목이 칼칼한 게 몸이 평소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코로나인가 싶었어요. 마침 제가 다니는 병원에 선별진료소가 있길래, 가서 검사를 받았어요. 그 신속항원검사라는... 그랬더니 여기서 양성이 뜬 거예요."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병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이 병원에서 5년간 투석을 받아왔던 60대 여성은 여기서 검사를 받은 뒤 귀가조치됐다.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병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이 병원에서 5년간 투석을 받아왔던 60대 여성은 여기서 검사를 받은 뒤 귀가조치됐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해당 병원은 이 여성을 바로 귀가토록 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PCR 검사까지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바로 집으로 돌아가셔서, PCR 결과 나올 때까지 대기하세요."

단서도 하나 달았습니다.

"PCR 결과에 따라서, 양성이냐, 음성이냐 이런 거에 따라서 보건소에서 별도의 조치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댁에서 기다리세요."

이후, PCR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관할 보건소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습니다. 해당 병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이 퉁퉁 부었어요. 얼굴도 붓고. 당장 투석을 받아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오늘 하루를 넘기지 말아야 될 텐데... 무슨, 코로나 약을 주는 것도 아니고, 투석을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저 어떻게 해야 돼요?"


■ 해당 병원, "코로나 환자 저희 마음대로 못 받아요."

병원측은 “코로나 병상이 이미 가득 차 있고, 확진자의 경우 보건당국을 통해 배정받기 때문에 임의로 확진 환자를 받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병원측은 “코로나 병상이 이미 가득 차 있고, 확진자의 경우 보건당국을 통해 배정받기 때문에 임의로 확진 환자를 받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 해당 대학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현재 저희 병원에는 코로나 병상 30개 있는데, 이게 다 찼어요. 코로나 환자를 더 받을 수 없는 상태예요...그리고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해도 코로나 환자는 저희 마음대로 받을 수도 없어요. 코로나 환자는 보건소에서 병원을 배정해주는데, 이게 나와야 저희가 환자를 받을 수 있거든요."

■ 보건소, "확진자가 너무 많아서..."

강원도 춘천시보건소는 “코로나 대응 인력이 모자라 조치가 늦어졌다”라면서, “투석 환자의 병원 배정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강원도 춘천시보건소는 “코로나 대응 인력이 모자라 조치가 늦어졌다”라면서, “투석 환자의 병원 배정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엔 해당 보건소의 해명을 들어봤습니다.

"확진자는 쏟아지고, 관리할 인력은 없고... 환자들 상태에 따라 즉각 대응을 하려면 지금보다 몇 배는 인력이 필요할 거예요. 이번 경우도 보건소 관리 인력들이 일이 너무 밀려서 조치가 늦어진 것 같아요. 어쨌든 이젠 알았으니까, 당장 조치를 하도록 할게요. 우선 그 환자분이 투석을 받으실 수 있도록...."

이렇게 해서, KBS에 제보를 했던 환자는 그제서야 다시 투석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게 문제의 해법은 아니었습니다.


■ 투석환자 10만 명... 이들은 어떻게?

대한신장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신장 투석 환자는 10만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투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많이 부족합니다.

강원도의 경우, 코로나19에 걸린 투석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단 4곳뿐입니다. 원주 2곳, 강릉 1곳, 삼척 1곳입니다. 이들 이외의 시군에 사는 투석환자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거리가 멀더라도 이 가운데 하나를 찾아가야 합니다.

지금처럼 환자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면 투석환자들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보건의료체계 정비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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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신장 투석 받아야 하는데…” 코로나 양성에 ‘귀가조치’
    • 입력 2022-03-17 14:16:30
    취재K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환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신장 투석 환자처럼 정기적인 병원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자칫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강원도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 (기사 본문 내용과는 관련 없음)
■ "양성이라고 바로 쫓겨났어요…오늘이 투석 날인데"

지난 14일 KBS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60대 여성이었습니다. 목소리는 반쯤 잠겨 있고, 한마디 한마디에 절박함이 묻어났습니다.

"제가 오늘 신장 투석을 받는 날이었는데요. 병원을 갔다가 투석도 못 받고 쫓겨났어요. 코로나 양성이라고..."

이 여성은 강원도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지난 5년 동안 매주 월, 수, 금 3일씩 투석을 받아왔습니다. 몸은 힘들고, 때로는 귀찮기도 했지만, 생존을 위해선 병원 치료를 거를 수 없었습니다.

KBS에 전화를 걸었던 날에도 투석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몸이 좀 안 좋았습니다.

"아침부터 목이 칼칼한 게 몸이 평소와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코로나인가 싶었어요. 마침 제가 다니는 병원에 선별진료소가 있길래, 가서 검사를 받았어요. 그 신속항원검사라는... 그랬더니 여기서 양성이 뜬 거예요."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병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이 병원에서 5년간 투석을 받아왔던 60대 여성은 여기서 검사를 받은 뒤 귀가조치됐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해당 병원은 이 여성을 바로 귀가토록 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PCR 검사까지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바로 집으로 돌아가셔서, PCR 결과 나올 때까지 대기하세요."

단서도 하나 달았습니다.

"PCR 결과에 따라서, 양성이냐, 음성이냐 이런 거에 따라서 보건소에서 별도의 조치가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댁에서 기다리세요."

이후, PCR 검사에서도 양성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관할 보건소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습니다. 해당 병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이 퉁퉁 부었어요. 얼굴도 붓고. 당장 투석을 받아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오늘 하루를 넘기지 말아야 될 텐데... 무슨, 코로나 약을 주는 것도 아니고, 투석을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저 어떻게 해야 돼요?"


■ 해당 병원, "코로나 환자 저희 마음대로 못 받아요."

병원측은 “코로나 병상이 이미 가득 차 있고, 확진자의 경우 보건당국을 통해 배정받기 때문에 임의로 확진 환자를 받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 해당 대학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현재 저희 병원에는 코로나 병상 30개 있는데, 이게 다 찼어요. 코로나 환자를 더 받을 수 없는 상태예요...그리고 병상에 여유가 있다고 해도 코로나 환자는 저희 마음대로 받을 수도 없어요. 코로나 환자는 보건소에서 병원을 배정해주는데, 이게 나와야 저희가 환자를 받을 수 있거든요."

■ 보건소, "확진자가 너무 많아서..."

강원도 춘천시보건소는 “코로나 대응 인력이 모자라 조치가 늦어졌다”라면서, “투석 환자의 병원 배정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엔 해당 보건소의 해명을 들어봤습니다.

"확진자는 쏟아지고, 관리할 인력은 없고... 환자들 상태에 따라 즉각 대응을 하려면 지금보다 몇 배는 인력이 필요할 거예요. 이번 경우도 보건소 관리 인력들이 일이 너무 밀려서 조치가 늦어진 것 같아요. 어쨌든 이젠 알았으니까, 당장 조치를 하도록 할게요. 우선 그 환자분이 투석을 받으실 수 있도록...."

이렇게 해서, KBS에 제보를 했던 환자는 그제서야 다시 투석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게 문제의 해법은 아니었습니다.


■ 투석환자 10만 명... 이들은 어떻게?

대한신장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의 신장 투석 환자는 10만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투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많이 부족합니다.

강원도의 경우, 코로나19에 걸린 투석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은 단 4곳뿐입니다. 원주 2곳, 강릉 1곳, 삼척 1곳입니다. 이들 이외의 시군에 사는 투석환자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거리가 멀더라도 이 가운데 하나를 찾아가야 합니다.

지금처럼 환자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면 투석환자들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이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보건의료체계 정비가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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