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조사기구 ‘정치적 독립성 확보’ 숙제

입력 2022.04.15 (21:42) 수정 2022.04.1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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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침몰 원인을 밝히는 작업은 마무리 단계지만 유족들은 구조 등을 둘러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제대로 된 게 없다고 호소합니다.

조사 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여러가지 한계를 토로하는데 이 내용은 오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참사 일곱 달 만에 통과된 세월호 특별법.

그러나 특별조사위원회가 실제 활동을 시작한 건 아홉 달이 더 지나서입니다.

시작부터 조사 대상과 활동 기한 등을 두고 여·야 추천 위원들이 사사건건 부딪쳤습니다.

조사 과제 174건 가운데 불과 4건만 의결하고는 활동을 끝냈습니다.

[박상은/재난조사 연구자/1기 특조위 조사관 : "이 사건은 할 수 있다 없다, 대통령을 조사하는 게 말이 되냐 안 되냐. 생산성 있는 논의는 거의 안 되고, 양쪽 진영의 싸움이 계속 됐던 것 같아요."]

2기 특별조사위원회로 불린 사회적참사특조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됐습니다.

한 조사관은 "여야 추천 위원에 따라 부서별 칸막이가 높아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자료 제출을 강제할 권한이 없어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태호/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 : "조사를 진행하고, 그것에 맞춰서 국가 권력 기구들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이 프로세스 자체가 사실은 없었고, 오히려 의도적으로 막으려고 했던 행위가..."]

그 사이, 조사 기구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관심도는 점점 떨어졌고, 음모론만 확산됐습니다.

[김종기/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 "원인을 밝혀서 안전사회를 만들자는 시민이나 시민단체를 '종북몰이'를 한다든가, 불온한 단체로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거든요. 불순한 유가족, 그렇지 않은 유가족으로 갈라치기도 하고."]

90여 명이 숨진 영국 축구장 압사 사건 재조사라든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조사 등에는 정치적 이해 관계를 벗어난 각계의 전문가가 두루 참여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박상은/재난조사 연구자/1기 특조위 조사관 : "(후쿠시마 국회 조사위는) 초당적으로 결의해서 구성된 위원회인데, 협의를 통해서 전문성을 적절히 배분하는 방식으로 위원을 선정했다고..."]

유가족들은 오는 9월에 나올 사참위의 종합 보고서에 마지막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김종기/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 "이것도 저것도 아닌 보고서가 만들어진다면 진짜로 세금도둑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거고, 제대로 된 보고서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나와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 김현민/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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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조사기구 ‘정치적 독립성 확보’ 숙제
    • 입력 2022-04-15 21:42:29
    • 수정2022-04-15 22: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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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침몰 원인을 밝히는 작업은 마무리 단계지만 유족들은 구조 등을 둘러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제대로 된 게 없다고 호소합니다.

조사 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여러가지 한계를 토로하는데 이 내용은 오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참사 일곱 달 만에 통과된 세월호 특별법.

그러나 특별조사위원회가 실제 활동을 시작한 건 아홉 달이 더 지나서입니다.

시작부터 조사 대상과 활동 기한 등을 두고 여·야 추천 위원들이 사사건건 부딪쳤습니다.

조사 과제 174건 가운데 불과 4건만 의결하고는 활동을 끝냈습니다.

[박상은/재난조사 연구자/1기 특조위 조사관 : "이 사건은 할 수 있다 없다, 대통령을 조사하는 게 말이 되냐 안 되냐. 생산성 있는 논의는 거의 안 되고, 양쪽 진영의 싸움이 계속 됐던 것 같아요."]

2기 특별조사위원회로 불린 사회적참사특조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됐습니다.

한 조사관은 "여야 추천 위원에 따라 부서별 칸막이가 높아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습니다.

자료 제출을 강제할 권한이 없어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이태호/4·16연대 상임집행위원장 : "조사를 진행하고, 그것에 맞춰서 국가 권력 기구들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이 프로세스 자체가 사실은 없었고, 오히려 의도적으로 막으려고 했던 행위가..."]

그 사이, 조사 기구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관심도는 점점 떨어졌고, 음모론만 확산됐습니다.

[김종기/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 "원인을 밝혀서 안전사회를 만들자는 시민이나 시민단체를 '종북몰이'를 한다든가, 불온한 단체로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거든요. 불순한 유가족, 그렇지 않은 유가족으로 갈라치기도 하고."]

90여 명이 숨진 영국 축구장 압사 사건 재조사라든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조사 등에는 정치적 이해 관계를 벗어난 각계의 전문가가 두루 참여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박상은/재난조사 연구자/1기 특조위 조사관 : "(후쿠시마 국회 조사위는) 초당적으로 결의해서 구성된 위원회인데, 협의를 통해서 전문성을 적절히 배분하는 방식으로 위원을 선정했다고..."]

유가족들은 오는 9월에 나올 사참위의 종합 보고서에 마지막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김종기/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 "이것도 저것도 아닌 보고서가 만들어진다면 진짜로 세금도둑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거고, 제대로 된 보고서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나와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 김현민/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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