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해커의 먹잇감’된 아파트…이유는 ‘필수 설비 누락’

입력 2022.04.26 (18:04) 수정 2022.04.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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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 거주하시는 시청자시라면 이 뉴스,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몇 달 전 아파트 거실에 달린 월패드를 통해 집 거실과 일상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었는데요,

그런데 이런 해킹이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과학부,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민아 기자, 아파트 해킹이라면 지난해 ET에서도 한 차례 다룬 적이 있어요.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요.

[기자]

네, 넉 달 전쯤이었죠.

한국의 아파트가 해킹됐다면서 관련 영상과 사진들이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떴었는데요.

거실에 설치된 장비 즉, 월패드를 누군가 해킹해 촬영되고 유출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해킹의 표적이 된 아파트의 공통점, 월패드 등 홈네트워크 설비를 갖춘 곳이란 겁니다.

월패드에 연결된 네트워크망은 또 다른 세대 월패드, 그리고 관리실 메인 서버까지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해커가 이 망을 뚫으면 마치 고속도로처럼 전체 세대에 있는 월패드에 접근할 수 있는 건데요,

이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바로 '홈게이트웨이'입니다.

집안에 설치하는 필수 장치인데 KS표준을 갖춰야 하고요,

특히 IP 주소를 변환해 해킹을 막아주는 NAT(나트) 기능을 갖춰야 합니다.

[앵커]

그런데 '홈게이트웨이'가 시공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의혹이 있죠?

KBS도 이를 확인했고요?

[기자]

네 저희가 몇군데 아파트를 직접 돌아봤는데요,

취재진이 전문가와 함께 확인한 아파트는 통신단자함에 홈게이트웨이가 없었습니다.

다른 아파트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안이 텅 비어있죠.

전문가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송태선/전(前) 공동주택품질검수위원 : "현재 이 (홈게이트웨이 미시공) 상태라면 복도에 있는 스위칭허브(공동망)에서 IP를 탐색해보면 월패드의 IP가 고스란히 밖으로 노출돼 있다는 거죠. 무조건 (해킹에) 뚫리는 거죠."]

[앵커]

그럼 아파트 건설사, 또 이를 납품하는 홈넷 제조사들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대부분의 건설사와 제조사는 "월패드 안에 넣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거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건설사와 제조사는 그 근거로 인증서 2개를 제시했습니다.

취재진이 각각의 인증서 발급 기관에 확인했는데 두 곳 모두 자신들의 인증서는 홈게이트웨이가 있는 것을 보장하는 인증서가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그제서야 건설사와 제조사는 이렇게 말을 바꿨는데, 들어보시죠.

[월패드 제조사 관계자 : "저희는 월패드 기능만 TTA 인증을... 말씀하신 IP변환이나 이런 큰 장비(홈게이트웨이)같은 것들은 세대에 안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건설사 관계자 : "((건설사)에서는 (다른) 답변주실 거 있습니까?) 똑같을 것 같습니다."]

KBS 취재 결과 '내장형 월패드'와 관련해 KS표준을 갖춰 정식으로 시험성적서가 발급된 제품은 한 개도 없었습니다.

[앵커]

아파트 필수 설비인데 이게 빠지고도 준공 승인이 나는 게 가능했나요?

[기자]

이런 아파트들에 대한 사용전 공사 감리결과 보고서도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월패드와 연결된 홈게이트웨이 등 지능형 홈네트워크에 대한 검사 항목란은 비어 있습니다.

관련 상위법은 감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정작 시행령은 사용 전 검사대상에 이를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감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이대로 지자체의 준공 승인까지 이어졌습니다.

[앵커]

그럼 거주자들 스스로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 어떤 게 있나요?

[기자]

일단 집 거실에 월패드가 있다.

이러면 홈게이트웨이도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현관 신발장 문을 열면 벽면에 통신단자함이 있는데 보통은 여기에 홈게이트웨이가 있어야 합니다.

게이트웨이라고 표시돼 있고요,

일부 제조사가 월패드 내장형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성능 검사를 거친 제품은 없습니다.

[앵커]

홈게이트웨이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해당 설비에 대한 아파트 하자 보수 기한은 3년입니다.

