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리는 기름값, 환율상승에 기대효과의 60%는 ‘말짱 도루묵’?

입력 2022.04.29 (12:42) 수정 2022.04.2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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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 안정 위해 유류세를 또 내리지만…

모레(5월 1일)면 기름값이 내립니다.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가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한 겁니다.

휘발유는 리터당 83원, 경유는 58원, LPG는 21원 인하가 예상됩니다.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그렇습니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는 이유, 물가안정 효과 때문입니다. 기름값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가격이고, 실제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집계 때도 중요하게 반영됩니다. 4%대 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죠.


■ 치솟는 환율에 '백약이 무효'?…달러 강세라는 '폭풍'

하지만 세계 경제 상황 때문에 이런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환율 때문입니다.

환율은 단기적으로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성장률도, 물가상승률도 아닌 환율을 보라는 이유, 환율은 돈의 이동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지금 돈은 신흥국,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빠져나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 같은 나라에서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달러 강세입니다. 원화는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이 상승)해왔습니다. 엔화는 더 심각합니다. 특히 올해 들어 엔 ·달러 환율은 마치 '한참 때 테슬라 주가'처럼 튀어 오르고 있습니다. 엔화 움직임이 얼마나 이례적인지는 최근 5년 엔·달러 환율을 살펴볼 때 잘 보입니다.


■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도 없는 환율

우리처럼 외국에서 원자재 수입해다가 가공해서 수출하는 나라는 이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화만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에 유리해지죠. 200만 원에 파는 TV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천 원일 때 미국에서 2천 불에 팔 수 있지만, 1,300원이 되면 1,538달러에 팔 수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위안화나 엔화가 우리와 비슷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같이 내려갑니다. 엔화는 더 떨어졌으니 소니가 만드는 TV가 더 싸지는 셈입니다. 환율로 인한 수출 이익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원자재 가격 상승의 고통은 엄청납니다. 수입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이걸 바로바로 수출 상품 가격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차가 있습니다. 그 시차가 특히 큰 조선 업체(계약 후 2~3년 뒤에 완제품을 인도합니다)는 계약이 넘치지만 오히려 고통받고 있습니다.

■ 유류세 인하 효과, 60% 이상은 시행도 전에 사라졌다

국내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름값입니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지만, 이 인하의 효과는 시작도 하기 전에 60% 이상 사라진 셈입니다. 바로 환율 때문에요.

휘발유를 기준으로 살펴보죠.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발표한 건 지난 5일입니다. 24일 전이죠. 당일 원·달러 환율은 1,214원입니다. 지금은 1,270원 안팎에 있죠. 50원 넘게 오른 상황입니다.

자 이제 본격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대략적인 계산입니다만, 추세와 영향을 설명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듯 합니다.

계산 적용은 2022.04.28. 마감 환율 기준계산 적용은 2022.04.28. 마감 환율 기준

앞서 말씀드렸듯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비싸집니다. 발표 당일로부터 오늘까지 대략 55~60원대 환율 상승 요인이 있었는데, 이걸 감안하면 휘발유 가격(125달러 안팎인 국제 휘발유 가격 기준)은 부가세를 포함해 리터당 50원 안팎이 오른 셈이 됩니다.

정부가 5월부터 내려줄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80원 수준인데 그 가운데 50원 정도는 이미 사라진 겁니다. 정책을 시행하기도 전에요. 비율로 보면 사라진 인하 효과는 대략 60%입니다.

여기에 세금 효과를 더하면 효과는 더 크게 사라집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과 유사한 수준의 국내 판매 원가에다 국내 세금을 더해 책정되겠죠. 휘발유 판매 원가가 오르면 세금도 일정 비율로 따라 오르는 만큼, 세금 상승을 반영한 실제 환율 효과는 50원보다 훨씬 커집니다.

전문가들이 대부분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점을 감안하면, 유류세 추가 인하의 효과는 100% '말짱 도루묵'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 불확실성 가득한 세계 경제에 시름 하는 우리 경제

4%대 물가를 어떻게든 낮춰보려는 노력을 폄하해선 안 되겠죠. 문제는 국제 경제 상황이고, 그게 응축되어 표현되는 게 환율이니까요.

우크라이나 전쟁도 문제고, 또 중국의 못 말리는 '제로 코로나'도 문제입니다. 중국의 봉쇄는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공급망 충격을 계속 만들어낼 테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는 한 국제 에너지, 원자재, 상품 가격 안정은 요원합니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입니다. 8%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위 두 국제요인도 있지만, 미국 자체의 문제도 큽니다. 돈을 너무 많이 풀었고, 제때 금리 인상을 못 해서 물가를 잡지 못했단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우리 물가를 불안하게 하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문제를 더 잘 이해하려면, 이 미국 요인을 좀 더 이해해야 할 겁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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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내리는 기름값, 환율상승에 기대효과의 60%는 ‘말짱 도루묵’?
    • 입력 2022-04-29 12:42:00
    • 수정2022-04-29 12:43:11
    취재K

■ 물가 안정 위해 유류세를 또 내리지만…

모레(5월 1일)면 기름값이 내립니다. 정부의 유류세 추가 인하가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한 겁니다.

