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곡계굴 무연고 희생자 유해 발굴 본격화

입력 2022.03.28 (21:51) 수정 2022.03.2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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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전쟁 당시 충북 단양에선 수백 명의 피란민이 미군의 폭격으로 희생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단양 곡계굴 사건인데, 70여 년이 지나서야 무연고 희생자에 대한 유해 발굴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그 현장을 민수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1951년 1월, 북한군과 중공군이 소백산맥 일대에 침투하자 미군은 대대적인 공중 폭격에 나섭니다.

숲이나 건물을 태워버리는 네이팜탄이 대거 투하됐는데, 이로 인해 단양 곡계굴에 숨어있던 피란민 360여 명이 희생됐습니다.

당시 네 살이었던 조병규 씨는 할아버지와 고모를 이곳에서 잃었습니다.

[조병규/단양 곡계굴 유족회장 : "내가 엄청 울어가지고 (굴에서) 동네분들한테 쫓겨난 거예요. (은폐하면서) 화롯불도 있고 이불도 있다보니까 사격을 하니까 이 안으로 화재도 같이 일어난 것 같아요."]

희생자들의 유해 일부는 사건 직후 유가족들이 수습했지만 무연고 시신은 그대로 방치되다가 두 달 뒤 야산에 매장됐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야산이 개발되면서 유해는 또다시 이장되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이렇게 신원 확인조차 없이 정처 없이 옮겨지고 묻힌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가 다시 발굴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묻혀있는 유해는 100구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유전자 감식을 거쳐 국가 위령시설에 안치될 예정입니다.

[박선주/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장 : "일일이 다 감식을 할 거에요. 한 구씩요. 감식을 하고 기록을 하고. 그 때 이제 판단을 할 거에요. 아 이거는 DNA 감식이 가능하다 이러면 샘플링을 하고."]

진실화해위원회가 단양 곡계굴 사건을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규정한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배상이나 보상은 진행되지 않은 상황.

무연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첫 발은 내디뎠지만 유족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민수아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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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양 곡계굴 무연고 희생자 유해 발굴 본격화
    • 입력 2022-03-28 21:51:25
    • 수정2022-03-28 22:06:58
    뉴스9(청주)
[앵커]

한국전쟁 당시 충북 단양에선 수백 명의 피란민이 미군의 폭격으로 희생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단양 곡계굴 사건인데, 70여 년이 지나서야 무연고 희생자에 대한 유해 발굴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그 현장을 민수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1951년 1월, 북한군과 중공군이 소백산맥 일대에 침투하자 미군은 대대적인 공중 폭격에 나섭니다.

숲이나 건물을 태워버리는 네이팜탄이 대거 투하됐는데, 이로 인해 단양 곡계굴에 숨어있던 피란민 360여 명이 희생됐습니다.

당시 네 살이었던 조병규 씨는 할아버지와 고모를 이곳에서 잃었습니다.

[조병규/단양 곡계굴 유족회장 : "내가 엄청 울어가지고 (굴에서) 동네분들한테 쫓겨난 거예요. (은폐하면서) 화롯불도 있고 이불도 있다보니까 사격을 하니까 이 안으로 화재도 같이 일어난 것 같아요."]

희생자들의 유해 일부는 사건 직후 유가족들이 수습했지만 무연고 시신은 그대로 방치되다가 두 달 뒤 야산에 매장됐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야산이 개발되면서 유해는 또다시 이장되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이렇게 신원 확인조차 없이 정처 없이 옮겨지고 묻힌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가 다시 발굴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묻혀있는 유해는 100구 안팎으로 추정되는데, 유전자 감식을 거쳐 국가 위령시설에 안치될 예정입니다.

[박선주/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장 : "일일이 다 감식을 할 거에요. 한 구씩요. 감식을 하고 기록을 하고. 그 때 이제 판단을 할 거에요. 아 이거는 DNA 감식이 가능하다 이러면 샘플링을 하고."]

진실화해위원회가 단양 곡계굴 사건을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규정한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배상이나 보상은 진행되지 않은 상황.

무연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첫 발은 내디뎠지만 유족들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민수아입니다.

촬영기자:최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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