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엘살바도르…도대체 어떻길래?

입력 2022.03.30 (10:52) 수정 2022.03.30 (11:0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근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범죄조직과 관련된 폭력사태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루에만 수십 명이 살해되는 범죄가 며칠간 이어지자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는데요.

오늘 지구촌 돋보기에서 임민지 기자와 함께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임 기자, 범죄 피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비상사태까지 선포된거죠?

[기자]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에서 살인 사건 등 범죄가 많기로 손꼽히는 국가인데요.

지난 25일에서 27일 사흘간 모두 87건의 살인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지난 26일에는, 하루에만 6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어니스토 케스트로/엘살바도르 의회 의장 : "우리는 이번 일을 절대 허용할 수 없고 범죄자들이 이런 일을 벌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이런 강력범죄에 맞서기 위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요.

비상사태 기간에는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 권리가 제한되고 공권력이 강화돼 영장 없는 체포가 가능해집니다.

[길버토 센체즈/지역 주민 : "요즘 폭력과 불의가 너무 많이 일어나서 이렇게 비상사태가 내려진게 다행인 것 같아요. 한동안 잠잠했는데 (이렇게 폭력이 증가한 것은) 정부를 향한 복수 때문인 것 같아요."]

[앵커]

그런데 이렇게 범죄가 급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엘살바도르 인구 10만 명당 살인 피해자는 62명 정도인데요.

살인 피해자 비율이 그 어떤 국가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 3월부터 전국에 봉쇄조치가 내려지면서 살인 사건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전인 2019년에는 일 년에 2천 4백 건 가량 발생했는데요.

코로나 후인 2020년에는 천3백여 건으로 절반 정도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2백여 건이 더 줄어 천 백여 건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방역통제 등으로 살인사건이 점점 줄었던 거죠.

심지어 작년 살인 건수는 1992년 이후 30년래 최저 수준이었는데요.

하지만 최근에 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범죄사건이 다시 늘어났습니다.

작년에는 하루에 3.1건 꼴로 살인이 벌어졌다면, 지난 26일에는 62건의 살인이 벌어졌으니까, 20배 많은 살인이 일어난거죠.

[앵커]

이런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갱단은 어떤 사람들이고 규모가 얼마나 되나요?

[기자]

대표적으로 '마라 살바트루차'와 '바리오18', 이렇게 두 개 조직이 있는데요.

살인과 마약 밀매, 약탈과 납치 등의 범죄를 일삼고 있는 악명 높은 범죄조직입니다.

마라 살바트루차는 지난 1970년에서 1980년 사이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재는 엘살바도르를 중심으로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그리고 미국 등에 퍼져있습니다.

엘살바도르 당국에 따르면 마라 살바트루차와 또 다른 갱단인 바리오18의 조직원수는 엘살바도르에만 약 7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이 지금까지 계속 범죄를 일으켜온 만큼 그동안 경찰들이 조직원들을 많이 잡아들였는데도 세력이 위축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는데, 어떤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죠?

[기자]

예, 비상 사태 선포 후 갱단 조직원 천 4백여 명을 체포했습니다.

비상사태가 내려졌기 때문에 영장 없는 체포나 휴대전화 수색 등이 가능했는데요.

경찰과 군인들은 공격용 소총과 방탄조끼로 무장한 채 거리를 순찰하고, 용의자들을 수색하고 체포했습니다.

[구스타보 빌라토로/엘살바도르 안보장관 : "(체포한 4명의 지도자 중) 한 명은 국가 마약 판매를 담당하고 다른 한 명은 재정을 담당했으며 다른 두 명은 목요일에 벌어진 살인을 명령한 주요 책임자였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번에 체포된 사람들을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수감자들의 식사를 하루에 두 끼로 줄이도록 지시했고 외출이나 면회 등도 금지했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에 취임했는데요.

갱단으로 인한 살인을 막기 위해 갱단과 싸우고 치안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펼쳐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후 정부는 경찰력을 강화하는 등 여려 대책을 도입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부켈레 대통령의 취임 이후 살인 건수가 줄면서 2021년에는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켈레 대통령이 지나친 권한을 행사하거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요,

범죄 감소 성과를 위해 갱단과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임민지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지구촌 돋보기] 비상사태까지 선포한 엘살바도르…도대체 어떻길래?
    • 입력 2022-03-30 10:52:53
    • 수정2022-03-30 11:02:46
    지구촌뉴스
[앵커]

최근 중미 엘살바도르에서 범죄조직과 관련된 폭력사태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루에만 수십 명이 살해되는 범죄가 며칠간 이어지자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는데요.

