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장 사고 나흘 전 일부 붕괴”…증거인멸 정황까지

입력 2022.04.12 (00:05) 수정 2022.04.1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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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월 말 노동자 3명이 숨진 경기도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 기억 나시죠.

고용노동부가 두달여 동안 정밀 조사한 결과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나흘 전 이미 채석장 일부가 붕괴되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더욱이 안전 담당자가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부 붕괴 현장을 촬영까지 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지숙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우선 왜 사고가 났는지, 원인이 확인 됐습니까?

[기자]

네, 사고 직후부터 두달여 동안 고용노동부는 안전공단과 재해 조사를 벌여 왔습니다.

현장의 지질은 어땠는지 전문가들과 분석하고, 현장과 실내에서 실험도 해왔는데, 사고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확인됐습니다.

우선 계속 원인으로 지목됐던 게 폐기용 흙인 '슬러지'거든요.

그런데 지질 조사를 해보니까, 사고가 난 곳부터 60m 넘게 슬러지와 폐석이 쌓여있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슬러지는 진흙 같이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지반이 불안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위에, 돌을 채취하면서 나오는 가루와 외부 흙을 또 11m 가량 쌓아둔 걸로 나타났거든요.

이게 하중을 더 크게 만든 거죠.

이렇게 여러 종류의 토사를 쌓아둔 게 문제 중 하나였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인데,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취약한 지질이 있는데 암반을 깎게 되면 그 위에 있는 흙이 당연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지질 특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고 안정성을 도외시하고..."]

[앵커]

많이 쌓여 있었다, 이것만으로 사고가 나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거기에 또 하나의 요인이 작용했던 걸로 조사됐습니다.

바로 굴착을 할 때 지켜야 하는 '기울기' 입니다.

사고 현장 가장 밑부분에선 굴착기로 채석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원래 한 45도 정도로 완만한 경사를 유지하면서 굴착을 했어야 하는데, 사고 이틀 전엔 64도까지 가파르게 작업이 진행된 걸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에다가 이곳에서 1월 한달 동안에만 발파 작업이 마흔 번 넘게 이뤄진 점도 영향을 준 걸로 추정됩니다.

붕괴는 가장 아래부터 위로 차례대로 이뤄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현장에서 위험성을 알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기자]

그게 또 문제 가운데 하납니다.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나흘 전 이미 채석장 일부가 붕괴되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고 발생 나흘 전 현장의 안전담당자가 일부 붕괴된 상황을 사진으로 찍었던 걸로 조사된 겁니다.

또 현장의 맨 윗부분에서조차도 땅이 갈라지는 균열이 현장 작업자들 눈에 띄었다고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요.

지난해 6월에도 이미 본사 차원에서 점검을 하면서 균열, 붕괴가 있으니까 개선을 하라고 지적했었고요.

그 1년 전에도 외부 기관에서 매몰사고 발생 위험을 지적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삼표산업 측이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정황도 파악하고 수사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삼표 측은 사고 직후에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관련 기관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실상은 좀 달랐습니다.

사고 당일 삼표산업 이종신 대표이사가 직접 현장소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붕괴 원인을 '슬러지'가 아닌 날씨 탓으로 돌리자고 말한 내용이 파악됐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직원들에게도 진술 방향을 교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러나 '슬러지'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보도가 잇따르자 대표는 다시 나섭니다.

이번엔 '슬러지'가 아니라 다른 제품용 토사를 쌓아둔 것으로 하자, 쌓아둔 기간도 절반으로 줄여서 말하자 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용부의 압수수색이 임박해 삼표산업 본사는 전산 자료를 다수 삭제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앵커]

이런 의혹에 대해 삼표 측 입장은 뭡니까?

[기자]

일단 이종신 대표이사와 현장소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각각 다른 해명을 했어요.

이 대표는 통화한 건 맞는데,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고 했고, 현장소장은 대표가 합법적으로 토사를 쌓아뒀다고 진술하라고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회사 측도 공식 입장을 냈는데요.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고, 허위 진술을 강요하거나 유도한 사실이 없다고 했습니다.

또 수사 대상자의 정당한 방어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앵커]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될까요?

[기자]

고용노동부는 조만간 현장소장 최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또, 증거인멸 혐의 적용도 가능한지 법리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대표이사의 경우는 고용부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잠금을 안 풀어주고 있거든요.

