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영아 사망 ‘구조적 문제’ 내부서 첫 문제 제기

입력 2022.05.0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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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병원 13개월 영아 사망사고와 관련해 내부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제기됐습니다.

제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A 교수는 최근 사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이번 의료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정리해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해당 교수는 "아기를 잃어버린 부모님의 피눈물 나는 고통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느냐"며 애도의 마음을 표한 뒤, "사고의 주된 관심사가 투약 간호 기록의 삭제로 옮아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기록 삭제) 부분은 수사과정과 법적 판단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본질은 투약 오류의 환경적 요인"이라고 작성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열악한 의료 현실, 소아 확진자 체계 없어

해당 교수는 영아에게 과다 투약이 이뤄진 코로나병동(42병동)의 열악한 현실을 먼저 지적했습니다.

42병동이 비교적 가벼운 환자들을 보는 곳이었지만, 40병상 이상을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들이 맡아야 하는 만큼 업무 과중에 시달렸다는 겁니다.

해당 교수는 코로나 환자가 입원할 때 의료진이 선별에 관여할 수 없었던 점도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확진자가 119를 타고 오면 곧바로 코로나19 병동으로 직행하는데, 사전 정보와 달리 경증이거나 중증일 때 입원 이후 병동을 바꾸게 돼 간호사들이 추가로 격무에 시달렸다는 겁니다.


피해 영아가 감염전문병동(43병동)에 입원할 수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해당 교수는 "43병동은 감염환자를 볼 수 있는 전문 병동으로 간호 데스크에서 병실 내부를 항상 볼 수 있다"며 "준중증환자를 보기에 적합한 43병동에 자리가 없어 아이가 42병동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영유아 확진자들이 폭증했는데 성인환자 경험이 대부분이었던 간호사들이 투입됐고, 피해 영아가 소아병동이나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없었던 점 등도 구조적인 문제로 꼽았습니다.


■ 병원 내부서도 구조적 문제 공감…병원은 '묵묵부답'

병원 내부에서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데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병동(42병동)은 원래도 바빴던 정형외과 병동이었는데, 코로나19 병동으로 전환되면서 간호사들이 격무에 시달렸다는 겁니다.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제주지부장은 "원래도 42병동은 하루 10명 이상 환자를 수술했을 정도로 바쁜 곳이었는데, 코로나 병동으로 전환된 뒤 확진 환자들이 급증했다"며 "간호사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집중력이 저하된 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물론 42병동이 오래전 코로나 병동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간호사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다"며 "간호사 본인도 귀신에 홀린 것처럼 실수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아병동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제주대학교병원엔 소아병동이 있었지만, 소아 확진자들이 소아병동에서 치료를 받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양 지부장은 "제주도가 '몇 개의 병상을 확보했는지'만 물어봤을 정도로, 정부와 제주도는 한때 병상 자체를 늘리는 데만 혈안이었다"며 "나중에야 정부 지침이 수정되긴 했지만, 병상만 늘리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소아병동에서 치료한다'는 식의 세심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 에피네프린 과다 투약

숨진 영아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상기도폐쇄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크룹, croup)을 보였습니다.

이후 의사가 심장 박동수 증가와 기관지 확장 등에 사용하는 약물 '에피네프린' 5mg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흡입하도록 지시했지만, 간호사가 5mg을 정맥주사로 투입하며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이 투약된 것으로 병원 자체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13개월 몸무게 10kg을 가정했을 때 의사가 지시한 5mg 용량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에피네프린은 희석하지 않고 원액을 주사기에 담은 뒤, 증기를 만드는 플라스틱 도구에 담아 기체화시킨다"며 "당시 영아가 소아병동에 입원하지 않았고, 의료진이 소아 확진자들을 진료해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면 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아 간호사들에게도 에피네프린을 주사제로 주면 안 되고, 흡입제로 줘야 한다고 늘 당부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라는 겁니다.


제주대병원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공식적인 응대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제주대병원은 지난달 28일 강사윤 진료처장(부원장)의 공식 사과 이후 수사 중을 이유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내부에선 해당 교수의 메일 내용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이야기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입니다. 간호사의 잘못이 명백한 데다, 의료 기록 삭제 정황까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대병원 영아 사망사고 관련 게시글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대병원 영아 사망사고 관련 게시글

숨진 영아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을 통해 간호사들의 업무가 과했던 건 아닌지, 이로 인해 기본 원칙(정확한 약물, 정확한 대상자, 정확한 용량, 정확한 시간, 정확한 경로)이 생략된 건 아닌지, 입원 환자들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건 아닌지 등을 묻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 이런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병원과 언론을 만나봤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이 모든 쟁점에 대해 정부가 나서 명확한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해당 청원에는 3,000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한편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안전사고 전문 수사팀은 유족 측 고소에 따라 의사 2명과 간호사 9명 등 11명을 의료법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또 당시 담당 간호사와 투약 간호사, 이를 보고받은 수간호사 등 3명의 휴대전화도 압수해 보고가 지체된 경위 등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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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개월 영아 사망 ‘구조적 문제’ 내부서 첫 문제 제기
    • 입력 2022-05-04 14:04:16
    취재K

제주대학교병원 13개월 영아 사망사고와 관련해 내부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제기됐습니다.