오늘 지구촌 돋보기에서 임민지 기자와 함께 자세한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임 기자, 범죄 피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길래 비상사태까지 선포된거죠?

[기자]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에서 살인 사건 등 범죄가 많기로 손꼽히는 국가인데요.

지난 25일에서 27일 사흘간 모두 87건의 살인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지난 26일에는, 하루에만 6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어니스토 케스트로/엘살바도르 의회 의장 : "우리는 이번 일을 절대 허용할 수 없고 범죄자들이 이런 일을 벌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이런 강력범죄에 맞서기 위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는데요.

비상사태 기간에는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 권리가 제한되고 공권력이 강화돼 영장 없는 체포가 가능해집니다.

[길버토 센체즈/지역 주민 : "요즘 폭력과 불의가 너무 많이 일어나서 이렇게 비상사태가 내려진게 다행인 것 같아요. 한동안 잠잠했는데 (이렇게 폭력이 증가한 것은) 정부를 향한 복수 때문인 것 같아요."]

[앵커]

그런데 이렇게 범죄가 급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유엔 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엘살바도르 인구 10만 명당 살인 피해자는 62명 정도인데요.

살인 피해자 비율이 그 어떤 국가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 3월부터 전국에 봉쇄조치가 내려지면서 살인 사건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전인 2019년에는 일 년에 2천 4백 건 가량 발생했는데요.

코로나 후인 2020년에는 천3백여 건으로 절반 정도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2백여 건이 더 줄어 천 백여 건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방역통제 등으로 살인사건이 점점 줄었던 거죠.

심지어 작년 살인 건수는 1992년 이후 30년래 최저 수준이었는데요.

하지만 최근에 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범죄사건이 다시 늘어났습니다.

작년에는 하루에 3.1건 꼴로 살인이 벌어졌다면, 지난 26일에는 62건의 살인이 벌어졌으니까, 20배 많은 살인이 일어난거죠.

[앵커]

이런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갱단은 어떤 사람들이고 규모가 얼마나 되나요?

[기자]

대표적으로 '마라 살바트루차'와 '바리오18', 이렇게 두 개 조직이 있는데요.

살인과 마약 밀매, 약탈과 납치 등의 범죄를 일삼고 있는 악명 높은 범죄조직입니다.

마라 살바트루차는 지난 1970년에서 1980년 사이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재는 엘살바도르를 중심으로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그리고 미국 등에 퍼져있습니다.

엘살바도르 당국에 따르면 마라 살바트루차와 또 다른 갱단인 바리오18의 조직원수는 엘살바도르에만 약 7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이 지금까지 계속 범죄를 일으켜온 만큼 그동안 경찰들이 조직원들을 많이 잡아들였는데도 세력이 위축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는데, 어떤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죠?

[기자]

예, 비상 사태 선포 후 갱단 조직원 천 4백여 명을 체포했습니다.

비상사태가 내려졌기 때문에 영장 없는 체포나 휴대전화 수색 등이 가능했는데요.

경찰과 군인들은 공격용 소총과 방탄조끼로 무장한 채 거리를 순찰하고, 용의자들을 수색하고 체포했습니다.

[구스타보 빌라토로/엘살바도르 안보장관 : "(체포한 4명의 지도자 중) 한 명은 국가 마약 판매를 담당하고 다른 한 명은 재정을 담당했으며 다른 두 명은 목요일에 벌어진 살인을 명령한 주요 책임자였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번에 체포된 사람들을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수감자들의 식사를 하루에 두 끼로 줄이도록 지시했고 외출이나 면회 등도 금지했습니다.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에 취임했는데요.

갱단으로 인한 살인을 막기 위해 갱단과 싸우고 치안을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펼쳐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후 정부는 경찰력을 강화하는 등 여려 대책을 도입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부켈레 대통령의 취임 이후 살인 건수가 줄면서 2021년에는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겁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켈레 대통령이 지나친 권한을 행사하거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고요,

범죄 감소 성과를 위해 갱단과 거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임민지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