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난민만 환대? 세계는 국경 전쟁중

입력 2022.04.23 (23:02) 수정 2022.04.2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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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란민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440만 명이 국경을 넘은 걸로 추산되는데, 유럽 각국은 피란민들에게 각종 구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난민을 막기 위한 국경 장벽은 늘고만 있는데요.

터키에서 우수경 특파원이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전쟁을 피해 나라 밖으로 나가려는 피란민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쟁 발발 벌써 두달째.

이 행렬이 언제나 끝날 지 예측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타티아나/우크라이나 피란민 : "어린아이들, 아기들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바닥에 엎드렸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폴란드, 루마니아, 벨라루스 등 인근 국가들은 피란민들에게 쉴 곳과 구호품 등을 적극 제공하고 있습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비자 발급 절차를 쉽게 하거나, 일자리을 알선해주고, 시민들은 거처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종과 출신 국가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는 증언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차를 타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한 일디레이/터키 국적 피란민 : "모든 길과 모든 문이 (백인들에게는)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유색인종)는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항상 기다리고 차별이 있었습니다."]

실제 유럽 국가들은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에겐 빗장을 더 단단히 잠가왔습니다.

유럽 국경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건 최루탄 뿐.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넜지만 총탄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지난 2월에는 터키 국경을 넘어 그리스로 향하던 난민 12명이 동사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3시간 반.

서쪽으로 달리면 난민들이 동사했던 조용한 국경마을이 나옵니다.

밭이 드넓게 펼쳐진 전형적인 농촌입니다.

제가 있는 이 곳은 그리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 입살라 마을입니다.

많을 때는 하루에도 50여 명의 난민들이 이 마을을 지납니다.

비포장 도로가 이어지는데, 국경으로 향하는 난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터키 국경을 넘어 그리스로 밀입국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외즈귤/입살라 마을 주민 : "임산부도 오고, 어린아이들도 옵니다. 여기 마을 아래로 내려가서 여기서 들어갑니다."]

낮에는 터키쪽 숲에 숨어있다가 어두워지면 폭 100미터의 강을 건너 그리스 쪽 숲으로 숨어듭니다.

거리는 불과 1km.

하지만 난민들에겐 닿기 어려운 거리입니다.

대부분은 그리스 군인들에게 잡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형편입니다.

[입살라 마을 주민 : "돌려보내고 나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발에 신발도 없습니다. 대부분 끈으로 발을 묶습니다. 양말도 신발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터키는 위로는 유럽의 그리스, 불가리아, 아래로는 중동의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때문에 중동 난민들이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가는 경유지가 돼왔습니다.

유럽으로 들어가는 중동 난민들을 통제하기로 유럽연합과 합의했던 터키는 최근 포화상태라며, 난민들의 유럽 이동을 다시 허용했습니다.

터키 내 시리아 난민만 360만 명에 달하는데, 아프간 난민도 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집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온 이유는 대부분 전쟁때문입니다.

카로나 씨도 전쟁을 피해 두 딸만 데리고 급히 시리아를 떠났습니다.

[카로나/터키 거주 시리아 난민 : "우리는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시리아를 떠났습니다. 폭탄이 날아들고 전투기가 공격했습니다. 저는 치료가 필요한 두 딸도 있습니다."]

정착국에서의 생활은 결코 간단치 않습니다.

[아나스/터키 거주 시리아 난민 : "처음에 이스탄불, 앙카라 어디에 머물지도 몰랐고 터키어도 몰랐습니다."]

불법 입국한 난민들의 고통은 더 심합니다.

한 달 동안 걸어서 아프간과 이란 국경을 넘은 뒤 터키에 들어온 유슈프 씨.

하지만 끝내 거주비자를 받지 못해 한 곳에서 오래 일하지 못합니다.

[유슈프/터키 거주 아프간 난민 : "신분증이 없다보니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위스크다르로 건너가는 것이 저한테는 아주 위험합니다. 경찰이 신분증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면 큰 문제가 됩니다."]

학교에도 다닐 수 없습니다.

[유슈프 : "이 애들은 가족들한테 돈을 보내기 위해 일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아이들이라면 학교에 다녀야 하는 나이입니다."]

그럼에도 생존을 위해 집을 떠나야만 했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터키가 이란 쪽 국경을 더 높이 쌓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터키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았습니다.

5미터 높이에, 길이는 총 40km에 달합니다.

폴란드도 벨라루스와의 국경에 186km에 달하는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아프간 사태 이후 유럽의 장벽은 더 높아지고 더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난민은 2천 2백 60만 명.

