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제주 추가 배송비…실태와 과제는?

입력 2022.03.24 (19:14) 수정 2022.03.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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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이 시간을 통해 제주 지역의 오랜 현안인 추가 배송비 문제 실태와 앞으로의 과제를 보도해드렸죠.

이 문제를 취재한 허지영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허지영 기자, 추가 배송비가 오래전부터 도민들의 불만 사항이었잖아요,

그동안 체감하는 변화가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인데, 일단 어떤 계기로 취재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시작된 취재였는데요.

제주에 와서 가장 피부로 체감한 불편함이 바로 이 추가 배송비였거든요.

모든 제품을 다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긴 힘들어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추가 배송비가 붙더라고요.

제품 가격보다 배송비가 비싼 경우도 있어서 추가 배송비가 대체 어떻게 책정되는 건지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또,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이 더 커졌잖아요,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발표한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 추이를 보면 매해 증가세를 보인 뒤 지난해에 36억 20만 개로 최정점을 찍었거든요.

그만큼 저와 같은 불편함을 경험한 도민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도민분들이 뉴스를 보고 많이 공감하셨을 것 같아요.

[기자]

취재진이 지역 커뮤니티에 관련 사례자를 찾는다는 글을 올리니 70개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요,

책장을 5개 주문했더니 배송비만 50만 원이 나왔다, 아이 용품을 선물 받았는데 배송 불가 상품이라 아예 받지 못했다는 등 각양각색의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이분들과 연락이 닿지는 않았는데요,

다행히 일부 도민분들이 추가 배송비 때문에 겪은 불편함을 선뜻 카메라 앞에서 말씀해주신 덕분에 여러 사례를 방송에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방송을 보고 놀랐던 게, 프랜차이즈 제품들도 제주지역 가격이 더 비싸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그만큼 추가 배송비 문제가 도민들의 삶에 녹아있다, 이렇게 보시면 될텐데요.

맥도날드 햄버거가 3백 원, BBQ와 BHC 치킨을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제주가 천 원 정도 더 비싸거든요.

비싼 이유는 대동소이합니다.

고기나 소스 등 각종 식자재를 모두 다른지역에 있는 본사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다만 한 업체는 제주산 닭고기를 쓰고 있었는데요,

업체 측에선 제주산 닭고기를 써도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다 보니 닭고기 가격 자체가 다른지역보다 비싸다며 값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추가 배송비 때문에 물건을 육지에서 가져와 장사하는 자영업자분들 부담이 더 클 것 같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물건이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배송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진데요,

바로 항공편과 배편입니다.

항공편은 꽃처럼 신선도가 중요하거나, 옷처럼 재고가 떨어지면 안 되는 경우 보통 이용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택배는 대부분 배편으로 오는 건데, 어느 교통편으로 오든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앵커]

제주까지 오려면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 건데, 배나 비행기를 타면 비용이 발생할 테니 추가 배송비를 내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네요?

[기자]

그렇죠.

취재를 시작할 때부터 추가 배송비를 부과해선 안 된다, 이 방향으로 접근했던 건 아닙니다.

비행기든, 배든 교통편을 하나 더 이용하면 말씀하신 것처럼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잖아요.

택배업체들도 화물차가 배를 타고 내리는 비용, 이른바 '도선료' 때문에 추가 배송비를 내야 한다고 설명하거든요.

취재진은 택배가 제주까지 오는 과정을 직접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쉬운게 있다면, 취재를 시작한 3월 초가 택배노조 파업이 진행 중이었을 때였어요.

택배노조나 택배회사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터라 어렵게 물류업체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택배차나 물류차나, 다른 지역에서 가져온 물건을 실은 뒤 배를 타고 제주로 오는 과정 자체는 똑같았기 때문에 화물차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앵커]

허 기자가 가서 보니, 제주로 오는 과정이 복잡하던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재진이 이달 초에 목포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제주로 가는 화물차를 따라다녔는데요,

화물차가 항구로 들어오면 직원들이 명단에서 어떤 업체의 화물차인지를 확인한 뒤 주차 구역으로 안내하는데요,

화물차가 멈춰 서면 이 차를 쇠사슬로 단단하게 고정합니다.

취재진이 탄 여객선에 100대 넘는 화물차가 올라탔는데, 이 화물차들을 이렇게 일일이 안내하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화물차들도 배 출발 시각보다 일찍 항구에 도착해야 합니다.

새벽 1시 배였는데도 취재진이 목포항에 도착한 9시 반부터 화물차들이 배에 올라타고 있었거든요.

