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분리수거 도맡아 하시는 분은 절감하실 겁니다. 배달 쓰레기, 많아도 너무 많지요. 그만큼 배달은 일상이 됐습니다.
특히, 음식 배달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볼까요. 통계가 잡히는 가장 최근은 올 2월입니다.
올 2월 하루 평균 음식서비스 주문액은 801억 5천만 원.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 2월과 비교하면, 거의 2배(97.7%↑)가 됐습니다. 평균 2배니, 음식 주문이 몇 배가 늘어난 분도 수두룩할 겁니다.
급증한 음식 배달은 외식업의 지형을 어떻게 바꿨을까요. 90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 빅데이터를 보유한 한국신용데이터(KCD)에 심층 분석을 부탁했습니다.
1. 외식업 3년 총정리해 보니…
코로나로 힘들지 않은 소상공인은 없었을 겁니다. 외식업은 대표적인 타격 업종입니다. 집합금지, 영업제한, 인원제한이 무시로 반복된 대표적인 곳이 주점, 식당과 카페였으니까요.
외식업 매출은 수직 낙하했겠군, 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코로나 기간의 매출 그래프를 그리면, 마치 북한산 인수봉처럼 급경사 모양이 나오지 않을까… 실제로는 이랬습니다.

코로나가 없던 2019년/코로나가 있던 2020년·2021년을 비교했습니다. 2019년 매출액이 100이라면, 2020년과 2021년은 79에서 89 정도였습니다.
코로나로 외식업 매출은 평균 -10% ~ -20%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산 인수봉 같은 급경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재난지원금 등이 풀렸을 때 반짝 반등했던 패턴도 반복됩니다.
2. 외식업, 배달이 살렸다
그래프를 보고 '의외로 선방했다'고 생각한 분도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그 선방은 전적으로 배달의 힘입니다.
전체 매출 중에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을 추려봤습니다. 코로나 전과 후,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코로나 전에는 총 매출이 100이라면, 배달 비중은 40 정도 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그 비중은 50, 60, 70 급증하더니, 거의 100 가까이 치솟을 때도 있었습니다.
2020년 말과 2021년 초는 거의 배달로만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월별로 봤을 때, 최고점은 2020년 12월이었습니다.
3. 1위는 역시 '치느님'
어떤 메뉴가 배달 비중이 높았을까요. 외식업을 6개 세부 업종으로 나눠, 배달/非배달 비중을 비교했습니다. 배달이 가장 많았던 건 역시나 치킨 이었습니다.
☞ 배달 비중이 큰 메뉴는? 서울 : 치킨 > 피자·햄버거·샌드위치 > 분식·김밥 > 중식 > 한식 > 비알콜음료(커피 등) 順 경기 : 치킨 > 피자·햄버거·샌드위치 > 분식·김밥 > 중식 > 한식 > 비알콜음료(커피 등) 順 인천 : 치킨 > 피자·햄버거·샌드위치 > 중식 > 분식·김밥 > 비알콜음료(커피 등) > 한식 順 |
4.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기에…
코로나 기간, 배달은 외식업에 분명 '약'이었습니다. 배달이라는 특효약이 없었다면, 외식업은 위중증에 빠졌을 겁니다.
하지만,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배달의 역습입니다.
부대비용 측면에서, 배달은 '질이 낮은' 매출입니다. 음식 배달 한 건을 승인하는 순간, 식당 사장님은 세금을 빼고도 총 5가지 비용을 동시에 부담해야 합니다.
정액광고비, 입찰광고비, 배달중개수수료, 외부결제수수료, 배달대행수수료 등…서로 이름도 헷갈릴 정도인 복잡한 비용 구조를 그림으로 그리면, 이렇습니다.

같은 100만 원어치 음식을 팔았더라도, 배달 매출은 홀 매출에 비해 사장님 손에 떨어지는 이익이 훨씬 적다는 얘기입니다. 배달은 수익성이 낮은 매출입니다.
물론, 배달만 하는 전문점으로 전환한다면, 임대료는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환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배달전문점에 적합한 메뉴 자체가 제한적입니다.
5. '4인 5각' 배달시장, 갈수록 꼬이는데…
이제 배달은 흡사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퀵커머스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동네 슈퍼에서 사는 거의 모든 생필품도 배달되는 시대가 코 앞입니다.
소비자-자영업자-배달플랫폼-배달라이더(배달대행업체 포함), 배달 시장을 구성하는 주체는 최소 네 그룹입니다.
더구나 배달 시장의 주체는 늘고 있습니다. 요즘은 배달대행의 대행업체까지 등장했습니다. 배달량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주체가 늘고 단계가 복잡해지면, 수수료 지출은 자연히 늘어납니다.
- 배달라이더의 노동 문제는 날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 소비자와 자영업자는 배달비가 갈수록 부담입니다.
- 배달플랫폼은 독과점이라고 비난받는데, 정작 영업 손익은 계속 적자입니다.
문제는 커지고 있는데, 한쪽을 풀면 다른 쪽이 다시 꼬이는 구조입니다. 서로 이해관계가 물고 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 시장은 점점 더 고차 방정식이 되고 있습니다. 어렵다고 버려두면 문제는 더 곪을 겁니다. 이해 관계자들의 '사회적 논의'를 피할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째깍, 째깍, 째깍…
대문사진 : 서혜영
인포그래픽 :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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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식업, 배달로 버텼다…이제는 ‘역습’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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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4-03 09:08:14

