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모든 게 1달러씩 올랐다”…물가 폭등 美 ‘빅스텝·긴축’ 통할까

입력 2022.04.14 (18:04) 수정 2022.04.1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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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마비된 공급망으로 시작된 물가 상승세, 이젠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까지 본격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미국 워싱턴 연결해 살펴보죠.

이정민 특파원, 이미 미국 물가,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었잖아요.

지난달 물가지수가 새로 나왔는데, 더 크게 뛰었네요?

[기자]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1년 전보다 8.5%나 뛰었습니다.

41년 만의 기록 경신입니다.

에너지와 식료품이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는데요.

연료유와 휘발유가 각각 전년 대비 70%, 48% 올랐고, 고기, 생선, 빵과 과일, 유제품 같은 식품 가격은 7~14%가 상승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보시죠.

[아이린 갈린도/쇼핑객 : “이 물건을 사는데 57달러를 줬어요. 반 년 전에는 28달러인가 30달러 쯤 했던 거예요.”]

[제이슨 에머슨/쇼핑객 : “뭘 하든 적어도 1달러 씩은 다 올랐어요. 아이들이 있거나 식료품을 사야 하면 더 체감하죠.”]

에너지 값이 너무 오르다보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올 여름 에탄올 함유량을 15%까지 늘린 휘발유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대책까지 내놓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이건 고육책 수준입니다.

[앵커]

물가가 계속 오르는 중이었잖아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인상폭을 더 키운 측면도 있겠죠?

[기자]

전쟁이 시작된 게 2월 말이었으니까, 이번에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쟁 영향이 처음으로 제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물가 인상 폭, 더 커졌고요.

제재를 받게 된 러시아산 에너지, 그리고 전 세계 식량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밀, 옥수수, 비료 등의 수출 급감이 장기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재닛 옐런/미 재무장관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세계 경제 전망의 윤곽을 다시 그렸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앵커]

사실 미국에선 임금도 계속 오르고 있었잖아요.

그게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나보죠?

[기자]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미국 노동자들이 몇 년 만에 가장 빠른 임금 인상을 경험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너무 가파른 물가 상송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미국 노동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 전체 근로자 시간당 평균 소득은 5.6% 올랐는데, 물가는 8.5%가 올랐으니까요.

임금 상승이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는거죠.

특히 웬만한 물가 상승에도 타격이 적은 고액연봉자나,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구인난으로 워낙 임금이 많이 오른 저소득 단순 서비스 노동자보다 중산층의 실질 임금 감소 폭이 더 큰 걸로 나타납니다.

[앵커]

물가 급등의 파장이 만만치 않은데, 강력한 금리 인상, 그리고 시중에 풀린 돈 죄이는 작업이 줄줄이 예고돼 있죠?

[기자]

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는 이제 더 이상 금리 인상을 놓고 고민할 상황은 지났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준 금리 결정하는 통화정책회의는 올해 6차례 남았는데, 당장 다음달 초 한 번에 금리를 0.5% 포인트, 확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매 회의마다 0.25%나 0.5% 포인트 씩 금리를 올리면, 대략 연말까지 2% 중후반 대가 되는 셈인데, 연방준비제도는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양적 긴축’ 작업도 빠르게 진행할 거란 신호를 준 상탭니다.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 가까이 매달 천2백억 달러 씩 채권을 사들이며 시중에 풀어왔던 돈을 빠른 속도로 거둬들이겠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잡는 게 미국 경제의 1순위 목표이니만큼 좀 강경한 정책도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앵커]

물가는 잡겠지만 시중에 돈이 줄어드니 경기 둔화 우려도 나올텐데, 미국 내에선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연준이 강경책에 나설 수 있는 건 경기가 어느 정도 위축된다고 해도 미국 경제 전반엔 큰 타격 없을 거란 판단이 있어서입니다.

물가 인상에 경제 전반이 휘청이고 있는 저소득 국가들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월가의 주요 투자 은행 여러 곳도 지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인 것 같다, 중고차 가격이 내려가고 공급망이 개선되는 움직임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렉 맥브라이드/뱅크레이트닷컴 수석 재무분석가 :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과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추가 효과를 본 지금이 정점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반면, 정점에 도달한 것 같긴 한데 적어도 올해 내내 이대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거라는 좀 결이 다른 전망도 동시에 나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에선 물가 고공행진이 정치적 책임 공방으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소비자들에게 가장 타격이 큰 휘발유값 상승을 놓고는 야당인 공화당은 현 정부 정책에, 여당인 민주당은 석유 기업이 부당이득을 취해서라며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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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4 18:04:26
    • 수정2022-04-14 18:23:27
    통합뉴스룸ET
[앵커]

코로나19로 마비된 공급망으로 시작된 물가 상승세, 이젠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까지 본격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미국 워싱턴 연결해 살펴보죠.