단순하게 제주도로 이동하는 데만 다섯 시간이 걸리다 보니 시간적인 비용도, 인건비도 더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제주까지 오는데 비용이 더 발생할 수는 있는데, 문제가 이 추가 배송비가 너무나 제각각이라는 거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그 부분이 이번 기획의 핵심이었는데요,

똑같이 비행기나 배를 타고 제주에 오는데 왜 물건마다 추가 배송비가 제각각이냐는 겁니다.

기자라는 점을 밝히고 판매자들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한 판매자 얘기는 이렇습니다.

우선, 인터넷에서 똑같은 제품을 파는 판매자들이 많잖아요.

경쟁이 심하면 일단 제품을 팔아야 하니 추가 배송비를 안 받거나 덜 받고, 경쟁이 덜한 경우는 배송비를 받아 이윤을 남긴다는 겁니다.

또 다른 판매자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배송비가 추가로 드는 것도 맞지만 배송비가 단순하게 택배 요금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나 박스처럼 택배를 보낼 때 드는 부자재 비용이 모두 배송비에 포함된다는 겁니다.

[앵커]

판매자들 입장은 이해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추가 배송비가 너무나 들쑥날쑥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국회에 관련된 법안이 발의돼있다고 했는데, 아직 진척 사항이 없는 거죠?

[기자]

네, 아직은 그렇습니다.

관련 법안이 대부분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조차 논의되지 못했는데요,

국가가 민간사업자 경제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거 아니냐는 택배업계의 반발이 심하고, 제주만 배송비를 지원해주는 것도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로 어렵다는 정부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도민들이 직접 해결하겠다며 최근엔 일부 정당에서 주민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했죠,

아직 발의되기 전이긴 하지만 미리 도의원들 의견을 들어보는 설문조사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의원 42명 전원을 대상으로 조례안에 대한 의견과 6월 지방선거 전 본회의 통과 가능성 등 3가지를 물었는데요.

설문지와 조례안 원문을 각 의원실에 전달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고 임시회도 없었다 보니 설문지를 전달받지 못한 분들도 상당수더라고요.

결국, 직접 전화로 응답을 받았는데요,

의원들 대부분 조례 취지엔 공감해도 조례안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지원의 경우 도민 혈세를 들이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농수산물 해상운송비 같은 현안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이쯤에서 그렇다면 추가 배송비 문제의 해법으론 무엇이 있을지 궁금한데요,

[기자]

일단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정부와 지자체의 직접 지원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도선료 등을 일부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인데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추가 배송비의 기준을 정하는 건데요.

제주로 배송할 때의 원가, 정말 순수한 비용을 토대로 표준 배송비를 정하는 겁니다.

다만 이 부분은 택배사들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죠.

사실 이런 해결책을 제시하려면 일단 추가 배송비가 적정하지 않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이 기초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거든요.

추가 배송비를 부담하는 여러 지자체가 협의체를 꾸려서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는 이윱니다.

정부가 특정 지역의 문제에 천착해 조사를 추진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 주도로 정부와 택배업계 등 관계자를 불러모아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추가 배송비가 적정한지 조사를 추진하는 것 말고 정부를 설득하는 또 다른 대책도 여럿 나왔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이제 차기 정부가 들어서잖아요,

제주도도 지역 현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인데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추가 배송비 관련 내용을 지역 현안에 포함시켜 인수위에 전달한 뒤 반영되도록 해야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입니다.

또 국토부가 생활물류서비스법, 이른바 택배법에 따라 생활물류기본계획 세우는데요,

국가 정책의 큰 방향성을 설계하는 계획이니 여기에 관련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지난해부터 추가 배송비를 무조건 명시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 고시가 바뀌었는데요,

더 나아가 판매자가 추가 배송비를 왜 이만큼 부과하는지 그 기준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금 보시면 정부 설득에 업계 반발까지 제주도 입장에서 넘어야 하는 산이 높고 많은 것도 사실인데요,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추가 배송비를 받지 않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잖아요.

[기자]

도민분들 많이 이용하시는 쿠팡 새벽배송업체 헬로네이처 등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추가 배송비 없이 신선식품이나 생활 필수품 등을 받아볼 수 있다 보니 서비스를 이용하는 도민분들도 늘어나는 추셉니다.

다만 소비자 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타내는데요.

처음에는 추가 비용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이 업체의 제주 지역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른 경쟁자들이 사라지면 그때 가서 추가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우려를 제기한 뒤 쿠팡이 오늘, 유료회원 가입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는데요,

우연의 일치겠지만 기업들 등장을 마냥 반기기보다는 추가 배송비 문제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허지영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김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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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K] 제주 추가 배송비…실태와 과제는?
    • 입력 2022-03-24 19:14:39
    • 수정2022-03-24 20:01:29
    뉴스7(제주)
[앵커]

KBS는 이 시간을 통해 제주 지역의 오랜 현안인 추가 배송비 문제 실태와 앞으로의 과제를 보도해드렸죠.