집에서 분리수거 도맡아 하시는 분은 절감하실 겁니다. 배달 쓰레기, 많아도 너무 많지요. 그만큼 배달은 일상이 됐습니다.
특히, 음식 배달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볼까요. 통계가 잡히는 가장 최근은 올 2월입니다.
올 2월 하루 평균 음식서비스 주문액은 801억 5천만 원. 코로나 초기였던 2020년 2월과 비교하면, 거의 2배(97.7%↑)가 됐습니다. 평균 2배니, 음식 주문이 몇 배가 늘어난 분도 수두룩할 겁니다.
급증한 음식 배달은 외식업의 지형을 어떻게 바꿨을까요. 90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 빅데이터를 보유한 한국신용데이터(KCD)에 심층 분석을 부탁했습니다.
1. 외식업 3년 총정리해 보니…
코로나로 힘들지 않은 소상공인은 없었을 겁니다. 외식업은 대표적인 타격 업종입니다. 집합금지, 영업제한, 인원제한이 무시로 반복된 대표적인 곳이 주점, 식당과 카페였으니까요.
외식업 매출은 수직 낙하했겠군, 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코로나 기간의 매출 그래프를 그리면, 마치 북한산 인수봉처럼 급경사 모양이 나오지 않을까… 실제로는 이랬습니다.

코로나가 없던 2019년/코로나가 있던 2020년·2021년을 비교했습니다. 2019년 매출액이 100이라면, 2020년과 2021년은 79에서 89 정도였습니다.
코로나로 외식업 매출은 평균 -10% ~ -20% 줄었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산 인수봉 같은 급경사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재난지원금 등이 풀렸을 때 반짝 반등했던 패턴도 반복됩니다.
2. 외식업, 배달이 살렸다
그래프를 보고 '의외로 선방했다'고 생각한 분도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그 선방은 전적으로 배달의 힘입니다.
전체 매출 중에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을 추려봤습니다. 코로나 전과 후,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코로나 전에는 총 매출이 100이라면, 배달 비중은 40 정도 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그 비중은 50, 60, 70 급증하더니, 거의 100 가까이 치솟을 때도 있었습니다.
2020년 말과 2021년 초는 거의 배달로만 버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월별로 봤을 때, 최고점은 2020년 12월이었습니다.
3. 1위는 역시 '치느님'
어떤 메뉴가 배달 비중이 높았을까요. 외식업을 6개 세부 업종으로 나눠, 배달/非배달 비중을 비교했습니다. 배달이 가장 많았던 건 역시나 치킨 이었습니다.
☞ 배달 비중이 큰 메뉴는? 서울 : 치킨 > 피자·햄버거·샌드위치 > 분식·김밥 > 중식 > 한식 > 비알콜음료(커피 등) 順 경기 : 치킨 > 피자·햄버거·샌드위치 > 분식·김밥 > 중식 > 한식 > 비알콜음료(커피 등) 順 인천 : 치킨 > 피자·햄버거·샌드위치 > 중식 > 분식·김밥 > 비알콜음료(커피 등) > 한식 順 |
4.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되기에…
코로나 기간, 배달은 외식업에 분명 '약'이었습니다. 배달이라는 특효약이 없었다면, 외식업은 위중증에 빠졌을 겁니다.
하지만,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배달의 역습입니다.
부대비용 측면에서, 배달은 '질이 낮은' 매출입니다. 음식 배달 한 건을 승인하는 순간, 식당 사장님은 세금을 빼고도 총 5가지 비용을 동시에 부담해야 합니다.
정액광고비, 입찰광고비, 배달중개수수료, 외부결제수수료, 배달대행수수료 등…서로 이름도 헷갈릴 정도인 복잡한 비용 구조를 그림으로 그리면, 이렇습니다.

같은 100만 원어치 음식을 팔았더라도, 배달 매출은 홀 매출에 비해 사장님 손에 떨어지는 이익이 훨씬 적다는 얘기입니다. 배달은 수익성이 낮은 매출입니다.
물론, 배달만 하는 전문점으로 전환한다면, 임대료는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환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배달전문점에 적합한 메뉴 자체가 제한적입니다.
5. '4인 5각' 배달시장, 갈수록 꼬이는데…
이제 배달은 흡사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되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퀵커머스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동네 슈퍼에서 사는 거의 모든 생필품도 배달되는 시대가 코 앞입니다.
소비자-자영업자-배달플랫폼-배달라이더(배달대행업체 포함), 배달 시장을 구성하는 주체는 최소 네 그룹입니다.
더구나 배달 시장의 주체는 늘고 있습니다. 요즘은 배달대행의 대행업체까지 등장했습니다. 배달량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주체가 늘고 단계가 복잡해지면, 수수료 지출은 자연히 늘어납니다.
- 배달라이더의 노동 문제는 날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 소비자와 자영업자는 배달비가 갈수록 부담입니다.
- 배달플랫폼은 독과점이라고 비난받는데, 정작 영업 손익은 계속 적자입니다.
문제는 커지고 있는데, 한쪽을 풀면 다른 쪽이 다시 꼬이는 구조입니다. 서로 이해관계가 물고 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 시장은 점점 더 고차 방정식이 되고 있습니다. 어렵다고 버려두면 문제는 더 곪을 겁니다. 이해 관계자들의 '사회적 논의'를 피할 수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째깍, 째깍, 째깍…
대문사진 : 서혜영
인포그래픽 :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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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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