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이란 핵협상 타결 임박…쟁점은?

입력 2022.03.22 (10:52) 수정 2022.03.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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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 가까이 진행돼 온 '이란 핵 합의' 복원 회담이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은 중동문제 전문가인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의 박현도 교수님 모시고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우선 '이란 핵 협상'이란 게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답변]

네, 2001년 911 직후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이 불거졌고, 2002년 8월 15일 서방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정부 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 National Council of Resistance of Iran)’가 이란 중부 도시 나탄즈(Natanz)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폭로하면서 이란 핵 개발 의혹이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불거졌습니다.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고자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국방수권법을 발동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사실상 막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했습니다.

결국, 2015년 7월 14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이란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서명했고, 2016년 1월에는 대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됐습니다.

JCPOA 핵 합의 골자는 이란이 평화적 목적으로만 핵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것입니다.

최소 15년 동안 3.67% 이상 우라늄 농축과 신규 우라늄 농축 시설 건축을 금지하는 등, 이란이 마음먹고 핵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당시 2~3개월에서 10년 동안 최소 일 년으로 늘려놓았습니다.

[앵커]

과거 한번 협상이 타결된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머가 잘못됐길래 또 하죠?

[답변]

네, 핵 협상이 타결되었을 당시 테헤란 거리에서 춤추며 환호하는 이란 사람들의 모습은 이란인들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라는 국제협약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었는지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약속과 달리 경제제재 해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던 상황 속에서, 설상가상으로 새로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0월 13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불승인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계속 우라늄을 농축하여 결국 핵을 만들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2018년 5월 8일에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였다.

핵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새로운 협정을 자신과 체결할 것을 요구하며,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으로 불리는 대이란 제재정책을 가동하였다.

이란은 약속을 어긴 바 없는데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하여 문제가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앵커]

현재 협상이 어디까지 왔나요?

마지막 걸림돌은 무엇인지요?

[답변]

이란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지 않으면서 핵 합의 26조와 36조에 따라 2019년 5월 8일부터 매 60일 간격으로 2020년 1월 5일까지 상대국의 약속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핵 합의 이행 감축 단계적 조치를 취하여, 현재 우라늄 농축은 60%에 달하고 있고, 신형 원심분리기를 도입하여 핵 개발을 가속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승리하여 들어선 이란의 새 정부가 다시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을 시작했는데, 이란은 미국과 직접 대면하지 않은 채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이 주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21일 시작한 이란의 새해에 맞춰 타결하길 희망했고, 현재 핵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추측성 보도가 넘치고 있습니다.

마지막 걸림돌은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 이란이 입은 경제적 손실 보상, 정권이 바뀌어도 미국이 협상에서 탈퇴하지 않겠다는 확답 등이 최대 현안입니다.

[앵커]

향후 전망은?

[답변]

핵 협상 복원을 반대하는 이스라엘과 페르시아만 연안 아랍 왕정국의 결속이 가속화될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을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합니다.

1979년 혁명 이래 이란은 팔레스타인 대의를 앞세우며 이스라엘을 결코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관계를 맺지 않고자 철저하게 노력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과학자들을 암살하고,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을 파기하도록 전방위적 외교를 펼쳤던 이유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역시 주적이 이란입니다.

2020년 8월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하며 아랍-이스라엘 데탕트를 이룬 것도 공동의 적 이란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핵 협상 복원과 무관하게 이스라엘은 지속적으로 이란의 핵 개발 야욕을 분쇄하고자 선제타격도 불사할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여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석유수급이 불완전한 상황에서 이란의 석유가 시장에 나오면 유가가 다소 안정되겠지만, 이란이 원유 수출로 경제적 안정을 찾을수록 핵 개발을 은밀하게 지속할 것이라는 반이란 국가들의 의심 또한 사그러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래저래 중동 내 열전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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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2 10:52:03
    • 수정2022-03-22 1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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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년 가까이 진행돼 온 '이란 핵 합의' 복원 회담이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은 중동문제 전문가인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의 박현도 교수님 모시고 이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우선 '이란 핵 협상'이란 게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답변]

네, 2001년 911 직후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이 불거졌고, 2002년 8월 15일 서방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정부 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 National Council of Resistance of Iran)’가 이란 중부 도시 나탄즈(Natanz)에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고 폭로하면서 이란 핵 개발 의혹이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불거졌습니다.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고자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국방수권법을 발동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사실상 막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했습니다.

결국, 2015년 7월 14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이 이란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서명했고, 2016년 1월에는 대이란 경제제재가 해제됐습니다.

JCPOA 핵 합의 골자는 이란이 평화적 목적으로만 핵 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것입니다.

최소 15년 동안 3.67% 이상 우라늄 농축과 신규 우라늄 농축 시설 건축을 금지하는 등, 이란이 마음먹고 핵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당시 2~3개월에서 10년 동안 최소 일 년으로 늘려놓았습니다.

[앵커]

과거 한번 협상이 타결된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머가 잘못됐길래 또 하죠?

[답변]

네, 핵 협상이 타결되었을 당시 테헤란 거리에서 춤추며 환호하는 이란 사람들의 모습은 이란인들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라는 국제협약에 얼마나 큰 기대를 걸고 있었는지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약속과 달리 경제제재 해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던 상황 속에서, 설상가상으로 새로 취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0월 13일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불승인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계속 우라늄을 농축하여 결국 핵을 만들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2018년 5월 8일에는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였다.

핵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새로운 협정을 자신과 체결할 것을 요구하며,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으로 불리는 대이란 제재정책을 가동하였다.

이란은 약속을 어긴 바 없는데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하여 문제가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앵커]

현재 협상이 어디까지 왔나요?

마지막 걸림돌은 무엇인지요?

[답변]

이란은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지 않으면서 핵 합의 26조와 36조에 따라 2019년 5월 8일부터 매 60일 간격으로 2020년 1월 5일까지 상대국의 약속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핵 합의 이행 감축 단계적 조치를 취하여, 현재 우라늄 농축은 60%에 달하고 있고, 신형 원심분리기를 도입하여 핵 개발을 가속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승리하여 들어선 이란의 새 정부가 다시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을 시작했는데, 이란은 미국과 직접 대면하지 않은 채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이 주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21일 시작한 이란의 새해에 맞춰 타결하길 희망했고, 현재 핵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로 추측성 보도가 넘치고 있습니다.

마지막 걸림돌은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하는 것, 미국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 이란이 입은 경제적 손실 보상, 정권이 바뀌어도 미국이 협상에서 탈퇴하지 않겠다는 확답 등이 최대 현안입니다.

[앵커]

향후 전망은?

[답변]

핵 협상 복원을 반대하는 이스라엘과 페르시아만 연안 아랍 왕정국의 결속이 가속화될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을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합니다.

1979년 혁명 이래 이란은 팔레스타인 대의를 앞세우며 이스라엘을 결코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관계를 맺지 않고자 철저하게 노력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과학자들을 암살하고,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을 파기하도록 전방위적 외교를 펼쳤던 이유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역시 주적이 이란입니다.

2020년 8월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이 이스라엘과 수교하며 아랍-이스라엘 데탕트를 이룬 것도 공동의 적 이란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핵 협상 복원과 무관하게 이스라엘은 지속적으로 이란의 핵 개발 야욕을 분쇄하고자 선제타격도 불사할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여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석유수급이 불완전한 상황에서 이란의 석유가 시장에 나오면 유가가 다소 안정되겠지만, 이란이 원유 수출로 경제적 안정을 찾을수록 핵 개발을 은밀하게 지속할 것이라는 반이란 국가들의 의심 또한 사그러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래저래 중동 내 열전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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