이 문제를 취재한 허지영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허지영 기자, 추가 배송비가 오래전부터 도민들의 불만 사항이었잖아요,

그동안 체감하는 변화가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인데, 일단 어떤 계기로 취재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기자]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시작된 취재였는데요.

제주에 와서 가장 피부로 체감한 불편함이 바로 이 추가 배송비였거든요.

모든 제품을 다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긴 힘들어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추가 배송비가 붙더라고요.

제품 가격보다 배송비가 비싼 경우도 있어서 추가 배송비가 대체 어떻게 책정되는 건지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또, 코로나19로 온라인 시장이 더 커졌잖아요,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발표한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 추이를 보면 매해 증가세를 보인 뒤 지난해에 36억 20만 개로 최정점을 찍었거든요.

그만큼 저와 같은 불편함을 경험한 도민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도민분들이 뉴스를 보고 많이 공감하셨을 것 같아요.

[기자]

취재진이 지역 커뮤니티에 관련 사례자를 찾는다는 글을 올리니 70개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요,

책장을 5개 주문했더니 배송비만 50만 원이 나왔다, 아이 용품을 선물 받았는데 배송 불가 상품이라 아예 받지 못했다는 등 각양각색의 불만이 속출했습니다.

이분들과 연락이 닿지는 않았는데요,

다행히 일부 도민분들이 추가 배송비 때문에 겪은 불편함을 선뜻 카메라 앞에서 말씀해주신 덕분에 여러 사례를 방송에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앵커]

방송을 보고 놀랐던 게, 프랜차이즈 제품들도 제주지역 가격이 더 비싸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그만큼 추가 배송비 문제가 도민들의 삶에 녹아있다, 이렇게 보시면 될텐데요.

맥도날드 햄버거가 3백 원, BBQ와 BHC 치킨을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제주가 천 원 정도 더 비싸거든요.

비싼 이유는 대동소이합니다.

고기나 소스 등 각종 식자재를 모두 다른지역에 있는 본사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다만 한 업체는 제주산 닭고기를 쓰고 있었는데요,

업체 측에선 제주산 닭고기를 써도 여러 업체가 경쟁하는 구도가 아니다 보니 닭고기 가격 자체가 다른지역보다 비싸다며 값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추가 배송비 때문에 물건을 육지에서 가져와 장사하는 자영업자분들 부담이 더 클 것 같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물건이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배송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진데요,

바로 항공편과 배편입니다.

항공편은 꽃처럼 신선도가 중요하거나, 옷처럼 재고가 떨어지면 안 되는 경우 보통 이용하시더라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택배는 대부분 배편으로 오는 건데, 어느 교통편으로 오든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앵커]

제주까지 오려면 배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는 건데, 배나 비행기를 타면 비용이 발생할 테니 추가 배송비를 내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네요?

[기자]

그렇죠.

취재를 시작할 때부터 추가 배송비를 부과해선 안 된다, 이 방향으로 접근했던 건 아닙니다.

비행기든, 배든 교통편을 하나 더 이용하면 말씀하신 것처럼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잖아요.

택배업체들도 화물차가 배를 타고 내리는 비용, 이른바 '도선료' 때문에 추가 배송비를 내야 한다고 설명하거든요.

취재진은 택배가 제주까지 오는 과정을 직접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아쉬운게 있다면, 취재를 시작한 3월 초가 택배노조 파업이 진행 중이었을 때였어요.

택배노조나 택배회사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터라 어렵게 물류업체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택배차나 물류차나, 다른 지역에서 가져온 물건을 실은 뒤 배를 타고 제주로 오는 과정 자체는 똑같았기 때문에 화물차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앵커]

허 기자가 가서 보니, 제주로 오는 과정이 복잡하던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재진이 이달 초에 목포항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제주로 가는 화물차를 따라다녔는데요,

화물차가 항구로 들어오면 직원들이 명단에서 어떤 업체의 화물차인지를 확인한 뒤 주차 구역으로 안내하는데요,

화물차가 멈춰 서면 이 차를 쇠사슬로 단단하게 고정합니다.

취재진이 탄 여객선에 100대 넘는 화물차가 올라탔는데, 이 화물차들을 이렇게 일일이 안내하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화물차들도 배 출발 시각보다 일찍 항구에 도착해야 합니다.

새벽 1시 배였는데도 취재진이 목포항에 도착한 9시 반부터 화물차들이 배에 올라타고 있었거든요.