휘발유는 리터당 83원, 경유는 58원, LPG는 21원 인하가 예상됩니다.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그렇습니다.

정부가 유류세를 내리는 이유, 물가안정 효과 때문입니다. 기름값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가격이고, 실제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집계 때도 중요하게 반영됩니다. 4%대 물가를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죠.


■ 치솟는 환율에 '백약이 무효'?…달러 강세라는 '폭풍'

하지만 세계 경제 상황 때문에 이런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환율 때문입니다.

환율은 단기적으로 지금의 세계 경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성장률도, 물가상승률도 아닌 환율을 보라는 이유, 환율은 돈의 이동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지금 돈은 신흥국,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빠져나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본 같은 나라에서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달러 강세입니다. 원화는 지난 1년간 지속적으로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이 상승)해왔습니다. 엔화는 더 심각합니다. 특히 올해 들어 엔 ·달러 환율은 마치 '한참 때 테슬라 주가'처럼 튀어 오르고 있습니다. 엔화 움직임이 얼마나 이례적인지는 최근 5년 엔·달러 환율을 살펴볼 때 잘 보입니다.


■ 수출 경쟁력 강화 효과도 없는 환율

우리처럼 외국에서 원자재 수입해다가 가공해서 수출하는 나라는 이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화만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에 유리해지죠. 200만 원에 파는 TV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천 원일 때 미국에서 2천 불에 팔 수 있지만, 1,300원이 되면 1,538달러에 팔 수 있습니다.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위안화나 엔화가 우리와 비슷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같이 내려갑니다. 엔화는 더 떨어졌으니 소니가 만드는 TV가 더 싸지는 셈입니다. 환율로 인한 수출 이익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원자재 가격 상승의 고통은 엄청납니다. 수입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이걸 바로바로 수출 상품 가격에 반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차가 있습니다. 그 시차가 특히 큰 조선 업체(계약 후 2~3년 뒤에 완제품을 인도합니다)는 계약이 넘치지만 오히려 고통받고 있습니다.

■ 유류세 인하 효과, 60% 이상은 시행도 전에 사라졌다

국내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름값입니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하지만, 이 인하의 효과는 시작도 하기 전에 60% 이상 사라진 셈입니다. 바로 환율 때문에요.

휘발유를 기준으로 살펴보죠.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발표한 건 지난 5일입니다. 24일 전이죠. 당일 원·달러 환율은 1,214원입니다. 지금은 1,270원 안팎에 있죠. 50원 넘게 오른 상황입니다.

자 이제 본격 계산(?)을 해보겠습니다. 대략적인 계산입니다만, 추세와 영향을 설명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듯 합니다.

계산 적용은 2022.04.28. 마감 환율 기준
앞서 말씀드렸듯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비싸집니다. 발표 당일로부터 오늘까지 대략 55~60원대 환율 상승 요인이 있었는데, 이걸 감안하면 휘발유 가격(125달러 안팎인 국제 휘발유 가격 기준)은 부가세를 포함해 리터당 50원 안팎이 오른 셈이 됩니다.

정부가 5월부터 내려줄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80원 수준인데 그 가운데 50원 정도는 이미 사라진 겁니다. 정책을 시행하기도 전에요. 비율로 보면 사라진 인하 효과는 대략 60%입니다.

여기에 세금 효과를 더하면 효과는 더 크게 사라집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휘발유 가격과 유사한 수준의 국내 판매 원가에다 국내 세금을 더해 책정되겠죠. 휘발유 판매 원가가 오르면 세금도 일정 비율로 따라 오르는 만큼, 세금 상승을 반영한 실제 환율 효과는 50원보다 훨씬 커집니다.

전문가들이 대부분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점을 감안하면, 유류세 추가 인하의 효과는 100% '말짱 도루묵'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 불확실성 가득한 세계 경제에 시름 하는 우리 경제

4%대 물가를 어떻게든 낮춰보려는 노력을 폄하해선 안 되겠죠. 문제는 국제 경제 상황이고, 그게 응축되어 표현되는 게 환율이니까요.

우크라이나 전쟁도 문제고, 또 중국의 못 말리는 '제로 코로나'도 문제입니다. 중국의 봉쇄는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공급망 충격을 계속 만들어낼 테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는 한 국제 에너지, 원자재, 상품 가격 안정은 요원합니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입니다. 8%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위 두 국제요인도 있지만, 미국 자체의 문제도 큽니다. 돈을 너무 많이 풀었고, 제때 금리 인상을 못 해서 물가를 잡지 못했단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우리 물가를 불안하게 하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문제를 더 잘 이해하려면, 이 미국 요인을 좀 더 이해해야 할 겁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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