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장] 산업용 로봇에 참변…로봇 작동 40대 항소심 ‘무죄’ 왜?

입력 2022.04.25 (19:55) 수정 2022.04.2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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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네, 2년 전쯤 아산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을 점검하던 40대 노동자가 갑자기 작동한 로봇 팔에 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사고 소식을 저희가 취재해 전하기도 했는데요.

경찰 수사 결과 전원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료 직원이 로봇 작동 스위치를 눌러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스위치를 누른 직원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최근 항소심에서는 반대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의 내막과 항소심 법원이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점검 중인 로봇을 실수로 작동시켜 40대 노동자가 숨졌는데 무죄가 선고됐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판결인데,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사고가 난 건 2020년 7월이었습니다.

아산시 인주면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40대 중국인 동료 A 씨가 부품을 생산하는 로봇 작동이 이상하다는 말을 하자, 작업반장이던 B 씨는 로봇 작동을 멈추고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로봇 팔이 갑자기 작동했고, B 씨는 자동차 부품과 로봇 사이에 가슴 부위가 끼어 숨졌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 전원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A 씨가 실수로 작동 스위치를 누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원청 업체 대표이사와 공장 대표이사는 관리 책임을 물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요.

스위치를 잘못 누른 A 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1심 법원은 A 씨의 혐의를 그대로 인정한 거겠네요?

[기자]

네, 숨진 B 씨는 당시 로봇을 수리하면서 알람이 계속 울리자 A 씨에게 알람 해제 스위치를 누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A 씨가 알람해제 스위치 대신 '이상해제' 스위치와 '재가동' 스위치를 잘못 눌러 사고가 난 것으로 봤습니다.

결국, A 씨가 평소에 로봇 작동과 관련된 스위치를 제대로 숙지했어야 했고 또 B 씨의 안전을 확인한 뒤 정확한 스위치를 눌렀어야 했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는데요.

A 씨에게는 금고 6개월이 선고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금고 6개월을 받은 A 씨가 항소심에서는 어떻게 무죄 판결을 받은 건가요?

[기자]

네, 선고 직후 A 씨는 항소했는데요.

이 사건에는 반전이 있었습니다.

A 씨는 평소 교육받은 대로 로봇 스위치를 눌렀다는 겁니다.

당시 문제의 로봇을 작동하는 조작반 사진을 보시죠.

빨간 원 안에 붉은색 버튼이 이상해제, 노란색 버튼이 로봇 재가동 스위치입니다.

그런데 A 씨는 사전에 이 이상해제 스위치를 알람해제 스위치라고 잘못 교육받았고, 지시에 따라 눌렀던 것일 뿐 기능을 숙지하지 않고 잘못 누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로봇이 다시 작동하려면 자신이 누른 이상해제 스위치를 누른 다음 이어서 재가동 스위치도 눌러야 하는데 자신은 재가동 스위치를 누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즉, 자신은 교육받은 대로 조치를 했을 뿐이고 로봇이 오작동을 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앵커]

항소심 재판부는 어떤 걸 근거로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건가요?

[기자]

네, 재판부는 사고 현장에 있던 동료들의 증언과 CCTV 영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먼저 현장 관리를 총괄했던 팀장은 법정에서 A 씨가 누른 이상해제 스위치 위에 '알람해제'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A 씨뿐만 아니라 다른 현장 직원들에게도 이상해제 스위치를 알람해제 스위치라고 교육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이에 따라 A 씨가 업무상 주의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앞서 로봇이 작동하려면 이상해제와 재가동 스위치를 연달아 눌러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검찰은 A 씨가 두 스위치를 이렇게 동시에 눌렀다고 주장했는데, CCTV에는 A 씨가 손을 오므려 스위치를 하나만 누르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실제로 A 씨 주장처럼 스위치를 하나만 눌렀는데 기계가 오작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앵커]

이 사건의 내막을 들어보니 평소 안전관리 책임자들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

네, 1심에서 안전관리에 총괄적인 책임이 있는 원청 업체 대표이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공장 대표이사는 벌금 7백만 원이 선고됐는데요.

A 씨만 항소했고 이들은 1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40대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고.

평소 책임자들이 기계 작동에 대해 정확히 교육했다면, 또 설령 작업자들이 실수했더라도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해 놨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는데요.

