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원하는대로’ 월급 ↑…日 ‘관제 춘투’ 왜?
입력 2022.03.24 (18:05)
수정 2022.03.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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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대기업들이 '춘투'라고 부르는 봄 임금 협상에서 노조의 인상 요구를 거의 수용했습니다.
배경엔 일본 정부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세한 내용, 일본지국 연결해 알아봅니다.
박원기 특파원! 보통 '임금 협상'이라고 하면, 받는 사람은 더 달라고 하고, 주는 사람은 한 푼이라도 깎기 마련인데, 일본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에 안 그랬다고요?
[기자]
네, 매년 3월이면 '춘계 임금 투쟁', 줄여서 '춘투'로 부르는 일본 기업의 임금 협상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데요.
이번 춘투에선 일본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노조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네코 아키히로/일본 금속노조연합 의장 : "대부분 조합에서 임금 인상을 얻어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다르게 (기업들이) 적극적입니다."]
우선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빅 쓰리는요.
기본급 인상과 대략 5, 6개월 치 보너스를 요구한 노조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해 2%대 인상률을 보였습니다.
히타치 역시 올해 임금을 2.6%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는 2015년 2.9% 인상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700만 명 조합원이 가입한 일본노조총연합회 '렌고'가 최근 정리한 내용을 보면, 올해 임금 인상액은 월평균 6,581엔, 인상률은 2.14%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회사 등이 속한 금속노련은 53개 노조 가운데 49개 곳의 임금이 지난해보다 인상됐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기시다 총리가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면서 임금 인상을 압박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부터 재계에 임금 인상을 대놓고 요구해 왔습니다.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을 정도였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지난해 11월 : "실적이 코로나 사태 전 수준으로 회복한 기업에 대해선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에 걸맞은 '3% 이상' 임금 인상을 기대합니다."]
'잃어버린 30년'으로 표현되는 경제 성장의 둔화를 깨려면 소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소비는 소득 증가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기시다 총리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본 주요 기업들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금을 크게 올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일본 기업 평균 임금 인상률은 1.86%... 2013년 이후 8년 만에 2%를 밑돌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총대를 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가 기업에 대놓고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부가 주도해 기업에 임금 인상을 압박한 사례는 2014년 아베 정권 때부터 있었습니다.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로 당시 기업 실적이나 지표는 반짝 나아졌지만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건 역시 소비 부진이었습니다.
선순환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안 올랐기 때문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기업에 대놓고 임금 인상을 압박했고, 정부 개입을 뜻하는 '관제 춘투'라는 말이 그때부터 생겼고요.
이번 기시다 총리의 사례는 '관제 춘투 시즌 2'다, 이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여건은 아닐 텐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아시다시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주고 있고요.
여기에 원자재 값 폭등과 지금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까지, 어지간한 중소기업에게 임금 인상은 여전히 그림의 떡입니다.
도쿄의 한 인쇄업체인데요.
직원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식사 중입니다.
잉크와 종이 값 등 원재료비가 최근 15%나 급등했습니다.
거래처에 납품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들어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케다/인쇄업체 대표 : "대기업은 여력이 있는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의 얘기 들어보면 '역시 힘들다'고 합니다. (직원에게) 납득할 수 있는 임금을 주고 싶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의 양극화 문제도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요.
또, 앞으로의 물가 상승률이 2%의 임금 인상률을 크게 앞지를 가능성도 있어 이번 인상이 실질적인 소득 개선에 도움이 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현모
일본 대기업들이 '춘투'라고 부르는 봄 임금 협상에서 노조의 인상 요구를 거의 수용했습니다.
배경엔 일본 정부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세한 내용, 일본지국 연결해 알아봅니다.
박원기 특파원! 보통 '임금 협상'이라고 하면, 받는 사람은 더 달라고 하고, 주는 사람은 한 푼이라도 깎기 마련인데, 일본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에 안 그랬다고요?
[기자]
네, 매년 3월이면 '춘계 임금 투쟁', 줄여서 '춘투'로 부르는 일본 기업의 임금 협상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데요.
이번 춘투에선 일본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노조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네코 아키히로/일본 금속노조연합 의장 : "대부분 조합에서 임금 인상을 얻어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다르게 (기업들이) 적극적입니다."]
우선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빅 쓰리는요.
기본급 인상과 대략 5, 6개월 치 보너스를 요구한 노조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해 2%대 인상률을 보였습니다.
