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정말 취업에 걸림돌일까?

입력 2022.04.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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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199m에 전폭 35m, 1만 4,500톤급으로 취역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우리 해군의 대표 함정이자 첫 번째 대형수송함. 바로 독도함이다. 2019년 11월 이 독도함이 문을 활짝 열었다. 육·해군 장병 만여 명과 80여 개 기업이 몰려들었다. 전역 예정 장병들을 위한 취업박람회가 독도 함상에서 열린 것이다. 군이 장병들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이런 종류의 취업박람회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온라인으로 명맥을 유지해왔고, 장병들과 기업들의 대면 행사도 다음 달 2년 만에 부활을 앞두고 있다.

■'보상'에는 공감대…방법은?

취업박람회에 대한 군의 관심과 애정은 의무복무 장병들에 대한 '보상' 문제에 기인한다. 군 생활이 누구에게는 자부심으로 다른 이에게는 상대적 박탈감 내지는 피해의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주관적 인식의 차이에 앞서, 20대 초중반의 남성이 짧게는 1년 반 동안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으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단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객관적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주요 후보들은 모두 의무복무 이행자들에 대한 '보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군인 월급 200만 원 인상, 군경력 호봉 인정, 예비군 훈련 기간 단축 등이었다. 이른바 일부 '이대남'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방편일지언정, 최소한 보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어느 정도 보상을 하느냐로 모인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취업 시기에 미치는 영향, 있다? 없다?

학계는 적확한 보상의 방법을 찾기 위해 병역 이행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 왔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병역 이행 여부가 첫 일자리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데에 대체로 일치했고, 첫 일자리를 갖게 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결과를 달리했다.

최근 김승태 육군사관학교 경제학 교수 등은 2004년 당시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800여 명을 12년간 추적 조사한 자료를 분석했고 그 결과를 국방정책연구 봄호에 발표했다. 단순히 통계를 비교해보면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만 24.16세,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만 23.35세에 인생 처음으로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른 변수들의 영향을 통제한 뒤 유사한 조건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비교하는 '성향점수매칭' 방법으로 이 수치들을 분석하면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졌다. 즉, 의미 있는 차이가 없다, 군대를 다녀오든 않든 취업 시기는 비슷하다는 결론이었다.

첫 일자리 월급도 마찬가지다. 수치를 단순 비교했을 때 군대를 다녀온 사람 172만 원, 그렇지 않은 사람 173만 원으로 차이가 사실상 없었고, 다른 변수를 통제해도 변화는 없었다.

김승태 교수는 KBS에 " 병역 이행자의 경우에는 군 복무기간을 극복하기 위해 취업 준비를 단기간으로 단축하는 반면, 비이행자의 경우에는 대체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장기간 취업 준비를 할 수 있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연구도 있다. 박기홍 충북대 교수 등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병역 이행자가 미이행자보다 15.6개월, 약 1.3년가량 취업이 늦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 교수 등은 논문에서 "징병제하에서 병역의무 이행의 강제는 우리나라 청년 남성들에게 적지 않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 등은 2007년 당시 15~29세였던 남성 4천여 명을 1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분석했다. 두 연구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은 연구의 대상이 달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육군·공군·해군의 차이는?

앞서 김승태 교수 등의 연구에는 다른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육군 복무자와 산업 기능요원의 취업 시기 차이를 분석했는데, 산업기능요원 복무자가 1년 8개월 더 빨리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 복무기간 1년 6개월에 비해 산업기능요원 기간은 2년 10개월로 1년 4개월 가량 더 긴데도 취업은 더 빨랐다. 김 교수 등은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한 것이 그 자체로 경력이 되고 취업과 연계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육군, 공군, 해군, 전·의경,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사이에서 취업 시기의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복무기간은 현행 육군 1년 6개월, 해군 1년 8개월, 공군 1년 9개월 등 그동안 줄곧 2달에서 한 달가량 차이가 있었지만 어느 병역을 이행하든 취업 시기는 비슷했다는 결과다.

군 복무 기간 단축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도 있었다. 2003년 10월 복무기간이 2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된 시점을 분석한 결과 24개월 복무한 집단이 26개월 복무한 집단에 비해 취업 연령이 1살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축된 복무 기간을 통해 휴학 기간을 한 학기 이상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선거는 끝났다

선거는 끝났고 새 정부 출범이 눈앞이다. 공약으로 내건 '실시간' 보상, 즉 월급 200만 원이라는 가장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 방식 외에도 고민할 지점은 다양할 수 있다. 군 복무 미이행자와의 취업 시기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보상'의 당위성이 작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문가들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기간이 더욱 생산적인 활동과 연계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청년들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사회진출을 지원하는 보다 효과적인 직업교육과 직무 연관성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즉 표심을 얻기 위한 한시적 관심이 아닌 꾸준한 연구와 고민, 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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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대는 정말 취업에 걸림돌일까?
    • 입력 2022-04-29 16:03:29
    취재K

전장 199m에 전폭 35m, 1만 4,500톤급으로 취역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우리 해군의 대표 함정이자 첫 번째 대형수송함. 바로 독도함이다. 2019년 11월 이 독도함이 문을 활짝 열었다. 육·해군 장병 만여 명과 80여 개 기업이 몰려들었다. 전역 예정 장병들을 위한 취업박람회가 독도 함상에서 열린 것이다. 군이 장병들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이런 종류의 취업박람회는 코로나19 속에서도 온라인으로 명맥을 유지해왔고, 장병들과 기업들의 대면 행사도 다음 달 2년 만에 부활을 앞두고 있다.