책임자들에게 내려진 법적 처벌이 그리 무거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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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팀장] 산업용 로봇에 참변…로봇 작동 40대 항소심 ‘무죄’ 왜?
    • 입력 2022-04-25 19:55:42
    • 수정2022-04-25 20:31:15
    뉴스7(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네, 2년 전쯤 아산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산업용 로봇을 점검하던 40대 노동자가 갑자기 작동한 로봇 팔에 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사고 소식을 저희가 취재해 전하기도 했는데요.

경찰 수사 결과 전원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동료 직원이 로봇 작동 스위치를 눌러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스위치를 누른 직원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요.

최근 항소심에서는 반대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오늘은 이 사건의 내막과 항소심 법원이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점검 중인 로봇을 실수로 작동시켜 40대 노동자가 숨졌는데 무죄가 선고됐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판결인데,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기자]

네, 사고가 난 건 2020년 7월이었습니다.

아산시 인주면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40대 중국인 동료 A 씨가 부품을 생산하는 로봇 작동이 이상하다는 말을 하자, 작업반장이던 B 씨는 로봇 작동을 멈추고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로봇 팔이 갑자기 작동했고, B 씨는 자동차 부품과 로봇 사이에 가슴 부위가 끼어 숨졌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 결과 전원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A 씨가 실수로 작동 스위치를 누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원청 업체 대표이사와 공장 대표이사는 관리 책임을 물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요.

스위치를 잘못 누른 A 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1심 법원은 A 씨의 혐의를 그대로 인정한 거겠네요?

[기자]

네, 숨진 B 씨는 당시 로봇을 수리하면서 알람이 계속 울리자 A 씨에게 알람 해제 스위치를 누르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A 씨가 알람해제 스위치 대신 '이상해제' 스위치와 '재가동' 스위치를 잘못 눌러 사고가 난 것으로 봤습니다.

결국, A 씨가 평소에 로봇 작동과 관련된 스위치를 제대로 숙지했어야 했고 또 B 씨의 안전을 확인한 뒤 정확한 스위치를 눌렀어야 했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는데요.

A 씨에게는 금고 6개월이 선고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금고 6개월을 받은 A 씨가 항소심에서는 어떻게 무죄 판결을 받은 건가요?

[기자]

네, 선고 직후 A 씨는 항소했는데요.

이 사건에는 반전이 있었습니다.

A 씨는 평소 교육받은 대로 로봇 스위치를 눌렀다는 겁니다.

당시 문제의 로봇을 작동하는 조작반 사진을 보시죠.

빨간 원 안에 붉은색 버튼이 이상해제, 노란색 버튼이 로봇 재가동 스위치입니다.

그런데 A 씨는 사전에 이 이상해제 스위치를 알람해제 스위치라고 잘못 교육받았고, 지시에 따라 눌렀던 것일 뿐 기능을 숙지하지 않고 잘못 누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로봇이 다시 작동하려면 자신이 누른 이상해제 스위치를 누른 다음 이어서 재가동 스위치도 눌러야 하는데 자신은 재가동 스위치를 누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즉, 자신은 교육받은 대로 조치를 했을 뿐이고 로봇이 오작동을 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앵커]

항소심 재판부는 어떤 걸 근거로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건가요?

[기자]

네, 재판부는 사고 현장에 있던 동료들의 증언과 CCTV 영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먼저 현장 관리를 총괄했던 팀장은 법정에서 A 씨가 누른 이상해제 스위치 위에 '알람해제'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A 씨뿐만 아니라 다른 현장 직원들에게도 이상해제 스위치를 알람해제 스위치라고 교육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이에 따라 A 씨가 업무상 주의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앞서 로봇이 작동하려면 이상해제와 재가동 스위치를 연달아 눌러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검찰은 A 씨가 두 스위치를 이렇게 동시에 눌렀다고 주장했는데, CCTV에는 A 씨가 손을 오므려 스위치를 하나만 누르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실제로 A 씨 주장처럼 스위치를 하나만 눌렀는데 기계가 오작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앵커]

이 사건의 내막을 들어보니 평소 안전관리 책임자들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

네, 1심에서 안전관리에 총괄적인 책임이 있는 원청 업체 대표이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공장 대표이사는 벌금 7백만 원이 선고됐는데요.

A 씨만 항소했고 이들은 1심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40대 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안타까운 사고.

평소 책임자들이 기계 작동에 대해 정확히 교육했다면, 또 설령 작업자들이 실수했더라도 안전장치를 제대로 마련해 놨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고였는데요.

책임자들에게 내려진 법적 처벌이 그리 무거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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