지난 10년 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우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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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 난민만 환대? 세계는 국경 전쟁중
    • 입력 2022-04-23 23:02:04
    • 수정2022-04-23 23: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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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피란민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440만 명이 국경을 넘은 걸로 추산되는데, 유럽 각국은 피란민들에게 각종 구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는 비판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난민을 막기 위한 국경 장벽은 늘고만 있는데요.

터키에서 우수경 특파원이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전쟁을 피해 나라 밖으로 나가려는 피란민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쟁 발발 벌써 두달째.

이 행렬이 언제나 끝날 지 예측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타티아나/우크라이나 피란민 : "어린아이들, 아기들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바닥에 엎드렸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폴란드, 루마니아, 벨라루스 등 인근 국가들은 피란민들에게 쉴 곳과 구호품 등을 적극 제공하고 있습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비자 발급 절차를 쉽게 하거나, 일자리을 알선해주고, 시민들은 거처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종과 출신 국가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는 증언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차를 타는 것도, 버스를 타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한 일디레이/터키 국적 피란민 : "모든 길과 모든 문이 (백인들에게는)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유색인종)는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 항상 기다리고 차별이 있었습니다."]

실제 유럽 국가들은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에겐 빗장을 더 단단히 잠가왔습니다.

유럽 국경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건 최루탄 뿐.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넜지만 총탄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지난 2월에는 터키 국경을 넘어 그리스로 향하던 난민 12명이 동사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3시간 반.

서쪽으로 달리면 난민들이 동사했던 조용한 국경마을이 나옵니다.

밭이 드넓게 펼쳐진 전형적인 농촌입니다.

제가 있는 이 곳은 그리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 입살라 마을입니다.

많을 때는 하루에도 50여 명의 난민들이 이 마을을 지납니다.

비포장 도로가 이어지는데, 국경으로 향하는 난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터키 국경을 넘어 그리스로 밀입국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외즈귤/입살라 마을 주민 : "임산부도 오고, 어린아이들도 옵니다. 여기 마을 아래로 내려가서 여기서 들어갑니다."]

낮에는 터키쪽 숲에 숨어있다가 어두워지면 폭 100미터의 강을 건너 그리스 쪽 숲으로 숨어듭니다.

거리는 불과 1km.

하지만 난민들에겐 닿기 어려운 거리입니다.

대부분은 그리스 군인들에게 잡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형편입니다.

[입살라 마을 주민 : "돌려보내고 나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발에 신발도 없습니다. 대부분 끈으로 발을 묶습니다. 양말도 신발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터키는 위로는 유럽의 그리스, 불가리아, 아래로는 중동의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때문에 중동 난민들이 전쟁을 피해 유럽으로 가는 경유지가 돼왔습니다.

유럽으로 들어가는 중동 난민들을 통제하기로 유럽연합과 합의했던 터키는 최근 포화상태라며, 난민들의 유럽 이동을 다시 허용했습니다.

터키 내 시리아 난민만 360만 명에 달하는데, 아프간 난민도 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집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온 이유는 대부분 전쟁때문입니다.

카로나 씨도 전쟁을 피해 두 딸만 데리고 급히 시리아를 떠났습니다.

[카로나/터키 거주 시리아 난민 : "우리는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시리아를 떠났습니다. 폭탄이 날아들고 전투기가 공격했습니다. 저는 치료가 필요한 두 딸도 있습니다."]

정착국에서의 생활은 결코 간단치 않습니다.

[아나스/터키 거주 시리아 난민 : "처음에 이스탄불, 앙카라 어디에 머물지도 몰랐고 터키어도 몰랐습니다."]

불법 입국한 난민들의 고통은 더 심합니다.

한 달 동안 걸어서 아프간과 이란 국경을 넘은 뒤 터키에 들어온 유슈프 씨.

하지만 끝내 거주비자를 받지 못해 한 곳에서 오래 일하지 못합니다.

[유슈프/터키 거주 아프간 난민 : "신분증이 없다보니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위스크다르로 건너가는 것이 저한테는 아주 위험합니다. 경찰이 신분증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면 큰 문제가 됩니다."]

학교에도 다닐 수 없습니다.

[유슈프 : "이 애들은 가족들한테 돈을 보내기 위해 일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아이들이라면 학교에 다녀야 하는 나이입니다."]

그럼에도 생존을 위해 집을 떠나야만 했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터키가 이란 쪽 국경을 더 높이 쌓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사태 이후 터키와의 국경에 장벽을 쌓았습니다.

5미터 높이에, 길이는 총 40km에 달합니다.

폴란드도 벨라루스와의 국경에 186km에 달하는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밝히는 등 아프간 사태 이후 유럽의 장벽은 더 높아지고 더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난민은 2천 2백 60만 명.

지난 10년 간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우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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