이정민 특파원, 이미 미국 물가, 4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었잖아요.

지난달 물가지수가 새로 나왔는데, 더 크게 뛰었네요?

[기자]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1년 전보다 8.5%나 뛰었습니다.

41년 만의 기록 경신입니다.

에너지와 식료품이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는데요.

연료유와 휘발유가 각각 전년 대비 70%, 48% 올랐고, 고기, 생선, 빵과 과일, 유제품 같은 식품 가격은 7~14%가 상승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들어보시죠.

[아이린 갈린도/쇼핑객 : “이 물건을 사는데 57달러를 줬어요. 반 년 전에는 28달러인가 30달러 쯤 했던 거예요.”]

[제이슨 에머슨/쇼핑객 : “뭘 하든 적어도 1달러 씩은 다 올랐어요. 아이들이 있거나 식료품을 사야 하면 더 체감하죠.”]

에너지 값이 너무 오르다보니까 바이든 대통령은 올 여름 에탄올 함유량을 15%까지 늘린 휘발유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대책까지 내놓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이건 고육책 수준입니다.

[앵커]

물가가 계속 오르는 중이었잖아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인상폭을 더 키운 측면도 있겠죠?

[기자]

전쟁이 시작된 게 2월 말이었으니까, 이번에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쟁 영향이 처음으로 제대로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물가 인상 폭, 더 커졌고요.

제재를 받게 된 러시아산 에너지, 그리고 전 세계 식량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밀, 옥수수, 비료 등의 수출 급감이 장기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재닛 옐런/미 재무장관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세계 경제 전망의 윤곽을 다시 그렸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앵커]

사실 미국에선 임금도 계속 오르고 있었잖아요.

그게 살림살이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나보죠?

[기자]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미국 노동자들이 몇 년 만에 가장 빠른 임금 인상을 경험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너무 가파른 물가 상송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미국 노동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 전체 근로자 시간당 평균 소득은 5.6% 올랐는데, 물가는 8.5%가 올랐으니까요.

임금 상승이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는거죠.

특히 웬만한 물가 상승에도 타격이 적은 고액연봉자나,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구인난으로 워낙 임금이 많이 오른 저소득 단순 서비스 노동자보다 중산층의 실질 임금 감소 폭이 더 큰 걸로 나타납니다.

[앵커]

물가 급등의 파장이 만만치 않은데, 강력한 금리 인상, 그리고 시중에 풀린 돈 죄이는 작업이 줄줄이 예고돼 있죠?

[기자]

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는 이제 더 이상 금리 인상을 놓고 고민할 상황은 지났다고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준 금리 결정하는 통화정책회의는 올해 6차례 남았는데, 당장 다음달 초 한 번에 금리를 0.5% 포인트, 확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으로 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매 회의마다 0.25%나 0.5% 포인트 씩 금리를 올리면, 대략 연말까지 2% 중후반 대가 되는 셈인데, 연방준비제도는 이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양적 긴축’ 작업도 빠르게 진행할 거란 신호를 준 상탭니다.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 가까이 매달 천2백억 달러 씩 채권을 사들이며 시중에 풀어왔던 돈을 빠른 속도로 거둬들이겠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잡는 게 미국 경제의 1순위 목표이니만큼 좀 강경한 정책도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앵커]

물가는 잡겠지만 시중에 돈이 줄어드니 경기 둔화 우려도 나올텐데, 미국 내에선 어떤 전망이 나오나요?

[기자]

연준이 강경책에 나설 수 있는 건 경기가 어느 정도 위축된다고 해도 미국 경제 전반엔 큰 타격 없을 거란 판단이 있어서입니다.

물가 인상에 경제 전반이 휘청이고 있는 저소득 국가들과는 다르다는 겁니다.

월가의 주요 투자 은행 여러 곳도 지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인 것 같다, 중고차 가격이 내려가고 공급망이 개선되는 움직임이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렉 맥브라이드/뱅크레이트닷컴 수석 재무분석가 : “우크라이나 전쟁이 식량과 에너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추가 효과를 본 지금이 정점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반면, 정점에 도달한 것 같긴 한데 적어도 올해 내내 이대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거라는 좀 결이 다른 전망도 동시에 나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에선 물가 고공행진이 정치적 책임 공방으로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소비자들에게 가장 타격이 큰 휘발유값 상승을 놓고는 야당인 공화당은 현 정부 정책에, 여당인 민주당은 석유 기업이 부당이득을 취해서라며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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