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 가는 집인데 환산소득 260만 원…뭐가 문제였나

입력 2022.04.22 (21:30) 수정 2022.04.22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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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셨듯 숨진 모자는 낡은 집 한 채가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복지 제도에서 제외됐습니다.

한눈에 봐도 열악한 노후 주택이 정부 지원의 걸림돌이 된 건데요,

뭐가 문제였는지, 김혜주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고인들이 살던 집은 지은 지 80년도 넘은 주택입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생활할 수 있겠나 싶을 정도지만 정부는 이 주택을 갖고 있는 게, 매달 260만 원씩 버는 것과 같다고 간주했습니다.

중소기업 재직자의 평균 급여에 해당한다고 본 건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정부가 정해놓은 '소득인정액 산정 기준'에, 이 집의 공시 가격 1억 7천만 원을 입력하면, 월 소득 260만 원으로 자동 계산되는 방식입니다.

생계급여를 신청하려면, 2인 가족 기준 월 소득이 97만 원을 넘으면 안 되는데, 이들은, 허름한 집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준을 훌쩍 넘긴 겁니다.

[김윤영/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 "지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재산기준이 굉장히 낮고 가혹합니다. 실제로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빈곤의 현실을 좀 담아내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창신동 일대는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해당 주택과 비슷한 집들이 최근 5억 7천만 원까지 시세가 뛰었습니다.

때문에 공시가격도 빠르게 올라, 2010년과 비교하면 40% 넘게 뛰었습니다.

정작 생활비조차 없는데, 소득으로 잡히는 자산 평가액만 늘어난 겁니다.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긴급 복지' 제도가 마련됐지만 모자는 거기서도 제외됐습니다.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도 계속해서 도와주고 있는 입장이었고 쌀 전해주고 그랬는데. 제도 안으로 들어오기는 아직까지 힘들다 그렇게 본 거죠."]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정부는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해내는 사업도 벌이고 있지만, 담당 공무원들의 인력은 충분치 않습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촬영기자:김현민/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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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러져 가는 집인데 환산소득 260만 원…뭐가 문제였나
    • 입력 2022-04-22 21:30:43
    • 수정2022-04-22 21: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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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셨듯 숨진 모자는 낡은 집 한 채가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복지 제도에서 제외됐습니다.

한눈에 봐도 열악한 노후 주택이 정부 지원의 걸림돌이 된 건데요,

뭐가 문제였는지, 김혜주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리포트]

고인들이 살던 집은 지은 지 80년도 넘은 주택입니다.

이런 곳에서 사람이 생활할 수 있겠나 싶을 정도지만 정부는 이 주택을 갖고 있는 게, 매달 260만 원씩 버는 것과 같다고 간주했습니다.

중소기업 재직자의 평균 급여에 해당한다고 본 건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정부가 정해놓은 '소득인정액 산정 기준'에, 이 집의 공시 가격 1억 7천만 원을 입력하면, 월 소득 260만 원으로 자동 계산되는 방식입니다.

생계급여를 신청하려면, 2인 가족 기준 월 소득이 97만 원을 넘으면 안 되는데, 이들은, 허름한 집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준을 훌쩍 넘긴 겁니다.

[김윤영/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 "지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재산기준이 굉장히 낮고 가혹합니다. 실제로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빈곤의 현실을 좀 담아내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창신동 일대는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해당 주택과 비슷한 집들이 최근 5억 7천만 원까지 시세가 뛰었습니다.

때문에 공시가격도 빠르게 올라, 2010년과 비교하면 40% 넘게 뛰었습니다.

정작 생활비조차 없는데, 소득으로 잡히는 자산 평가액만 늘어난 겁니다.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긴급 복지' 제도가 마련됐지만 모자는 거기서도 제외됐습니다.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도 계속해서 도와주고 있는 입장이었고 쌀 전해주고 그랬는데. 제도 안으로 들어오기는 아직까지 힘들다 그렇게 본 거죠."]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정부는 '위기 가구'를 선제적으로 발굴해내는 사업도 벌이고 있지만, 담당 공무원들의 인력은 충분치 않습니다.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촬영기자:김현민/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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