히타치 역시 올해 임금을 2.6%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는 2015년 2.9% 인상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700만 명 조합원이 가입한 일본노조총연합회 '렌고'가 최근 정리한 내용을 보면, 올해 임금 인상액은 월평균 6,581엔, 인상률은 2.14%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회사 등이 속한 금속노련은 53개 노조 가운데 49개 곳의 임금이 지난해보다 인상됐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기시다 총리가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면서 임금 인상을 압박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부터 재계에 임금 인상을 대놓고 요구해 왔습니다.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을 정도였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지난해 11월 : "실적이 코로나 사태 전 수준으로 회복한 기업에 대해선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에 걸맞은 '3% 이상' 임금 인상을 기대합니다."]
'잃어버린 30년'으로 표현되는 경제 성장의 둔화를 깨려면 소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소비는 소득 증가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기시다 총리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본 주요 기업들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금을 크게 올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일본 기업 평균 임금 인상률은 1.86%... 2013년 이후 8년 만에 2%를 밑돌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총대를 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가 기업에 대놓고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부가 주도해 기업에 임금 인상을 압박한 사례는 2014년 아베 정권 때부터 있었습니다.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로 당시 기업 실적이나 지표는 반짝 나아졌지만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건 역시 소비 부진이었습니다.
선순환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안 올랐기 때문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기업에 대놓고 임금 인상을 압박했고, 정부 개입을 뜻하는 '관제 춘투'라는 말이 그때부터 생겼고요.
이번 기시다 총리의 사례는 '관제 춘투 시즌 2'다, 이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여건은 아닐 텐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아시다시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주고 있고요.
여기에 원자재 값 폭등과 지금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까지, 어지간한 중소기업에게 임금 인상은 여전히 그림의 떡입니다.
도쿄의 한 인쇄업체인데요.
직원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식사 중입니다.
잉크와 종이 값 등 원재료비가 최근 15%나 급등했습니다.
거래처에 납품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들어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케다/인쇄업체 대표 : "대기업은 여력이 있는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의 얘기 들어보면 '역시 힘들다'고 합니다. (직원에게) 납득할 수 있는 임금을 주고 싶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의 양극화 문제도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요.
또, 앞으로의 물가 상승률이 2%의 임금 인상률을 크게 앞지를 가능성도 있어 이번 인상이 실질적인 소득 개선에 도움이 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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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 ‘원하는대로’ 월급 ↑…日 ‘관제 춘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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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3-24 18:05:22
- 수정2022-03-24 18: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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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대기업들이 '춘투'라고 부르는 봄 임금 협상에서 노조의 인상 요구를 거의 수용했습니다.
배경엔 일본 정부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세한 내용, 일본지국 연결해 알아봅니다.
박원기 특파원! 보통 '임금 협상'이라고 하면, 받는 사람은 더 달라고 하고, 주는 사람은 한 푼이라도 깎기 마련인데, 일본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에 안 그랬다고요?
[기자]
네, 매년 3월이면 '춘계 임금 투쟁', 줄여서 '춘투'로 부르는 일본 기업의 임금 협상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데요.
이번 춘투에선 일본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노조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네코 아키히로/일본 금속노조연합 의장 : "대부분 조합에서 임금 인상을 얻어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다르게 (기업들이) 적극적입니다."]
우선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빅 쓰리는요.
기본급 인상과 대략 5, 6개월 치 보너스를 요구한 노조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해 2%대 인상률을 보였습니다.
히타치 역시 올해 임금을 2.6%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는 2015년 2.9% 인상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700만 명 조합원이 가입한 일본노조총연합회 '렌고'가 최근 정리한 내용을 보면, 올해 임금 인상액은 월평균 6,581엔, 인상률은 2.14%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회사 등이 속한 금속노련은 53개 노조 가운데 49개 곳의 임금이 지난해보다 인상됐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기시다 총리가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면서 임금 인상을 압박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부터 재계에 임금 인상을 대놓고 요구해 왔습니다.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을 정도였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지난해 11월 : "실적이 코로나 사태 전 수준으로 회복한 기업에 대해선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에 걸맞은 '3% 이상' 임금 인상을 기대합니다."]
'잃어버린 30년'으로 표현되는 경제 성장의 둔화를 깨려면 소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소비는 소득 증가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기시다 총리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본 주요 기업들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금을 크게 올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일본 기업 평균 임금 인상률은 1.86%... 2013년 이후 8년 만에 2%를 밑돌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총대를 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가 기업에 대놓고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부가 주도해 기업에 임금 인상을 압박한 사례는 2014년 아베 정권 때부터 있었습니다.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로 당시 기업 실적이나 지표는 반짝 나아졌지만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건 역시 소비 부진이었습니다.
선순환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안 올랐기 때문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기업에 대놓고 임금 인상을 압박했고, 정부 개입을 뜻하는 '관제 춘투'라는 말이 그때부터 생겼고요.