■'보상'에는 공감대…방법은?

취업박람회에 대한 군의 관심과 애정은 의무복무 장병들에 대한 '보상' 문제에 기인한다. 군 생활이 누구에게는 자부심으로 다른 이에게는 상대적 박탈감 내지는 피해의식으로 남을 수 있다는 주관적 인식의 차이에 앞서, 20대 초중반의 남성이 짧게는 1년 반 동안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으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단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객관적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주요 후보들은 모두 의무복무 이행자들에 대한 '보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군인 월급 200만 원 인상, 군경력 호봉 인정, 예비군 훈련 기간 단축 등이었다. 이른바 일부 '이대남'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방편일지언정, 최소한 보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서로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문제는 어떻게, 어느 정도 보상을 하느냐로 모인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취업 시기에 미치는 영향, 있다? 없다?

학계는 적확한 보상의 방법을 찾기 위해 병역 이행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 왔다.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병역 이행 여부가 첫 일자리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데에 대체로 일치했고, 첫 일자리를 갖게 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결과를 달리했다.

최근 김승태 육군사관학교 경제학 교수 등은 2004년 당시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800여 명을 12년간 추적 조사한 자료를 분석했고 그 결과를 국방정책연구 봄호에 발표했다. 단순히 통계를 비교해보면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만 24.16세, 그렇지 않은 사람은 만 23.35세에 인생 처음으로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른 변수들의 영향을 통제한 뒤 유사한 조건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비교하는 '성향점수매칭' 방법으로 이 수치들을 분석하면 통계적 유의성이 사라졌다. 즉, 의미 있는 차이가 없다, 군대를 다녀오든 않든 취업 시기는 비슷하다는 결론이었다.

첫 일자리 월급도 마찬가지다. 수치를 단순 비교했을 때 군대를 다녀온 사람 172만 원, 그렇지 않은 사람 173만 원으로 차이가 사실상 없었고, 다른 변수를 통제해도 변화는 없었다.

김승태 교수는 KBS에 " 병역 이행자의 경우에는 군 복무기간을 극복하기 위해 취업 준비를 단기간으로 단축하는 반면, 비이행자의 경우에는 대체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장기간 취업 준비를 할 수 있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연구도 있다. 박기홍 충북대 교수 등은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병역 이행자가 미이행자보다 15.6개월, 약 1.3년가량 취업이 늦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 교수 등은 논문에서 "징병제하에서 병역의무 이행의 강제는 우리나라 청년 남성들에게 적지 않은 희생을 요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 등은 2007년 당시 15~29세였던 남성 4천여 명을 1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분석했다. 두 연구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은 연구의 대상이 달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육군·공군·해군의 차이는?

앞서 김승태 교수 등의 연구에는 다른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육군 복무자와 산업 기능요원의 취업 시기 차이를 분석했는데, 산업기능요원 복무자가 1년 8개월 더 빨리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 복무기간 1년 6개월에 비해 산업기능요원 기간은 2년 10개월로 1년 4개월 가량 더 긴데도 취업은 더 빨랐다. 김 교수 등은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한 것이 그 자체로 경력이 되고 취업과 연계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육군, 공군, 해군, 전·의경,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사이에서 취업 시기의 차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복무기간은 현행 육군 1년 6개월, 해군 1년 8개월, 공군 1년 9개월 등 그동안 줄곧 2달에서 한 달가량 차이가 있었지만 어느 병역을 이행하든 취업 시기는 비슷했다는 결과다.

군 복무 기간 단축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도 있었다. 2003년 10월 복무기간이 2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된 시점을 분석한 결과 24개월 복무한 집단이 26개월 복무한 집단에 비해 취업 연령이 1살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축된 복무 기간을 통해 휴학 기간을 한 학기 이상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선거는 끝났다

선거는 끝났고 새 정부 출범이 눈앞이다. 공약으로 내건 '실시간' 보상, 즉 월급 200만 원이라는 가장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 방식 외에도 고민할 지점은 다양할 수 있다. 군 복무 미이행자와의 취업 시기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보상'의 당위성이 작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문가들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기간이 더욱 생산적인 활동과 연계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청년들의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사회진출을 지원하는 보다 효과적인 직업교육과 직무 연관성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즉 표심을 얻기 위한 한시적 관심이 아닌 꾸준한 연구와 고민, 그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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