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집, 나는 네 집으로?…재건축 앞둔 불법 ‘전세 맞교환’

입력 2022.04.05 (12:49) 수정 2022.04.05 (13: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집주인 여러 명이 서로의 집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꼼수를 써서 대출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데요.

허효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단지, 여기저기 빈 집이란 표지가 붙어 있고, 입구는 출입금지 띠로 막혔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1,500가구 되지. 한 50가구 남았지. 2월 28일까지 1차 이주였고..."]

이 단지에서 집주인들의 주소가 대거 바뀐 건 이주가 시작된 지난해 9월쯤이었습니다.

A 씨가 같은 단지의 B 씨의 집으로, B 씨는 반대로 A 씨의 집으로 주소를 옮기는 식입니다.

심지어 3가구가 삼각으로 주소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등기부등본상 이렇게 주소가 옮겨진 건 모두 40가구 정도입니다.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감독 관청은 이른바 '맞전세' 행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시가 15억 원이 넘어 은행 대출이 막히자, 이주를 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스스로 세입자가 돼 조합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집행하는 대출을 악용했다는 겁니다.

대출금은 전부 200억 원이 넘습니다.

[재건축조합원/음성변조 : "같은 단지 내에서 그것도 무슨 더 큰 집도 아니고 똑같은 평수거든요. 대출을 받으려고 가짜 사문서 위조를 한 거죠."]

게다가 이자도 적습니다.

조합 대출금리는 1%대로, 당시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0.7%p 이상 낮습니다.

맞전세 거래자만 이득을 보는 겁니다.

[재건축조합원/음성변조 : "이 돈이 뭔가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줍는 돈이 아니에요. 다른 조합원들이 나중에 시공사한테 이자 쳐서 갚아야 되는 돈이에요."]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도 이런 행위를 부추겼다고 주장합니다.

이 단지와 같은 회사가 시공을 맡은 인근 재건축조합에서도 가짜 전세계약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시공사는 "사실이 아니다", 조합은 대출해준 사업비는 집주인이 모두 갚아야 해 피해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에는 조합의 대출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만 집행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 민창호/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안재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너는 내 집, 나는 네 집으로?…재건축 앞둔 불법 ‘전세 맞교환’
    • 입력 2022-04-05 12:49:02
    • 수정2022-04-05 13:05:36
    뉴스 12
[앵커]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에서 집주인 여러 명이 서로의 집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꼼수를 써서 대출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데요.

허효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단지, 여기저기 빈 집이란 표지가 붙어 있고, 입구는 출입금지 띠로 막혔습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1,500가구 되지. 한 50가구 남았지. 2월 28일까지 1차 이주였고..."]

이 단지에서 집주인들의 주소가 대거 바뀐 건 이주가 시작된 지난해 9월쯤이었습니다.

A 씨가 같은 단지의 B 씨의 집으로, B 씨는 반대로 A 씨의 집으로 주소를 옮기는 식입니다.

심지어 3가구가 삼각으로 주소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등기부등본상 이렇게 주소가 옮겨진 건 모두 40가구 정도입니다.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

감독 관청은 이른바 '맞전세' 행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아파트가 시가 15억 원이 넘어 은행 대출이 막히자, 이주를 해야 하는 집주인들이 스스로 세입자가 돼 조합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집행하는 대출을 악용했다는 겁니다.

대출금은 전부 200억 원이 넘습니다.

[재건축조합원/음성변조 : "같은 단지 내에서 그것도 무슨 더 큰 집도 아니고 똑같은 평수거든요. 대출을 받으려고 가짜 사문서 위조를 한 거죠."]

게다가 이자도 적습니다.

조합 대출금리는 1%대로, 당시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0.7%p 이상 낮습니다.

맞전세 거래자만 이득을 보는 겁니다.

[재건축조합원/음성변조 : "이 돈이 뭔가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줍는 돈이 아니에요. 다른 조합원들이 나중에 시공사한테 이자 쳐서 갚아야 되는 돈이에요."]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도 이런 행위를 부추겼다고 주장합니다.

이 단지와 같은 회사가 시공을 맡은 인근 재건축조합에서도 가짜 전세계약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시공사는 "사실이 아니다", 조합은 대출해준 사업비는 집주인이 모두 갚아야 해 피해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도시정비법에는 조합의 대출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만 집행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KBS 뉴스 허효진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 민창호/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안재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