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몸의 언어’…국립현대무용단 신작 ‘몸쓰다’

입력 2022.04.02 (06:48) 수정 2022.04.0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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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는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언어뿐 아니라 몸으로도 표현하고 소통하죠.

하지만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유행 속에서 몸을 쓰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해 역동적인 춤 동작에 담아낸 무용 한 편을 소개해 드립니다.

정연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음악도 없는 텅 빈 무대.

무용수들이 한 명, 두 명 등장하더니 다양한 몸짓으로 일상의 동작들을 재현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리드미컬한 음악이 흐르며 무용수 11명이 각자 독백을 하듯 격렬한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저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는 데만 몰두합니다.

몸을 통해 감정을 나눌 수 없게 된 코로나 시대의 고립감을 기괴하게 그려낸 겁니다.

[정재우/무용수 : "힘듦에서 감정이 자꾸 드러나잖아요. 감정이 배제된 힘듦을 찾는 데 조금 어려웠었어요."]

역동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안무가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끝에 우는 듯, 웃는 듯, 억눌러왔던 희노애락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순간.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몸을 쓰는 행위가 감정까지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무언의 춤으로 보여줍니다.

[박유라/무용수 : "호흡이나 말이나 감탄사나 이런 것들을 먼저 몸으로 표현하고 그다음에 몸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런 개인적인 질문을 갖고 참여했습니다."]

모두가 겪고 있는 고립감을 '몸쓰다'란 신조어와 함께 파격적인 형식으로 담아낸 이 작품.

현대무용으론 이례적으로 전회 매진될 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안애순/'몸쓰다' 안무 : "신체의 접촉도 거부당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소통할까, 어떻게 남의 감정을 읽을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됐어요."]

길고 긴 역병의 시간을 겪어낸 몸들이 마침내 다 함께 어울려 춤 추는 시간.

70분 동안 펼쳐진 '몸쓰기'의 향연은 결국, 행복한 결말을 간절히 꿈꾸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장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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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시대 ‘몸의 언어’…국립현대무용단 신작 ‘몸쓰다’
    • 입력 2022-04-02 06:48:17
    • 수정2022-04-02 06: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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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는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언어뿐 아니라 몸으로도 표현하고 소통하죠.

하지만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 유행 속에서 몸을 쓰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해 역동적인 춤 동작에 담아낸 무용 한 편을 소개해 드립니다.

정연욱 기자입니다.

[리포트]

음악도 없는 텅 빈 무대.

무용수들이 한 명, 두 명 등장하더니 다양한 몸짓으로 일상의 동작들을 재현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리드미컬한 음악이 흐르며 무용수 11명이 각자 독백을 하듯 격렬한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저마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는 데만 몰두합니다.

몸을 통해 감정을 나눌 수 없게 된 코로나 시대의 고립감을 기괴하게 그려낸 겁니다.

[정재우/무용수 : "힘듦에서 감정이 자꾸 드러나잖아요. 감정이 배제된 힘듦을 찾는 데 조금 어려웠었어요."]

역동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안무가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끝에 우는 듯, 웃는 듯, 억눌러왔던 희노애락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순간.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몸을 쓰는 행위가 감정까지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무언의 춤으로 보여줍니다.

[박유라/무용수 : "호흡이나 말이나 감탄사나 이런 것들을 먼저 몸으로 표현하고 그다음에 몸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그런 개인적인 질문을 갖고 참여했습니다."]

모두가 겪고 있는 고립감을 '몸쓰다'란 신조어와 함께 파격적인 형식으로 담아낸 이 작품.

현대무용으론 이례적으로 전회 매진될 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었습니다.

[안애순/'몸쓰다' 안무 : "신체의 접촉도 거부당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소통할까, 어떻게 남의 감정을 읽을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됐어요."]

길고 긴 역병의 시간을 겪어낸 몸들이 마침내 다 함께 어울려 춤 추는 시간.

70분 동안 펼쳐진 '몸쓰기'의 향연은 결국, 행복한 결말을 간절히 꿈꾸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장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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