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비가 혐오시설? ‘왕촌 살구쟁이 학살 추모비’ 건립 난항

입력 2022.04.06 (19:23) 수정 2022.04.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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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주시 상왕동의 작은 골짜기인 '왕촌 살구쟁이'는 6.25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수백 명이 군·경에게 학살당한 비극의 역사가 서린 곳인데요.

공주시가 정부 권고에 따라 추모비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근 마을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정재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공주시 상왕동에 자리한 골짜기 '왕촌 살구쟁이'.

6.25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원과 공주형무소 수감자 등 민간인 700여 명이 우리 군·경에 의해 학살당했습니다.

정부가 2010년 국가범죄로 진실 규명을 한 이후 지금까지 유해 397구가 수습됐습니다.

공주시는 지난 1월 초 정부 권고에 따라 학살터에 추모비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상왕동 주민들이 추모비 설치를 반대한다고 나섰습니다.

왕촌 살구쟁이 학살사건 추모 위령비 예정지입니다. 보이는 것처럼 조성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습니다.

마을주민 300여 명은 재산권 피해와 혐오감을 조성한다며 진정서를 제출했고, 사업은 보류됐습니다.

[황응열/공주시 상왕3통 노인회장 : "그렇게 거기서 죽었다는데 혐오감이 안 생기겠어요? 우리 동네의 재산권 행사를 하는데 어려움과..."]

추모비로 그동안 쌓인 한을 풀어내길 바랐던 유족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

[소재성/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회장 : "너무나 좌절감이 앞서고, 민원이 발생하는데 주민들이 좀 서운하기도 하고 이해를 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추모비 건립을 맡은 공주시와 민주평통 공주시협의회 측은 평화의 공원 조성으로 사업을 변경해 주민 설득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임재문/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공주시협의회장 : "유족들 한을 좀 풀어드리려고 하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동네 분들과 화합해서 하려 합니다."]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위령비 건립이 주민과의 갈등을 넘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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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비가 혐오시설? ‘왕촌 살구쟁이 학살 추모비’ 건립 난항
    • 입력 2022-04-06 19:23:04
    • 수정2022-04-06 20:06:39
    뉴스7(대전)
[앵커]

공주시 상왕동의 작은 골짜기인 '왕촌 살구쟁이'는 6.25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수백 명이 군·경에게 학살당한 비극의 역사가 서린 곳인데요.

공주시가 정부 권고에 따라 추모비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근 마을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정재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공주시 상왕동에 자리한 골짜기 '왕촌 살구쟁이'.

6.25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원과 공주형무소 수감자 등 민간인 700여 명이 우리 군·경에 의해 학살당했습니다.

정부가 2010년 국가범죄로 진실 규명을 한 이후 지금까지 유해 397구가 수습됐습니다.

공주시는 지난 1월 초 정부 권고에 따라 학살터에 추모비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상왕동 주민들이 추모비 설치를 반대한다고 나섰습니다.

왕촌 살구쟁이 학살사건 추모 위령비 예정지입니다. 보이는 것처럼 조성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습니다.

마을주민 300여 명은 재산권 피해와 혐오감을 조성한다며 진정서를 제출했고, 사업은 보류됐습니다.

[황응열/공주시 상왕3통 노인회장 : "그렇게 거기서 죽었다는데 혐오감이 안 생기겠어요? 우리 동네의 재산권 행사를 하는데 어려움과..."]

추모비로 그동안 쌓인 한을 풀어내길 바랐던 유족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

[소재성/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공주유족회장 : "너무나 좌절감이 앞서고, 민원이 발생하는데 주민들이 좀 서운하기도 하고 이해를 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추모비 건립을 맡은 공주시와 민주평통 공주시협의회 측은 평화의 공원 조성으로 사업을 변경해 주민 설득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임재문/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공주시협의회장 : "유족들 한을 좀 풀어드리려고 하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동네 분들과 화합해서 하려 합니다."]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위령비 건립이 주민과의 갈등을 넘어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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