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검찰 수사권 축소’ 국민투표 띄운 새 정부…실행까진 ‘험로’

입력 2022.04.29 (12:49) 수정 2022.04.2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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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놓고 국회가 연일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내일(30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고, 다음 달 3일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날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두 법안이 공포되면, 이대로 법안 처리에 마침표가 찍힙니다.

지난 27일,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기자들을 만나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과 관련해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난 27일,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기자들을 만나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과 관련해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필리버스터 무력화'에 '국민투표' 띄워

그런데 이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면서, 정치권이 다시 한번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인지 직접 물어봐야 한다"며 국민투표 방안을 윤석열 당선인에게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6·1 지방선거 때 함께 투표한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국민들의 의사를 직접 물을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 '위헌' 논란에 선관위 "투표 불가" 방침까지…실행까진 '산 넘어 산'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헌법상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날 선 반응을 내놨습니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몇 시간 만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의 재외국민 투표인명부 작성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라, 현행 규정으로는 투표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하므로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법안은 아직 개정되지 않은 상태인데, 국민의힘이 법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민주당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 학자들도 '의견 분분'…노무현 정부 사례 살펴보니

어제(28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이 주관한 '검수완박 vs 부패완판 범국민 토론회'에서도 국민투표에 관한 논의가 뜨거웠습니다.

헌법학자인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국회는 검수완박법 개정안을 제안할 때 경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검찰보다 나은지에 대해서 국민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며 "법률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에 의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도 미국과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들어 "국민투표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검수완박 국민투표를 계기로 국민의 직접 참정권, 입법권에 대한 합리적 견제와 균형을 이루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어제(2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어제(2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사례를 들어 국민투표 대상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한 전례가 있습니다. 당시 결정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에게 국민투표의 실시 여부, 시기, 구체적 부의사항, 설문 내용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임의적인 국민투표 발의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함으로써, 대통령이 단순히 특정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추가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등 국민투표를 정치적 무기화하고 정치적으로 남용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부의권을 부여하는 헌법 제72조는 가능하면 대통령에 의한 국민투표의 정치적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엄격하고 축소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 헌법재판소 2004.5.14. 2004헌나1 결정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임투표를 제안했다가 물러선 적이 있다"며 "개정안 통과 전 대통령이 이런 정책을 펼지 말지를 투표에 부치면 정책투표가 되지만, 국회 통과 후 찬반을 묻게 되면 신임을 묻는 것이 되어버린다"고 지적했습니다.

■ 정권 출범 직후 '재신임 투표'?…국민의힘 내에서도 '신중론' 제기

민주당이 '회기 쪼개기'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무력화하면서 뾰족한 수가 없어진 국민의힘으로선 여론에 기댈 수 있는 '국민투표' 카드를 일단 꺼내 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국민투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선언적인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원내 관계자는 "재신임 투표 형식으로 갈 수 있는데 굳이 국민투표를 할 필요가 있느냐"며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처럼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진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유상법 의원 등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김진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유상법 의원 등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 여야 공방 계속…"자신 있으면 빨리 추진" vs "포퓰리즘"

이런 가운데 여야는 며칠째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장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국민투표법 조항 개정 작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인데, 민주당을 향해서도 "자신 있으면 빨리 추진하라"고 압박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실제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오늘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거리낄 것이 없고 여론에 대해서 자신 있다는 입장이라면 오히려 빠르게 이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제원 비서실장도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투표법을) 빨리 보완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보장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오늘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는 히틀러나 박정희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라며 "그게 포퓰리즘이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도 당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투표는 헌법상 요건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인사 폭망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돌리고 지방선거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술책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선인 측이 말한 것처럼 6·1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함께 시행하려면, 국민투표법상 5월 13일 이전에 공고해야 합니다. 남은 시간은 이제 단 2주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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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검찰 수사권 축소’ 국민투표 띄운 새 정부…실행까진 ‘험로’
    • 입력 2022-04-29 12:49:56
    • 수정2022-04-29 12:50:25
    여심야심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놓고 국회가 연일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내일(30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고, 다음 달 3일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날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두 법안이 공포되면, 이대로 법안 처리에 마침표가 찍힙니다.

지난 27일,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기자들을 만나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과 관련해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필리버스터 무력화'에 '국민투표' 띄워

그런데 이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면서, 정치권이 다시 한번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인지 직접 물어봐야 한다"며 국민투표 방안을 윤석열 당선인에게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6·1 지방선거 때 함께 투표한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국민들의 의사를 직접 물을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 '위헌' 논란에 선관위 "투표 불가" 방침까지…실행까진 '산 넘어 산'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헌법상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날 선 반응을 내놨습니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몇 시간 만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의 재외국민 투표인명부 작성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라, 현행 규정으로는 투표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하므로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입니다.

법안은 아직 개정되지 않은 상태인데, 국민의힘이 법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민주당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 학자들도 '의견 분분'…노무현 정부 사례 살펴보니

어제(28일)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이 주관한 '검수완박 vs 부패완판 범국민 토론회'에서도 국민투표에 관한 논의가 뜨거웠습니다.

헌법학자인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국회는 검수완박법 개정안을 제안할 때 경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검찰보다 나은지에 대해서 국민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며 "법률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에 의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도 미국과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들어 "국민투표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검수완박 국민투표를 계기로 국민의 직접 참정권, 입법권에 대한 합리적 견제와 균형을 이루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어제(2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사례를 들어 국민투표 대상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한 전례가 있습니다. 당시 결정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에게 국민투표의 실시 여부, 시기, 구체적 부의사항, 설문 내용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임의적인 국민투표 발의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함으로써, 대통령이 단순히 특정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추가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등 국민투표를 정치적 무기화하고 정치적으로 남용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부의권을 부여하는 헌법 제72조는 가능하면 대통령에 의한 국민투표의 정치적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엄격하고 축소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 헌법재판소 2004.5.14. 2004헌나1 결정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신임투표를 제안했다가 물러선 적이 있다"며 "개정안 통과 전 대통령이 이런 정책을 펼지 말지를 투표에 부치면 정책투표가 되지만, 국회 통과 후 찬반을 묻게 되면 신임을 묻는 것이 되어버린다"고 지적했습니다.

■ 정권 출범 직후 '재신임 투표'?…국민의힘 내에서도 '신중론' 제기

민주당이 '회기 쪼개기'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무력화하면서 뾰족한 수가 없어진 국민의힘으로선 여론에 기댈 수 있는 '국민투표' 카드를 일단 꺼내 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국민투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선언적인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 원내 관계자는 "재신임 투표 형식으로 갈 수 있는데 굳이 국민투표를 할 필요가 있느냐"며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처럼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진표 법사위 안건조정위원장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유상법 의원 등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 여야 공방 계속…"자신 있으면 빨리 추진" vs "포퓰리즘"

이런 가운데 여야는 며칠째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당장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국민투표법 조항 개정 작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인데, 민주당을 향해서도 "자신 있으면 빨리 추진하라"고 압박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실제 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오늘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거리낄 것이 없고 여론에 대해서 자신 있다는 입장이라면 오히려 빠르게 이 절차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제원 비서실장도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투표법을) 빨리 보완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보장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오늘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투표는 히틀러나 박정희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라며 "그게 포퓰리즘이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도 당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투표는 헌법상 요건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인사 폭망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돌리고 지방선거에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술책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선인 측이 말한 것처럼 6·1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함께 시행하려면, 국민투표법상 5월 13일 이전에 공고해야 합니다. 남은 시간은 이제 단 2주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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