이번 기시다 총리의 사례는 '관제 춘투 시즌 2'다, 이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여건은 아닐 텐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아시다시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주고 있고요.
여기에 원자재 값 폭등과 지금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까지, 어지간한 중소기업에게 임금 인상은 여전히 그림의 떡입니다.
도쿄의 한 인쇄업체인데요.
직원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식사 중입니다.
잉크와 종이 값 등 원재료비가 최근 15%나 급등했습니다.
거래처에 납품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들어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케다/인쇄업체 대표 : "대기업은 여력이 있는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의 얘기 들어보면 '역시 힘들다'고 합니다. (직원에게) 납득할 수 있는 임금을 주고 싶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의 양극화 문제도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요.
또, 앞으로의 물가 상승률이 2%의 임금 인상률을 크게 앞지를 가능성도 있어 이번 인상이 실질적인 소득 개선에 도움이 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현모
일본 대기업들이 '춘투'라고 부르는 봄 임금 협상에서 노조의 인상 요구를 거의 수용했습니다.
배경엔 일본 정부의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세한 내용, 일본지국 연결해 알아봅니다.
박원기 특파원! 보통 '임금 협상'이라고 하면, 받는 사람은 더 달라고 하고, 주는 사람은 한 푼이라도 깎기 마련인데, 일본 주요 대기업들은 이번에 안 그랬다고요?
[기자]
네, 매년 3월이면 '춘계 임금 투쟁', 줄여서 '춘투'로 부르는 일본 기업의 임금 협상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데요.
이번 춘투에선 일본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노조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네코 아키히로/일본 금속노조연합 의장 : "대부분 조합에서 임금 인상을 얻어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와 다르게 (기업들이) 적극적입니다."]
우선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빅 쓰리는요.
기본급 인상과 대략 5, 6개월 치 보너스를 요구한 노조 협상안을 그대로 수용해 2%대 인상률을 보였습니다.
히타치 역시 올해 임금을 2.6% 인상하기로 했는데, 이는 2015년 2.9% 인상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700만 명 조합원이 가입한 일본노조총연합회 '렌고'가 최근 정리한 내용을 보면, 올해 임금 인상액은 월평균 6,581엔, 인상률은 2.14%로 파악됐습니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회사 등이 속한 금속노련은 53개 노조 가운데 49개 곳의 임금이 지난해보다 인상됐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기시다 총리가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면서 임금 인상을 압박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부터 재계에 임금 인상을 대놓고 요구해 왔습니다.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했을 정도였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지난해 11월 : "실적이 코로나 사태 전 수준으로 회복한 기업에 대해선 '새로운 자본주의' 정책에 걸맞은 '3% 이상' 임금 인상을 기대합니다."]
'잃어버린 30년'으로 표현되는 경제 성장의 둔화를 깨려면 소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소비는 소득 증가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게 기시다 총리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본 주요 기업들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임금을 크게 올리지 않았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일본 기업 평균 임금 인상률은 1.86%... 2013년 이후 8년 만에 2%를 밑돌자, 기시다 총리가 직접 총대를 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가 기업에 대놓고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정부가 주도해 기업에 임금 인상을 압박한 사례는 2014년 아베 정권 때부터 있었습니다.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로 당시 기업 실적이나 지표는 반짝 나아졌지만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건 역시 소비 부진이었습니다.
선순환에서 가장 중요한 고리인 노동자들의 임금이 안 올랐기 때문이었는데요.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기업에 대놓고 임금 인상을 압박했고, 정부 개입을 뜻하는 '관제 춘투'라는 말이 그때부터 생겼고요.
이번 기시다 총리의 사례는 '관제 춘투 시즌 2'다, 이렇게 불리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임금을 올려줄 수 있는 여건은 아닐 텐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아시다시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주고 있고요.
여기에 원자재 값 폭등과 지금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까지, 어지간한 중소기업에게 임금 인상은 여전히 그림의 떡입니다.
도쿄의 한 인쇄업체인데요.
직원들이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식사 중입니다.
잉크와 종이 값 등 원재료비가 최근 15%나 급등했습니다.
거래처에 납품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들어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케다/인쇄업체 대표 : "대기업은 여력이 있는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의 얘기 들어보면 '역시 힘들다'고 합니다. (직원에게) 납득할 수 있는 임금을 주고 싶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의 양극화 문제도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고요.
또, 앞으로의 물가 상승률이 2%의 임금 인상률을 크게 앞지를 가능성도 있어 이번 인상이 실질적인 소득 개선에 도움이 될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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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기 기자 rememb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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