앞으로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 최하운/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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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2 00:05:20
    • 수정2022-04-12 00: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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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1월 말 노동자 3명이 숨진 경기도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 기억 나시죠.

고용노동부가 두달여 동안 정밀 조사한 결과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나흘 전 이미 채석장 일부가 붕괴되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더욱이 안전 담당자가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부 붕괴 현장을 촬영까지 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지숙 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우선 왜 사고가 났는지, 원인이 확인 됐습니까?

[기자]

네, 사고 직후부터 두달여 동안 고용노동부는 안전공단과 재해 조사를 벌여 왔습니다.

현장의 지질은 어땠는지 전문가들과 분석하고, 현장과 실내에서 실험도 해왔는데, 사고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확인됐습니다.

우선 계속 원인으로 지목됐던 게 폐기용 흙인 '슬러지'거든요.

그런데 지질 조사를 해보니까, 사고가 난 곳부터 60m 넘게 슬러지와 폐석이 쌓여있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슬러지는 진흙 같이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지반이 불안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위에, 돌을 채취하면서 나오는 가루와 외부 흙을 또 11m 가량 쌓아둔 걸로 나타났거든요.

이게 하중을 더 크게 만든 거죠.

이렇게 여러 종류의 토사를 쌓아둔 게 문제 중 하나였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인데,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수곤/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 "취약한 지질이 있는데 암반을 깎게 되면 그 위에 있는 흙이 당연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지질 특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하고 안정성을 도외시하고..."]

[앵커]

많이 쌓여 있었다, 이것만으로 사고가 나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거기에 또 하나의 요인이 작용했던 걸로 조사됐습니다.

바로 굴착을 할 때 지켜야 하는 '기울기' 입니다.

사고 현장 가장 밑부분에선 굴착기로 채석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원래 한 45도 정도로 완만한 경사를 유지하면서 굴착을 했어야 하는데, 사고 이틀 전엔 64도까지 가파르게 작업이 진행된 걸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에다가 이곳에서 1월 한달 동안에만 발파 작업이 마흔 번 넘게 이뤄진 점도 영향을 준 걸로 추정됩니다.

붕괴는 가장 아래부터 위로 차례대로 이뤄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현장에서 위험성을 알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기자]

그게 또 문제 가운데 하납니다.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나흘 전 이미 채석장 일부가 붕괴되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고 발생 나흘 전 현장의 안전담당자가 일부 붕괴된 상황을 사진으로 찍었던 걸로 조사된 겁니다.

또 현장의 맨 윗부분에서조차도 땅이 갈라지는 균열이 현장 작업자들 눈에 띄었다고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니라요.

지난해 6월에도 이미 본사 차원에서 점검을 하면서 균열, 붕괴가 있으니까 개선을 하라고 지적했었고요.

그 1년 전에도 외부 기관에서 매몰사고 발생 위험을 지적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삼표산업 측이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정황도 파악하고 수사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삼표 측은 사고 직후에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관련 기관에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실상은 좀 달랐습니다.

사고 당일 삼표산업 이종신 대표이사가 직접 현장소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붕괴 원인을 '슬러지'가 아닌 날씨 탓으로 돌리자고 말한 내용이 파악됐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직원들에게도 진술 방향을 교육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러나 '슬러지'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보도가 잇따르자 대표는 다시 나섭니다.

이번엔 '슬러지'가 아니라 다른 제품용 토사를 쌓아둔 것으로 하자, 쌓아둔 기간도 절반으로 줄여서 말하자 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용부의 압수수색이 임박해 삼표산업 본사는 전산 자료를 다수 삭제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앵커]

이런 의혹에 대해 삼표 측 입장은 뭡니까?

[기자]

일단 이종신 대표이사와 현장소장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각각 다른 해명을 했어요.

이 대표는 통화한 건 맞는데,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고 했고, 현장소장은 대표가 합법적으로 토사를 쌓아뒀다고 진술하라고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회사 측도 공식 입장을 냈는데요.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고, 허위 진술을 강요하거나 유도한 사실이 없다고 했습니다.

또 수사 대상자의 정당한 방어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앵커]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될까요?

[기자]

고용노동부는 조만간 현장소장 최 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또, 증거인멸 혐의 적용도 가능한지 법리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대표이사의 경우는 고용부에서 압수한 휴대전화 잠금을 안 풀어주고 있거든요.

앞으로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 최하운/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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