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K] 도심 속 푸른 물길…흘러라 전주천

입력 2022.03.28 (20:13) 수정 2022.03.2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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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일까요.

1급수 맑은 물, 쉬리와 수달이 산다는 전주천 일부입니다.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상류와 달리 하류는 이런 오염된 물과 쓰레기 천지입니다.

[유한종/전주시 평화동 : "우리 전주천이 맑다고 많이 텔레비전에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 이 하류는 썩어가고 있습니다. 여름철이 되면 이 물 썩는 냄새가…."]

지난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전주천 하류에 모였습니다.

[유영진/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올해 우리나라의 공식 주제는 하나 된 물관리,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입니다. 기후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수자원 확보와 이용 측면에서도 강의 자연성 회복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날 시민들은 장화를 신고 전주천에 들어가 직접 오염 정도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삽으로 바닥을 퍼서 보니 악취를 풍기는 시꺼먼 퇴적물이 가득합니다.

["(이게 분뇨가 아니에요?) 분뇨가 아니에요. 바닥에 오래 쌓여있던 것들이 점점 물 위로 떠오르는 것들이거든요. 이런 것들이 많이 뜨게 되면 냄새도 많이 나고…."]

덥고 비가 오지 않는 등 악재가 겹치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합니다.

[정현숙/전주시 효자동 : "저희 집이 신시가지에 있거든요. 삼천천. 아침에 일어나서 창을 바라보면 하얀 백로 같은 새들이 있어요. 그리고 청둥오리…. 얘네들을 볼 때는 너무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여기 신풍보에 와서 보니까 물속에 사는 생명체들이 제대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요."]

전주천 하류의 수질이 이토록 엉망인 이유는 뭘까요.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 "이 국가하천 구간은 주변에 산업단지가 있고요. 농수산물시장이 있고 그리고 하수종말처리장이 몰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많은 오염원들이 하천으로 들어오는데…. 여기저기에서 몰려드는 오염원들이 수질을 굉장히 악화시키고…."]

하천엔 다양한 오염물질들이 유입됩니다.

주로 발생 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할 수 없는 비점오염원인데요.

농지에 살포된 농약, 공장이나 축사의 유출물 쓰레기나 먼지 등 비점오염원들이 비가 오면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흘러가 수질오염을 일으킵니다.

특히 전주천 하류 주변은 쓰레기 불법투기가 빈번한 곳입니다.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성숙한 시민들도 많은 반면 몰래 버리고 가는 얌체 행위도 여전합니다.

["쓰레기를 주우러 갔는데…. 이 쓰레기 안에 있는 게 ‘지구를 사랑하는 더 나은 선택, 착한 소비'(라고 적힌) 샌드위치를 먹고 여기다 버리셨어. 그래서 주워왔어."]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물이 흐르는 중상류와 하류의 수질이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 "전주천과 삼천은 자연하천형 조성사업에 의해서 여울과 소가 만들어지면서 수질이 많이 개선되고 자연 생태하천으로 바뀐 반면에,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만경강까지 흘러가는 (하류 쪽) 7.5km 구간은 다섯 개의 취수보가 하천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어서 수질이 굉장히 많이 나쁘고요."]

실제로 지난해 전주시 생태하천협의회의 조사 결과, 전주천 상류엔 쉬리와 납자루 등 서른여 종의 물고기가 서식하는 것과 달리 하류엔 베스와 블루길 등 오염에 강한 어류만이 살고 있습니다.

물속에 사는 수서곤충은 중상류에서 흔히 보이지만, 하류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이 맑은 곳에, 물고기가 많은 곳에서 돌을 하나 들어보면 그 돌에 막 수서곤충들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없다는 건 뭐냐면 물고기들이 먹을 게 없는 거잖아요. 먹을 게 없으니까 물고기들이 많이 오지 못하는 거고, 그러면서 또 생태계에 의한 자정작용이라든지 이런 부분들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물은 또 악순환이 되는 거죠."]

이런 이유로 농업용수 확보 등 최소한에서 보를 관리하고, 전주천 하류의 수질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 "전주천은 굉장히 오염된 하천으로 오명을 떨쳤는데요. 시민들의 참여와 노력으로 자연성을 회복한 건강한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시민들도 때로는 자연생태 학습장으로써, 건강을 지키는 휴식공간으로써 전주천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잘 지키고 유지하고 보존하게 되면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전주천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살아있는 하천.

생명이 숨 쉬고,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도심 속 푸른 물길.