단순하게 제주도로 이동하는 데만 다섯 시간이 걸리다 보니 시간적인 비용도, 인건비도 더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제주까지 오는데 비용이 더 발생할 수는 있는데, 문제가 이 추가 배송비가 너무나 제각각이라는 거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그 부분이 이번 기획의 핵심이었는데요,

똑같이 비행기나 배를 타고 제주에 오는데 왜 물건마다 추가 배송비가 제각각이냐는 겁니다.

기자라는 점을 밝히고 판매자들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한 판매자 얘기는 이렇습니다.

우선, 인터넷에서 똑같은 제품을 파는 판매자들이 많잖아요.

경쟁이 심하면 일단 제품을 팔아야 하니 추가 배송비를 안 받거나 덜 받고, 경쟁이 덜한 경우는 배송비를 받아 이윤을 남긴다는 겁니다.

또 다른 판매자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는데요.

배송비가 추가로 드는 것도 맞지만 배송비가 단순하게 택배 요금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나 박스처럼 택배를 보낼 때 드는 부자재 비용이 모두 배송비에 포함된다는 겁니다.

[앵커]

판매자들 입장은 이해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추가 배송비가 너무나 들쑥날쑥한 것도 사실이잖아요.

국회에 관련된 법안이 발의돼있다고 했는데, 아직 진척 사항이 없는 거죠?

[기자]

네, 아직은 그렇습니다.

관련 법안이 대부분 국회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조차 논의되지 못했는데요,

국가가 민간사업자 경제 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거 아니냐는 택배업계의 반발이 심하고, 제주만 배송비를 지원해주는 것도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로 어렵다는 정부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도민들이 직접 해결하겠다며 최근엔 일부 정당에서 주민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했죠,

아직 발의되기 전이긴 하지만 미리 도의원들 의견을 들어보는 설문조사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의원 42명 전원을 대상으로 조례안에 대한 의견과 6월 지방선거 전 본회의 통과 가능성 등 3가지를 물었는데요.

설문지와 조례안 원문을 각 의원실에 전달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고 임시회도 없었다 보니 설문지를 전달받지 못한 분들도 상당수더라고요.

결국, 직접 전화로 응답을 받았는데요,

의원들 대부분 조례 취지엔 공감해도 조례안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지원의 경우 도민 혈세를 들이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거나, 농수산물 해상운송비 같은 현안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이쯤에서 그렇다면 추가 배송비 문제의 해법으론 무엇이 있을지 궁금한데요,

[기자]

일단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정부와 지자체의 직접 지원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도선료 등을 일부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인데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추가 배송비의 기준을 정하는 건데요.

제주로 배송할 때의 원가, 정말 순수한 비용을 토대로 표준 배송비를 정하는 겁니다.

다만 이 부분은 택배사들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죠.

사실 이런 해결책을 제시하려면 일단 추가 배송비가 적정하지 않다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이 기초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거든요.

추가 배송비를 부담하는 여러 지자체가 협의체를 꾸려서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오는 이윱니다.

정부가 특정 지역의 문제에 천착해 조사를 추진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 주도로 정부와 택배업계 등 관계자를 불러모아 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추가 배송비가 적정한지 조사를 추진하는 것 말고 정부를 설득하는 또 다른 대책도 여럿 나왔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이제 차기 정부가 들어서잖아요,

제주도도 지역 현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인데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추가 배송비 관련 내용을 지역 현안에 포함시켜 인수위에 전달한 뒤 반영되도록 해야한다는 게 전문가 지적입니다.

또 국토부가 생활물류서비스법, 이른바 택배법에 따라 생활물류기본계획 세우는데요,

국가 정책의 큰 방향성을 설계하는 계획이니 여기에 관련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지난해부터 추가 배송비를 무조건 명시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 고시가 바뀌었는데요,

더 나아가 판매자가 추가 배송비를 왜 이만큼 부과하는지 그 기준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금 보시면 정부 설득에 업계 반발까지 제주도 입장에서 넘어야 하는 산이 높고 많은 것도 사실인데요,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히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추가 배송비를 받지 않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잖아요.

[기자]

도민분들 많이 이용하시는 쿠팡 새벽배송업체 헬로네이처 등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추가 배송비 없이 신선식품이나 생활 필수품 등을 받아볼 수 있다 보니 서비스를 이용하는 도민분들도 늘어나는 추셉니다.

다만 소비자 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타내는데요.

처음에는 추가 비용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이 업체의 제주 지역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른 경쟁자들이 사라지면 그때 가서 추가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우려를 제기한 뒤 쿠팡이 오늘, 유료회원 가입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는데요,

우연의 일치겠지만 기업들 등장을 마냥 반기기보다는 추가 배송비 문제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허지영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김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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