제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A 교수는 최근 사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이번 의료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점 등을 정리해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해당 교수는 "아기를 잃어버린 부모님의 피눈물 나는 고통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느냐"며 애도의 마음을 표한 뒤, "사고의 주된 관심사가 투약 간호 기록의 삭제로 옮아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기록 삭제) 부분은 수사과정과 법적 판단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본질은 투약 오류의 환경적 요인"이라고 작성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열악한 의료 현실, 소아 확진자 체계 없어

해당 교수는 영아에게 과다 투약이 이뤄진 코로나병동(42병동)의 열악한 현실을 먼저 지적했습니다.

42병동이 비교적 가벼운 환자들을 보는 곳이었지만, 40병상 이상을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들이 맡아야 하는 만큼 업무 과중에 시달렸다는 겁니다.

해당 교수는 코로나 환자가 입원할 때 의료진이 선별에 관여할 수 없었던 점도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확진자가 119를 타고 오면 곧바로 코로나19 병동으로 직행하는데, 사전 정보와 달리 경증이거나 중증일 때 입원 이후 병동을 바꾸게 돼 간호사들이 추가로 격무에 시달렸다는 겁니다.


피해 영아가 감염전문병동(43병동)에 입원할 수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해당 교수는 "43병동은 감염환자를 볼 수 있는 전문 병동으로 간호 데스크에서 병실 내부를 항상 볼 수 있다"며 "준중증환자를 보기에 적합한 43병동에 자리가 없어 아이가 42병동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영유아 확진자들이 폭증했는데 성인환자 경험이 대부분이었던 간호사들이 투입됐고, 피해 영아가 소아병동이나 소아 중환자실에 입원할 수 없었던 점 등도 구조적인 문제로 꼽았습니다.


■ 병원 내부서도 구조적 문제 공감…병원은 '묵묵부답'

병원 내부에서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데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코로나병동(42병동)은 원래도 바빴던 정형외과 병동이었는데, 코로나19 병동으로 전환되면서 간호사들이 격무에 시달렸다는 겁니다.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제주지부장은 "원래도 42병동은 하루 10명 이상 환자를 수술했을 정도로 바쁜 곳이었는데, 코로나 병동으로 전환된 뒤 확진 환자들이 급증했다"며 "간호사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집중력이 저하된 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물론 42병동이 오래전 코로나 병동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간호사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다"며 "간호사 본인도 귀신에 홀린 것처럼 실수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아병동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당시 제주대학교병원엔 소아병동이 있었지만, 소아 확진자들이 소아병동에서 치료를 받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양 지부장은 "제주도가 '몇 개의 병상을 확보했는지'만 물어봤을 정도로, 정부와 제주도는 한때 병상 자체를 늘리는 데만 혈안이었다"며 "나중에야 정부 지침이 수정되긴 했지만, 병상만 늘리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소아병동에서 치료한다'는 식의 세심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 에피네프린 과다 투약

숨진 영아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상기도폐쇄로 인한 호흡곤란 증상(크룹, croup)을 보였습니다.

이후 의사가 심장 박동수 증가와 기관지 확장 등에 사용하는 약물 '에피네프린' 5mg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흡입하도록 지시했지만, 간호사가 5mg을 정맥주사로 투입하며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이 투약된 것으로 병원 자체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13개월 몸무게 10kg을 가정했을 때 의사가 지시한 5mg 용량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에피네프린은 희석하지 않고 원액을 주사기에 담은 뒤, 증기를 만드는 플라스틱 도구에 담아 기체화시킨다"며 "당시 영아가 소아병동에 입원하지 않았고, 의료진이 소아 확진자들을 진료해본 경험이 많지 않았다면 구조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아 간호사들에게도 에피네프린을 주사제로 주면 안 되고, 흡입제로 줘야 한다고 늘 당부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라는 겁니다.


제주대병원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공식적인 응대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제주대병원은 지난달 28일 강사윤 진료처장(부원장)의 공식 사과 이후 수사 중을 이유로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내부에선 해당 교수의 메일 내용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이야기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입니다. 간호사의 잘못이 명백한 데다, 의료 기록 삭제 정황까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대병원 영아 사망사고 관련 게시글
숨진 영아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을 통해 간호사들의 업무가 과했던 건 아닌지, 이로 인해 기본 원칙(정확한 약물, 정확한 대상자, 정확한 용량, 정확한 시간, 정확한 경로)이 생략된 건 아닌지, 입원 환자들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건 아닌지 등을 묻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 이런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해 병원과 언론을 만나봤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이 모든 쟁점에 대해 정부가 나서 명확한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해당 청원에는 3,000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한편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안전사고 전문 수사팀은 유족 측 고소에 따라 의사 2명과 간호사 9명 등 11명을 의료법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또 당시 담당 간호사와 투약 간호사, 이를 보고받은 수간호사 등 3명의 휴대전화도 압수해 보고가 지체된 경위 등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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