전주천에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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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8 20:13:26
    • 수정2022-03-28 20: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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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일까요.

1급수 맑은 물, 쉬리와 수달이 산다는 전주천 일부입니다.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중상류와 달리 하류는 이런 오염된 물과 쓰레기 천지입니다.

[유한종/전주시 평화동 : "우리 전주천이 맑다고 많이 텔레비전에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 이 하류는 썩어가고 있습니다. 여름철이 되면 이 물 썩는 냄새가…."]

지난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전주천 하류에 모였습니다.

[유영진/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올해 우리나라의 공식 주제는 하나 된 물관리, 자연과 인간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입니다. 기후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수자원 확보와 이용 측면에서도 강의 자연성 회복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날 시민들은 장화를 신고 전주천에 들어가 직접 오염 정도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삽으로 바닥을 퍼서 보니 악취를 풍기는 시꺼먼 퇴적물이 가득합니다.

["(이게 분뇨가 아니에요?) 분뇨가 아니에요. 바닥에 오래 쌓여있던 것들이 점점 물 위로 떠오르는 것들이거든요. 이런 것들이 많이 뜨게 되면 냄새도 많이 나고…."]

덥고 비가 오지 않는 등 악재가 겹치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기도 합니다.

[정현숙/전주시 효자동 : "저희 집이 신시가지에 있거든요. 삼천천. 아침에 일어나서 창을 바라보면 하얀 백로 같은 새들이 있어요. 그리고 청둥오리…. 얘네들을 볼 때는 너무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여기 신풍보에 와서 보니까 물속에 사는 생명체들이 제대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요."]

전주천 하류의 수질이 이토록 엉망인 이유는 뭘까요.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 "이 국가하천 구간은 주변에 산업단지가 있고요. 농수산물시장이 있고 그리고 하수종말처리장이 몰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많은 오염원들이 하천으로 들어오는데…. 여기저기에서 몰려드는 오염원들이 수질을 굉장히 악화시키고…."]

하천엔 다양한 오염물질들이 유입됩니다.

주로 발생 경로가 명확하지 않아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할 수 없는 비점오염원인데요.

농지에 살포된 농약, 공장이나 축사의 유출물 쓰레기나 먼지 등 비점오염원들이 비가 오면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흘러가 수질오염을 일으킵니다.

특히 전주천 하류 주변은 쓰레기 불법투기가 빈번한 곳입니다.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성숙한 시민들도 많은 반면 몰래 버리고 가는 얌체 행위도 여전합니다.

["쓰레기를 주우러 갔는데…. 이 쓰레기 안에 있는 게 ‘지구를 사랑하는 더 나은 선택, 착한 소비'(라고 적힌) 샌드위치를 먹고 여기다 버리셨어. 그래서 주워왔어."]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물이 흐르는 중상류와 하류의 수질이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 "전주천과 삼천은 자연하천형 조성사업에 의해서 여울과 소가 만들어지면서 수질이 많이 개선되고 자연 생태하천으로 바뀐 반면에,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만경강까지 흘러가는 (하류 쪽) 7.5km 구간은 다섯 개의 취수보가 하천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어서 수질이 굉장히 많이 나쁘고요."]

실제로 지난해 전주시 생태하천협의회의 조사 결과, 전주천 상류엔 쉬리와 납자루 등 서른여 종의 물고기가 서식하는 것과 달리 하류엔 베스와 블루길 등 오염에 강한 어류만이 살고 있습니다.

물속에 사는 수서곤충은 중상류에서 흔히 보이지만, 하류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이 맑은 곳에, 물고기가 많은 곳에서 돌을 하나 들어보면 그 돌에 막 수서곤충들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없다는 건 뭐냐면 물고기들이 먹을 게 없는 거잖아요. 먹을 게 없으니까 물고기들이 많이 오지 못하는 거고, 그러면서 또 생태계에 의한 자정작용이라든지 이런 부분들도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물은 또 악순환이 되는 거죠."]

이런 이유로 농업용수 확보 등 최소한에서 보를 관리하고, 전주천 하류의 수질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 "전주천은 굉장히 오염된 하천으로 오명을 떨쳤는데요. 시민들의 참여와 노력으로 자연성을 회복한 건강한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시민들도 때로는 자연생태 학습장으로써, 건강을 지키는 휴식공간으로써 전주천을 이용하고 있는데요. 잘 지키고 유지하고 보존하게 되면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전주천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맑은 물이 흐르는 살아있는 하천.

생명이 숨 쉬고,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도심 속 푸른 물길.

전주천에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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