하지만 아예 없다면 '하자'가 아닌 '미시공'으로 볼 수도 있어 10년까지 설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법적 필수 설비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은 건설사는 주택법 위반으로 최대 2년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 전수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일단 각 가정에서 먼저 확인해보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영상편집:장수경/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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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6 18:04:25
    • 수정2022-04-26 18:19:30
    통합뉴스룸ET
[앵커]

아파트 거주하시는 시청자시라면 이 뉴스,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몇 달 전 아파트 거실에 달린 월패드를 통해 집 거실과 일상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었는데요,

그런데 이런 해킹이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K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과학부, 취재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김민아 기자, 아파트 해킹이라면 지난해 ET에서도 한 차례 다룬 적이 있어요.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요.

[기자]

네, 넉 달 전쯤이었죠.

한국의 아파트가 해킹됐다면서 관련 영상과 사진들이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떴었는데요.

거실에 설치된 장비 즉, 월패드를 누군가 해킹해 촬영되고 유출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해킹의 표적이 된 아파트의 공통점, 월패드 등 홈네트워크 설비를 갖춘 곳이란 겁니다.

월패드에 연결된 네트워크망은 또 다른 세대 월패드, 그리고 관리실 메인 서버까지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해커가 이 망을 뚫으면 마치 고속도로처럼 전체 세대에 있는 월패드에 접근할 수 있는 건데요,

이런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바로 '홈게이트웨이'입니다.

집안에 설치하는 필수 장치인데 KS표준을 갖춰야 하고요,

특히 IP 주소를 변환해 해킹을 막아주는 NAT(나트) 기능을 갖춰야 합니다.

[앵커]

그런데 '홈게이트웨이'가 시공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의혹이 있죠?

KBS도 이를 확인했고요?

[기자]

네 저희가 몇군데 아파트를 직접 돌아봤는데요,

취재진이 전문가와 함께 확인한 아파트는 통신단자함에 홈게이트웨이가 없었습니다.

다른 아파트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안이 텅 비어있죠.

전문가의 말을 한번 들어보시죠.

[송태선/전(前) 공동주택품질검수위원 : "현재 이 (홈게이트웨이 미시공) 상태라면 복도에 있는 스위칭허브(공동망)에서 IP를 탐색해보면 월패드의 IP가 고스란히 밖으로 노출돼 있다는 거죠. 무조건 (해킹에) 뚫리는 거죠."]

[앵커]

그럼 아파트 건설사, 또 이를 납품하는 홈넷 제조사들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대부분의 건설사와 제조사는 "월패드 안에 넣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거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건설사와 제조사는 그 근거로 인증서 2개를 제시했습니다.

취재진이 각각의 인증서 발급 기관에 확인했는데 두 곳 모두 자신들의 인증서는 홈게이트웨이가 있는 것을 보장하는 인증서가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그제서야 건설사와 제조사는 이렇게 말을 바꿨는데, 들어보시죠.

[월패드 제조사 관계자 : "저희는 월패드 기능만 TTA 인증을... 말씀하신 IP변환이나 이런 큰 장비(홈게이트웨이)같은 것들은 세대에 안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건설사 관계자 : "((건설사)에서는 (다른) 답변주실 거 있습니까?) 똑같을 것 같습니다."]

KBS 취재 결과 '내장형 월패드'와 관련해 KS표준을 갖춰 정식으로 시험성적서가 발급된 제품은 한 개도 없었습니다.

[앵커]

아파트 필수 설비인데 이게 빠지고도 준공 승인이 나는 게 가능했나요?

[기자]

이런 아파트들에 대한 사용전 공사 감리결과 보고서도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월패드와 연결된 홈게이트웨이 등 지능형 홈네트워크에 대한 검사 항목란은 비어 있습니다.

관련 상위법은 감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정작 시행령은 사용 전 검사대상에 이를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감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이대로 지자체의 준공 승인까지 이어졌습니다.

[앵커]

그럼 거주자들 스스로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 어떤 게 있나요?

[기자]

일단 집 거실에 월패드가 있다.

이러면 홈게이트웨이도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현관 신발장 문을 열면 벽면에 통신단자함이 있는데 보통은 여기에 홈게이트웨이가 있어야 합니다.

게이트웨이라고 표시돼 있고요,

일부 제조사가 월패드 내장형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성능 검사를 거친 제품은 없습니다.

[앵커]

홈게이트웨이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해당 설비에 대한 아파트 하자 보수 기한은 3년입니다.

하지만 아예 없다면 '하자'가 아닌 '미시공'으로 볼 수도 있어 10년까지 설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법적 필수 설비기 때문에 이를 지키지 않은 건설사는 주택법 위반으로 최대 2년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 전수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일단 각 가정에서 먼저 확인해보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영상편집:장수경/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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